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우주관에 나타나는 하늘 나라의 하나. 석가모 니불이 인간 세상에 태어나 부처가 되기 직전에 살았고 미래의 부처인 미륵보살이 현재 살고 있는 곳.
도솔천은 산스크리트어로 투시타 데바(tusita-deva)이다. 한문 음역(音譯)은 도사다천(都史多天), 도솔타천(兜率 陀天), 도솔천(兜率天)이고, 의역(意譯)은 만족(滿足), 지족(知足), 희락(喜樂)으로서 '만족의 하늘 세계' 라는 뜻이다. 《입세아비담론》(立世阿毘曇論) 제6에 따르면, 이 하늘 세계는 기쁨과 즐거움으로 가득하고 생활의 물 자와 도구들이 저절로 충족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이름 이 붙었다고 한다. 《불지경론》(佛地經論) 제5에서는, 한 생애만 지나면 곧장 부처가 될 보살이 이곳에서 중생들
을 교화하면서 만족을 아는 수행을 닦고 있기 때문에 이 와 같은 이름으로 불린다고 하였다.
〔특징〕 중생들이 살고 있는 우주는 욕망과 물질, 그리 고 정신으로 이루어진 '욕망의 세계' (欲界), 욕망은 없 고 물질과 정신만으로 이루어진 '물질의 세계' (色界), 그리고 욕망도 물질도 없이 정신적 요소만으로 이루어진 '정신의 세계' (無色界)의 삼계(三界)로 구성된다. 이 삼 계는 윤회하며 살아가는 중생들의 삶의 양태에 따라서 다시 6종류(六道)의 25세계(二十五有)로 나뉘어진다. 6 종류의 25세계는 온갖 고통을 겪는 지옥(地獄) · 항상 목마름과 배고픔의 고통을 겪는 아귀(餓鬼) · 천대와 부 림을 받는 축생(畜生) · 늘 싸움만을 일삼는 아수라(阿修 羅) 같은 네 가지 고통스러운 세계(四惡道) 네 가지 인 간 세계(四州), 그리고 열일곱 가지의 하늘 세계(十七天, 자세하게 구분하면 27 또는 33天)이다. 우주의 한가운데에 는 거대한 수미산(須彌山)이 있고 그 아래에 사악도(四 惡道)가 차례로 있다. 수미산의 사방에 4개의 인간 세상 이 있고 산 위로 17개의 하늘 세계가 있다. 이들 가운데 맨 아래의 지옥에서부터 6번째 하늘까지가 욕망의 세계 7번째 하늘부터 13번째 하늘까지가 물질의 세계, 그리 고 14번째 하늘부터는 정신의 세계이다.
도솔천은 욕망의 세계에 속하는 여섯 하늘 세계 가운 데 4번째에 자리잡고 있다. 《관미륵보살 상생도솔천경》 (觀彌勒菩薩上生兜率天經)에는 도솔천에 관한 자세한 묘사가 담겨 있다. 도솔천은 우리 인간들이 살고 있는 이 세상으로부터 위쪽으로 32만 유순(由旬, 1유순은 황소가 수레를 끌고 하루 동안에 가는 거리), 수미산 꼭대기로부터 12만 유순의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이 하늘 세계는 가 로와 세로가 각각 8만 유순인데 수많은 궁전들이 일곱 가지의 보석으로 꾸며져 있다. 궁전은 외원(外院)과 내 원(內院)으로 분리되어 있는데, 외원에는 일반 사람들이
살고 내원에는 미륵보살이 거주하는 정토이다. 보배와 광명과 연꽃으로 뒤덮인 장엄한 이 하늘 세계에서는 자 연적으로 생긴 악기에서 저절로 음악이 흘러 나오며, 그 소리는 열 가지 착한 행위(十善), 네 가지 큰 서원(四弘 誓願) 등의 가르침을 깨우치게 해준다. 사람들은 이 음 악 소리의 가르침을 듣고 최고의 깨달음을 얻고자 발원 한다. 또한 이곳 사람들의 수명은 4,000세인데 이곳의 하루 밤낮은 인간 세상의 400년에 해당한다.
