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다 기타로 (1870~1945)

西田幾多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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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일본의 탁월한 철학자. '니시다 철학' 또는 '경도학파' (京都學派)의 창시자. 동양 철학과 서양 철학의 융합을 통해 독자적인 철학 체계를 수립하였다. 1870년 6월 17일 이시카와현(石川縣)의 가나자와(金澤)에서 태어났으며, 어려서 받은 유교(儒敎) 교육을 통해 동양 철학적 소양과 세계관을 지닐 수 있었다. 아버지는 그가 다니던 초등학교 교사였고, 어머니는 독실한 정토진종(淨土眞宗) 신자였다. 1888년 가나자와의 제4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학교 공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독서를 즐겼는데, 눈병으로 학교를 중퇴하여야 했다. 1891년 동경 제국대학 선과(選科)에 입 학하여 철학을 공부하였고, 1894년 졸업 후 가나자와로 돌아와 중등학교인 칠미 분교(七尾分校)의 교사가 되었다. 1897년에 제4 고등학교의 독일어 담당 강사가 되었고, 1899년에는 제4 고등학교 교수로 임명되어 심리학 · 논리학 · 윤리학 · 독일어를 가르쳤다. 이후 10년 동안 그는 독서 · 철학 적 탐구 · 선(禪) 수행 등에 몰두하였으며 1910년에는 경도 제국대학 문과대 교수로 임명되어 윤리학을 가르쳤다. 1911년에는 처녀작이자 초기의 가장 중요한 저작인 《선(善)의 연구》를 펴냈는데, 이는 제4 고등학교 교수 시절의 선(禪) 수행 경험과 학교에서의 강의 내용들을 집약한 것이었다. 그의 초기 철학의 토대라고 평가받는 이 책의 몇 부분이 철학지에 소개되 면서부터 니시다는 일본 철학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1928년 경도 제국대학 교수직을 은퇴한 후 1945년 75 세의 나이로 죽을 때까지, 그는 지칠 줄 모르는 노력으로 그의 철학을 발전시켜 나갔다. 19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 술집과 대학에서의 강의를 통해 수많은 철학자들을 양성 하여, '니시다 철학' 이라는 독자적 영역과 그 흐름을 따 르는 '경도학파' 를 형성시켰다. 〔사 상〕 니시다의 철학은 그의 일생을 통해 크게 세 단 계의 발전과 전환을 이루고 있는데, 그 단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제1 단계(종교적 · 심리적 해석의 단계) : 니시다 철학 의 첫 단계는 그의 깊고 오랜 선(禪) 수행의 결과로 얻어 진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선 체험의 철학화, 논리 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종교 체험을 바탕으로 얻 어진 인식에 대한 철학화는 월리엄 제임스(W. James)로 부터 영향받은 심리학 개념들을 통해 시도되고 있다. 그 의 대표적 초기 작품인 《선(善)의 연구》 서문(序文)을 통해 이러한 니시다 철학의 근본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서 제시되고 있는 니시다 철학의 근본 개념은 '순 수 경험' (pure experience)이라고 하는 것으로 니시다의 초 기 철학을 특징짓는 중요 개념이다. '순수 경험' 이란 주객(主客)의 대립 이전 또는 그것을 넘어선 주객 미분(主客未分)의 경험을 말하는데, 선(禪) 수행이라는 그의 종교적 체험이 투영된 철학 개념이다. 또한 주체와 객체의 구분이 지양되는 이 상태에서는 전 체와 부분의 구분도 의미를 잃게 된다. 전체는 하나하나 의 개체적 존재들 안에서 구체화되어 존재하고, 그 개체 는 자신의 순수하고 전체적인 행위를 통해 투명하게 되 어 마치 거울처럼 전체를 비추게 된다. 이것이 바로 '사 물과 일치되어 아는 것' 이다. 마치 선(禪)의 경지를 연상 하게 하는 철학 인식이다. 니시다에 따르면 이러한 '순 수 경험' 만이 유일한 실재이다. '순수 경험' 이라는 개념 은 그의 철학에 있어서 일종의 존재론이라 할 수 있으며, 첫 단계에서 확립된 이 개념은 그의 근본 개념으로서 이 후 단계의 철학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제2 단계(신칸트 학파의 영향) : 니시다의 철학은 당시 일본 철학계에서 유행하던 신칸트 학파(Neo-Kantianism) 사상의 영향으로 제2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1917년 발 표한 《자각에 있어서의 직관과 반성》(自覺における直觀 と反省)은 이 단계의 니시다 철학을 반영하고 있는 저작 이다. 이 단계에 들어서면서도 니시다 철학의 근본 개념 에는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 다만 '순수 경험' 이라고 불 렸던 그의 근본 개념을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려 했을 뿐 이다. 신칸트 학파의 사상이 그 변화에 영향을 주었다. 즉, 제1 단계 니시다 철학의 주류를 이루었던 심리학적 용어와 개념들을 버리고 철저한 논리적 사고의 과정을 거치게 된 것이다. 제3 단계(절대 무의 철학) : 니시다의 철학은 제3 단 계에 접어들면서 큰 전환을 맞게 된다. 