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
樂園
〔그〕παραδεισοs · 〔라〕paradisus · 〔영〕parad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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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13세기 고대 이집트 묘의 벽화에 그려진 낙원화
이 단어는 본래 고대 페르시아어, 더 구체적으로는 인 도 이란어에 속하는 아베스타어의 파이리데자(pairidaéza)에서 유래하였다. 본래는 '담이나 울타리로 사방이 둘러싸여 있는 땅' 을 의미하였으나, 점차 '돌담 또는 흙 담으로 에워싸인 정원' 특히 왕궁에 딸린 정원을 가리키 는 말로 쓰였다. 크세노폰(기원전 430?~355?)이 '페르시 아 왕과 귀족들의 정원' 을 가리키는 말로 이 단어를 빌 려, 그리스어 파라데이소스(παραδεισοs)로 바꾸어 사용 하면서 널리 퍼졌다. 기원전 3세기경에 이 페르시아 단 어를 차용한 히브리어 파르데스(פרדס)도 본뜻 그대로 '숲' (느헤 2, 8 : 공동 번역 성서에는 왕실의 '살림' 으로 나오나 히브리어에는 왕실 '숲' 이다), '과수원' (아가 4, 13 : 공동 번 역 성서에는 '낙원' ) '정원' (전도 2. 5)을 의미하였다. 미 드라쉬 히브리어(산헤드린 10, 6)와 아람어(타르굼 욥기 2, 11)에서도 같은 의미로 쓰였다. 이 단어의 뜻이 본래의 의미와 다른 종교적 의미를 갖 게 된 것은 70인역 성서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성서는 파르데스는 물론, '채소밭' (신명 11, 10)이나 '동산, 정 원' 을 의미하는 히브리어 '간' (גן)을 대부분 파라데이소 스로 옮겼다. 그중에서 에덴 동산은 전적으로 파라데이 소스로 옮겨졌는데, 후기 유대교에서 에덴 동산의 의미 가 종말론적으로 바뀌면서 파라데이소스의 의미는 온전 히 종교적인 개념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 경향은 불가 타 성서에 그대로 받아들여지면서 확고하게 되었다. 〔구약성서〕 창세기에 실린 두 번째 창조 설화(2, 4b3, 24)에 소개된 에덴 동산은 두 가지 서로 다른 전승에 서 연유된 것으로 풀이된다(브리젠과 베스터만). 하나는 '에덴이라는 곳에 있는 동산' (창세 2, 8)이다. 여기서 에 덴은 동산이 있는 지리적 위치를 나타낼 뿐이며, 그 동산 의 성격은 하나의 과수원과 비슷하다. 또 하나는 '죄로 인한 인간의 추방' 과 연관된 '에덴 동산' (창세 3, 23)이 다. 아마도 고대 가나안 전승에서 연유된 것으로 여겨지 는 이 동산은, 인간의 거주지라기보다 하느님이 계시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산(창세 3, 8 ; 에제 28, 13)으로 묘사 된다. 이 두 가지 전승이 야훼계 문헌에서 결합되면서 에 덴 동산의 이미지는 확대된다. 즉 그 동산은 하느님이 창 조한 사람을 위하여 마련한 곳으로, '맛있는 열매를 맺 는 온갖 나무' (창세 2, 9)가 있고 물이 넉넉하나(창세 2, 10-14), 인간이 즐기는 곳이 아니라 가꾸고 돌보아야 할 터이다. 그런데 인간은 불순명의 죄로 이 삶의 터를 잃어 버리게 된다(창세 3, 23). 그 뒤 유대 역사에서 메시아주의와 종말론적인 사고 방식이 싹트면서 행복한 종말에 대한 기대가 점차 구약 성서에 표출되었다. 특히 이스라엘 민족의 큰 위기였던 바빌론 유배를 전후해서 나온 각 예언서는 에덴 동산이 란 표상으로 종말에 다시 회복될 이스라엘 민족의 행복 을 기술하면서 종말론적인 기대감을 표현하였다. 메시아 왕이 오면 낙원 같은 평화의 나라가 설 것이며(이사 11, 6-9 ; 65, 17-25 ; 호세 2, 20), 황무지 같은 시온은 에덴 과 같은 야훼의 동산처럼 될 것이고(이사 51, 3), 새로운 하느님의 백성은 약속의 땅에 뿌리박고 살게 될 것이다 (예레 32, 41).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의 모든 죄악을 씻 어 에덴 동산처럼 만들어 줄 것이며(에제 36, 35 ; 31, 89), '에덴 같던 땅도 허허벌판이 되게' (요엘 2, 3) 하는 하느님의 위력이 드러날 것이다. 그 밖에도 지혜가 낙원 으로 이끄는 물줄기이며(집회 24, 30) , 주님에 대한 경외 와 온정이 축복의 낙원이라고 설명한다(집회 40, 17. 27) 〔유대의 묵시 문학〕 에덴 동산에서 정원이나 과수원 같은 종래의 의미가 퇴색되고 하느님이 약속한 낙원이란 추상적이고 종교적인 개념이 전면으로 부각된 것은 기원 전 2세기부터 유대에 쏟아져 나온 각종 묵시 문학에서이 다. 묵시 문학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내용은 마지막 시대 에 최초의 낙원이 다시 등장하고 첫 창조 때의 복된 상태 를 회복하리라는 희망이다. "그분(사제적 메시아)이 낙원 문을 여실 것이며, 아담을 위협하던 칼을 치우시고, 생명 나무의 열매를 성인들에게 주시어 먹게 하시며, 그 다음 에 그들에게 거룩한 영이 머무르게 하실 것이다"(레위의 언약 18, 10 이하). 