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 홍수
- 洪水
〔라〕Diluvium Noe · 〔영〕Deluge of No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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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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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과 함께 방주를 만드는 노아.
창세기 6장 5절부터 9장 17절에 포함되어 있는 기사 로 인간의 타락과 부패에 대한 하느님의 '심판' (창세 6, 5 -7, 24)이 하느님의 자비로운 배려(기억) 때문에 '구원' (창세 8, 1-9, 17)으로 전이(轉移)되는 '구원사' 의 원형 (原形)을 보여 주는 이야기. 이것은 또한 성서의 원사(元 史, 창세 1-11장)에 담겨 있는 구원사적 구조와도 일치된 다. 노아 홍수 기사의 이러한 주제는 구약의 다른 곳은 물론 신약에서까지도 종말의 심판을 언급하는 데 반영되 어 있고(이사 24, 4-5 ; 욥기 22, 12-16 ; 다니 9, 26 ; 루가 17, 26-27 ; 2베드 3, 6 등), 하느님의 구원이 자비임을 설 명할 때(이사 54, 9-10)에도 사용되고 있다. 노아 홍수는 인간의 죄악이 극에 달하자 인류를 멸망 시켜 심판하려는 하느님의 결의의 표명(창세 6, 9-13, 이 하 J는 야훼계 문헌 ; 7, 4, 이하 P는 제관계 문헌)으로 시작한 다. 그러나 노아만은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올바르고 흠 없이 하느님을 모시고 사는 의인이었다. 하느님은 노아 에게 방주를 짓게 하고 그의 가족과 홍수 후에 새 세상에 서 다시 번성할 동물들을 데리고 방주로 들어가라고 명 한다(창세 7, 1-5 J ; 6, 14-22 P). 노아는 하느님을 믿고 그대로 이행한다(창세 7, 7-9 J ; 7, 13-16bP). 곧 홍수가 밀어닥치나(창세 7, 10. 12. 17b. 22-23 J ; 창세 7, 11. 17a〔40일은 편집자가 첨가〕. 18-21. 24) 하느님은 노아를 기억하여 홍수를 물러가게 한다(창세 8, 2a. 6-12. 13b. J ; 창세 8, 1. 2b. 3-5. 13a P) 방주에 들어갔던 노아와 그 가 족들과 동물들이 밖으로 나오고(창세 8, 14-19 P), 노아는 하느님께 감사의 제사를 드리고, 하느님도 다시는 사람 때문에 '땅' 을 저주하는 일을 않겠다고 결심한다(창세 8, 20-22 J). 홍수가 끝나자 하느님께서는 노아를 축복하고 무지개를 증거로 '물' 로 세상을 심판하는 일은 없으리라 는 언약을 한다(창세 9, 1-17 P). 문헌의 측면에서 보면 이처럼 야훼계 문헌(J)과 제관계 문헌(P) 두 자료를 병행 해서 사용해 내용이 반복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내용에 큰 차이는 없으나 세부에서는 두 자료 사이에 여러 가지 상이한 점들이 있다. 곧 신의 이름(J : 야훼, P : 엘로힘), 노아 묘사(J : 하느님의 마음에 든 자, P : 올바르고 흠 없는 사 람), 심판의 원인(J : 죄악, P : 폭력), 방주에 들어간 동물 의 종류(J : 정결한 것 7쌍, 부정한 것 한 쌍[그리스역과 사마리 아 오경은 두 쌍], P : 모든 동물을 정 · 부정 가리지 않고 두 쌍), 홍수의 양상(J 비, P : 땅 밑에 있는 큰 물줄기가 터지고 하늘은 구멍이 뚫려 폭우가 쏟아짐), 홍수 기간(J : 40일, P : 150일), 물이 줄어드는 기간, 홍수 후의 사건(J : 노아가 번제를 드림, P : 하느님이 계약을 세움) 등이다. 