이 단계의 사상은 1927년 발표한 《움직이는 것으로부터 보는 것으로》(動 くものより見るものへ)에 잘 나타나 있다. 이전의 니시 다 철학이 항상 자아(自我)로부터 출발하고 있었음에 반 해, 이때부터는 그러한 초월적 관념론과 결별하고 자신 의 종교적 신비 체험에 부합할 수 있는 진정한 실재의 세 계를 찾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가 바로 절대 무(絶對無) 의 세계이다. '절대 무' 라는 개념은 단순한 관념적 세계 나, 허무주의적인 '아무것도 없음' 과는 구분되는 것이 다. 니시다의 '절대 무' 는 주체와 객체의 구분이 극복되 는 궁극적 실재의 세계이다. 니시다는 '절대 무' 라고 하는 지고(至高)의 동일성(同 一性)으로부터 모든 존재의 실재성을 찾고 있다. '절대 무의 장소' 는 주체가 없는 순수한 운동과 대상이 없는 자각이 일어나는 장소이고, 이 '절대 무' 의 자기 한정(自 己限定)에 의해 서로 대립하는 정신과 물질의 세계가 성 립한다는 것이다. 결국 니시다는 이 '절대 무' 의 개념 속 에서 주체와 객체의 구분을 극복하고, 개체와 전체의 문 제를 해명하고자 하였다. '절대 무' 는 모든 존재들 내면 에서 발견될 수 있는 보편성이며, 동시에 '절대 무' 안에 모든 존재들이 구체화되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니 시다는 '절대 무' 의 개념을 역사적 · 정치적인 사고에까 지 적용하였다. 자아와 대상에 대한 그의 독특한 인식 형 식을 통해 역사적 세계에 대한 설명을 시도했던 것이다. 일종의 의식 현상(意識現象)에 대한 철학적 표현을 부여 하려는 노력이 이전까지의 니시다 철학의 주류를 이루었 음을 고려한다면, 역사적 시대나 국가 등의 비의식적(非 意識的)인 현상에의 관심은 또 다른 니시다 철학의 전환 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평가 및 의의〕 니시다는 그리스 철학과 독일 관념론 을 비롯한 여러 서양 철학 전통에 대한 이해와 비판을 통 해서 자신의 철학적 성격 부여를 시도하였다. '순수 경 험' '절대 무' 등의 주요 개념들이 불교 사상과 깊은 관 계를 맺고 있지만, 니시다가 그의 철학을 설명하는 데 사 용하는 술어는 대부분 서양 철학 전통에서 가져온 것들 이다. 니시다는 서양 철학의 일반적 경향이 그의 철학과 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그것과의 치열한 대결 의식을 갖 고 있었다. 그는 《형이상학의 입장에서 본 동서 고대 문 화 형태》(1934)와 《일본 문화의 문제》(1940)에서 동서양 전통을 일반적 용어로 대조하고 있다. 각 문화는 자기 고 유의 실재관, 형이상학적 문화관을 보유하고 있음을 전 제한 다음, 그 주제와 논리적 성격에 의거해서 서양과 동 양을 날카롭게 분리하고 있다. "서양 논리는 물(物)을 대 상으로 삼고 있는 반면에 동양 논리는 물이 아니라 심 (心)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고 보았다. 니시다 철학이 선 (禪)이라는 동양적 경험을 서양 철학적 술어로 기술하고 자 했으므로, 그의 저작에는 동양 철학 전통을 구별하기 위한 서양 철학 전통에 대한 수많은 비판적 언급이 발견 된다. 불교 사상을 서양 철학과 대조 논의할 수 있는 공 동의 지평을 마련하였다는 점이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의 탁월한 공로이다. 〔저 서〕 50여 년에 걸쳐 발표한 수많은 저술들 중에서 중요한 것들을 시대별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善の研 究》(1911), 《自覺においけ直觀と反省》(1917), 《動くもの より見るものへ》(1927), 《一般者の自覺的體系》(1930), 《無の自覺的限定》(1932). 니시다 기타로의 주요 저술들 은 그의 전집(西田幾多郎, 《西田幾多郎全集》 東京, 岩波書店, 1965~1966)에 거의 수록되어 있다. ※ 참고문헌  西谷啓治, 《西田幾多郎 : そ の人 と思想》, 東京 : 筑 摩書房, 1985/ 中村雄二郎, 《西田幾多郎》, 東京, 岩波書店, 1983/ 鈴 木亨, 《西田幾多郎の世界》, 東京, 勁草書房, , 1977/ 高山岩南, 《續 西 田 哲學》, 東京, 岩波書店, 1940/ Arima Tatsuo, The Failure of Freedom A Protrait of Modern Japanese Intellectuals,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1969/ G.K. Piovesana, Contemporary Japanese Philosophical Thought, New York : St. Johns University press, 1969/ Huh Woo-Sung, The Philosophy of History : A Philosopic Turn in Nishida's Later Philosophy, Philosophy East and West 40. 3, July, 1990/ David Dilworth, Nishida's final essay : The Logic ofPlace and a Religious Worldview, Philosophy East and West 20. 4, October, 1970/ 8, 1985, pp. 723-725/Takeuchi Yoshinori, 《ER》 10, 1987, pp. 456~457. 〔許祐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