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헌장>
勞動憲章
〔라〕Rerum Nov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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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교황 레오 13세가 1891년 5월 15일에 반포한 사회 회칙. 레룸 노바룸( '새로운 사태' 라는 뜻)이라는 이름은 회 칙의 첫 두 낱말을 따서 부친 것이며, 우리 나라에서는 <노동 헌장> 또는 <새로운 사태>라고 부르고 있다. '노동 조건에 관하여' (De conditione opificium)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회칙은 산업화 과정에서 빚어진 노동자들의 비 참상에 대한 사회주의자들의 해결 방책과 이론을 분석· 비판함과 아울러 새로운 사회 경제 질서의 원리를 제시 하였다. 〔배 경〕 역사적으로 볼 때 산업 혁명 이후의 사회상은 중세적 경제 질서가 지배적이던 사회와는 전혀 달랐다. 중세적 경제 질서에서는 공장 노동자와 같은 자립적인 임금 노동자가 없었고, 따라서 산업 사회가 야기하는 사 회 문제도 없었다. 산업 사회의 노동자 문제라는 이 '새 로운 사태' 에 직면하여 가톨릭 교회는 문제 발생의 원인 을 인식하고 어떤 방향에서 사회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가에 대하여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회는 노동자와 그들의 가정의 비참상에 직면하여 노동, 노동 분업, 임 금, 자본과 이득, 생산과 생산성, 시장과 경제, 공급과 수요, 경제 활동의 호경기와 불경기 등의 문제뿐 아니라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소유와 부의 축적을 가져다 준 원 인에 관해서도 연구해야만 하는 처지에 있었다. 이와 같 은 절박한 상황에서 교회는 당시 지배적이던 자유주의와 그 적수인 사회주의의 견해를 인식할 필요가 있었고, 이 들의 이론이 그리스도교적 사회 원리와 부합하는지 어떤 지에 관해서도 견해를 표명해야 했다. 〔내 용〕 이 회칙의 근본적인 관심 대상은 '노동자의 처지' 이다. <노동 헌장>은 서두에서 사회 · 경제적 갈등 의 원인이 새로운 산업의 출현, 새로운 기술의 발전, 노 사 관계의 변화, 극소수 사람들의 엄청난 재산 소유와 대 다수 사람들의 빈곤, 노동자들의 자의식과 보다 밀접한 유대 관계의 형성,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일반 윤리 의식 의 타락 등이라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열악한 노동 조 건 아래에서의 노동, 특히 부녀자와 연소자와 노동이 심 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노동 헌장>은 사회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양극단을 피하는 균형 잡힌 사회 원리를 제시하면서 소외 상태에 있는 가난한 이들, 특히 노동자 계급에 더 큰 관심을 표명하였다. 한 마디로 말하여 <노동 헌장>이 주목한 점은 노동자 계급 이 착취당한다는 사실이었다. 레오 13세는 노동자들의 비참상이 소수 자본가들이 대부분의 생산 수단을 독점하고 있는 데에 기인한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다. 당시의 자유 방임적인 자본 주의는 자유 경쟁과 시장의 원리를 경제 활동의 철칙이 라고 주장하면서, 경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나 입법 또 는 노동 조합의 설립과 활동을 걸림돌로 간주하였다. 반 면 사회주의자들은 재산의 전면 공유(실제로는 국유화)와 국가의 권력 독점을 주장하였다. 또 이들은 노동 조합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고 국가에 종속시키려 했다. 이에 대해 레오 13세는 국가 기능의 지나친 확대와 국가의 권 력 독점이나 지나친 개입을 용인하지 않았다. 레오 13세 는 마르크스주의적, 집단주의적 사회주의가 재산 소유 (생산 수단의 사유)를 적대시하는 것을 신랄하게 비판하였 다. 