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신비주의

獨逸神秘主義

〔독〕Deustsche Mystik · 〔영〕German mystic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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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5세기경 독일에서 스콜라 철학과는 달리 교양 이 낮은 부인, 농민, 직공들 사이에 보급된 낭만적인 그 리스도교 사상. 주로 오늘날 독일 정신이라 불리는 사상 의 근원인 에카르트(Meister Eckhart, 1260~1329)와 그의 추 종자들의 신비적 사상을 바탕으로 형성되고 발전된 사상
이다. 사상의 내용은 신(神)에 대한 사랑, 신과의 내면적 교섭에 대한 동경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에카르트 이전에 주목할 만한 인물은 다양한 영적 재 능을 지닌 빙겐의 힐데가르트(Hildegard von Bingen) 수녀 로서,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겪어 온 환시 등의 신비 체 험을, 전해져 내려오는 신비주의 전통을 통해 깊이 이해 하고 있었고, 자신이 겪는 내적 체험들을 의학이나 약학 등의 다양한 지식을 통해서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묘사 할 수 있는 재능과 지식을 지녔다. 12세기 후반에 이르 러 <성 트루드베르토의 노래>(St. Trudberter Hohe Lied)라 는 신비적 성향을 띤 시(詩)가 등장하는데, 이것은 아가 서의 양식을 빌려 신랑인 그리스도가 영적인 사랑으로 마리아를 만나는 모습을 묘사하면서 그리스도와 인간 영 혼이 나누는 깊고 내밀한 대화를 노래하고 있다. 이런 전 통에서 두드러진 사람은 멕틸드 마그테부르크(Mechthiid Magdeburg, +1300)라는 여인이다. 1250년경에 쓴 <하느 님에게서 흘러나오는 광명>(Das fliessende Licht der Gottheit) 이라는 시는 도미니코회의 하인리히 폰 할레(Heinrich von Halle)의 도움으로 완성된 작품으로서 하느님 사랑의 깊 은 체험을 서정시의 형식으로 묘사한 것이다.
〔중 세〕 중세 독일 신비주의의 주요 주제는 '영혼 안 에서 탄생하는 하느님' 이다. 이 주제는 도미니코회 사제 인 에카르트와 그 제자들인 요한 타울러(J.Tauler, 하인 리히 수소(H. Suso) 등에 의해 전개된 신비 사상을 통해 심오하게 발전되었다. 에카르트는 파리와 쾰른의 대학에 서 신학을 강의하였고, 그곳의 여러 도미니코회 수녀원 에서 설교하였다. 설교의 주된 내용은 하느님과 인간 영 혼이 나누는 친밀감의 신비로서, 그는 이러한 주제들을 사변적 방식으로 대담하게 설교하였다. 글로 기록된 그 의 설교와 논문들, 그리고 라틴어로 쓰여진 여러 글들이 교회의 종교 재판에서 이단으로 판정되기도 하였다. 타 울러의 설교가 신비적 경건의 남성적 요소를 강조한다고 본다면, 수소의 설교는 경건한 내적 신심의 느낌을 더 많 이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풍조의 초기 독일 신비주의는 단지 오늘날 우 리가 독일이라고 부르는 지역에 국한되지 않았다. 수소 와 '하느님의 친구들' 이라 불리는 이들, 15세기의 플뤼 에의 니콜라오(Nicolas Fliie) 수사 등이 활약한 스위스 지 역에도 널리 퍼졌다. 독일 신비주의는 15세기에 이르러 서는 네덜란드에도 영향을 미쳤다. 얀 로이스부르크(Jan Ruysbroeck)는 《영적 결혼의 화관》(Zierde der geistlichen Hochzeit)이라는 작품을 썼다. 14세기 말부터 네덜란드와 북부 독일 지방에 '새 신심' (Devotio Moderna)이라는 새 로운 신심 운동이 일어나 형제회의 양태를 띤 작은 공동 체들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토마스 아 켐피스(Thomas a Kempis)가 썼다고 전해지는 《준주 성범》(Imitatio Christi) 은 그 당시에 가장 널리 읽혀진 신심 서적이었다. 프랑크 푸르트의 한 사제가 익명으로 저술한 《독일 신학》 (Deutsche Theologie)이라는 신비적 경향을 띤 책도 널리 읽혀졌는데, 마르틴 루터(M. Luther, 1483~1546)는 이 작 품에 대하여 말하기를 "성서와 성 아우구스티노와 더불
어 자신이 배운 것이 가장 많이 담겨 있는 책으로서, 독 일어로 하느님을 추구하고 들을 수 있게 된 것에 대하여 하느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고 하였다. 특별히 루터는 이 책을 통해 타울러의 신비주의에 접하게 되었고, 자신이 이 책에서 발견하고 체득한 것을 《독일 신학》(Theologia Germanica)이라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동료들에게 전해 준 셈이다.
