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교
多神敎
〔라〕polytheismus · 〔영〕polytheism
글자 크기
3권

1 / 3
이집트 신들의 계보.
여러 신들을 상정(想定)하는 신념 체계. 어원적으로 그리스어의 '많은 것' 을 뜻하는 polus' 와 '신' 을 뜻하는 'theos' 의 합성어로부터 유래하였으며, 하나의 신만을 상 정하는 신념 체계인 일신론(monotheism)과 대비되는 개 념으로 사용되어 왔다. 따라서 다신교는 일신교를 중심 전통으로 삼아 온 유대교, 그리스도교 및 이슬람교를 제 외한 모든 종교들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신교인 경 우에도 힌두교에서처럼 여러 신들 위에 지고한 존재나 통일적 개념을 두거나, 불교에서처럼 더 높은 목표나 구 제자 등을 지니거나, 또는 그리스 종교의 제우스(Zeus) 처럼 최고 권위는 아니지만 다른 신들보다는 우월한 지 위를 누리는 수가 있다. 반대로 일신교인 경우에도, 신약 성서에서 나타나듯이 여러 귀신적 악령들의 존재를 인정 하는 수가 있다. 또 다신교는 (엄밀히 말하면 신과 구별 되는) 귀신이나 유령적인 힘까지도 종종 포함하고, 우주 의 모든 것이나 우주 자체를 신으로 믿는 범신론(pantheism)에 가까운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순수한 의미의 다 신교를 철저하게 규명하는 데는 어려운 면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다신교는 현상학적으로 초월적 존재나 힘에 대한 인간의 다양한 경험들을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되기 도 한다. 〔배 경〕 인류의 종교사 안에서 다신교는 매우 중요하 고 폭 넓게 펼쳐져 있는 현상이지만, 실제로 개별 종교들 에서 다신교의 발생 배경은 매우 다양하여 하나의 일관 된 배경 요인으로 뭉뚱그려 설명할 수 없다. 대체로 자연 적 조건, 인종적 특징, 정치적 환경 및 역사적 사건 등이 다신교의 형성과 관련되어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다신교가 고등 문화 속에서 주로 발견된다는 점이 다. 아마도 일부 진화론자들은 이 점 때문에 다신교를 진 화의 초기보다는 후기적 산물로 생각해 왔는지도 모른 다. 물론 남아메리카 같은 비문자 사회(non-literate society) 에서도 다신교가 전개된 예가 있다. 그러나 중국 · 인 도 . 고대 중동 · 그리스와 로마 등 다신교가 만연되었던 문화 전통들은 대부분 문자 사회(literate society)였다. 그 리고 다신교의 사회 문화적 배경으로서 사회 계층(social stratification), 분업(division oflabor) 및 권력 구조(authority structures)의 형성과 발달이 자주 거론 되어 왔다. 최근의 종교 사회학에서는,권력 집중이 특히 강한 사회에서는 일신교가 두드러진 반면에, 집단의 경계는 분명하지만 권력 집중이 약한 사회에서는 여러 주술적 행위 등 다신교적경향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러한 다신교적 경향이 주로 나타나고 있는 자료는 무엇보다도 신화이다. 물론 그리스 극작가 에스킬루스(Aeschylus)와 에우리피데스(Euripides) 의 작품들이나 불교 문헌들 가운데에도 여러 신들에게 심리적인 의미들을부여한 경우가 있다. 또 멕시코 가톨릭에서는 신들을 여러 그리스도교 성인 들로 재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개의 다신교적 상징 체계가 논의되기 시작하는 것은 신화, 특히 신들의 계보(theogony)나 우주 창생론(cosmogony) 에만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측면을 포괄하는 고등 신화들에서이다. 이따금 로마 전통에서처럼 신화는 미약하지만 세련된 제의(祭儀) 체계를 갖춘 다신교도 있다. 중국에도 다신교적 성향은 있지만 정교한 신화는 별로 없다. 하지만 이것은 드문 경우이고 거의 모든 다신교적 상징 체계들은 고등 신화를 동반한다. 