마르크스주의적 사회주의자들은 사유 재산제를 완전 히 제거하여 공유 재산, 즉 공공의 재산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고, 이런 요구가 실현될 때 정의로운 사회 질서가 이룩된다고 주장하였다. <노동 헌장>에서 재산의 공유화 를 반대하는 이유는 그것이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결정적 인 피해를 주며 인간의 자연권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사유 재산권은 불가침의 권리로서 신성하게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레오 13세는 사유 재산의 소유권에 대한 근거를 다음 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사유 재산권은 인간의 이성적 본성에서 유래한다. 둘째, 인간은 자신의 이성으로써 미 래에 필요한 것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인간은 자 신의 욕구를 지속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토지를 소유 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인간이 자연의 결실을 얻기 위 해 정신적 육체적 노력을 다할 때, 그 노력만큼 자연으 로부터 대가를 받게 되므로 노력의 대가인 토지의 산출 물에는 인간의 인격이 그대로 각인된다. 따라서 노동의 결실은 노동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노동자는 재산에 대한 자연권을 갖는다. 사유 재산 소유권의 마지막 근거로서 레오 13세는 가정을 이 룩할 인간의 권리에 관해 천명한다. 가정을 이루기 위해 서는 가장이 자녀 양육을 책임져야 하고, 이 책임을 완수 하기 위해서는 소득이 나오는 재산을 소유하고 이 재산 을 상속할 수 있어야 한다. 요약하여 말하면, 사유 재산 권은 인간의 법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연으로부터 나온 권리이므로, 국가가 이것을 철폐할 권리가 없고 일반적 인 공공의 복지와 조화를 이루면서 규제할 수 있을 뿐이 다. 자연법은 국가가 개인으로부터 박탈할 수 없는, 실정 법 이전의 법이라는 것이 레오 13세의 이해이다. 또 레오 13세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개선하 기 위해 자연법적 권리를 사용하라고 격려한다. 교황은 사유 재산 제도를 유지하면서 심각한 빈부의 차이를 줄 여야 한다고 생각했으므로, 사회주의는 배격하지만 자본 주의는 근본적으로 배척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하여 레 오 13세는 대안으로서 두 가지 해결책을 제시한다. 첫째 는 경제에 대한 국가의 더욱 강력한 개입과 입법이고, 둘 째는 노동 조합의 육성과 보호이다. 이와 같은 대안 제시 를 보면 레오 13세가 당시의 자본주의 체제를 무조건 지 지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할 수 있다. 레오 13세는 <노동 헌장>에서 사회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동자 자신들뿐 아 니라 가톨릭 교회와 국가도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교회의 으뜸 과제는 복음을 전파하는 일이다. 부자 (자본가)와 가난한 자(노동자)는 모두 교회의 자녀이며, 인간으로서 똑같은 존엄성을 지니고 있다. 또 교회는 복 음의 가르침에 따라 노동 분규를 종식시키거나 완화시킬 수 있다. 경제 · 사회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국가가 공 동선을 실현할 목적으로 개입해야 하며, 국가는 공권력 으로써 특히 가난한 노동자의 복리를 증진시키기 위해 최선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가의 개입은 보조적이 어야 하므로, 개인의 주도적 역할을 억제하거나 단체 활 동을 위축시켜서는 안된다. 교회는 사회 개혁을 주장하 면서 어디까지나 자본가와 노동자 계급의 분열을 극복하 려 한 것이다. 레오 13세는 계급간의 적대감이 자연적이 라고 주장하는 사상을 큰 오류라고 지적한다. 오히려 이 두 계급은 국가 안에서 조화롭게 일치하고 협력해야 한 다. 왜냐하면 노동 없는 자본도, 자본 없는 노동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따른다면 두 계급은 단순한 우정만이 아니라 형제적 사랑으로 결합해 야 할 것이다. 레오 13세는 제도 개선의 제안 이외에 마음의 개혁을 요구한다. 모든 것은 결국 교회의 일차적 기능인 인간 심 성의 교화에 달렸다는 것이다. 종교만이 사회악을 근절 시킬 수 있으므로, 진정한 그리스도교적 윤리가 재건되 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스도교 윤리의 핵심은 두말할 것도 없이 '사랑' 이다.