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광(1911~ )
羅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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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나광 대주교.
세례명 스타니슬라오. 대주교. 자(字)는 작소(焯烙). 중국 호남성 형양인(湖南省 衡陽人). 로마 우르바노 대 학에서 철학 · 신학 박사 학위를 받고, 라테란 대학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그는 우르바노 대학 교 수 · 중화민국 보인대학 및 문화대학 철학 연구소 교수, 보인대학 총장(1978~1992), 대남교구 교구장(1961~ 1966),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교위원회 부의장(1962~ 1966), 대북대교구 교구장(1966~1968) , 아시아 주교단 의 장(1974~1978), 중국 주교단 의장(1983~1992)을 역임하 고, 아울러 중국 철학회 이사장, 선산(船山) 학회 이사 장, 공맹(孔孟) 학회 이사 등을 지냈다. 〔사 상〕 나광은 자신의 철학을 '생명 철학' (生命哲學) 이라고 말한다. 그의 사상은 스콜라 철학과 유가 철학의 융회(融會)라는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는 구학(求 學) 시기에는 주로 스콜라 철학을 연구하였고, 교학(敎 學) 시기에는 중국 철학을 가르쳤지만, 유가 철학과 스 콜라 철학 양자가 모두 자신의 사상 안에서 서로 충돌하 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호 융회될 수 있다고 본다. 서양 철학의 형이상학이 초월적 개념인 유(有, being) 의 의의와 그 특성을 철학적 토대로 삼는 데 비해 중국 철학, 즉 유가의 형이상학은 '유' 의 본성을 직접 관찰하 여 시시각각 변화하는 '유' 의 본성을 '생' (生)이라고 부 르며 이를 철학적 토대로 삼는다. 여기에서 나광은 '유' 와 '생' 양자가 모두 존재를 의미하는 것으로 '유' 가 존 재의 본명이라면 '생' 은 존재의 본성이라고 보았다. 존 재함은 곧 '생' 이 있음 이요, 생명의 흐름이요, 변화함이라는 것이다. 또 '유' 가 정태적(靜態 的) 관점에서 만물을 연구하는 것이라면 변 화〔變易)란 동태적(動 態的) 관점에서 만물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한 다. 역 철학(易哲學)은 우주 만물을 변화로 인 식한다. 그의 해석에 따 르면 우주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으로서 변 화를 통해 만물이 생하며, 만물 또한 언제나 변하여 각각 의 물체는 하나의 변화를 이룬다.그 변화란 바로 '생생 (生生)함' 이요, 생명의 흐름이다. 우주 안의 하나하나의 물체는 내재(內在) 활동을 지닌 '유' 이며 바로 이 '유' 를 '생' , 곧 생명이라고 부른다. 이는 생명은 내재 활동 이 있다는 말이며, 내재 활동은 음양(陰陽) 두 힘의 움직 임으로 이루어진다. 우주 안에 변화하지 않는 '유' 는 없 으니, 우주 전체가 변하고 있고 어느 존재자나 모두 변하 고 있다. 우주의 변화는 각 존재자들의 변화의 총합이며, 시공(時空) 안에서 실현되고 그 변화의 결과는 만물을 '생' 하도록 한다. 불변하는 절대적 존재를 제외하고 그 밖의 모든 유한유(有限有)는 변한다. 본체론(本體論, ontologia)적 관점에서 볼 때 유한유는 변화하며, 변화는 내재적인 것으로 본체로 하여금 발전하게 하거나 소멸토 록 하는 바, 무생물에 속하는 광석일지라도 역시 이룸 [成]과 소멸[壞]이 있다. 따라서 우주 만유는 모두 내재 하는 활동을 갖고 있으며 내재하는 활동은 본체와 연관 이 있으니 이는 '생' 을 성립시킨다. 또 그는 우주 만물의 내재적 활동에 층차가 있으니 곧 생명에도 층차가 있어, 광석에서 인간의 생명에 이르기 까지 점차 그 급이 높아져 인간 생명에 이르러서야 비로 소 완전한 생명이 된다고 하였다. 주희(朱熹)가 사람은 '이' (理)의 온전함을 얻고 '물' (物)은 그렇지 못하다고 했는데, 여기서 '이' 는 생명의 '이' 이다. '물' 에 있어서 생명의 '이' 는 일부분이요, 사람에 있어서 생명의 '이' 라야 비로소 온전하다. 그러므로 '유' 는 바로 '생' 이며 '생' 은 생명, 다시 말해서 본체의 이름〔成〕 혹은 소멸 〔壞〕과 연관된 내재 운동을 갖는다. 따라서 철학을 우주 만유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볼 때, 만유가 바로 생명이 기에 철학은 생명 철학이라고 불려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나광의 생명 철학은, 중서(中西) 형이상학 - 스콜라 철학과 유가 철학, 역 철학 - 의 비교 연구를 통해 양자의 형이상학적 이론이 서로를 부정하지 않음은 물론 오히려 서로를 완성시킬 수 있다는 결론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중서 형이상학의 연구 추세가 중서 철학 정신의 차이를 가져왔다고 본다. 즉, 서양 철 학은 '유' 를 연구하고 그 분석을 통해 재원칙을 수립하 였기에 서양 철학의 정신은 앎과 진리를 구하는 데 진력 하여 과학의 발달을 이루었다. 