다신교적 상징 체계를 보이는 신화들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도덕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신들의 행위가 인간의 성행위에 비유되 어 종종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도 바오로는 다신교 를 경멸하였으며, 이에 앞서 그리스 철학자 크세노파네 스(Xenophanes)도 신인 동형론(神人同形論, anthropomorphism)과 인간 감정을 비인간적인 것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비난하였다. 그래서 플라톤(Platon)도 이런 비도덕 적인 신화들을 어린아이들에게 말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 였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신화들의 구성이 서로 두드러지게 다르다는 점이다. 그리스와 로마, 중국과 일 본의 경우 그들의 신화가 지닌 의미와 구성 체계 그리고 각 전통 안에서의 위상은 완전히 다르다. 이렇게 신화들 이 다른 이유는 정치적 · 언어적 그리고 무엇보다도 종교 적 배경이 다른 데 있다. 다신교적 신화들에 나타나는 종교 전통들은 또한 매우 다양하다. 이집트에는 태양신 레(Re)와 하늘 여신 누트 (Nut) 및 수많은 동물신이 있었다. 한때 파라오였던 아케 나톤(Akhenaton)이 아톤(Aton) 신을 중심으로 유일신 신 앙을 일으켜 보려고도 하였지만, 이집트 종교의 주류는 다신교적인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중동 지방, 특히 메소 포타미아에도 여러 신들의 극적인 신화들이 많이 있다. 이란 종교도 근본적으로는 다신교적이었다. 물론 조로아 스터(Zoroaster)가 당시 페르시아에 널리 퍼져 있던 여러 신들을 제거했으나, 최고신 아후라 마즈다(Ahura Mazda) 의 속성 가운데에는 계속 남아 있었다. 인도의 힌두교에 는 무려 3,300만에 이르는 신들이 있다고 전해진다. 특 히 후기에 들어 신들이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화신 (化身, avatara)의 개념이 만연되면서 여러 양태의 신들이 등장하였다. 하지만 현대 힌두교에서는 이렇게 많은 신 들이 오직 하나의 신적 실재(神的 實在)가 상징적으로 표현된 것들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불교 전통에도 다 양한 신적 존재들에 대한 옛 문헌 자료들이 있으나 여러 모습의 붓다와 보살들이 나타나는 대승 불교로 넘어오면 서 다신교적 성격이 더욱 부각되었다. 동아시아에서도 중국의 도교, 일본의 신도(神道) 그리고 한국의 무(巫) 를 주축으로 하는 무속 신앙 전통에 수많은 신들이 등장 하고 있다. 서양에서도 그리스 신화 안에는 우리가 잘 알 고 있는 많은 신들이 있으며, 이에 영향을 받은 로마 신 화에서도 다신교적 맥락은 같다. 또 북유럽과 동유럽 종 교 전통들도 본래 대체로 여러 신들을 포함하였었다. 남 아메리카의 마야 문명과 잉카 문명에서도 최고신과 더불 어 천체에 관련된 수많은 신들이 있었고, 아프리카나 오 세아니아의 토착적 종교 전통들에도 대개 다양한 신들이 있었다. 그러므로 다신교는 유대교, 그리스도교 및 이슬 람교 전통을 제외한 세계 거의 모든 종교 전통들을 배경 으로 하고 있는 셈이다. 〔내 용〕 다신교는 다양한 종교 전통들에서 유래하기 때문에 다신교를 구성하는 신적 존재들의 모습도 실로 여러 형태이다. 우선 자연 현상에 연관된 신적 존재들이 있다. 주로 농산물과 동물의 다산(多産, fertility)에 관련 된 이들은 크게 천상신과 지상신으로 나눌 수 있다. 천상 신에는 창조와 관련되는 천신(天神)이 있는데, 이는 세 상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인간 생활에 직접적인 영 향을 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최고의 능력을 지닌 존재로 생각되었다. 또 생명력을 상징하는 태양신과 농경에 관 련된 월신(月神) 등도 모두 천상신에 포함된다. 그리고 다른 여러 별들도 종종 신적 이미지를 지녀서, 이로부터 이른바 점성술(占星術)이 중동 지방이나 그리스-로마 및 남아메리카 등지에서 발달해 왔다. 한편 엄밀히 말하자 면 천상신은 아니지만 이들과 밀접하게 연관된 우신(雨 神), 풍신(風神)과 같은 공중적(空中的) 존재들도 있다. 하지만 제우스 신이 번개를 다루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이러한 공중적 존재들의 역할을 천상신이 스스로 감 당하기도 한다. 지상신은 농경 생활의 터전인 땅을 뜻하 는 지모신(地母神)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산신, 강신, 바다신 및 중심(center)에 대한 신앙 등도 지상신의 양태 들이다. 