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 정치학에서의 독재
고대 그리스의 참주제(僭主制, tyranny)나 아시아적 전 제(專制, oriental despotism)로부터 각종의 파시즘 체제나 프롤레타리아 독재 체제로서의 공산당 독재에 이르기까
지 '소수자에 의한 권력 집중 현상' 을 지칭하는 용어. 흔 히 민주주의, 자유주의, 권력 분립, 법치 국가 등의 개념 과 대립되어 사용되고 있다. 현대의 비교 정치학에서는 특히 제3 세계에서 빈발하는 독재 체제를 지칭하기 위해 서 '권위주의적 통치' (authoritarian mule)라는 말을 널리 쓰 고 있다. 하지만 모든 통치는 그것이 일정한 권위를 필요 로 한다는 점에서 '권위주의적' 이기 때문에 이는 정확한 용어가 아니며, 일종의 미화법적(美化法的)인 표현이다.
〔기 원〕 독재는 원래 기원전 5세기 로마 공화국에서 전쟁이나 내란시 원로원의 요청에 따라 통령(統領, con- sul)이 임명한 독재관(dictator)이 6개월에 한해 전권을 장 악하는 비상시의 통치 제도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독재 를 의미하는 영어 'dictatorship' 은 원래 '법을 명령하다' 라는 뜻을 가진 로마어의 'dictum' 또는 edictum' 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 로마의 독재 제도하에서 독재관은 국 가의 비상 사태를 극복하기 위하여 6개월 이내의 기간에 한정하여 평상시의 법을 초월하는 독재권을 행사하였으 며, 전쟁이나 내란이 끝나는 즉시 자기에게 부여된 독재 권을 원로원에 반환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러한 로마의 독재 제도는 그 목적이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는 점과 그 기간이 매우 짧게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카알 슈미트 (C. Schmitt)가 말한 '구체적 예외성' 을 확보하고 있었으 며, 독재관이 비상 사태나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서 현행법을 위반하는 것은 도리어 법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로마 공화국에서의 독재관의 권한은 오늘날 자유 민주 국가의 헌법에서 인 정하는 통치권자의 계엄 선포권, 긴급 명령권 또는 비상 조치권에 상응한다.
슈미트는 로마 공화국에서의 독재 제도가 '구체적 예 외성' 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념상 강제적 권력의 계속적 · 자의적(恣意的)인 행사를 의미하는 이른바 전 제(專制, autocracy)와 구별된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현 실적으로 양자를 명확히 구별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왜 냐하면 제1차 세계대전 후, 대개 대중의 지지를 바탕으 로 등장한 유럽의 독재 체제는 '비상 사태의 극복' 을 위 한 '일시적' 인 권력 집중 현상이 아니라 항구적 위기를 전제로 한 '지속적' 인 권력의 집중과 자의적인 권력의 행사로 특징지워졌기 때문이다. 이는 독재의 '구체적 예 외성' 이 매우 주관적이어서, 독재가 언제라도 '전제' 로 전화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따라서 독재와 전제의 구별이 법학적 · 논리적으로는 가 능하지만 역사적 · 정치적으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정치학적으로 독재 체제는 한 개인이나 특 정 집단이, 일시적이든 장기적이든, 권력을 독점적으로 장악하여 이를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정치 체제' 로 넓게 정의하는 것이 적절하다.
〔내 용〕 헌법을 기준으로 하여 볼 때 위임 독재(委任 獨裁, komissarische Diktatur)와 주권 독재(主權獨裁, SOU- veräne Diktatur)로 분류된다. 위임 독재란 현행 헌법의 존 립이 매우 위태로운 경우에 그것을 실질적으로 옹호하기 위하여, 헌법의 규정에 따라 일시적으로 그 형식적 효력
을 부분적 · 전면적으로 정지시키는 현상 유지적인 독재 이다. 헌법에 비상시의 독재권에 관한 특별 규정이 있는 경우가 그 전형적인 사례인데, 시민적 자유 등을 보호하 기 위해서 그 발동 요건과 절차에 관해서 엄격하게 규정 하고, 권력 행사의 범위 및 사후 구제 절차에 관해서 명 확히 규정해 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비해 주권 독 재란 체제적 위기에 임박하여 헌법을 의식적으로 무시 내지 부정하며, 새로운 체제의 수립을 지향하면서 정치 질서를 재편 · 강화하는 독재이다. 주권 독재, 특히 혁명 적 주권 독재는 구헌법을 폐기하고 신헌법을 제정하는 것을 그 목표로 한다. 이런 의미에서 주권 독재는 이른바 '헌법 제정적 독재' 로 개념화되기도 한다.