이에 비해, 중국 철학은 '생생함' 에 주목하여 우주의 '생생함' 의 의의와 원칙을 탐구하고 인성(人性)의 발전과 온전한 삶을 추구하였는 바, 이 같은 인문 정신(人文精神)은 정신 생활의 고양과 '의' 와 '선' 에 치중토록 하였고, 이와 함께 중국 철학도 윤리 도덕에 편중되었다. 그러나 양자가 대립되지는 않 는다. 만물은 모두 '유' 이며 동시에 만물은 모두 '생생' 이다. 서양의 형이상학이 정적 본체로부터 '유' 를 분석 하여 여러 학술적 기본 원칙을 수립했는데 이것은 중국 의 학술 연구에 적용될 수 있다. 또, 중국의 형이상학은 동적(動的)인 본체의 관점에서 '생생' 을 연구하여 형이 상학적 원칙을 확립하고 이를 인생에 응용하고 있는 바, 이 역시 서양의 윤리에 적용될 수 있다. 이처럼 '유' 와 생명이라는 중서 형이상학적 기초 위에 윤리학과 정신 발전론을 통섭하는 사상적 체계를 나광은 자신의 생명 철학이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생명 철학이 이론적 체계 수립만으로 끝 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대주교인 그에게 있어서 철학과 종교 신앙은 인간 생명에 있어서 기본인 심령 생명(心靈 生命)의 극치와 우주 만물의 본체에 깊숙이 침투해, 우 주 만물의 근원에 이르고 심령의 갖가지 활동을 관통하 고 일체의 지식을 서로 연결시켜 삶의 올바른 길을 제시 함으로써 인간 삶이 정신 생명으로 충만하도록 하는 것 이다. 그러므로 그의 생명 철학은 초월적 생명으로 이어 진다. 중국 철학에 있어 초월적 생명에 관한 추구가 없는 것 은 아니다. 유가는 '천인 합일' (天人合一)을, 도가는 '여 도명합' (與道冥合)을, 불교는 '진열반' (進涅槃)을 목표 로 하는 바, 이들은 모두 초월적 생명을 추구하는 것이 다. 그러나, 나광의 견해에 따르면 유 · 불 · 도의 생명 초 월은 천주교의 그것과는 질적 차이가 있다. 그는 유가의 생명 초월은 단지 천지(天地)와 덕(德)에 있어 일치를 이루는 것으로, 이것은 본체의 초월이 아니라고 지적한 다. 한편, 도가의 초월은 본체의 초월이라고 본다. 왜냐 하면 '지인' (至人)의 본체는 이미 유한하고 유시공적(有 時空的)이며 상대적인 한 개인의 본체가 아니라, 무한한 도의 본체이기 때문이다. 단, 불교 중 원교(圓敎, 원교에 는 화엄종 · 천태종 · 선종이 있다)의 생명 초월은 곧바로 절 대 현실인 진여(眞如)로 진입해 절대 본체를 본체로 삼 으니, 도가와 마찬가지로 본체의 초월이다. 그러나 불교 와 도가에서 볼 때, 만물의 본체가 본래 진여 혹은 도 (道)이고 단지 깨닫지 못한 사람들이 만물에 각기 본체 가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을 따름이다. 그러므로, 불 교와 도가의 초월은 그릇된 식견을 바로잡아 자기의 참 된 모습을 보게 하는 것이지 자기 고유의 본체를 절대적 본체로 승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이 같은 초월은 성외 (性外, praeternatural)의 초월이 아니며, 동시에 초성적(超 性的, supernatural) 초월은 더 더욱 아니고 단지 내재 본 체의 발현일 뿐이다. 그 반면에, 천주교의 생명 초월은 성사를 통하여 사람 의 정신 생명이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 생명과 일체가 되 어 천주의 자녀가 되게 하는 바, 이와 같은 승화는 본체 의 승화이고 자연계의 본성을 초월하는 것이다. 이는 단 지 월성 생명(越性生命, præternatural life)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고 초성 생명(超性生命, supernatural life)이라고 한다. 이지(理智)를 초월한 이 같은 생활 경계에 이르러 나광의 생명 철학은 비로소 실현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 다. 〔의의 및 평가〕 나광의 생명 철학은 스콜라 철학의 관 점에서 중국 철학을 재조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작업은 중국 철학의 객관화에 기여할 것임에 틀림없다. 또 그 자신은 생명 철학이 천주교 사상과 유가 사상의 결 합을 이루어 교회 토착화의 기초가 되기를 기대하였다. 그러나 그의 생명 철학이 천주교 사상의 유가 사상 수용 이라는 측면에서 보다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것이고, 그러 한 점을 감안하면 그러한 기대가 크게 충족되기는 어려 운 감이 있다. 또, 생명 철학의 실현에 있어, 그 스스로 이지(理智)를 초월하는 신앙에 의지해야 함을 토로한 것 은 한편으로는 철학의 한계를 인정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생명 철학의 한계를 보여 주 는 것이라고도 하겠다. (⇦ 라광) 주요 저서 : 《中國哲學大綱》 上 · 下, 1952/ 《儒家形上 學》, 1957/ 《士林哲學》(實踐篇 · 理論篇), 三版, 1984/ 《歷史 哲學》, 1973/ 《中國哲學思想史》, 1975~1982/ 《中國哲學的 展望》, 1977/ 《中西宗教哲學比較研究》, 1982/ 《西歷史哲學 比較研究》, 1984/ 《中西法律哲學比較研究》, 1984/ 《儒家哲 學的 體系》, 1983/ 《生命哲學》, 1985/ 《哲學概論》, 1986/ (利 瑪竇傳》, 三版, 1984/ 《牧盧文集》, 1972. ※ 참고문헌 《羅光生命哲學》, 臺北 : 學生書局, 1985/ 《羅光 理論哲學》, 臺北 : 先知出版社, 1976. 〔朴正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