도솔천 아래에 있는 사왕천 · 도리천 · 야마천이 욕정 에 잠겨 있고 도솔천 위에 있는 화락천 · 타화자재천이 들뜬 마음이 많은 것과는 달리, 이 하늘 세계는 욕정에 잠기지도 않고 마음이 들뜨지도 않으며 만족한 마음을 내기 때문에 성인들이 기꺼이 머무른다고 한다. 또한 이 곳은 모든 것이 만족스럽기 때문에 석가불이나 미륵불이 여기서 인간 세상으로 내려오는 것은 무엇을 다시 구하 고자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인간 세상의 중생들 을 구제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도솔천과 미륵 신앙〕 석가모니불도 인간 세상으로 태 어나기 직전의 생애에 이 도솔천에서 보살로서 일생을 보낸 적이 있다. 또한 지금은 미륵보살이 이곳에 머무르 고 있다. 미륵은 바라나시의 칼파리 마을에서 태어난 한 바라문의 아들이었는데 불제자가 되어 교화를 받고 도솔 천에 태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석가모니불이 열반 에 든 지 56억 7천만 년 후에 도솔천으로부터 인간 세상 으로 내려와서 미륵불로서 성불하고 인간들을 제도하리 라고 한다. 석가모니불이 왔던 세상을 사바(娑婆) 세계 라고 하고, 미륵불이 올 미래의 인간 세상을 용화(龍華) 세계라고 한다. 이 용화 세계는 국토가 청정하고 풍요로
우며 사람들은 복과 덕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한다. 미륵 불은 첫 번째 설법에서 96억, 두 번째 설법에서 94억, 세 번째 설법에서 92억의 중생을 제도하여 모두 성자가 되게 하고 8만 4천 세를 살고 떠날 것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는 일찍이 인도에서부터 사람들이 도솔천에 태어나기를 바라는 신앙을 낳았다. 세일론의 역사서인 《마하밤사》(Maha-vamsa)에는, 두타가마니(Duttagamamai, 기원전 161~137) 왕이 임종할 때 미륵보살과 그가 살고 있는 도솔천의 이야기를 듣고 도솔천에서 온 수레를 타 고 그곳에 가서 태어났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중국에 서는 3세기 무렵부터 이 미륵 경전들이 번역되면서 도솔 천에 가서 태어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게 되었다. 도솔천에 가서 태어나고자 하는 신앙은 더 나아 가 도솔천의 미륵보살이 용화 세계에 내려와 설법하는 자리에 참여하여 깨달음을 성취하고자 하는 신앙으로 발 전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대승 불교 운동과 함께 미래 세 계의 부처인 미륵불에 대한 신앙이 성장하면서, 아직 욕 망조차 벗어나지 못한 윤회하는 세계 속의 도솔천이 정 토인 극락 세계와 견줄 정도의 중요한 위치로 떠오르게 되었다.
인간이 도솔천에 가서 태어나기 위해서는 아홉 가지의 수행을 쌓아야 한다. 첫째는 붓다가 열반한 후에도 끊임 없이 정진하고 많은 공덕을 쌓는 일, 둘째는 탑을 깨끗이 하고 좋은 향과 아름다운 꽃을 공양하는 일, 셋째는 여러 가지 삼매(三昧)를 닦아서 깊은 선정(禪定)에 드는 일, 넷째는 경전을 독송하는 일, 다섯째는 번뇌를 완전히 끊 지는 못했지만 지극한 마음으로 미륵불을 염불하는 일, 여섯째는 계(戒)를 받아 청정한 수행을 하며 네 가지 큰 서원을 세우는 일, 일곱째는 세상에서 복이 되는 행위들 (福業)을 널리 닦는 일, 여덟째는 계율을 어기고 죄를 범 하였더라도 미륵보살의 자비로운 이름을 듣고 지극한 마 음으로 참회하는 일, 아홉째는 미륵보살의 이름을 듣고 그 형상을 만들어서 향과 꽃과 깃발 등으로 장식하고 예 배하는 일이 그것이다. 이와 같이 도솔천에 가서 태어나 기 위한 수행은 매우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덕목들이기 때 문에 일반 불자들의 이상 세계로서 크게 부각되었다.