한편 각 자 료에 고유한 요소들은 제관계 문헌에만 나타난 것으로 방주 건립 규정(창세 6, 14-16), 방주의 착륙지 명시(창세 8, 4), 방주 밖으로 나오는 절차(창세 8, 14-19), 노아를 축복함과 무지개를 증거로 삼아 계약을 세움(창세 9, 117) 등이다. 야훼계 문헌에만 나타난 것은 인류 창조를 후회하는 하느님(창세 6, 5-7 : 신인동형 / 동성론적 표현), 물이 줄어들었는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새를 내보냄 (창세 8, 6-12 : 까마귀 → 비둘기 → 비둘기 → 비둘기), 번제 를 드림 등이다. 주목할 것은 동물 진멸 의 수단으로 P는 처음부터(창세 6, 17) '홍수' 를 채택하지만, J는 단순하게 '비' 를 사용하다가 창세기 7장 10절에 와서야 '맙불' (מַבּוּל, 홍수)을 쓰고 있 다. 여기에서 창세기의 '맙불' 은 자연 현상으로보다는 천상적인 것, 즉 하느 님의 '보좌' 역할을 하는 천상의 '맙 불 (시편 29, 10)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 다. 또한 P는 '맙불' 을 천지 창조 때 창 공을 만들면서 분리되었던 '창공 위에 있는 물' 과 '창공 아래 있는 물' 이 다시 뒤섞여 창조 이전의 혼돈으로 되돌아간 상황이라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 에서 홍수 이야기의 전승 과정에는 일 종의 고대 홍수 전승의 신학화가 있었 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 에서 성서 안에 또 다른 홍수 기사가 없 는 것으로 보아, 노아 홍수에 대한 두 자료의 이 같은 공통점과 차이점은 서 로 다른 성서 자료층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보기보다는 두 자료가 성서 세계 바깥의 홍수 전승 가운데서 각기 서로 다른 전승과 관련을 갖은 데서 비롯된다 하겠다. 홍수에 관한 전승은 전세계에 널리 퍼져 있다. 이집트, 인도, 중국, 그리스, 영국, 미국, 메소포타미아 등의 홍수 이 야기가 그것들이다. 이것은 성서의 노 아 홍수 이야기가 제기하는 다소 막연 한 '역사성' 을 조명해 준다. 노아 홍수 는 고고학적 자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지리학적인 명백한 증거를 찾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이 같은 여러 전승들 가 운데 노아 홍수 이야기와 문학적 유사 성이 가장 큰 것은 유프라테스-티그리 스 강변에서 일어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홍수 이야기들 인데, 기원전 4천~3천 년대에 이 지역에서 있었던 홍수 로 강이 범람한 사실들에 관한 지질학적 증거들로 그 역 사성을 뒷받침받고 있다(L. Wolley의 Ur 발굴,S. Langdon의 Kish 발굴, E. Schmidt의 Fara 발굴, M.E.L. Mallowan의 Nineveh 발굴 등을 참조). 그럼에도 노아 홍수 사건을 특정의 어떤 지질학적 결과와 정확히 일치시키려는 시도는 불가능하다.