이제부터 낙원에는 창조 때와 달리 "수고나 아픔, 괴로움이나 기다림, 비탄, 폭력, 밤, 어둠 이 그들 사이에 없을 것이다" (2에녹 65, 9a). 그러나 현재 는 그 낙원이 감추어져 있으며, 단지 이미 죽은 성조들과 뽑힌 자들, 의인들의 영혼과, 살다가 이 세상에서 저 세 상으로 옮겨간 엘리야와 에녹이 최후의 심판과 부활을 기다리며 머물러 있다(희년서 4, 23)고 한다. 그 의인들이 낙원에 머무르는 기간은 정확하게 언급되지 않으며(아브 라함 묵시록 21), 낙원의 위치 역시 셋째 하늘(모세 묵시록 37, 5)뿐 아니라 지상의 동쪽 끝(희년서 8, 16), 북서쪽 또 는 북쪽(1에녹 70, 3 ; 77, 3-4) 등 여러 갈래로 제시된다. 그러나 낙원은 하느님의 동산 하나뿐이며 그곳에서 의인 들은 생명 나무의 열매, 생명의 빵과 물, 구원 시대의 잔 치 선물을 받는다고 알려 준다(4에스 8, 52). 이와 같이 다가올 세상을 다룬 묵시 문학에서 낙원은 중간 거처로서의 모습과 마지막 종말로서의 모습이 뒤섞 여 있으며, 세상의 종말뿐 아니라 개인의 종말과도 관련 을 맺는다. 즉 이전에는 죽은 이의 영혼은 모두 저승 (שְׁאוֹל)에 간다고 믿어졌으나, 이 시기에 생겨난 의인의 부활과 응보 사상에 따라 의인은 죽은 뒤 상을 받아 낙원 에 가고 악인들은 지옥(מִכְרֶה)으로 가서 벌을 받는다는 생각이 널리 퍼졌다. 이러한 복합적인 유대인들의 낙원 관은 1세기 말경까지 계속 발전되었다. 〔신약성서〕 신약성서에서 파라데이 소스는 낙원이라는 독특한 종교적 개념 을 가리키는 낱말로 완전히 정착되었다 (정원, 공원을 의미하는 말은 '케포스' 이 다). 신약성서 역시 당대의 보편적인 생 각을 바탕으로 낙원을 묘사하면서도 낙 원이란 단어를 극히 드물게(세 번) 사용 한다. 이는 낙원 개념이 변화되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낙원' 이란 말은 예 수가 죽으면서 참회한 죄수에게 약속한 말씀에 처음 등장한다. 죄수는 마지막 심판 때 구원해 줄 것을 청하나, 예수는 '오늘' 당신과 함께 낙원에 들어갈 것 을 약속한다(루가 23, 43). 이 구절에 나 오는 낙원은 죽은 의인들의 영혼이 머 무르는 일시 거처를 가리키나,그것은 그리스도의 죽음 을 통해 '오늘' 완성되어 변모된 것이다. 당시의 낙원 전 승을 잘 알고 있는 바오로도 셋째 하늘, 곧 낙원까지 붙 들려 올라간 사람을 본 신비로운 체험을 이야기한다(2고 린 12, 4). 그렇지만 바오로는 그런 낙원관 대신 그리스 도께 대한 믿음과 그분과 함께 사는 일을 더욱 강조한다 (2고린 5, 8 ; 필립 1, 23). 마찬가지로 종말에 승리하는 자 (의인)들에게 "하느님의 낙원에 있는 생명의 나무에서 먹 을 것을 따주겠다"(묵시 2, 7)는 그리스도의 약속이나, 명 시적으로 낙원을 언급하지는 않지만, 창세기 2-3장에서 이끌어낸 이미지로 새 하늘 새 땅을 묘사하는 묵시록 22 장의 표현들은 모두 종말론적인 낙원이 성취되었음을 압 축해서 보여 준다. 이상에서 보듯이 신약성서는 구약성서와 묵시 사상에 서 빌려 온 표현으로 낙원과 죽음 이후의 처지를 묘사하 고 있으나, 그 실제 내용은 그리스도 중심의 신앙에서 재 해석한 것이다. 즉 그리스도인 예수가 옴으로써 이미 낙 원은 회복되었다. 하느님의 동산의 평화가 이루어지고 (마르 1, 13 : 비교 : 창세 1, 26), 낙원의 복된 상태가 시작 되며(마태 11, 5 ; 마르 7, 37 : 비교 : 이사 35, 5), 예수 자 신이 생명의 빵과 물과 영원한 생명(요한 6, 35 : 4, 14 ; 5, 24-26)이 되었기 때문이다. 예수와 초대 교회는 당대의 묵시 문학과 달리, 낙원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죽음 과 부활로써 종말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나, 이미 시작 되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부활로 낙원 문 은 활짝 열렸으며,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인에게는 죽음 을 넘어 그리스도와 함께 머무르는 영원한 삶이 약속된 다(요한 12, 26 ; 로마 8, 38-39 묵시 7, 17). 이제 그리스 도인의 목표는 낙원의 지극한 행복이 아니라, 인간의 타 락으로 깨어진 하느님과의 친교와 일치를 회복하는 일이 다. 낙원은 그분과 일치함으로써 얻어지는 선물인 것이 다. (→ 묵시 문학 ; 에덴 동산 ; 종말론 ; 창조 설화) ※ 참고문헌 C. Roth ed., 《EJ》/ Claus Westermann · J.J. Scullin trans., Genesis 1-11 : A Commentary, Minneapolis, Augsburg Publishing House, 1984/ G. Friedrich, 《TDNT》 3/ Nahum M. Sarna, Understanding Genesis, New York Schocken Books, 1966. 〔李鎔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