자연 현상과는 달리, 직접 살아 있는 동식물로부터 유 래하는 신적 존재들도 매우 많다. 나무들은 종종 영(靈) 을 포함한다고 여겨져 수목신(樹木神)으로 섬겨져 왔다. 중앙 아메리카의 옥수수, 지중해 연안의 포도나무 그리 고 동아시아의 곡물신들처럼 경작되는 식물들에 관련된 신앙들이 그것이다. 그리고 서양에서는 현대에까지 동짓 날의 풍요와 지속된 생명을 상징하는 겨우살이(mistletoe) 에 대한 제의가 행해지고 있다. 한편 동물 숭배로는 생 명 · 다산 · 회춘 등을 상징하는 뱀의 숭배가 인도 및 중 동의 여러 전통에서 나타나고, 원숭이, 새, 악어, 물고 기, 거북, 수돼지, 수사슴, 황소 및 사자와 호랑이, 곰 등 에 대한 여러 양태의 숭배가 넓은 의미의 다신교적 신념 체계에 포함되어 왔다. 이 동물 숭배는 조인(鳥人)의 형 식 등에서 보여지듯이 종종 신동물 동형론(神動物同形 論, theriomorphism)으로 전개되기도 한다. 이것은 물론 신적 존재들이 동물적 모습으로 표현된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신화 속의 신들이 본래 인간(영웅)들로부터 유래하 였다는, 기원전 4세기 그리스 종교 사상가 에우헤메루스 (Euhemerus)의 주장에서 잘 암시되어 있듯이, 인간의 신 격화나 영웅 숭배의 형태들도 역시 넓은 의미의 다신교 적 신념 체계에 포함된다. 아마도 중국이나 한국에서의 관우(關羽) 숭배도 비슷한 인간 신격화의 형식으로 이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중동 지방에서의 왕권 신수 사상 이나 중국의 천자(天子) 및 로마 황제의 신격화 등도 모 두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반면에 신적 존재의 모습 이 인간적으로 표현된 이른바 신인 동형론도 그리스 전 통을 대표로 여러 지역에서 발견된다. 다신교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신적 존재들의 형식으로는 이른바 기능신들(functional gods)이 있다. 이 것은 구체적인 자연 현상이나 동식물이 아니라, 인간이 생활하는 가운데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측면들과 관심사 들이 정교하게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 서 의약 · 치료의 신, 진리 · 질서 · 정의의 신, 생식의 신, 기술의 신, 항해의 신, 농경의 신, 사냥 · 낚시의 신, 전 쟁의 신, 배움의 신, 사랑의 신 및 심지어 위치 · 방향의 신 등 인간사에 연관된 다양한 신적 존재들이 거론되어 왔다. 그리고 죽음의 신, 죽음 뒤의 심판의 신, 묘지의 신 등 죽음 후에도 여러 신들이 인간과 관련을 맺는다고 생각하였다. 물론 한국의 귀신 개념도 질병이나 재난과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신적 존재들이 있지만 다신교에 나타나 는 신들이 제멋대로 무질서하게 있는 것만은 아니다. 여 러 신들은 종종 특수한 상관 관계를 갖고 있다. 예컨대 중동이나 그리스-로마 전통에 나오는 여러 신들은 부모, 남매 등 가족 관계로 표현되고, 인도의 신들은 세계의 창 조자, 유지자 및 파괴자로 역할이 분담되기도 한다. 또 태양신, 월신 그리고 풍요의 신 등은 서로 연관되고, 식 물 재배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신들 사이의 밀접한 관련은 여러 전통에서 나타난다. 그래서 부활 신앙은 농 경 문화적 성격이 강하고, 그리스도교의 십자가 상징도 죽음과 동시에 새로운 생명을 얻는 생명 나무와 관련해 서 발전된 것으로 생각된다. 연관된 신들간의 철저한 결 합은 성스러운 결혼(hieros gamos)에서 아주 잘 표현되어 왔다. 메소포타미아의 압수(Apsu)와 티아마트(Tiamat), 인도의 시바(Shiva)와 샥티(Shakti), 그리스의 지아(Gaea) 와 우라누스(Uranus) 등의 결혼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여 러 신들간에는 대립 관계도 종종 있었다. 흔히 옛 신과 새로운 신 사이의 싸움은 선과 악 사이의 싸움을 묘사한 희곡적 신화 속에 들어 있다. 