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점이나 잘못된 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 정하지 않은 채 어떤 특정한 사상 구조에 대한 설명이 그 자체로 정당하다고 판단하는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태도 내지는 주장. 도그마주의 또는 교조주의(敎條主義)라고 도 한다. 그러나 '도그마' (교조)라는 말 자체에는 '독단' 이라는 부정적인 뜻은 들어 있지 않다. 그것이 '~주의' (~이즘)와 연결되면서 '독단' 이라는 비판적인 용어로 자 리잡게 된 것이다. 따라서 독단론, 즉 도그마티즘의 개념 을 분명히 하려면 먼저 '도그마' 의 사용 변천사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어 원〕 라틴어 명사 도그마(dogma)는 그리스어 도그 마(δόγμα)와 동의어이고 그리스어 동사 도케인(δοκεῖν) 에서 나왔다. 도케인이 타동사로 쓰일 때는 '믿다' , '의 미하다' 등의 뜻을, 자동사로 쓰일 때는 '그렇게 보이 다' , '옳게 보이다' 등의 뜻을 지닌다. 종합하면 도그마 는 "옳게 보이기 때문에 믿을 만한 견해나 교설"을 뜻한 다고 할 수 있다.
〔신학상의 도그마〕 70인역 성서 일부(다니 2, 13 : 6, 10 ; 에스 3, 9. 48)와 신약성서 일부(사도 17, 7 ; 루가 2, 1)에서는 도그마가 '칙령' , '법령' 등의 정치적 · 법률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고, 에페소서 2장 15절과 골로사이 서 2장 14절에서는 그리스도를 통해 무효화된 율법적 '조문(條文)들' 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신약성 서 가운데 처음으로 '도그마' 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사도행전 16장 4절에서는 사도들과 원로들이 회의를 거 쳐 종합한 '규정들/결정들' (dogmata, 도그마의 복수형)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즉 성서에 나타난 '도그마' 는 칙 령, 조문 등의 일반적 뜻과 함께 선교 지역의 사람들에게 전해 주어야 할 새로운 신앙과 그 신앙의 문자적 표현이 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그리스 도교 안에서 사용되고 있는 도그마의 원초적 형태이다.
그런데 교부 시대에 이르러 복음을 선포하고 신앙을 옹호하기 위해 신자들이 알아야 할 바를 구체적으로 정 립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도그마는 점차 그리스도 교 신앙 고백의 내용을 가리키는 '명제' 의 개념으로 바 뀌게 된다. 가령 가이사리아의 에우세비오(Eusebius)는 교 회 내 공의회에서 결정한 사항들을 가리킬 때 '도그마 들' (dogrnata)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고, 또 중세기 스페인 신학자인 카노(M. Cano)는 교황으로부터 확인된 공의회 의 결정, 교황이 친히 결정한 교리, 모든 신자들이 전통 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고수해 온 모든 것을 '신앙의 도 그마 (dogma fidei)라고 부르고 있으며, 18세기의 크리스
만(P.N. Chrisman)은 교회의 공식 결정에 따라 신적 계시 교리나 진리로 믿어야 한다고 선언한 것을 '신앙의 도그 마 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분위기는 제1차 바티칸 공의회로 이어지면서 도그마가 개념적으로 확정 · 선포 되기에 이르렀다.
〔독단론과 신학〕 신앙 고백의 내용을 가리키는 개념적 도그마가 참으로 그러한 신앙 자체를 표현해 주는가 하 는 데서 문제가 비롯된다. '신앙의 도그마' 라는 말이 과 연 가능한가? 신의 계시가 도그마로 표현될 수 있는가? 신의 계시와 그 계시의 문자화 내지는 언어화 사이의 갈 등이 독단인가 아닌가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계시 는 그 자체로 비역사적 내지는 초역사적이라고 하더라도 그 계시를 받아들이는 인간은 언제나 역사에 종속되어 있는 존재이다. 그러다 보니 과연 계시가 하나의 인간적 명제나 개념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제 기되고, 계시를 개념화 · 명제화 · 교리화하려는 일체의 시도에 대해 한편에서는 독단론이라는 딱지를 붙이게 되 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리 도그마의 내용이 계시 진리 라고 해도 도그마가 명제적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는 한, 그것은 그 누구에게도 공평하고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여 지지 않는 역사성을 띤다. 이러한 사실을 무시하는 신학 은 독단론일 수밖에 없다. 신학자는 바로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고 인정해야 한다. 도그마는 그리스도교 안에서만 통용될 수밖에 없는 전문 용어라는 사실이 오늘날 도그 마를 보는 출발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의 신학' 이 라 부르고 있는 '도그마 신학' (dogmatic theology)은 성서 안에 구현된 신적 계시로부터 인간의 이성만으로는 분명 히 할 수 없는 '신앙의 도그마들' 을 이끌어 내는 신학이 다. 신앙의 도그마와 신적 계시 간에는 언제나 단순히 동 일시될 수 없는 긴장 관계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러 한 원천적인 긴장 관계를 전제한다면 그리스도교 신학은 언제나 '독단적인' 학문이 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신 적 계시가 역사화, 구체화되는 순간 그것은 독단적일 수 있는 가능성에서 결코 면제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 고 해서 그리스도교 신학을 그저 독단론으로만 몰아붙일 수는 없다. 권위적인 교리적 정식에만 따르고 그러한 정 식이 신앙의 원천에 기초하고 있음을 실증하는 노력이 없을 때, 신학은 독단론 바로 그것이 되고 마는 것이다. 신학이 독단론의 의심을 피하고 가능한 한 보편적인 학 문이 될 수 있으려면 도그마의 계시성에만 호소할 것이 아니라 계시의 도그마성(性)을 인정할 수 있게 해주는 '외래적인' (extrinsic) 이유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즉 철학을 비롯한 인문 과학, 자연 과학 등과 협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과학적 비판주의의 명백한 요구와 만나야 하는 것이다.
