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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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를 나타낸 백제의 청동 귀면(왼쪽)과 통일 신라 때의 귀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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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를 나타낸 백제의 청동 귀면(왼쪽)과 통일 신라 때의 귀면와.

민간 신앙에서 믿어지고 있는 초자연적인 존재의 하나. 일명 도채비 · 또깨비 · 돗가비 · 토째비 · 독각귀(獨脚鬼) · 독갑이〔孤魅 〕 · 허주(虛主) · 허체(虛體) · 망량(魍魎)이라 하고, 제주도에서는 영감이라고도 부른다. 이 중에서 도깨비 · 도채비가 일반적으로 쓰이고, 나머지는 문헌이나 일부 지방에서 쓰이고 있다. 한자의 망량 또는 맹랑은 바로 우리 나라에 있는 도깨비를 가리키는 말이다.
도깨비는 민간에서 풍요와 초복(招福)의 대상으로 여기나, 고급 종교인 불교에서는 잡신을 믿는 헛믿음, 곧 사신(邪神) 신앙의 대상으로 여겼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는 죽은 진지왕(眞智王)이 짝사랑하던 도화녀(桃花女)를 찾아와서 아이를 낳는데, 그 아이가 비형랑(鼻刑郞)으로 도깨비로 추측되는 힘센 귀신을 부려서 돌다리를 놓았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사》(高麗史)와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 東國輿地勝覽)에서는 도깨비를 목매(木魅) 곧 두두리(豆豆里, 豆豆乙)라고 하였다. 대장간에서 쇠를 두드린다는 점과 관련하여 도깨비가 대장간 신〔冶匠神〕이 된 것이다. 이것이 철기 문화와 함께 일본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조선 세종 때 간행된 《월인석보》(月印:譜譯와 《석보상절》(釋譜詳節)에는 "돗가비를 청하여 복을 빌어 목숨을 길게 하려다가 종내 얻지 못하나니"(《석보상절》 9, 36)라고 하여서, 쓸데없는 것에서 복락을 구하는 어리석은 믿음을 가리킬 때 그런 예로 도깨비를 들었다.
〔특 성〕 도깨비에 관한 이야기는 실제로 자기나 남이 경험하였거나, 이전부터 내려오는 옛날 이야기로 친숙하다. 따라서 도깨비는 누구나 자기 경험이라고 여길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런데 그 실체와 성격을 알기 어렵다. 도깨비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려 내지는 못하는 모호한 존재이다. 그래서 도깨비의 성격을 규명하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다.
인상과 음성 : 도깨비는 방망이를 들고 도깨비 감투를 쓰고, 뿔이 있고 눈이 한 개나 세 개 달린 기형이며, 다리가 너무 긴 두 다리이거나 외다리일 수 있다. 옷차림은 나체이거나 반나체로 가죽옷을 입고 있다. 전체적으로 외모는 괴상하고 흉칙하며, 키는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 그리고 걸음은 빠르거나 뒤뚱뒤뚱거린다.
도깨비의 음성은 "쉬-익" · "쉬리릭" 하는 소리를 내는 경우, 불만 왔다갔다하고 소리가 없는 경우, 그리고 사람처럼 정상적인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도깨비는 한국어를 쓰는데, 어휘수가 적어서 인간세계의 복잡한 사례를 이해하지 못한다. 도깨비는 모든 사람들을 '김 서방' 이라 부르며, 순진하고 외곬으로 나가는 말만 한다. 그리고 씨름이라는 놀이만 알고 술도 막걸리만 마시는 영락없는 한국인이다.
