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과 종교

道德 — 宗敎

〔라〕moralitas et religio · 〔영〕morality and religion

글자 크기
3
문화의 원시적인 단계에서는 도덕과 종교를 분리하여 이해할 수 없었다. 도덕은 법률이나 관습일 뿐만 아니라 범할 수 없는 종교적인 의미마저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도덕 · 법률 · 관습 · 종교가 하나의 기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은 보다 안정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하여 사회적 규범들을 신성한 것, 인간적 의지를 초월한 높은 의지의 나타남이라고 생각하였다. 또한 인간 사회의 기능이 여러 가지로 분화되지 않았던 이 시대에는 도덕 · 법률 · 관습 · 종교 등이 수장(首長)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수장은 사제였고, 행정의 최고 수반이었으며 재판관이었다. 그러나 인간 사회의 기능이 점차 분화됨에 따라 종교와 도덕은 자신의 영역을 달리하게 되었다. 즉, 도덕은 현세적 · 인간적인 한계 안에서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종교는 초현세적 · 초인간적이고 시간적으로도 과거와 미래를 꿰뚫어 인간 생활을 규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요컨대, 종교는 인간 이상의 것 즉 이 세상의 것을 초월한 것에 인간 행위의 판정 기준을 두었던 것이다. 이와 달리 도덕은 그 판정의 기준을 현세에서 찾고 그 규범을 자연적 명법으로 삼는다. 결국 도덕은 인간이 스스로의 자유 의지에 따라 자율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상관 관계〕 도덕과 종교의 관계는 인간의 현실적 조건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인간은 참으로 모순된 존재로 자유 의지에 의해 스스로 선한 인간이 되려는 도덕적인 요소와 반도덕적 요소가 함께 있다는 사실을 경험으로써 알고 있다. 인간은 스스로 인간이 되려고 노력할 때에만 비로소 인간적이 된다. 인간은 자기 안에 인간이 되는 것을 거부하는 악한 충동도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인간사회의 공동체의 협조를 거부하고 자아에 집착하려는 충동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이 스스로 인간 사회를 부정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인간 안에 있는 이러한 악한 충동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인간은 물 · 심(物心) 양면의 서로 반대되는 두 원리에 의해 지배받는 존재이기도 하다. 인간은 한편으로는 동물적 · 생리적 · 육체적인 물적 측면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적 · 정신적 · 이성적인 심적 측면이 있다. 인간은 현세에서 죽음을 향해 순간순간을 살아가고 있다. 여기서 죽음이 하나의 종말을 뜻한다면, 왜 구태여 인간은 도덕적으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여기에 단순히 도덕적인 차원을 넘어선 종교적인 인생관이 끼여들 여지가 있는 것이다. 종교에서는 인간의 자기 모순적인 아집을 원죄 또는 근원적인 악이라 한다. 또한 그 모순을 극복하는 원리로서의 도덕은 하느님의 뜻에 의해 나타난 것이라고 하여 도덕의 신성한 근원을 밝힌다. 인간 자신이 존재의 운명으로서 그 밑바탕에 자기 모순적 성격을 갖고 있는 한, 이 모순을 뛰어넘는 원리로서의 도덕이 신의 뜻〔神意〕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안된다. 여기에서 삶의 원리로서의 도덕과 죽음을 넘어서는 원리로서의 종교의 근원적인 만남이 있다. 요컨대, 종교는 도덕을 근원적으로 떠받들고, 도덕은 종교를 통하여 참으로 인간의 현실 생활에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한다.
소크라테스의 다이몬(Daimon), 칸트(I. Kant)의 정언 명령, 공자의 천명(天命) 등에는 인간 이성의 목소리 이상의 것이 들어 있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 도덕 원리들은 반드시 종교적인 데까지 가지 않고 오히려 종교로부터 벗어나 이성을 통한 행동 원리를 찾으려고 한다. 따라서 종교와 도덕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차이가 있다. 첫째, 도덕이 선(善)만을 추구하지만 종교는 그것을 넘어선 성(聖)에까지 이르려고 한다. 즉 도덕은 현세적으로 이 세상에서 실현할 수 있는 것을 추구하지만, 종교는 피안적이고, 완전한 이상은 내세에서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둘째, 종교는 궁극적인 목적을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와는 달리, 도덕은 어디까지나 궁극적인 목적을 하늘로부터 주어진 것이 아닌 인간 스스로가 만든것으로 여긴다. 