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주의

道德主義

〔라〕 moralismus · 〔영〕moralism

글자 크기
3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의미에서 도덕적 가치 또는 의 미, 혹은 도덕적 정서를 중요시하는 사상적 입장 및 태 도. 그러나 '도덕주의' 라는 용어가 정확하고 엄밀한 의 미에서 학술적으로 정의되는 일반 사조 혹은 관념 체계 를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에, 다양한 맥락에서 다양한 의 미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도덕적 가치 혹은 도덕적 의미를 기본적으로 중시하는 지적 · 정서 적 · 윤리적 태도 혹은 입장' 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용어에 대한 주요 논의〕 통상적으로 이해되는 이 용 어를 구체적으로 나누어 정리 · 논의해 본다면 다음과 같 다. ① 도덕에 반하는(anti-moral, non-moral) 혹은 도덕과 무관한(amoral) 입장에 반하여 도덕률(道德律)을 인정하 는 입장, 그중에 특히 미국의 목사 부크먼(F. Buchman, 1878~1961)이 전개한, 적극적인 도덕적 실천을 주장한 도덕 재무장(道德再武裝, Moral Re-armament) 운동의 기 본적 입장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이때의 도덕주 의는 당시의 문화, 정치, 사회 일반에 대한 도덕적 반성 을 촉구하고, 도덕적 각성 혹은 부흥을 목표로 전개된다. 이때의 도덕주의에는 비난 혹은 비판의 의미는 포함되지 않는다.
② 일반 종교 또는 종교적 가치를 부정하고, 도덕 또는 도덕적 가치를 존중하여 종교보다 도덕을 우위(優位)에 두는 입장—특히 도덕 재무장 운동과 종교 부정의 도덕 주의를 지칭할 때—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된다. 또는 문학, 예술 일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문학 · 예술이 지닌 가치를 부정하고 도덕적 가치만으로 이들을 평가하 려는 경직화된 입장을 의미하는 경우에도 사용된다. 이 때의 도덕주의는 매우 부정적 · 비판적인 의미로 사용되 는데 여기서는 도덕과 종교, 도덕과 문학, 도덕과 예술, 도덕과 일반 가치의 문제가 첨예한 논의의 관건이 된다. 예를 들어 도덕 재무장 운동이 도덕적 가치를 존중, 적극 적으로 실천한다는 경계를 넘어 도덕적 가치만의 존중, 도덕 만능(萬能)적 태도로 경직화되어 급기야는 종교 일 반을 부정(否定)하기에까지 이르러, 일부 가톨릭 당국자 의 비판과 반대를 받았던 것은 이 문제의 논의를 보다 분 명히 보여 준다. 함께 고려되어야 할 많은 상황과 문제를 무시하고 도덕, 도덕적 척도만을 주장한다는 것은 또 하 나의 율법주의 혹은 형식주의로 전락, 도덕적 가치가 지
니는 본래의 의미마저 간과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됨은 분명하다.
③ 일반 제(諸) 가치 중에서 도덕적 가치를 최고의 가 치로 인정하는 입장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는데, 대 표적으로 칸트(I. Kant)와 피히테(J.G. Fichte) 등을 들 수 있다. 칸트에 의하면, '선의지' (善意志, Guter Wille)란 옳 은 행동을 오로지 그것이 옳다는 이유에서 항상 선택하 는 의지를 말한다. 그것은 행위의 결과나 목적을 고려하 는 마음이나 또는 자연적인 경향을 따라서 옳은 행동으 로 쏠리는 의지가 아니라, 단순히 어떤 행위가 옳다는 바 로 그 이유로 말미암아 그 행위를 택하는 의지인 것이다. 한마디로 '선의지' 란 객관적 실천의 법칙을 순수한 동기 에서 따르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용기라든가 지력(知力) 이라든가 하는 것도 선의지가 없으면 유해한 것이 되는 수도 있다. 칸트에 의하면, 도덕적 평가의 대상을 심정 (心情)에 구하는 동기설(動機說)의 대표적인 것으로서 선의지는 단순히 경향성에 따르지 않고 도덕 법칙에 의 하여 규정된 의지라는 것이다. 이는 정언적(定言的)인 명령으로 나타나는 자율적인 도덕률을 따른다. 칸트의 도덕주의는 이러한 그의 선의지를 중심으로 심층 논의될 수 있다. "이 세상에 있어서, 또는 이 세상 밖에 있어서 까지라도, 선의지 이외에는 무조건 선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칸트의 《도덕 형이상학의 원리》(Grundlegung zur Metaphysik der Sitten) 제 1장의 첫 구절은 칸트의 윤리설, 도덕주의의 출발점인 동시에 그 근본 전제를 보여 준다.
