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르
〔히〕נָזִיר · 〔영〕Nazi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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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삼손은 나지르로서 하느님으로부터 특별한 능력을 받았다(구스타브 도레 작).
'하느님께 성별(聖別)된 사람' 또는 '특정한 서원을 통해 하느님께 스스로를 봉헌한 사람' 을 뜻하는 히브리 어. '갈라놓다' , '따로 떼어놓다' 를 뜻하는 어근 נזר(nzr) 에서 파생한 명사로서 본래 '(하느님께) 따로 떼어놓인 사람' 이라는 뜻이다. 이스라엘에서 나지르의 개념은 시 대가 흐름에 따라 다소 변하였는데, 크게 평생 나지르와 일시 서원 나지르의 두 가지 형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평생 나지르〕 이스라엘 초기에 나지르는 본인이 원해 서 되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께서 처음부터 다른 사람들 과 다르게 거룩한 사람으로 태어나게 한 사람으로 간주 되었다. 따라서 나지르 신분은 일평생 계속되는 것이었 으며, 하느님께서 그 사람에게 내린 카리스마적 은총들 을 수반하는 것이었다. 평생 나지르에 관하여 구약성서는 세 가지 자료를 제 공한다. 1) 평생 나지르의 대표적 인물은 삼 손이며, 판관기 13장이 나지르인 삼손 에 관한 상세한 이야기를 전한다. 석녀 (石女)였던 마노아의 아내에게 야훼의 천사가 나타나 아들의 잉태를 예고하고 그 예언의 성취로 태어난 것이 삼손이 다. 천사는 삼손의 잉태를 예고하면서, 삼손은 모태에서부터 하느님께 성별된 나지르이므로 두 가지를 지켜야 한다고 명한다. 곧 삼손의 모친은 삼손이 모태 에 있는 동안 술과 부정한 음식을 일절 금해야 하며, 삼손은 일평생 머리카락 을 자르지 말아야 한다고 명한다(13, 5.7. 14). 고대 중동 세계에서 머리카락은 피와 한가지로 생명을 상징하는 것이므로 머리카락의 봉 헌은 흔히 그 사람 자신을 봉헌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삼손은 나지르로서 하느님께로부터 보통 사람과 다른 능 력을 부여받아(13, 5 : 16, 17) 이스라엘을 영도하였다. 2) 아모스 2장 11-12절은 특정 인물을 언급하지는 않 으나 이스라엘 역사에서 평생 나지르가 중요한 인물들이 었음을 시사한다. "너희는 자손들을 예언자로 세웠고 젊 은이들은 나지르인으로 삼았다. 이스라엘 사람들아 사실 이 그렇지 아니하냐? 야훼의 말씀이시다. 그러나 너희는 나지르인에게 술을 먹이고 예언자에게 입을 다물라고 명 령하였다." 이 구절은 나지르에 관하여 두 가지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첫째, 나지르는 예언자처럼 하느님께 서 하느님 뜻에 따라 특별한 능력을 부여하여 세운 인물 로서 예언자들과 나란히 이스라엘을 이끌어 나간 사람들 이다. 둘째, 나지르는 술을 마시지 않도록 되어 있었다. 3) 사무엘 상권 1장에 실린 사무엘 탄생 설화는 사무 엘이 평생 나지르였음을 시사한다. 삼손의 모친처럼 석 녀였던 사무엘의 모친 한나는 아들 하나만 낳게 해주면 그 아이의 머리를 평생 깎지 않고 그 아이를 야훼께 바치 겠다고 서원하면서 야훼께 아들을 간구하였다(1사무 1, 11). 70인역 성서에 따르면 한나는 아이의 머리를 깎지 않겠다는 것뿐 아니라 아이에게 술을 일체 금하겠다는 것도 서원하였다(70인역 1사무 1, 11). 마소라 성서에도 70인역 성서에도 사무엘을 직접 나지르라고 언급한 곳 은 없지만, 한나의 서원 내용은 판관기 13장과 아모스 2 장에 비추어 볼 때 사무엘이 평생 나지르였음을 분명히 말해 준다. 사실상 쿰란 제4 동굴에서 나온 사무엘서 사 본 하나는 사무엘을 직접 나지르라고 일컫고 있다(4Q 사 무 1, 22). 나지르인 사무엘은 하느님에게서 특별한 능력 을 부여받아 이스라엘을 영도하였다. 그러나 평생 나지 르로서 사무엘은 삼손이나 아모스 2장에 언급된 나지르 들과는 큰 차이를 하나 보여 준다. 곧 사무엘은 하느님 편에서 택하여 세운 나지르가 아니라 사무엘 모친이 자 원하여 서원을 통해서 세워진 나지르인 것이다. 