철학적 해석학(哲學的 解釋學)을 창시한 독일 철학자. 한스 게오르그 가다머는 1900년 약화학(藥化學) 교수의 아들로 중부 독일 마르부르크에서 태어나 처음에는 브레 스라우 대학에서, 이어 마르부르크 대학에서 독문학, 역 사, 예술사, 철학을 전공했다. 1922년 신칸트 학파의 거 장 파울 나토르프(Paul Natorp)에게서 <플라톤의 대화편에 나타난 쾌락의 본질>이라는 논문으로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1928년 하이데거에게서 <플라톤의 변증 법적 윤리- '필레보스' 에 대한 현상학적 해석>이라는 논문으로 교수 자격을 획득했다. 그 후 가다머는 마르부르크 대학, 라이프치히 대학, 프랑크푸르트 대학을 거쳐서, 1949년 이후부터는 칼 야스퍼스(Karl Jaspers)의 후임으로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강의했다. 1968년에 대학에서 은퇴했으나, 후에도 강의는 계속했다.
가다머의 중심 사상은 1960년에 출간한 그의 주저(主 著) 《진리와 방법》에서 전개하고 있는 철학적 해석학이다. 전통적으로 볼때, 해석학(解釋學, Hermeneutik)은 하나의 독립된 학문이 아 니라, 고전 문헌, 법률 조항, 성서 구절 등을 해석하는 기술 내지는 그들을 해석하는 규칙 이었다. 이러한 전통적인 해석학은 프리드리히 슐라이어마허, 빌헬름 딜타이, 마르틴 하이 데거를 거쳐 철학적 해석학으로 발전했고, 가다머에 이르러 그의 주저 《진리와 방법, 철학적 해석학 개요》를 통 해 사상사에서 그 위치를 굳히게 된다.
슐라이어마허에게서 전통적인 해석학은 전환기를 맞이했다. 왜냐하면 그는 해석의 문제가 결국 이해(理解, Verstehen)의 문제라는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이해의 문제는 그 후 해석학에 있어서 그 근본 문제로 받아들 여진다. 더욱이 슐라이어마허는 단순히 말마디와 문맥에 중점을 두었던 문법적 해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심리학적 해석을 내세웠다. 그의 심리학적 해석이란 해석자가 저자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저자에게로 '자기 자신을 옮겨 놓아야 한다' (Sichversetzen) 그리고는 그 저자 속에 들어가서' (Sich-Hineinsetzen) 그 저자와 '동일하게 느껴야 한다' (Ein-Fühlen)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작품을 이해한다는 것은 원구성(原構成)에 대한 재 구성(再構成)이요, 원창작(原創作)에 대한 재창작(再創作)이다.
철학자이며 동시에 뛰어난 역사가였던 빌헬름 달타이(Wilhelm Dilthey)에게는 무엇보다도 역사적 사실을 이해 하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딜타이에 의하면, 역사적 사실 이란 곧 삶의 표현이다. 즉 역사적 존재인 인간이 삶을 체험한 후, 그 삶을 표현해 놓은 것이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역사적 사실을 이해한다는 것은 바로 삶의 표현을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딜타이에 의하여, 해석에 있어서 이해되어야 할 영역이 문헌으로부터 삶으로 확대되었다.
이해의 문제를 좀더 근원적으로 파고든 것은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이다. 그에 의하여, 이해의 문제는 이제 인간의 존재 양식 내지는 인간의 자기 실현과 직결되는 문제로 밝혀졌다. 하이데거에 의하면 인간의 현존재는, 첫째로 '그것이 있다' (daß es ist)라는 적나라한 사실을, 둘째로 '그렇게 나가야 한다' (daß es Zu sein hat)는 사실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있다는 것(자기 자신의 존재)이 그에 게 과업으로 떠맡겨져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 자신의 존재가 수행해야 할 과업으로 주어져 있고, 또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러한 인간 현존재에게는 세계에 대한 이 해가 이미 주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미리 주어져 있는 이해 즉 전이해(前理解, Vorverständnis)를 토대로 하여 자기 자신을 이러 저러한 자기 자신으로 만들어 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이데거는, 이해가 인간 현존재의 존재 양식과 자기 실현 양식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사실을, 그리고 이러한 이해가 하나의 '미리' (Vor) 또는 전(前)이라고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하여 이제 이해의 문제 즉 해석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철학적 문제로 대두하기 시작했다. 이에 사람들은 해석학을 '철학적 해석학' 으로 부 르기에 이르렀다.