발생 : 그러면 무엇이 도깨비가 되는가? 밤이 새도록 도깨비와 씨름을 한 사람이 아침에 그곳에 가보면 피가 묻은 몽당 빗자루나 침이 묻은 부지깽이가 묶여 있다고 한다. 물론 모든 부지깽이나 빗자루가 도깨비가 되는 것은 아니고 사람의 피나 침이 묻은 것이어야 한다. 이 점에서 도깨비는 반 생명 · 반 죽음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또 그 빗자루는 온전한 것이 아니고버릴 것도 아닌 중간단계, 버리기 직전에 있는 것이다. 피는 여자의 경혈(經血)인데, 그것이 여자 몸 안에 있을 때에는 생산할 수 있는 피이지만 밖으로 나오면 쓸모없이 버려지는 죽은 부정한 피이다. 이처럼 사람이나 사람의 집에서 소중하던 것이 버려진 것, 즉 반 인간 반 죽음의 피 묻은 빗자루가 도깨비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도깨비는 사람일 수도 귀신일 수도 있고, 산 것일 수도 죽은 것일 수도 있는 중간 성격 또는 이중 성격을 가진다. 이런 성격은 낡아서 못 쓰게 된 도리깨가 실제는 도깨비였다는 설화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출현 시간과 장소 : 도깨비가 활동하는 시간은 어슴프레 어둑어둑할 때, 즉 해질 녁 · 해뜰 때 · 낮이라도 구름이 잔뜩 끼여서 거의 저녁 같은 때이다. 그는 반 밝음 · 반 어둠의 중간 시간에 나타나고, 사람이 눈으로 형체를 알아볼 수 있을 때에 나타난다. 도깨비가 나타나는 장소는 동네 한가운데, 산골도 아닌 동네 밖 경계선이다. 그곳은 길가나 산기슭 같은 사람이 가끔 다니는 인적이 뜸한 곳이다. 그러므로 도깨비는 시간이나 공간 상으로 중간쯤에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좋아하는 음식 : 도깨비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인간이 가장 천하게 여기는 메밀묵이다. 여기에서 천하다는 것은 심한 가뭄으로 곡식을 제대로 심을 수 없어 대파(代播) 작물로 재배하였다는 뜻이다. 이것은 인간의 맨밑자리에 도깨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도깨비는 인간 세계에 들어올 수도 있고 밖에서 맴돌 수도 있는 경계선에 있는 존재가 된다. 도깨비 제사에 팥죽을 쓰는 전북 장수군의 경우에는 메밀묵이 팥죽으로 바뀐 것이고, 나쁜 잡귀를 도깨비의 힘으로 물리치려는 뜻이 담겨 있다.
두려워하는 말 피 : 도깨비는 어느 정도 인간과 같은 희로애락과 공포가 있다. 인간을 친구로 삼아서 돈을 갖다 주어 인간이 기뻐하며 맞이할 때, 도깨비는 신명이 난다. 하지만 인간이 도깨비의 약점을 잡아 배신을 할 때, 도깨비는 매우 분해 한다. 우직한 도깨비는 간교한 인간에게 "말 피가 가장 무섭다" 거나 또는 "하얀 사금파리가 무섭다"라고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인간이 말 피를 끼얹자 도깨비는 그만 질겁을 하고 도망간다. 이때 말 피는 도깨비와 상극이다. 그렇다면 말피는 대낮 · 태양 · 광명 · 원기라고 할 것이다. 12간지로 말〔馬 〕은 오(午)이다. 오는 하루 중 낮 12시이므로, 말 피를 뒤집어 쓴 도깨비는 힘을 못쓰는 낮도깨비가 되는 것이다. 사금 파리도 그 백색이 한낮, 대낮을 뜻한다. 우리 속담에 "낮도깨비에게 홀렸다"(아무리 생각을 하여도 이해가 되지 아니한다), "낮도깨비 같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뻔뻔하고 해괴함) "낮에 난 도깨비다" (죽을 짓을 한다, 낯가죽이 두껍고 하는 짓이 매우 파렴치하다), "여북해야 낮도깨비가 날까" (오죽 못나서야 그런 짓을 하겠느냐), "실없는 낮도깨비다" (매우 실없다, 있을 수 없다), "오죽한 도깨비 낮에 날까" (하는 짓이 망칙해서 상대할 수 없으니 오죽 못나서 그러겠는가 하고 내버려두어라)라고 하는 것을 보더라도 도깨비는 낮과 상극(相克)임을 알 수 있다.
도깨비 감투와 인간의 욕망 : 도깨비가 쓰는 감투는 대개 빨간 천으로 만든 것인데, 사람이 요행히 이것을 주워서 쓰면 자신의 모습이 남에게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것을 쓰면 무슨 일이든지 들키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가 있어서 '능통(能通) 감투' 라고도 한다. 도깨비 감투는 인간의 본능인 부 · 귀 · 색(富貴色)을 뜻하고, 그것이 끝내는 실패한다는 것과 그래도 잠시나마 소원을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도깨비가 김서방이라거나, 도깨비를 사귀면 돈이 생긴다거나, 그 생긴 돈이 아까워서 인간이 도깨비를 배신한다는 것은 인간에게 부(돈, 재산)가 가장 대표적이고 보편적인 본능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도깨비 감투 설화는 한편으로 인간의 본능을 달리 표현한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도덕성이나 정직한 신성성을 뜻하기도 한다.