구약성서가 제공하는 위의 세 자료를 종합해 보면, 이 스라엘 초기의 나지르는 하느님께서 따로 거룩한 사람으 로 세운 사람으로서 일평생 머리를 깎지 않거나 술을 마 시지 않으면서, 또는 둘 다 하지 않으면서, 하느님께 부 여받은 특별한 능력으로 이스라엘을 영도해 나가는 인물 이었다. 사무엘은 모친의 서원에 따라 평생 나지르가 된 인물로서, 이스라엘 초기의 카리스마적 평생 나지르와 후에 발전한 일시적 서원 나지르의 중간 형태를 보여 준 다고 하겠다. 〔일시 서원 나지르〕 이스라엘에서 나지르의 개념은 차 차 변하여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특정한 서원을 통해 일 시적으로 나지르가 될 수 있게 되었다. 이 일시 서원 나 지르에 관한 법조문이 제관계 문헌에 속하는 민수기 6장 1-21절에 상세히 나와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남자든 여 자든 누구나 나지르 서원을 하면 그 서원 기간 동안 나지 르가 될 수 있으며 그 기간 동안 거룩함을 유지하기 위하 여 세 가지를 지키도록 되어 있다. 머리카락을 자를 수 없다(6, 5). 술은 물론이려니와 포도나무에서 난 어떤 것 도 먹을 수 없다(6, 3-4) . 부모나 형제가 죽은 경우라 할 지라도 절대로 죽은 사람에게 접근하여 부정을 타면 안 된다(6, 6). 이 세 규정을 지킨 나지르 서원 기간이 끝나 면 서원자는 만남의 장막 문간에 나와서 속죄 제물과 번 제물을 비롯하여 각종 제물을 바치고 머리카락을 잘라 불에 태운다(6, 13-21). 일시 서원 나지르의 풍습은 구약 말기와 신약 시대에 도 계속되었다. 마카베오 상권 3장 49-51절은 성전이 이방인들로 더럽혀져서 서원 기간이 끝났으나 성전에 가 서 제사를 바칠 수 없는 나지르들에 관해 전한다. 요세푸 스의 《유대 고사》 제19권 6장 1절은 글라우디우스 황제 때 아그립바 왕이 서원 기간이 끝난 가난한 나지르들을 위해 봉헌 비용을 대준 이야기를 전한다. 사도행전은 야 고보의 충고에 따라서 바오로가 그를 미워하는 유대인들 을 무마하기 위하여 서원 기간을 마친 나지르 네 사람의 봉헌 비용을 대었다고 전한다(사도 21, 23-26). 또한 사 도행전 사가는 바오로가 하느님께 서원한 일로 겐크레아 에서 머리를 깎았다고 전하는데, 이것이 나지르 서원을 가리킬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편 세례자 요한이 술을 입 에 대지 않을 것이라는, 루가 복음 1장 15절에 나오는 천사의 예고를 토대로 하여 세례자 요한이 나지르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마태오 복음 2장 23절에서 예 수를 '나조라이오스' (Ναζωραῖος)라고 한 것은 예수가 나지르였음을 말하고자 한 초대 교회의 의도를 반영한다 고 해석하는 학자들도 있다. 만일 루가 복음 1장 15절과 마태오 복음 2장 23절이 각각 세례자 요한과 예수가 나 지르임을 말하고자 한 것이라면, 그것은 초기 이스라엘 의 카리스마적 평생 나지르 개념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 을 것이다. 미쉬나, 토세프타, 그리고 탈무드에는 '나지르' 라는 제목의 한 항이 들어 있는데, 그 항 전체가 나지르 서원 에 관한 법을 다루고 있다. 서원 기간이 명시되지 않은 경우는 30일을 말하는 것이며, 특별한 기원이 있어서 나 지르 서원을 할 수도 있지만, 하느님께 열심한 마음에서 그냥 나지르 서원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나지르 서원 풍습은 그 후에도 한동안 계속되었으나 중세 때에는 완 전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 삼손 ; 서원) ※ 참고문헌 J.C. Rylaarsdam, 《IDB》 3, 1962, pp. 526~5271 Aaron Rothkoff, 《EJ》 3, 1971, pp. 907~910/ R.E. Brown, The Birth of the Messiah. A Commentary on the Infancy Narratives in Mathew and Luke, New York, Double Day, 1977, pp. 209~213/ R. de Vaux, Ancient Israel, vol. 2, New York, McGrow-Hil, 1965, pp. 466~467. 〔梁承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