도덕은 궁극적인 최고 선을 향하여 끝없이 전진하는 투쟁의 과정이고, 종교는 이미 주어진 '승리의 싸움' 으로 사도 바오로가 말한 약속된 승리인 것이다. 이 점에서 종교는 영구적인 평화의 길이다. 셋째, 인간은 도덕적으로는 영원한 투쟁이 있으나 종교적으로는 그 모순을 지양하고 완성하기 위한 하느님의 은총이나 부처의 본원력(本願力) 같은 초월적인 작용을 필요로 한다. 이 세 가지는 같은 내용을 몇 가지로 나눈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도덕과 종교가 서로 모순되는 것은 아니나, 근대에 이르러 행동 기준을 달리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현대 종교 윤리〕 종교와 도덕은 분명한 차이점과 접합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도덕의 정당화의 방법은 여러 가지 견해들로 나타나고 그에 대응되는 종교 윤리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전통적 종교 도덕, 자유주의의 사회 복음화 운동, 신정통주의, 그리고 상황 윤리로 구별할 수 있다.
첫째, 전통적 종교 도덕론자들은 모든 도덕 위에 신적인 권위를 강조한다. 진정으로 가치 있는 절대 가치는 개인이 중요하게 여기거나 좋아하는 것, 어떤 특정 사회가 인정하는 것과도 무관하게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절대 가치에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사고 방식이 있다. 하나는 도덕 법칙이 신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종교적 전통에 의한 설명 방식이다. 가장 널리 주장되는 견해로 예컨대, 십계명 같은 것은 모든 사람 모든 곳에서 그대로 적용된다. 그것의 가치는 인간의 욕구 충족이나 특정 사회의 관습에 의존하지 않는다. 이러한 도덕 법칙의 정당화는 직접적으로는 신적 권위에 의하여, 간접적으로는 신의 의지에 대한 종교 지도자들의 권위적인 해석에 의해 행해진다.
또 하나는 칸트의 철학에서 발견된다. 칸트에게 있어서 절대 가치는 인간의 합리적 본성 위에 근거한다. 그는 "합리적 동물인 인간이 도덕적 판단을 내릴 때 인간 자신을 예외로 할 수 없다. 나의 행위가 옳다고 주장할 수 있으려면, 그것은 모든 사람에 대해 옳은 것이어야 한다. 내가 어떤 약속을 깨뜨려 내게 유리한 것이라면,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해도 옳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나는 나의 행위를 보편화해야만 한다" 라고 하였다. 따라서 칸트는 이성 그 자체에 의한 보편적 도덕 원리(절대 가치)를 규정하고 선한 사람은 이 원리에 대한 의무감에서 행동하는 사람이라 결론짓는다.
둘째, 자유주의의 사회 복음화 운동은 그리스도교 윤리의 1차적인 의무는 개인을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구제하는 것이라고 한다. 라우센부쉬(W. Rauschen-busch)는 그 의무는 질병 · 가난 · 사회적 부정의를 깨뜨리는 데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신조를 가진 자유주의자들은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 낙관적인 태도를 가진다. 그들은 인간이 좀더 교육받고 이성을 계발하고 예수의 윤리적 교훈에 관심을 쏟는다면, 하느님의 왕국이 바로 지금 여기에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자유주의자들은 절대 가치를 부정하고 객관적 · 상대주의적 가치관에 강한 관심을 갖고 있다.
셋째, 이와 달리 자유주의의 사회 복음화 운동을 공격하는 신정통주의가 생겨났다. 프로테스탄트 신학자 니버(R. Niebuhr)는 주로 인간 중심적인 자유주의자들의 입장을 공격하였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죄를 짓고 태어났을 뿐만 아니라 죄를 범하지 않을 정도로 완전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그는 하느님의 은총을 믿음으로써만 용서를 받고 의롭다고 인정받을 수 있음을 역설하였다.
넷째, 틸리히와 로빈슨 같은 신학자들은 절대적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는점을 인정하는 상황 윤리를 강조한다. 사랑이라는 절대 가치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사랑의 원리에 대한 특정의 요구 및 의미는 미리 정해질 수는 없으며, 각각의 특수한 상황에서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므로 각 개인은 도덕적으로 의미를 갖는 상황에서 개인적인 결단을 내려야 하며, 항상 관심을 갖고 사랑하는 사람으로 행동하라는 명령에 지식과 경험을 사용하여 최선을 다하라고 하였다.
※ 참고문헌  I. Kant, The Moral Law, London, Hutchinson, 1966/ J.Fletcher, Situation Ethics : The New Morality, Philadelphia, Westminster Press, 1966. 〔李恩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