죽고 죽이고, 잡아먹고 잡 아먹히는 처절한 신들간의 싸움이 표현되어 온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신들의 대립적 관계가 그 자체로 완전한 경 우도 가끔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런 대립적 투쟁 관계 는 결국 궁극적으로 더 높은 차원의 새로운 창조나 발전 을 위한 상호 보충적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또 주변의 정 치 경제적 변화나 사회 문화적 변화의 영향에 따라 신들 간의 관계가 새롭게 정리되는 수도 있다. 이런 경우 강한 신들은 약한 신들의 속성과 상징, 제의 양식등을 흡수해 버리기도 한다. 이렇게 다신교를 구성하는 신적 존재들의 양태가 다양 하고, 또 이들간의 관계도 매우 다양한 형식들로 표출되 어 왔기 때문에 다신교의 내용적 특성을 하나의 일관된 논리로 일반화해 내는 것은 무척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지나친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정리해 본다면,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지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인간 세계 자체가 분화되고 구조화되고 또 계급 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반영하고 있는 다신교적 세 계 역시 분화되고 구조화되고 또 지극히 계급화되어 있 는 것으로 나타난다. 즉 인간이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므 로 많은 신들이 존재하게 되고, 신들의 지역적 · 부족 적 · 기능적인 전문화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한편 유일 신교에서처럼 철저하지는 않지만, 다신교에도 인간과 신 들 사이의 기본적인 구분은 존재한다. 그러나 이집트나 로마에서 왕이 신격화되었듯이 살아 있는 인간에게도 신 격 부상의 가능성이 있다 보니 신과 인간과의 구분이 약 해졌다. 또 인간이 신성을 얻으려고 애쓴 것과 같이 신들 도 힌두교의 '화신' 개념이나 일본의 '살아 있는 신' 의 개념에서처럼 인간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다신교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무엇보다도 어느 신도 결코 전능(全能)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물론 다신 교에서도 몇몇 신들은 매우 강력하지만 일신교에서처럼 전능할 수는 없다. 예컨대 선과 악의 양면을 모두 지녔던 절대적 신이 도덕적 분화와 더불어 선신과 악신으로 나 뉘어져 나타나는 것을 인도 전통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신들은 더욱 확대되어 만신전(萬神殿, pantheon)을 이루기도 한다. 그리고 이쯤되면 각기 신들은 제한된 영 역의 능력만을 유지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한편 다신교가 일신교에 압도되는 경우, 수많은 신들이 없어지거나 악 마화되고, 또는 더 낮은 차원의 천사나 영적인 것들로 강 등되는데, 이것은 겉보기에 일신교적인 것들이 사실상 다신교적 요소들을 지니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발 전〕 다신교의 발전은 대체로 일신교와의 관련 속 에서 논의될 수 있다. 예컨대 어떤 학자들은 다른 신들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하나의 신의 우월성을 믿는 이른바 단일신교(單一神教, henotheism)를 다산교와 일신 교 사이의 중간적 단계라고 주장해 왔다. 이것은 여러 신 들이 거의 동등한 위치에 있다는 다신교와 구별되고, 오 직 하나의 신만을 인정하면서 그것만을 믿는 일신교와도 (사실상 그리스어의 'mono' 와 hen' 은 둘다 '하나' 라는 뜻이지만) 다르다는 것이다. 이러한 단일신교의 단계는 고대 이스라엘에서 야훼 제사와 관련되어 다른 신들이 '무력한 것들' (vanity and nothingnes)로 표현되는 것에서 볼 수 있다. 이 단일신교와 성격이 비슷한 것이 인도 베 다(Veda) 전통에도 나타난다. 막스 뮐러(Max Müller)는 이것을 좀더 좁은 의미로 소위 교체 신교(交替神敎, kathen-otheism)라고 불렀 다. 