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정로》

大東正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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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칙, 곽한일 등이 엮은 <대동정로>.

허칙, 곽한일 등이 엮은 <대동정로>.

조선 말기 영남 남인계의 학자들이 유교의 정통성을 회복하고, 천주교 교리를 비판하려는 목적에서 간행한 벽이단서(闢異端書) . '대동' 은 우리 나라를 가리키며, '정로' 는 치우치고 사특한 길이 아닌 공변되고 정당한 길이라는 뜻으로 곧 유교를 가리킨다. 1902년(光武 6) 허칙(許依), 곽한일(郭漢一) 등이 편집하여 1903년에 진남(鎮南 지금의 忠武)에서 전 6권 1책으로 간행되었다.
〔내용과 특징〕 이 책의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지는데, 첫 번째는 공자 존숭의 문제와 이와 관련된 유교 교육에 관한 것으로 제1권과 2권에 걸쳐 <역대승봉의>(歷代崇奉儀), , <궐리사적>(闕事蹟), <태학의전>(太學儀典) 상 · 하가 수록되어 있다. 이 중 <역대승봉의>는 중국에서 공자를 존숭한 사실들을, <궐리사적>은 공자묘가 있는 궐리에서의 의식을 정리한 것이다. 그리고 <태학의전> 상 · 하에서는 문묘(文廟)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태학의 역사와 제도 내용을 상세히 기록하였다. 두번째는 우리 나라 선현들의 언행을 정리한 제3권과 4권의 <동현언행>(東賢言行) 상 · 하로, 이 부분은 다시 입교(立敎) · 명륜(明倫) · 경신(敬身) 등 3편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동현언행' 은 황덕길(黃德吉)의 《동현학칙》(東賢學則)을 기본으로 하고 <소학》의 체계를 따라 보완한 것으로 초등 교육용 교재의 성격을 띠고 있다. 세 번째 부분은 남인계 학자들이 주장해 온 역대의 척사론(斥邪論)을 정리한 것인데, 특히 신후담(愼後聃)의 《서학변》(西學辨)에서는 다른 내용을 제외한 채 <직방외기변>(職方外紀辨) 중에서 서양의 학교 제도를 비판한 글만을 수록하였다. 그러므로 이 사실은 첫 번째 부분에서 강조한 태학에 대한 기록, 두 번째 부분의 <동현언행>과 함께 《대동정로》가 유교 교육에 중점을 두고 편찬되었음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같은 시기인 1900년에 간행된 송병직(宋秉稷)의 《존화록》(尊華錄)이 기호 서인계 인물에 의해 편찬된 반면, 이 책은 영남 남인계 인물에 의해 편찬되었다는 특징도 지닌다.
〔척사론과 자료의 성격〕 제5권과 6권에 수록되어 있는 천주교 비판의 글들은 〈척사윤음〉(斥邪綸音), 신후담의 <서학변>, 홍정하(洪正河)의 <증의요지>(證疑要旨) 허전(許傳)의 <서서학변후>(書西學辨後), 김치진(金致振)의 <척사론>, 이익(李瀷)의 〈천주실의발〉(天主實義跋) 등 모두 6편에 달한다. 여기에서 이익과 허전의 글을 특별히 수록하고, 또 앞에서 황덕길의 글을 바탕으로한 이유는 이 책의 편찬에 참여한 인물들이 '이익→ 황덕길→ 허전' 으로 이어지는 학통을 이은 인물들이기 때문이라 추정된다. 척사론 중 첫 번째의 <척사윤음>에는 1839년 기해박해(己亥迫害) 후에 내려진 '기해 척사윤음' 과 1899년(광무 3)에 내려진 '존성윤음' (尊聖綸音)등 두 가지가 수록되어 있는데, 후자의 윤음은 유교의 정통성을 천명하고 성균관의 학풍을 진작시키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이 또한 유교 교육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김치진의 <척사론>에서 원본의 32항목 가운데 신앙 의례나 실천 문제와 관련된 8개 항목만을 발췌하여 수록한점은 그 목적이 실천적 교화에 있음을 보여 준다.
척사론의 세 번째로 수록된 홍정하의 <증의요지>는 《대동정로》에 전하는 것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우선 사료적 가치가 크다. 이 글은 일찍이 충청도 중원(中原) 지역에 널리 전파되어 정조 · 순조 년간의 척사론자들에게 영향을 주었는데, 그 내용 가운데 제사 문제가 언급되고 있음에서 볼 때 진산사건(珍山事件)으로 천주교회의 제사 금지령이 부각되는 1791년 이후에 저술되었음이 분명하다. 그 내용은 척사론의 요지와 함께 《천주실의》, 《진도자증》(眞道自證), 《만물진원》(萬物眞源), 《성세추요》(盛世芻蕘)에 대한 비판적 증의(證疑)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천주교 교리뿐만 아니라 서양 문물과 윤리 등이 체계적으로 비판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 글은 18세기의 척사론은 물론 기호 남인의 척사론이 영남 남인들에게 끼친 영향까지도 아울러 검토해 볼 수 있는 자료가 된다.
(⇦ <증의요지> ; → 척사론 ; 척사 위정론)
※ 참고문헌  琴章泰, 大東正路 解題〉, 朝鮮 事大 . 斥邪關係資料集》, 驪江出版社, 1985/ -, 〈大東正路〉, 《한국 민족 문화 대백과사전》 6,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9/ 車基眞, <18세기 畿湖南人의 斥邪論과 그 성격>, 《滄海朴秉國教授 停年紀念 史學論叢》, 1994. 〔車基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