〔종교 개혁 이후〕 종교 개혁 시대의 신비주의 풍조를 지속시켜 준 이는 루터에 대해 반대 입장을 취한 토마스 뮌처(T. Müntzer, +1525)였다. 그는 1524~1525년 사이 에 독일 농민 전쟁을 이끌었을 뿐 아니라, <왕들께 드리 는 설교>라는 글을 통해 자신의 모든 행동이 궁극적으로 는 자신의 신비적 체험과 사상에서 흘러 나온 것임을 보 여 주었다. 즉 그는 그리스도인들이 성서의 외적 언어를 통해 그 내부 세계를 꿰뚫어 영혼의 깊숙한 곳에서 하느 님의 계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16~17세기의 독일 영성 · 신비 사상에 이르면 그 범 주가 내적 경건의 영역을 넘어서 자연관, 우주관, 연금술 등에 이르기까지 넓혀진다. 그들은 실재를 영적인 차원 에서 표현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였기에, 그들의 세계관 을 현대의 과학적 관점에서 저울질해서는 안된다. 문예 부흥 시대의 철학적 사고는 자연(natura)을 종교적 지식 이 추구하는 영역의 한 부분으로 이해하였다. 파라철수 스(Paracelsus, +1541)는 의사이며 약사이지만 위와 같은 풍조에서 연구를 하였기에 종교적 인물로서도 알려졌다. '위와 아래' 의 상호 관계에 대한 고대 은수 전통에 따르 면, 인간은 소우주로서 대우주인 세상과 함께 병존하고 있다. '자연의 빛' 이 인간에 비추어지는 것은 바로 인간 이 창조물의 깊이를 신비적으로 꿰뚫어 그 안에서 구원 적 힘을 발견할 때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위에서 내 려오는 성령의 선물인 '은혜의 빛' 을 무시하는 것은 아 니다. 비겔(V. Weigel, 1533~1588)은 《독일 신학》의 신비 적 경건주의, 루터의 신학, 자연에 대한 파라철수스의 사 상 등의 통합을 시도하였지만, 자신의 사상을 공적으로 표현하지 않았기에 종교 개혁 시대 이후의 희생자가 되 지는 않았다. 그의 작품들은 그가 죽은 후 1608년경부 터 출판되어 널리 읽혀졌다.
야곱 뵈메(J. Böhme, 1575~1624)의 신비 사상은 파라철 수스와 비겔의 사상적 맥락에서뿐 아니라, 연금술과 신 비 철학의 맥락에서 이해된다. 신비적이고 철학적인 저 술 때문에 그는 철학자로도 알려졌다. 그의 사상은 수세 기 동안 유럽 전역의 영성 신비 사상과 종교 생활에 깊이 영향을 끼쳐 왔다. 1612년에 출판된 《새벽이 오는 모습》 (Aurora or the Breaking of the Dawn)에서 그는 하느님의 신 비를 펼쳐 보이며, 인간과 세상이 불분명함으로 가득 차 있는 것으로도 묘사하지만 때로 갑작스런 광명으로 가득 차는 모습으로도 묘사하였다. 헤겔(G.W.F. Hegel)은 그를 '진짜 독일인' 이라 불렀으며, 셀링(F.W. Schelling)은 그 가 신적 지혜를 지녔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의 신비적 사상은 특별히 네덜란드에 깊은 영향을 끼쳤으며, 1682 년경부터 그의 저술들이 그곳에서 출판되기 시작하였다.
한편 그의 저술들은 월리엄 로우(W.Law)와 존 스파로(J. Sparrow)에 의해 영어로 번역되어 영국에서 출판되었다. 그들의 제자들은 소위 '필라델피아 학파' 라고 불리는 이 들로서 존 포다즈(J. Pordage, 1607~1681)와 리드(J. Leade, 1623~1704) 등이다. 청교도들에 의해서 그의 저술들은 신대륙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존 밀톤(J. Milton)과 월리엄 블레이크(W. Blake) 등은 시와 예술 작품에서 그 의 사상을 표현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생 마르탱(L.C. de Saint-Martin, 1743~1803) 같은 이가 뵈메의 작품들을 번 역하였으며, 18~19세기에 이르러는 러시아에까지 영향 을 끼치게 되었고, 뵈메는 자신의 고향에서 새로운 관심 과 평가를 받게 되었다.
복고풍의 시인으로 유명한 요한 세플러(J. Scheffler)는 《케루빔적인 여행자》(Cherubinischer Wandersmann, 1657)라 는 저술과 신비적 경향을 띤 <나와 거닐자>(Vade mecum) 라는 시로서 오늘날까지 일반 대중들에게 널리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학자이면서 경건주의자인 외팅거(F.C. Oetinger, 1702~1782)는 하느님 구원의 궁극적 목적은 물 질에 있다는 사상을 바탕으로 그리스도교 신학과 연금 술, 그리고 철학적 신비주의를 연결시키려 하였다. 루터 파 신학자들에 버금가는 가톨릭 신학자로서는 바더(F.X. von Baader, 1765~1841)가 있는데 그는 셀링과 더불어 초 기 뮌헨 낭만주의파에 속한다. 루트비히 티크(L. Tieck) 와 노발리스(F. von H. Novalis) 등과 같은 독일 낭만주의 에 대한 뵈메의 후기 영향은 오늘날까지 지속적으로 계 속되어 러시아의 솔로비에프(Solovyev)와 베르댜에프 (Berdyajev)에게까지, 인간학에서는 괴테(Goethe)를 거쳐 루돌프 슈타이너(R. Steiner)에게까지, 심리학 분야에서는 융(C.G. Jung)에게까지 계속되고 있다.