즉 여러 신들 중에서 어느 한 신이 특정한 제사의 주신(主神)으로서 최대의 찬사를 받으며 최고신으로 받들어지지만, 제사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서그 주신이 교체되는 현상을 말한다. 심지어 같은 제사에 있어서도 어떤 부분에서는 다른 신이 최고신의 위치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이와는 달리, 다신교의 발전 과정을 소멸과 지속의 두 과정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다신교의 소멸 과정은 특히 일신교적 경향이나 통일성의 추구 경향 때문에 나타난다. 이러한 소멸 현상은 동아시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 점차 일어나고 있으나그 동안 학문적인 관심을 끌지 못하였다. 또 대체로 신에 관한 현대의 논의는 유일신론과 무신론쪽으로 흐르고, 다신교가 실제로 생생한 대안으로 고려되어진 적은 거의 없었다. 통일성 의 추구는 다양한 형식의 실재들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하나의 전체를 상정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고대 그리 스의 에스킬루스가 "많은 이름을 가진 하나"라고 하였던 것이나, 《리그 베다》에 나오는 여러 이름으로 불려지는 하나의 신 개념 등이 이런 예이다. 결국 전통적인 다신교 적 용어틀을 유지하면서, 많은 신들을 궁극적으로 하나 의 일신론적인 존재의 표현들로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 서 이를 "유사 다신교" (pseudo-polytheism)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신힌두교(Neo-Hinduism)의 현대적 유형들에 서 이러한 경향은 두드러진다. 한편 다신교는 현대에도 종종 지속적인 양상을 보여 주기도 한다. 아무리 일신교적인 경향이 우세하더라도, 인도인들의 종교 생활 및 대승 불교권에서 널리 모셔지 고 있는 붓다와 보살들의 본보기는 모두 아직 살아 있는 다신교적 경향의 증거가 된다. 한국에서도 흔히 보통 사 람들이 여러 종교의 초월적 신앙 대상을 무리 없이 받아 들이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다신교적 경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연구 동향〕 근대 종교학에서의 다신교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19세기 후반 인류 종교의 기원에 대한 논쟁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특히 당시 서구 학계에 유행 하였던 진화론의 영향으로, 인류가 더 저급한 생물체로 부터 진화해 왔듯이 종교(무엇보다도 당시 서구의 중심을 이 루는 유일신교적 그리스도교)도 더 저급한 형태로부터 진화 되었을 것이라는 가정이 만연하였다. 따라서 다신교로부 터 유일신교로의 단선적 진화 도식이 만들어졌다. 나아 가 개념적으로 체계화된, 다신교에 앞서서 우리 주변의 영적 존재들에 대한 믿음인 정령(精靈) 신앙(animism), 정령보다 앞선(pre-animistic) 초자연적 힘들(mana)에 대 한 신앙, 여러 귀신들에 대한 믿음(polydaemonism)인 샤 머니즘, 흔히 동물로 상징되는 부족 수호신에 대한 신앙 인 토테미즘 등이 존재하였음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었 다. 물론 이런 주장들은 가정일 뿐 실제 경험적인 근거는 매우 희박한 편이었다. 이와는 정반대로 다신교보다 앞서 유일신교적 경향이 있었음을 지적한 경우도 있다. 예컨대, 문화권 이론(Kulturkreiselehre)을 펴왔던 이른바 빈 학파의 대표적 종교 인 류학자인 슈미트(Wilhelm Schmidt)는 다신교적 신앙 체계 이전에 원유일신교(Urmonotheismus)가 존재했다고 주장 하였다. 즉 많은 신적 존재들에 대한 신앙이 있어 왔지만 그보다 먼저 원시 인류 공동체들에는 대체로 하나의 최 고 신적 존재가 있었다. 