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는 사랑이야말로 인간의 세속적 고민과 이기심에 대한 확실한 특효약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일 것은 <노동 헌장>에서 국가가 모든 시민, 특히 가난한 이들에게 물 질적인 복지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포괄적인 안 을 제시한 점이다. 주일과 축일의 휴무에 관한 배려, 재 산 보호와 프롤레타리아를 없애는 일, 정당한 보수의 보 장, 인간 존엄성에 알맞는 노동 조건의 정착, 경제 생활 에서 노동자를 악용하는 사태를 중지하는 것 등이 그것 이다. 〔의 의〕 레오 13세는 개인을 도덕적 구속력으로부터 이완시키는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와 인권이나 종교적 복 지를 고려하지 않고 사회 복지만을 강조함으로써 개인의 자유를 경시하는 사회주의를 모두 단죄하였다. 지난 100년의 역사를 뒤돌아볼 때, 특히 옛 소련을 비롯한 동 구권의 큰 사회 변화에 직면하여 <노동 헌장>의 천명이 예언자적 대안을 제시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자본주의 체제들은 1920~1930년대에 경제에 대 한 국가의 개입과 통제를 강화하면서 노동 조합을 합법 화하였다. 그런가 하면 사회주의 체제들은 최근에 와서 사유 재산제와 자유 시장 경제 원리를 도입할 뿐만 아니 라 경제와 노동 조합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축소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곧 자본주의자들과 사회주의자들은 모두 제각기 비난하던 <노동 헌장> 노선에 스스로 접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노동 헌장>은 일부 반대파로부터 반 혁명적인 것으로 간주되기도 했으나 노동자 문제에 관한 적극적인 지침을 제시하므로 가톨릭 사회 교리 분야의 대헌장이라고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교황 비오 11세는 이와 같은 의미에서 <노동 헌장>이 모든 그리스도교적 사회 활동의 안전한 기초가 되는 대헌장이라고 하였고 (사십 주년 39항), 요한 23세는 새로운 사회 · 경제 질서 의 대헌장이라고 하였다(어머니와 교사 26항). 한마디로, <노동 헌장>은 비오 11세의 <사십 주년>과 함께 교회의 기본 방향을 확정한, 가톨릭 사회 회칙의 초석이라고 하 겠다. (⇦ 《레룸 노바룸》 ; 《새로운 사태》 ; → 레오 13 세) ※ 참고문헌 한국 사목연구소 편, 《자본주의 사회와 가톨릭 교 회》, 사목연구 총서 4,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91/ 김춘호, <사회 주의와 가톨릭 교회(5)>, 《司牧》 149호(1991. 6), pp. 107~121/ 오경환, <사회적 가르침의 효시, 노동 헌장>, 《경향잡지》 1478호(1991. 5), pp. 20~241 Oswald von Nell-Breuning, Wie sozial ist die Kirche?, Düsseldorf : Patmos, 1972/ Vincenzo Miano, Eglise et Marxisme(1840-1980), Paris : Editions S.O.S., 1982/ Jean-yves Calvez S.J · Jacques Perrin S.J., The Church and Social Justice, The Social Teaching ofthe Popes.fom Leo X III to pius X II(1878~1958), London : Burns & Oates, 1961/ Patick de Laubier, Das Soziale Denken der Katholischen Kirche, Freiburg, Schwiz : Universitätsverlag, 1982/ Anton Rauscher, 90 Jahre Rerum novarum, Köln : J.B. Bachem, 1982/ 一, Kirche in der Welt, vol. 1, Würzburg : Echter Verlag, 1988/ Nikolaus Monzel, Solidarität und Verantwortung, München : Karl Zink Verlag, 1959/ Otto Schilling, Die Staats-und Soziallehre des Papstes Leo X III, Köln : J.B. Bachem, 1925/ Donald Dorr, Option for the Poor, Dublin : Gill and Macmillan, 1983(오경환 역, 《가난한 이를 위한 선택》, 분도출판사, 1987). 〔朴鐘大〕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