도덕성 : 도깨비는 사기를 치거나 엉터리 물건으로 사람에게 보답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며, 제사를 지내면 반드시 보답을 하고, 효도와 같은 인간미를 칭찬한다. 또한 도깨비는 모방하는 일을 용납하지 못한다. "내 코가 석자" 설화를 보면, 도깨비방망이를 얻어 부자가 된 나무꾼을 흉내내다가 코가 석자나 된 흉내쟁이가 나오는데, 이는 도깨비가 도덕성을 내세우고 있음을 의미한다.
큰 힘 : 도깨비는 힘이 세고 초인적이다. 전북 남원시 운봉읍 화수리의 황산보(荒山洑)는 일명 도깨비 보라고 한다. 또 도깨비는 바닷속에 침몰한 보물선에 헤엄쳐 들어가서 물이 묻은 돈을 건져다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바치기도 한다. 도깨비는 바닷속을 들락거리는 기술이 있고, 절대로 도둑질해서 돈을 마련하는 일이 없는 마음도 있다. 경북 청송군에 있는 도깨비 다리는 큰 홍수가 나도 안전하다고 한다. 큰 홍수가 나서 이 돌다리가 떠내려가면, 도깨비가 즉시 나타나서 돌다리를 제자리에 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주도의 경우, 도깨비는 신격화되어 집안의 수호신인 '일월 조상' , 어선의 어신(漁神), 대장간의 신, 마을의 당신으로 나타난다.
성격 : 도깨비는 사람보다 착하고 선량하고 양순하고 마음씨가 곱고 순진하고 정이 있다. 반면에 그는 바보 · 멍청이 · 모자람 · 답답함 · 속음 · 미련함으로 표현될 만큼 어리석다. 때로 도깨비가 간악하고 영악한 인간에게 속아서 허등대고 있을 때는 애처롭고 외로워 보이고 불쌍하기도 하다. 도깨비는 사람에게 우습다(재미있다 · 익살스럽다 · 웃긴다), 귀엽다(흥미있다 · 친근감이 간다 · 만나고싶다 · 친하고 싶다), 심술궃다(장난꾸러기이다 · 괴팍하다 · 사
람을 골탕먹인다), 무섭다(섬찍하다 · 두렵다 · 끔찍하다 · 소름끼친다 · 으스스하다 · 공포를준다 · 섬뜻하다 · 귀신이다 · 아찔하다. 기절 직전까지 몰아간다 · 난폭하다), 사람을 홀린다, 그립다(그립게 한다 · 어린시절 고향 할아버지를 생각나게하고 어렸을 적의 호기심을 자극한다)라고 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런가 하면 이중 성격을 갖기도 하여, 무섭고도 우습다, 무섭고 재미있다, 무섭고 귀엽다, 우습고 재미있다, 악하고 인정 많다, 힘세고도 약하다, 말생을 피우나 불쌍한 사람을 도와 준다, 현명한가 하면 바보이다, 익살스럽고 험상궂다, 힘세고 착하다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이처럼 도깨비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적실하게 반영해 주고 있으므로 인간의 반면 거울(反面鏡)이라 할 수 있다.
〔신앙과 의의〕 도깨비는 헛것이나 주책없는 낮도깨비로 가벼이 여겨지는 측면이 있는가 하면, 신앙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풍어를 기원하는 경우와 병 예방 및 치료를 기원하는 경우가 있다. 첫째, 풍어를 기원하는 도깨비 신앙이 있다. 경기도 옹진군 연평도의 엔돌이라는 어장과, 화성군 서신면의 그물 조사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에는 해변가에 터줏가리 여러 개를 세워 놓고 떡 한 시루와 술 한 동이를 이고 가서 목욕 재계를 하고 제사를 지냈다. 충남의 태안 반도 일대나 당진군 한진 1리의 참봉 고사에서도, 그 해 첫 출항을 할 때 메밀 범백 5개 정도를 사방에 뿌리면서 "물 위의 참봉, 물 아래 참봉, 고기 많이 잡고 풍어를 이루게 해주십사"라고 축원을 한다. 서산군 대산면 독곶리의 도깨비 고사에서도 메밀 범백을 만들어서 뿌린다. 전북 부안군 줄포면 줄포리에서 섣달 그믐에 메밀물(피묵)을 올리며 "줄포항에서 금년 재수도 장원하게 해주시오"라고 축원을 하고 풍물을 올리고는 논다. 도깨비가 김 서방이라고 해서, "물 아래 김 서방, 물 위의 박 서방, 고기 많이 모아서 우리 살(덤장)에 넣어 주시오"라고 한다.