그런데 점차 이 최고의 신적 존 재가 인간의 직접적인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거나 너무 존 귀한 존재여서 인간이 감히 그에게 호소할 수 없을 정도 의 이른바 '숨겨진 신' (Deus otiosus)이 됨으로써 (결국 인간이 타락함에 따라) 여러 신들에 의하여 가리워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가톨릭 신부였던 슈미트의 이런 주장 은, 아담 이후의 일신교적 경향이, 노아 이후 타락하게 되었다는 중세 시대 마이모니데스(Moses Maimonides)의 전통적 유대-그리스도교의 입장을, 인류학적으로 다시 재탕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경험 과학적 근 거도 비교적 희박하였다. 유대-그리스도교 전통에서는 다신교로부터 유일신교로 진화한 증거를 거의 찾아볼 수 없으나, 적어도 유일신교가 점진적으로 발달한 결과라기 보다는 오히려 갑작스런 종교적 헌신의 산물임은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진화론적 기원 추구 경향 이 점차 종교학계에서 힘을 잃고 무의미해짐에 따라, 이 러한 다신교와 유일신교 사이의 진화론적 도식은 더 이 상 학문적 관심이 되지 못하였다. 〔영향 및 의의〕 신적 존재에 대한 인간의 다양한 경험 자체가 과소 평가될 수는 없다. 유일신교를 위주로 한 유 대-그리스도교 전통의 맥을 타고 전개되어 온 근대 신학 및 종교학의 영역에서도 다신교적 경향에 대한 끊임없는 재평가가 있어 왔음은 매우 의미 심장한 일이다. 그리고 1960년대부터 발전하여 1980년 이후 현대 국제적인 종 교 연구의 가장 핵심 문제로 대두한 이른바 종교 다원주 의라는 주제는 바로 이런 경향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양 상이다. "여러 종교들이 경쟁적 상황에 공존하고 있음이 인정되는 것"이라고 정의될 수 있는 이 종교 다원주의는 결국 초월적 존재나 힘에 대한 인간의 다양한 경험 가능 성을 전제로 한다. 물론 종교 다원주의 논쟁 가운데서도 동양 사상 및 신비주의적 맥락과 연관되어 전개되어 온 모든 철학은 근본적으로 하나라는 이른바 영속 철학적 (philosophia perennis) 관점이나 아주 최근에 등장한 소위 보편 종교 신학적 주장들에서는 다양한 신적 존재들의 인정에도 불구하고 결국 오직 '하나인 신적 실재' 를 상 정해 왔다. 하지만 그러한 통일적 실재의 존재 가능성은 낭만적인 환상일 뿐 궁극적 실재들 자체가 본래 다원적 임을 철저하게 강조하는 학자들도 많다. 더구나 모든 종 교들과 그들 속에 있는 궁극적 실재들이 따로따로 작은 이야기들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19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종교 연구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이 른바 포스트모더니증(postmodernism)의 성향이다. 결국 현대에도 다신교적 경향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신적 존재에 대한 다양한 인간 경험의 이해들 속에 다신교적 사고의 틀은 계속 남아 있다. 따라 서 다신교는 현대인들의 신 관념에 있어서 계속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특히 유대-그리스도교 전통의 유일신교 주도적 현대 신관념에 폭 넓은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할 것이다. (→ 단일신교 ; 일신교) ※ 참고문헌 石川耕 一郎, 《宗敎學辭典》, 1973, pp. 521~5221 A. Brelich, Der Polytheismus, Numen 7, 1960, pp. 123~ 136/ M. Eliade, Patterns in Comparative Religion, New York, Sheed and Ward, 1958/ A.E. Garvie, 《ERE》 10/ F. Heiler, Erscheinungsformen und Wesen der Religion, Stuttgart, Kohlhammer Verlag, 1961/ N. Smart, 《EB》/ D.H. Smith, A Dictionary of Comparative Religon/ G.E. Swanson, The Birth ofthe Gods : The Origin ofPrimitive Beliefs, Ann Arbor, Univ. of Michigan Press, 1960/ G. van der Leeuw, Religion in Essence and Manifestation 2, New York, Macmillan, 1938/ R.J.Z. Werblowsky, 《ER》 11. 〔金鍾瑞〕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