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가르멜 수도원 개혁가. 신비가. 교회 학자. 축일은 10월 15일. 수도명은 예수의 데레사(Teresa de Jesus), 본명은 데레사 데 세뻬다 이 아우마다(Teresa de Cepeda y Ahumada). 1515년 3월 28일 스페인의 아빌라에서 9남3녀 중 여섯째로 태어났다. 할아버지 때 유대교에서 개종한 그녀의 집안은 착하고 힘있는 가톨릭 가정이었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성당과 은둔의 마을인 아빌라의 지형과 분위기는 데레사의 종교적 삶과 정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어렸을 때부터 고향의 아우구스티노회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데레사는, 19세때 아빌라의 강생 가르멜 수도원에 입회하여 수련 수녀가 되었다. 낭만주의적인 마음의 소유자였으며,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지녔고, 공상하기를 좋아하였던 데레사는, 여러 가지 영적 수련을 통해서 수년 간 자아(自我)와의 싸움, 혹독한 고독감, 목마른 영혼의 난관을 거치게 된다. 극심한 고행으로 몸이 쇠약해져 죽음의 문턱에까지 가기도 하였지만 오랜 세월 동안의 강한 내적 삶을 통해 40세에 이르러서는 내적 회심의 체험을 갖게 된다.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성품을 지닌 데레사는 40대 초반 특유의 육체적 · 정신적 · 영적인 위기들을 겪으면서 영혼의 변화를 경험하게 되고, 처음에는 혼돈에 싸였던 여러 가지 영적 환상들이 점차로 빈번해지고 뚜렷해지면서 불가사의한 신비적 현상들을 체험하게 된다. 때로는 정신 착란이 아닌가 하고 번민 속에서 자문 자답하던 그녀는 알칸타라의 베드로(Pedro de Alcántara) 신부와 보르하의 프란치스코(Francisco de Borja) 신부를 만나 영혼의 평온을 되찾게 되었다.
1562년 데레사는 가르멜의 초기의 규칙대로 엄격한 수도 생활을 하고자 뜻을 같이하는 4명의 수녀들과 함께 '맨발의 가르멜회' (discalceati)를 시작하면서 아빌라에 성요셉 수녀원을 창립하였다. 그때부터 끊임없는 고행의 순례를 통해 많은 가르멜 수도원을 개혁하고, 특히 카스티야 지방과 안달루시아 지방에 개혁 가르멜 수도원 17개를 건립하여 초기 가르멜의 규칙인 엄격한 청빈, 고행, 기도의 삶을 전파하였다. 그러나 데레사의 개혁에 반감을 가진 완화 가르멜회(신발의 가르멜회)는 그녀의 새로운 수도원 건립을 막기 위해 톨레도로 그녀를 추방하였다. 하지만 그녀의 억누를 수 없는 정열은 완화 가르멜회의 반대를 이겨냈다. 그녀의 영적 지도자인 도밍고 바네스(Domingo Banes) 신부와 루이스 데 레온(Luis de Leon) 신부, 개혁 가르멜의 수사 신부인 십자가의 요한(Juan de la Cruz), 특히 가톨릭 종교 개혁에 힘쓴 예수회의 신부들은 데레사 수녀를 도와 주었다. 결국 교황은 '맨발의 가르멜회' 를 완화 가르멜회로부터 분리시켜 독립 수도회로 인정하게 되었다. 1580년부터 또다시 데레사는 개혁 사업을 계속하게 되지만 1582년 9월 말경 부르고스에서 아빌라로 가는 도중 알바 데 토르메스(Alba de Tormes) 수도원에 머무르던 중 병세를 느끼게 되었고, 다음 달인 10월 4일, 66세의 나이로 "주님, 저는 성교회의 딸입니다" 하며 하느님의 곁으로 떠났다. 1614년에 복자로 시복되었고, 1622년에 시성되었으며, 1970년에는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교회 학자로 선포되었다. 따뜻한 마음과 섬세함 그리고 활기 넘치는 남성적 기질을 지닌 그녀는 가시밭길 같은 생애를 굳건히 헤쳐 나간 개혁 정신의 소유자였으며, 행동파이자 열정가였고, 현실성을 잃지 않은 이상과 현실의 아름다운 조화를 보여 준 상징적 인물이다.
〔영성과 저술〕 데레사 영성 사상은 수도적 관상 생활과 사도적 활동의 조화와 일치라 할 수 있다. 어둡고 비열한 현실 속의 무지한 사람들을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지닌 수도자의 행동을 역설한 그녀는, 하느님과 함께하는 고독을 얻기 위해 자신의 내부 세계로 몰입해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자아 속에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는 영혼이 거치는 기도의 여정을 묵상의 기도 · 고요의 기도 · 합일의 기도의 여정으로 묘사하였다. 데레사는, 영혼의 내부에서 하느님을 찾으려는 개인적이며 심리적인 경향이 강한, 인간들이 물질 생활의 풍요로 인해 퇴폐와 타락에 빠져 하느님의 말씀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려는 것을 막아 주었으며, 스페인 국민들의 마음에 신앙심과 도덕적 윤리관을 불어넣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스페인 가톨릭 정신의 발로로서 생겨난 신비주의 문학의 거성이자 청빈 · 고행 · 기도를 지침으로 삼아 수도 사업을 전개한 행동가인 성녀 데레사의 근본적인 관심은 자신의 신비적 연인을 찾기 위한 영혼의 절규였다.