독일 영성 · 신비 사상의 또 다른 줄기는 로젠크로이처 (Rosenkreuzer, 장미 십자 결사)적 사상이다. 젊은 신비 철학 자인 요한 발렌틴 안드레(J.V. Andreae)는 뵈메와 동시대 의 인물로서 《명성》(Fama), 《고백》(Confessio), , 《장미 십 자 결사의 축제》(Chymische Hochzeit Christiani Rosenkreuz) 등과 같은 저술들을 1614~1616년 사이에 익명으로 출 판하였다. 이 작품들은 우주적 진리로 묘사되는 영적 태 도, 즉 내성 혹은 자아 인식이라는 내부를 향한 신비적 움직임에다가 세상에 대한 지식이라는 외향으로서의 화 학적 움직임이 더해진 모습의 영적 태도를 바탕으로 쓰 여진 것으로서, 그 핵심에 인간의 변화와 영적 쇄신의 신 비가 담겨 있다. 이러한 과정은 다음과 같은 주문에 잘 나타나 있다. "하느님에게서 태어나, 예수 안에서 죽으 니, 성령에 의해 새로 태어나도다"(Ex Deo nascimur, in Jesu morimur, per Spiritum reviviscimus). 이러한 사상은 점차로 그 필요에 따라 크고 작은 은밀한 조직으로 갈라져 나갔 다. 이와 같이 독일 신비주의는 뵈메의 신비 철학, 연금 술, 로지쿠르시안적 사상이 연합적으로 발전하며 내적 체험을 중시하는 비밀스런 그리스도교적 경향으로 발전 해 갔다.
내적 체험과 그것을 통한 인간의 내적 변모를 중요하 게 여기는 영적 환시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신비적 경향
은 그 후 여러 세기를 거쳐 계속해서 배척을 당해 왔다. 프로테스탄트의 주류와 합리주의는 늘 이러한 영적 경향 을 배척하면서 발전해 왔다. 이러한 배척은 마르틴 루터 시대로부터 칼 바르트(K. Barth)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면 서 '신비주의냐 아니면 하느님의 말씀이냐' 하는 표어에 보이는 바와 같이 변증적 신학 풍조 안에서 계속되었다. 1933년의 독일 교회의 특정한 정치 상황과 1945년 이 후의 사정에 의하여 뵈메를 추종하는 폴 틸리히(Paul Tillich)와 셀링과 같은 신학자들은 더 이상 영향을 끼치 지 못하였다. 영성 · 신비 사상은 이제 금기가 된 것이다.
〔의 의〕 바르트, 불트만(Bulman), 본회퍼(Bonhoefffer) 이후의 사상적 변화는 후대의 역사 신학자들이 판단할 문제이다. 종교 체험은 칼 바르트의 《로마서 주석》(The Epistle to the Romans)에 의해 단죄받았지만, 오늘날에는 새로운 관심과 주목을 받는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양 상의 명상을 통해 내적 삶에 다가가고 있으며, 그러면서 도 정치 신학의 경향을 통한 사회 변혁의 문제들에 대해 서 등한시하지 않는다. 종교에 귀의하기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문제가 심각하게 성찰되고 있다. 젊은이들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신비주 의 전통에서 새로운 가능성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러 면서 점차로 종교 체험에 대한 증언에 더 많은 관심과 정 성을 보여 주기도 한다. 그래서 가톨릭이나 프로테스탄 트에서 신자 재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그리스도교 신 비주의에 대한 주제로 강연회를 열면 수많은 이들이 참 석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뵈메나 외팅거 같은 신비가들의 사상이 새롭게 소개되고 있다. 이러한 작업 은 물론 그리스도교의 영성 신비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 고 우리 시대에 적용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 하겠 다. 우리 시대에 제시되는 도전이란 바로 개혁이 인간 내 부의 개혁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 신비주의 ; 뵈메 ; 에카르트 ; 조이제 ; 타울러)
※ 참고문헌  Cheslyn Jones . Geoffrey Wainwright. Edward Yarnold, S.J. eds., The Study of Spirituality, New York, Oxford Univ. Press, 1986/ Dom Jean Leclercq · Dom Frangois Vandenbroucke . Louis Bouyer, The Spirituality ofthe Middle Ages, New York, The Seabury Press, 1968/ Oliver Davies, The Rhinel and Mystics, New York, Crossroad, 1989/ G.S. Wake- field ed., German spirituality, The Westminster Dictionary of Christian Spiri- tuality, Philadelphia, Westminster Press, 1983, pp. 169~172. 〔沈鍾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