가다머는, 이해가 언제나 전이해를 토대로 이루어진다는 하이데거의 통찰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이해가 지니는 전(前)이라는 구조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작업해 나갔다. 가다머에 의하면, 전이해란 이미 또는 미리 갖고 있는 내용이 역사적으로 형성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역사 속에서 발생하고, 또한 역사 속에서 영향을 끼치는 영향 사적(影響史的)으로 형성된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생겨 난 전이해 내지는 선입견을 가다머는 이해 지평(理解地 平, der Horizont des Verstehens)이라고 하며 이제 모든 이해는 지평(地平)이라는 구조를 갖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러한 지평이란 경계 내지 한계를 뜻하므로 이해 지평이란, 어떤 것을 이해하는 테두리, 범위, 경계, 한계를 뜻했다. 그리고 이러한 이해 지평은 가다머에 의하면 역사적으로, 다시 말해서 영향사적으로 형성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떤 것을 이해할 때, 그것이 우리 이해 지평 속에로 받아들여져서, '그것이 그것으로서'(als) 드러나지 않는 한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처럼 이해에는 언제나 '~로서' 라는 구조가 따라다니는데, 그것은 하나의 순환 구조(循環構造)를 이룬다. 왜냐하면 이미[前] 이해하고 있는 이해 지평 속에서 그것을 그것으로서 해석해 내는 것이 이해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해석학적 순환(循環)이고 이러한 순환은 이해가 가지고 있는 기본 구조이다.
이해가 갖고 있는 지평이라는 구조와 그것이 갖는 순환이라는 구조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제기케 한다. 우리는 어떻게 우리와는 다른 이해 지평을 가진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더욱이 우리는 어떻게 옛날에 발생했던 역사적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하여 가다머는 다음과 같이 답하고 있다. 즉 하나의 전이해와 다른 하나의 전이해, 하나의 이해 지평과 다 른 하나의 이해 지평은, 단순히 폐쇄되어 있는 게 아니라 개방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하나의 전이해는 다른 하나의 전이해 속으로, 하나의 이해 지평은 다른 하나의 이해 지평 속으로 융해(融解)될 수 있고 그 결과 하나의 전이해, 하나의 이해 지평은 보다 더 확장되고 보다 더 풍요로워진다는 것이다. 가다머는 이것을 지평 융해(地平融解, die Honzontverschmelzung)라고 불렀다. 물론 하나의 전이해는 다른 하나의 전이해 앞에서, 하나의 이해 지평은 다른 하나의 이해 지평 앞에서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끈질기게 저항한다. 그러나 결국 굳게 잠긴성문(城門)을 열게 된다. 그것은 자기 자신이 무너지는 순간이기 때문에 큰 아픔을 동반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아픔과 더불어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더욱 넉넉한 풍요로운 사람이 된다. 이렇게 볼 때 이해는 근본적으로 대화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생존해 있는 가다머에 대한 평가는 아직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어쨌든 가다머는 그의 《진리와 방법》을 통해서 철학적 해석학을 현대 철학 사조의 하나로 그 지위를 굳히게 만들었다. 그로써 무엇보다도 전이해 없는 이해는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백히 해주었다. 그러나 그의 영향사적 해석학은, 전이해에 너무나도 고착되어 있어서 비판적 자세가 소홀히 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 딜타이 ; 리쾨르 ;해석학)
〔저 서〕 Das Wesen der Lust nach den platonischen Dialogen, Diss. Marburg 1922(masch. schr.)/ Platos dialektische Ethik. Phänomenologische Interpretation zum "Philebos" , Leipzig 1931/ Wahrheit und Methode. Grundziige einer Philosophischen Hermeneutik, Tübingen 1960/ Kleine Schriften I - Ⅳ, Tübingen 1967~1977/ Philosophische Lehrjahre. Eine Riickschau, Frankfurt, 1977/ Gescmmelte Werke, 10 Bde.(geplant, bisher erschienen Bde. 1-7), Tiibingen 1985ff.
※ 참고문헌 D. Henrich · W. Schulz · K.H. Volkmann Schluck(Hgg.), Die Gegemwart der Griechen im neueren Denken, Festschrift für Hans Georg Gadamer zum 60. Geburtstag, Tübingen 1960/ R. Bubner · K.Cramer · R. Wiehl(Hgg.), Hermeneutik und Dialektik, 2 Bde., Hans Georg Gadamer zum 70. Geburtstag, Tübingen 1970/ R. Wiehl(Hg.), Die antike Philosophie in ihrer Bedeutung fiir die Gegenwart. Kolloquium zu Ehrendes 80. Geburtstages von Hans Georg Gadamer, Heidelberg 1981.〔鄭達龍〕
가다머, 한스 게오르그 (1900~ )
Gadamer, Hans G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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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머, 한스 게오르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