데레사는 하느님과의 접촉, 합일의 순간을 황홀하게 표현한 시를 많이 남겼지만 신비주의 작가로서의 명성은 무엇보다도 산문을 통해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작품 곳곳에는 활기차고 대담한 필체와 함께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정신적인 교감이 어우러져 있다. 그녀의 작품들은 고행의 문제와 초자연적 체험들을 묘사하고 있다. 1565년에 도밍고 바네스 신부의 요구에 의해 쓰여진 《완덕의 길》(Camino de Perfeccion)은 수도원에서의 완덕의 길을 가르멜의 수녀들에게 보여 주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졌다. 그녀는 완덕의 길은 겸허, 청빈, 복종, 금욕 그리고 기도에 있다고 하였다.
데레사 성녀의 대표작이며 세계 종교 문학의 최고 걸작 중의 하나인 《영혼의 성》(Las Moradas 0 Castillo Interior, 1577)에는 초자연적 체험들이 더욱 자세히 설명되고 있으며, 신비주의와 고행주의의 풍부한 영적 이론이 제시되고 있다. 그녀는 이미 초자연적인 신비주의의 경험을 10년 이상이나 계속하고 있었고, 그 당시 톨레도의 가르멜 수도원에 은거하고 있었다. 데레사는 인간의 영적 삶의 세계는 마치 다이아몬드와 매우 선명한 수정으로 된 성(城)과 같으며 그곳에는 많은 방이 있는데 하느님과의 영적 합일에 이르는 완덕의 길을 7개의 궁방(宮房)을 거쳐 나가는 과정으로 묘사한다. 초심자는 마음의 기도를 통해 이 성에 들어간다. 영혼이 스스로의 능동적인 노력으로 자신의 불완전함을 제거하는 첫 세 개의 궁방들은 정화의 단계에 해당된다. 초자연적 기도의 표시인 수동적 명상이 시작되는 넷째 궁방과 영혼의 기능들이 잠을 자는 다섯째 궁방은 조명의 단계에 해당된다. 그 다음 영혼이 하느님과 영적 약혼을 맺는 여섯째 궁방과 영적 결혼이 이루어지는 일곱째 궁방은 일치의 단계에 해당된다. 이때 영혼은 누에의 유충에 비유되며 나비로 부활하기 위해 누에고치를 만들어 그곳에서 영면한다. 데레사가 사용하는 이러한 상징들은 모두 고차원적인 기도의 이성적인 실천, 즉 생각의 몰입을 통하여 하느님을 느낄 수 있는 상태로까지 다다를 수 있다는 그녀의 신념을 설명하기 위해 동원된 비유들이다.
그녀의 다른 주요 작품은 개혁 운동을 시작한 1562년부터 1565년 사이에 쓰여졌던 《천주 자비의 글》(Libro de las misericordias de Dios)이다. 이 책은 자서전 성격으로, 성 아우구스티노의 《고백록》처럼 자신의 영혼의 상태를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경험하는 신비로운 체험을 설명한다. 어렸을 때부터의 생애를 도덕적 양심을 갖고 반성하고 회개하는 형식으로 쓴 것으로 상당 부분이 기도문으로 되어 있다. 자신의 영혼의 모습을 묘사하면서, 기도하고, 하느님의 신비에 탄성을 부르고, 자신의 죄스러움을 고백하고, 하느님의 자비를 노래한다. 또한 일상적 현실을 언급하는 이미지를 통해서 간결하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내부에 고양된 신비스러운 경험들을 묘사하고 있다. 이 자서전은 당시의 영적 지도 신부였던 도미니코 수도회의 가르시아(Garcia de Toledo) 신부의 명령에 의해서 1562년에 쓰여졌는데, 이 당시 그녀는 아빌라에성 요셉 수녀원을 창설하던 중이었으므로 수녀원 창립에 관한 이야기가 첨부되어 있다. 제1부(1~10장)는 외적으로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와 가정의 모습을 들려주면서, 내적으로는 죄 · 성소 · 은총 · 기도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제2부(11~22장)는 기도에 대해 여러 가지를 다루면서, 자신의 기도의 체험에 비추어 기도의 본질과 단계 및 효과를 '정원에 물 주는 네 가지 방법' 의 비유로 설명한다. 이 기도의 네 단계 안에서 묵상 · 잠심의 기도 · 고요의 기도 · 일치의 기도를 설명한다. 제3부(23~31장)는 성녀 자신의 체험 안에서 일어난 특수한 체험들, 특히 자신의 내적 생활 · 계속되는 회심 · 신비적 체험과 고통 · 황홀경과 탈혼의 경험 · 내심의 말씀 · 심장의 꿰뚫림 · 덕행의 성장에 대하여 말한다. 제4부(32~40장)에서는 성 요셉 수녀원의 설립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개혁 가르멜 수도원의 창립 목적과 이에 따르는 어려움 그리고 극복에 관한 이야기들을 하고, 영적 결혼이라는 신비 체험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한다.