이 도솔상생(兜率上生)의 신앙이 성행하자 도솔천은 한때 아미타불의 극락 정토와 우열 논쟁을 불러일으킨 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원효(元曉)는 두 세계의 우열을 따지기보다는 사람들의 근기(根機)에 따라서 도솔천에 가서 나기 쉬운 사람이 있고 극락 세계에 가서 나기 쉬운 사람도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유심안락도》 (遊心安樂道)에서 도솔천이 극락 정토에 비해서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도솔천은 지역이 좁고 남녀가 같 이 살면서 욕락의 생활을 즐기고, 깨달음을 얻어 성불하 기 전에 지옥과 같은 더 나쁜 세계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 고, 정해진 나이가 4천 세이지만 중간에 요절할 수도 있 고, 게을러질 수도 있고, 성불하는 사람도 있지만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와는 달리 아미타불의 서방 극락 정토는 이러한 일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극락 정토와 도솔천에 관한 신앙은 일곱 가지의 뚜렷
한 차이가 있다. 첫째, 극락 정토는 인간들이 사는 곳이 고 도솔천은 하늘 세계의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둘째, 극락 정토는 오계(五戒)만 지켜도 갈 수 있지만 도솔천 은 십선(十善)을 닦아야 갈 수가 있다. 셋째, 극락 정토 에는 십념(十念)만으로 갈 수 있으나 도솔천은 보시(布 施)와 지계(持戒)를 다 닦아야 한다. 넷째, 극락 정토에 는 아미타불의 타력(他力)에 의해서 갈 수 있으나 도솔 천은 오로지 자력(自力)에 의해서만 갈 수 있다. 다섯째, 극락 정토에서는 관세음보살 등이 사바 세계로 와서 중 생을 이끌어 주지만 도솔천에서는 그러한 역할을 맡은 보살이 없다. 여섯째, 극락 정토는 모든 경전들을 찬탄 (讚嘆)하지만 도솔천은 한 가지 경전만을 찬탄한다. 일 곱째, 극락 정토로 간 사람들은 무수히 많지만 도솔천으 로 간 사람은 많지 않다. 원효는 이 때문에 아미타불의 서방 극락 정토에 가서 사는(往生) 것보다 도솔천에 가 서 태어나는 것이 어렵다고 결론짓는다.
미륵보살이 도솔천에 상생(上生)한다는 신앙은 아미 타불이 극락 정토에 왕생한다는 신앙과 우열 논쟁을 벌 일 정도로 한때 성행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아미타불의 극락 정토 신앙만큼 널리 퍼지거나 오래 지속되지는 못 하였다. 오히려 미륵 신앙은 다른 의미에서 중요한 역할 을 하였다. 그것은 도솔천으로의 상생 신앙보다도 미륵 이 가져다 줄 미래의 불국토에 대한 신앙에 의한 것이다. 도솔천에 가서 사는 것은 어렵지만, 미륵이 가져올 미래 의 불국토 정토는 서방의 극락 정토와는 달리 이 땅 위에 펼쳐질 것이고, 그때에는 미륵불에 의해서 누구나 손쉽 게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친근감이 이 신앙을 특히 민간에 서 널리 퍼지도록 하였다. 그 결과 미래의 이 땅에 불국 토가 실현될 것이라는 미륵 신앙은 빼앗기고 억눌리며 배우지 못한 피지배 계층 사이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으 로서 널리 신앙되었다. 즉 도솔천과 그곳에 살고 있는 미 륵보살의 존재에 대한 믿음은 도솔천에 태어나는 상생 신앙보다도 미래 불국토의 도래에 대한 확실성을 가져다 주는 의미로서 더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우 리 나라의 경우 이 신앙은 백제 시대부터 줄곧 호남 지역 에서 널리 성행하였다. (→ 미륵 신앙)
※ 참고문헌 《觀彌勒菩薩上生兜率天經》/ 《彌勒下生成佛經》/ 《彌勒菩薩所問本願經》/ 《立世阿毘曇論》/ 《佛地經論》/ 元曉, 《遊心 安樂道》/ ——, 《彌勒上生經宗要》/ 坪井俊映, 《淨土教汎論》, 隆文社, 1966/ 望月信亭, 《淨土教之研究》 , 金尾文淵堂, 1916. 〔尹泳海〕
도솔천
兜率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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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천이 자리잡고 있다는 수미산을 그린 그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