전남 무안군 지역의 덤장 고사는 갯벌에 덤장을 설치해 놓고 밀물과 썰물을 이용해서 고기가 드나들다가 그물에 걸리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도깨비는 본격 신보다 아래 신격으로 김 서방, 박 서방이라 불리며 고기가 잘 잡혀 달라는 기원의 대상이 된다. 이것을 보통 덤장고사 · 대발 고사 · 도깨비 고사 · 개맥이 고사라고 부른다. 거행 시기는 물이 뜨는 때(서무날인 음력 12일과 27일, 그리고 열무날인 음력 4일과 19일) 초저녁이다. 전남 여천군 소라면 복촌에서는 진새 고사(진생원 고사)를 섣달 그믐과 정월 대보름 저녁에 지낸다. 그때 사람들은 "진새님(진생원님, 김생원님, 바다 도채비님), 진새님… 대접을 하오니 많이 잡숫고 넘자 바다 괴기 떼를 몰아 갖고 우리 덤장으로 몰아줍소"라고 축원을 한다. 경남 해안에는 그 신앙이 단순하여 첫 번째 잡은 고기를 낚시줄 끝에 매달아서 도깨비에 던져 주면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정도이다. 제주도는 "구물코ᄉᆞ"라 하여 매월 초와 보름에 멸치의 풍어를 바라는 굿을 한다. 도채비(영감신)가 멸치를 몰아준다는 것이다.
둘째, 병 치료와 예방을 위한 도깨비 굿이 있다. 전북 순창군 탑리(塔里)의 도깨비 굿, 전북 장수 지방에서 팥죽을 올리는 탑제가 그것이다. 여기에서는 메밀묵이 팥죽으로 변하였다. 동짓날 팥죽을 쑤어 뿌리면서 잡귀를 물리친다는 뜻으로도 보이는데, 여자들이 정초에 올린다. 전남 진도의 도깨비 굿은 병이 돌 때 여자가 올린다. 제주도에서는 도깨비 본풀이라는 무속으로 병을 물리치고 부자 되기를 주제로 삼는다. 그런가 하면 강원도 영월에서는 단종능의 옆 소나무에 살면서 단종능을 지키는 도깨비의 충성심을 기리는 '도깨비 굿 을 실현하려는 시도가 있다.
이와 같이 도깨비는 풍어 · 질병 막기 · 부자 되기의 신앙 대상으로 남한의 곡창 지대와 해안 지대에 널리 분포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도깨비는 또 하나의 한국인이라고 할 것이다. 이는 욕망과 도덕 문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한국인의 사고나 가치관과 같다는 뜻이다. 그리고 인간과 귀신, 낮과 밤, 동네와 산속, 보이기도 하고 안 보이기도 하는 것, 영리하고 또 어리석은 면에서, 무섭고 우스운 점에서 이중 성격과 중간 성격을 가진다. 그런가 하면 신앙의 대상도 되기도 하고 장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도깨비는 정체를 규명하기에 힘드나 복잡한 성격을 가진 사람의 다른 일면이라 하겠다.
※ 참고문헌  任哲宰 외, 《한국의 도깨비》, 국립 민속 박물관 총서1, 열화당, 1981/ 村山智順, 《朝鮮の鬼神》, 朝鮮總督府, 1929/ 姜恩海 <한국의 도깨비담 형성 · 변화와 구조에 관한 연구>, 서강대 대학원 박사 학위 논문, 1985/ 崔東洙, 《여보게 김서방》, 未完, 1987/ 崔仁鶴, 《韓國民俗學》, 새문사, 1988/ 임철재, 〈韓國口傳傳說》, 1~12, 평민사, 1988~ 1992/ 《한국 민족 문화 대백과 사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1/김 종대, 《한국의 도깨비 연구》, 국학 자료원, 1994. 大學院 〔崔來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