1573년 데레사는 살라망카에서 당시의 영적 지도 신부였던 예수회의 리팔다(Jeronimo Martinez de Ripalda) 신부의 요청으로 《창립사》(Libro de las Fundaciones)를 쓰게되었다. 살라망카에서 10장까지 쓰고 그 후 아빌라에서 19장까지 계속하여 썼는데, 1576년 그녀가 톨레도에 있을 때 가르시아 신부가 수녀원 창립의 역사를 끝맺도록 요청하여 27장까지 썼다. 그 후 마지막 4장은 언제 어디에서 썼는지 확실하지 않다. 이 책에서 데레사는 마치 어머니가 딸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여러 곳에 세운 개혁 가르멜 수도원의 창립에 연관된 이야기들과 성덕의 진보와 덕행의 실천에 관한 영성적 가르침, 하느님의 섭리, 기도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이 밖에도 400통 이상의 편지를 한데 모은 《서간집》(Cartas)과 후렴구를 지닌 민요적인 성가 형식의 시들이 있다. 그녀의 문체는 작가의 정신과 마음의 상태를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평이한 구어체로 되어 있다. 수사법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고 용어 자체도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평범한 것들을 사용하였지만 독자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강력한 힘과 활기에 찬 표현은 생동감을 준다. 또한 담담하고 정중한 어조, 정감 어린 필치는 명쾌한 표현과 함께 어우러져 그녀의 문체를 특징짓고 있다.
〔평 가〕 데레사의 신비주의는 그녀의 인간성과 분리해서는 이해될 수 없다. 생전에 전개하였던 열정적인 활동, 개혁 사업, 저서, 성격, 이 모두가 한데 모여 신비주의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특별히 성 아우구스티노의 《고백록》과 친숙했고, 클레르보의 성 베르나르도, 아시시의성 프란치스코, 그리고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등의 저서들과도 친숙하였다. 또한 학식이 깊고 성덕이 뛰어난 영적 조언자들을 자주 접하였다. 소위 스페인의 황금 시대에 살았던 예수회의 성 프란치스코 보르하, 알칸타라의 성 베드로, 십자가의 성 요한, 아빌라의 성 요한, 리베라의 요한, 성 바르톨로메오의 안나, 사랑과 학식을 갖춘 가르시아 신부, 도미니코회의 바네스 신부, 예수회의 리팔다 신부, 디에고 신부, 발타사르 알바레스 신부, 벨라스케스 박사, 오스마의 주교 등이 그녀의 영혼을 이해해 주고 도움을 주었다.
데레사 성녀의 글 안에는 초자연적인 체험들에 대한 설명과 열매들이 서술되어 있다. 이러한 초자연적 체험들 자체는 그녀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들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적인 것과 천상적인 것, 자연적인 것과 초자연적인 것 사이의 조화와 균형이 그녀의 교회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열정 안에 표현되는 유일하고 독특한 사랑, 이것이 그녀의 영성적 가르침일 것이다. 그 가르침 안에는 성삼위이신 하느님과 영혼과의 일치, 친교, 대화의 생활이 하느님과 교회를 위한 사랑의 모습으로 불타 오르고 있다. 데레사는 분명 카리스마적인 존재이다. 인간의 영혼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 즉 신적인 인간 영혼의 깊이를 세밀하면서도 단순하게 설명한다. 가장 고상하고, 복잡하고, 신비스러운 것들을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게 대화문의 형태로 쉽게 설명하였다. 그리스도교 전통의 여러 신비가들이 가르친 내용을 자신의 체험에 비추어 명백하고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어떤 이는 데레사를 "거의 2천 년 동안 성교회 품에 축적된 모든 지혜와 지식과 기도와 신비적인 사실들에 관한 체험을 보관하고 있는 웅장한 저장고라고 표현할 수 있다"라고 묘사하였다. 이런 의미에서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는 복자 수소(Suso) , 성 베르나르도, 성 보나 벤투라, 성 이냐시오 로욜라, 십자가의 성 요한과 함께 그리스도교 신비 사상의 최고봉을 이룬다고 말할 수 있다. (⇦ 대 데레사)
※ 참고문헌 요셉 그린, 차향순 역, 《영원한 신비가》, 가톨릭출판사, 1991/ 엠마누엘 르놀, 고성 가르멜 여자 수도원 역, 《영성의 대가》, 분도출판사, 1990/ 박철, 《스페인 문학사》, 삼영서관, 1989/ 김현창, 《스페인 문학사》, 민음사, 1990/ Juan Luis Albrog, Historia de la Li-terature Esparñola, tom. I, Madrid, Editorial Gredos, 2nd ed., 1972. 〔沈鍾赫〕
데레사, 아빌라의 (1515~1582)
〔라〕Theresia ab Avila · 〔스〕Teresa de Avi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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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레사 성녀의 생가 터에 세워진 성 데레사 수녀원(왼쪽)과 성녀 데레사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