따라서 도덕적 노력이 궁극의 목표로 삼는 바는 선의 지의 실현 혹은 그 함양이요, 인생의 실천적 기본 원리의 발견을 사명으로 하는 윤리학의 과제는 선의지의 탐구에 그 초점을 두게 된다. 칸트의 도덕주의는 이 입장을 중심 으로 체계적으로 전개된다. 더 나아가, 칸트의 윤리설, 도덕주의는 여기서 머무르지 않고 '자유' , '영혼' , '신' (神)의 요청(要請, Postulate der Praktischen Verunft)에까지 이르게 된다. 즉, 칸트에 의하면, 감성에서 분리된 순수 이성은 이론적으로 현실 존재를 한정할 수 없으나, 우리 들의 도덕적 실천에 의한 이성적인 의지 결정에 있어서 의 이성은 감성의 제약을 받지 않고 무조건적 명령 (Categorical Imperative)을 내리고 이성 의지로서 발동한다 는 것이다. 여기서 자연의 인과성을 넘어선 자유가 존재 하게 된다. 이러한 실천적인 경지에 이르러 우리는 도덕 적인 의무가 무한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 지상에서의 일 생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과제가 인간에게 부여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이는 영혼 불멸을 요청하게 된다. 또, 우리에게 도덕적으로 선한 의지가 이 우주의 무한한 힘의 도움을 받음으로써 궁극에는 덕행과 행복이 합치된 최고선(最高善)에 도달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 에 이르게 되며, 이는 필연적으로 신의 존재를 요청하게 된다. 이론적 형이상학이 단념한 '자유' , '영혼의 불멸' , '신' 은 이리하여 실천적 신앙 · 실천적 요청으로 긍정된 다. 또 피히테에 따르면 도덕의 최상 목적은 모든 실재와 모든 생기(生起)의 근원인 영원의 당위(當爲)를 실현하
는 데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당위의 실현은 수많은 유 한적 개인아(個人我)의 존재를 필연적으로 요구하게 되 며, 또 수많은 개인아는 단순한 하나의 집단이 아니라 하 나의 유기적 조직체를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 이 도덕적 목적 실현이라는 세계적 목적에 있어서 자기 의 독특한 천분(天分)을 갖는 데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의 윤리적 유심론(唯心論)의 입장에서는 모든 사물의 근원과 목적은 이 도덕적 세계 질서에 있다고 말한다. 이 것은 절대 자아(絶對自我) 즉, 신을 말한다. 따라서 피히 테에게 종교란 도덕적 세계 질서에 대한 신앙이 되는 것 이다.