〔독단론과 철학〕 존재의 궁극적 근저와 관련하여 그 대상을 연구하고 그에 근거한 주장들에 대해 책임을 져 야 하는 철학 분야에서도 독단론은 늘 문젯거리이다. 철 학에서 독단론은 후기 헬레니즘 시대의 회의주의에 대한 반론으로 어떤 교의적 입장에 대한 적극적이고 분명한 설명을 하면서 비롯된 것이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도그
마를 과학적 탐구와 결론의 근거와 규범으로, 또한 실제 적 행위에 적합한 구체적 계율들의 근거와 규범으로 보 았고, '진리와 교리적 신조의 공인된 진술들' 을 의미하 는 것으로 사용하였다. 또한 발메스(J.L. Balmes)가 '나' 의 실존이나 모순의 원리 같은 '근본 진리' (fundamental truth)를 미리 전제해 주는 절차에 대해 서술한 이래 독단 론이라는 용어는 신스콜라 철학에서도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그렇게 전제된 근본 진리라는 것이 참으로 보편 적인 진리일 수 있을까? 근본 진리라는 것이 과연 입증 될 수 있는 것인가? 이런 것을 염두에 둔 임마누엘 칸트 (1724~1804)는 지식 자체의 기능에 대한 비판을 무시하 는 모든 형이상학을 독단론으로 보았다. 그는 인식 능력 에 관하여 반성하지 않고, 가능한 경험 안에서만 타당한 개념을 초경험적인 대상에까지 적용하는 태도를 비판하 였다. 인식이 완전한 타당성을 가진다고 하는 이성의 전 능을 믿는 태도를 일컬어 독단론이라 부르면서, 인간의 마음이 지닌 본성과 한계를 무시하고서 완전한 지식의 획득이 가능하다고 보는 이전의 철학자들을 도그마주의 자, 즉 독단론자(dogmatist)라고 불렀다. 그가 그렇게 하 는 것은 비트겐슈타인처럼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인간 이성의 본성과 한 계를 무시한 진리 주장이나 '태도' 를 비판하기 위한 것 이다. 그는 독단론과 회의론, 합리주의(rationalism)와 경 험주의(empiricism를 결합시킴으로써 양자의 오류를 수 정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 역시 주체에 정향된 초월론 적 방법으로 대상을 선취하는 고대적이고 중세적인 방식 을 심화하고 완전하게 하지 못하는 한, 독단론의 책임과 위험에 처해 있다. 생각하고 말한다는 것은 언제나 역사 성을 지닌다. 칸트는 물론 오늘날의 언어 분석 철학과 하 이데거 식의 존재 철학도 근본적으로 이러한 역사성의 문제에 처해 있다. 어느 분야에서든 전통과 권위는 깊은 의의를 지니지만, 전통과 권위는 문제 자체의 연구를 위 한 길잡이와 추진력의 기능을 할 뿐이다. 그 이상으로 보 려 할 때 언제나 독단론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는 것이 다. (⇦ 도그마티즘 ; → 교의)
※ 참고문헌 Karl Rahner · Candido Pozo, 《SM》 2, pp. 95~111/ Walter Kern, 《SM》 2, pp. 111~112/ W. Nieke, 《Hist. Wb. Philos》 2, pp. 277~2791 Alexandre Ganoczy, Einführung in die Dogmatik, Darmstadt, 1983/ H.G. Gadamer, Wahreit und Methode, 1986, pp. 326~328/ William E. Reiser S.J., What are they saying about dogma?, N.Y. : Paulist Press, 1978/ 임마누엘 칸트, 《순수 이성 비판》. 〔李贊洙〕
독단론
獨斷論
〔라〕dogmatismus · 〔영〕dogmatism
글자 크기
3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