창세기의 노아 홍수 이야기와 메소포타미아의 홍수 설 화들은, 수메르인들에게 널리 유포되었고 또 아모리인들 과 초기 아람인들을 통하여 히브리인들에게 전승되었던 역사적 근거가 있는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홍수 이야기들 을 독자적으로 전승, 발전시켰던 것들이라 하겠다. 이 홍 수 이야기들 중에서 성서 전승과 가장 유사한 것은 길가 메쉬(Gilgamesh) 서사시 제11판이다. 이 고대 바빌론의 홍수 이야기는 친구의 죽음으로 '죽음' 을 두려워하게 된 길가메쉬가 우트나피쉬팀(Utnapishtim)을 찾아가 '영생'의 길에 관해서 묻자 들려 준 이야기이다. 이 영웅시의 기본 주제는 '죽음' 이다. 이 이야기는 세상을 멸절시키 려는 신들의 결정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에아' (Ea) 신이 우트나피쉬팀에게 꿈을 통해 이 비밀을 알리고, 모든 생 물의 종자를 구할 수 있는 배를 짓게 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홍수가 밀어닥치자 신들은 오히려 개처럼 움츠리 고 공포에 떨었다고 이야기한다. 7일 만에 그 공포의 홍 수가 물러가자 우트나피쉬팀은 새들(비둘기 →제비 → 까 마귀)을 내보내 땅이 말랐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고 배에 서 나와 신들에게 제사를 드렸다. 그러자 신들은 제물의 향내를 맡고 파리 떼처럼 제물 주위로 모여들었다고 말 한다. 이렇게 홍수에서 신의 도움으로 살아 남은 우트나 피쉬팀은 신들로부터 '영생' 을 얻고 또 신들 중의 하나 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메소포타미아 홍수 이야 기들 중에서 가장 고대의 것으로, 주인공이 지우수드라 (Ziusudra)인 수메르 대홍수 설화도 있다. 그 기본 줄거리 는 비슷하지만 매우 단편적이다. 그리고 가장 후대의 것 으로 그리스어역 베로수스(Berossus)의 홍수 기록(주인공 Xiouthros)도 있으나 이것 역시 내용이 비슷하며 단편적이 다. 이들 성서 밖의 홍수 기사들과 노아 홍수 사이에는 기본 구조의 형식 안에서 매우 유사한 점들이 발견된다. 더욱이 창세기 6장 9c절 "그는 하느님을 모시고 사는 사람이었다" 를 창세기 5장 24절 "에녹은 하느님과 함께 살다가 사라졌다. 하느님께서 데려 가신 것이다" 와 비슷 한 방식으로 읽는다면 우트나피쉬팀과 노아는 '영생을 얻은 자' 가 된다.
그러나 이들 바빌론의 홍수 이야기(특히 길가메쉬)에 나 오는 신들은 다신(多神)이고 또 홍수의 격랑 앞에서 두 려워 떨고, 제물의 향내를 맡고는 제물 주위로 파리 떼처 럼 모여드는 등 신의 행위라고 부를 수 없는 모습을 보여 준다. 그리고 여기서의 홍수는 인간의 죄에 대한 신의 심 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신들의 변덕에서 기인된 사건이 다. 또 길가메쉬 서사시는 근본적으로 '죽음' 에 대한 비 관적 명상으로부터 출발하여 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영생 을 추구하는 것인 반면에, 성서의 노아 홍수 이야기는 어 디까지나 인간의 죄악에 대한 신의 '심판' 과 '은총' (J : 하느님의 결심, P : 영원한 은총의 언약)에 의한 '인간 구원' 이라는 매우 전형적인 구원사의 성격을 띤다. 수메르의 대홍수 설화에서도 지우수드라는 노아와는 달리 홍수 후 '신적인 지위' 를 부여받는다. 이러한 문맥에서 볼 때 노 아 홍수 이야기는 결코 서로 속이고 기만하며 겁 많고, 또 제물의 향내를 탐하기까지 하는 메소포타미아 신들의 매우 조잡한 다신론적 이야기의 맥락 속에 있는 것이 아 니라, 타락한 인간 사회를 하느님의 심판으로 경고하고 신의 은총에 의한 구원의 가능성을 일깨워 주는 성서적 구원 설화(원사 창세 1-11장)의 맥락에 들어 있다고 하겠다. (→ 길가메쉬 서사시 ; 창세기) ※ 참고문헌 J.H. Marks, Flood, 《IDB》 2, 1962, pp. 278~284/ J. Skinner, Genesis, Edinburgh, T. & T. Clark, 1910, 1976, pp. 147~181/ G. von Rad, Genesis, London, SCM Press, 1961, 1970, pp. 112~130/ C. Westermann, Genesis 1-11, Minneapolis, Augsburg Publishing House, 1984, pp. 384~480. 〔金二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