④ 대표적으로, 쇼펜하우어(A. Schopenhauer)가 주장한 것으로 '도덕적 의지' 를 세계의 형이상학적 원리로 삼는 입장, 또는 세계관의 기초를 도덕에서 구하는 입장을 일 컬어 도덕주의라 부르는 경우가 있다. 쇼펜하우어의 철 학은 칸트의 인식론, 플라톤의 이데아론, 베다(Veda)의 범신론(汎神論) 및 불교적 염세관(厭世觀)의 결합이라 말해진다. 인식론적 입장에서 칸트의 정통 후계자임을 자인하는 쇼펜하우어에게 있어서, '도덕적 의지' 란 바로 그의 주관적 관념론 입장의 인식론과 의지의 표상으로서 의 세계, 형이상학 그리고 해탈(解脫)의 길로서의 윤리 학-그는 두 개의 해탈의 길을 제시하는 바 예술적 혹은 철학적 천재들의 해탈로서 예술적 해탈과 일반인들에게 해당하는 윤리적 해탈의 길이 그것이다-의 결합으로 주장된다.
⑤ 일종의 염세주의와 낙천주의의 절충으로 간주되는 도덕주의적 세계관으로 인해서 평화 운동가로 알려졌던 오스트리아의 골트샤이트(R. Goldscheid, 1870~1931), 미국 실용주의의 대표적 철학자 제임스(W. James)의 실존주의 적 개선설(改善說, meliorism)의 경우를 일컬어 도덕주의 라 지칭하는 경우도 있다. 골트샤이트는 주로 사회 문제 와 인간 경제학(Menschenökonomie)을 논하였는데, 그는 개인적 의무에 대하여 전체의 의무를 강조하고 인간의 과제는 비판적인 사유 아래 자율적인 목적을 수립하여 문화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또 실용 주의 철학자로서 제임스는, 세상에는 명백히 고통 · 죄 악 · 부정이 있지만 또한 동시에 정의와 선이 존재한다고 주장하였다. 비록 다원적이고 불안전하며 불확실한 현실 이지만 인간의 의지와 노력으로 완전에 이르지는 못할지 라도, 우리는 인류를 괴롭혀 온 고통을 어느 정도 덜고 인류의 이상을 실현해 갈 수 있다고 역설하였다. 다시 말 해서, 인간에게 적합한 세계는 궁극적이며 불변적인 것 으로 이미 주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여러 가지 도전과 시련을 피해 갈 수가 없게 됨은 자명하다는 것이 다. 세계는 인간에게 그 본질적인 특징으로 고통과 모순 의 모습으로 끊임없이 도전해 온다. 그러므로 피할 길 없 는 세계의 고통과 모순에 대항하여야 하는 인류는 도덕 적인 의무로서의 세계관을 견지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야 만 한다는 주장이다.
〔평 가〕 상대론(relativism) 내지 회의론(skeptcisim)으로 대표되는 현대 윤리 사조의 경향은, 오늘날 매우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몇몇 전문적인 철학파까지 가세함으로써 더욱 치명적인 지경에까지 다다르고 있다. 논리적 실증 주의의 윤리학은 아마 이러한 학파의 대표적인 경우라 하겠다. 이는 구체적으로 오늘의 그리스도인에게 윤리학 적 상대론 혹은 회의론의 형태로 육박해 오는 도전이다. 특별히 오늘 우리 사회가 직면해 있는 도덕적 무정부주 의 혹은 도덕적 허무주의—더 나아가 만연해 가는 도덕 적 냉소주의—를 연상하게 하는 우리의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도덕주의 일반이 갖는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하겠다. (→ 도덕성 ; 윤리학)
※ 참고문헌  C. Morris, Varieties of Human Values, Chicago, 1956/ D.H. Parker, The Philosophy ofValue, Ann Arbor, 1957/B. Russell, Human Society in Ethics and Politics, New York, 1955/ R. Benedict, Patterns of Culture, Boston, 1934/ S.E. Toulmin, An Examination of the Place of Reason in Ethics, Cambridge, 1950/ M.K. Munitz, A Mordem Introduction to Ethics, Illionis, 1958/ M. Fisk, Ethics and Society : A Marxist Inter- pretation of Value, New York Univ. Press, 1980/ S. Hampshire, Thought andAction, London, 1959. 〔吳將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