정치학적으로는 '질서 독재' (Ordnungsdiktatur)와 '혁명 독재' (Revolutionsdiktatur)로 나누어 고찰해 볼 수 있다. 질서 독재는 반혁명 독재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그 전형 적인 예가 파시스트 독재이다. 이것은 현존 체제를 수호 하기 위하여 주로 혁명 운동의 탄압을 목적으로 하는 독 재이다. 위임 독재는 많은 경우 이와 같은 질서 독재의 발현 형태이다. 제1차 세계대전 후 바이마르 공화국 아 래에서 나치 정권의 등장이 보여 주듯이, 질서 독재는 처 음에 위임 독재로 출발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회 체제의 모순과 대립이 더 한층 격화되어 심한 위기를 맞이하게 되면 현행 헌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일종의 주권 독재의 형태를 취하게 되고, 마침내는 자의적인 '전제' 로 전락 되는 위험을 지니고 있다. 이에 반해 혁명 독재는 새로운 사회 체제를 창립하기 위한 독재이다. 프랑스와 러시아 혁명의 독재의 경우에서처럼 법적으로는 주권적 독재인 경우가 보통이다. 혁명 독재는 새로운 사회 체제의 수립 을 지향하기 때문에 독재의 제1 단계에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구체제의 핵심적 권력 기제와 반동적인 정치 세력 을 철저하게 파괴 · 억압하는 한편, 혁명 세력이 신봉하 는 정치 이데올로기에 적합한 새로운 정치 질서를 창출 하고자 한다.
프리드리히(C.J. Friedrich)와 브레진스키(Z.K. Brezinski) 는 현대 산업 사회에서 대중 민주주의와 발전된 현대 기 술에 힘입은 선전 · 조작 · 통제 기술이 결합하여 출현한 독재를 전체주의적 독재(totalitarian dictatorship)로 개념화
하고 있다. 이러한 전체주의적 독재는 우파의 파시즘과 좌파의 프롤레타리아 독재라고 불리는 공산당의 일당 독 재를 포괄하는 개념인데, 이들은 전체주의적 독재가 ① 관제 이데올로기, ② 독재자 한 사람에 의해 영도되는 단 일 대중 정당, ③ 폭력적 경찰 통제 제도, ④ 매스컴의 독점, ⑤ 일체의 유효한 무기의 독점, ⑥ 모든 경제의 중 앙 집권적 통제와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였 다.
이에 반하여 마르쿠제(H. Marcuse), , 자크 엘룰(J. Ellul) , 멈포드(L. Mumford), 하버마스(J. Habermas) 등과 같이 현 대 기술 문명에 대해 비판적인 학자들은 프리드리히와 브레진스키가 강조하는 전체주의적 경향이 -자본주의 체제이든 공산주의 체제이든 불문하고-현대의 선진 산 업 국가에 내재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 사회에 물질적 풍요와 인간 해방의 가능성을 확대 한 것은 사실이지만, 서구 기술 발전에 내재해 있는 기능 적 합리성이나 도구적 이성의 추구, 권력에의 의지, 효율 성의 맹신 등이 궁극적으로 인간을 기술 체계(technologi- cal system)에 종속된 노예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주장하였 다.
〔제3 세계와 독재〕 1960~1970년대 초반을 휩쓸던 미국의 근대화 이론은 서구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된 제3 세계 국가들이 정치적으로 민주화를 이룩하지 못하고 독 재 체제하에 놓인 것에 관해 많은 학문적 관심을 보여 왔 다. 근대화 이론의 주류는 독재 체제의 등장을, 낙후된 전통 사회에서 서구적인 근대 국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과도적인 체제로 이해하였다. 그래 서 이런 독재 체제를 '개발 독재' (developmental dictator- ship)라고도 부른다. 정치학적으로는 독재 체제의 대두 를, 국민들의 참여 요구는 증대하였지만 이를 조정 · 관 리할 수 있는 정치적 제도가 미비하여 발생하는 정치적 혼란 속에서, 군부나 '근대화된 엘리트' (modernizing elite)가 정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택하게 되는 정치 체제로 이해하였다. 그리고 정치 문화가 아직 민주주의
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민 문화' (civic culture)로 성숙하 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이해하였다. 따라 서 근대화 이론은 이들 국가들이 일정한 수준의 경제 발 전을 성취하거나 사회 · 정치적인 근대화에 도달하면 서 구와 같이 민주적인 체제로 이행할 것이라고 가정하였 다.
하지만 근대화 이론의 예측과는 달리 브라질, 아르헨 티나, 칠레, 우루과이 등과 같은 제3 세계 국가들은 높은 수준의 공업화에 도달하였고, 상당한 수준의 민주주의를 누리던 국가들임에도 불구하고 1960 ~ 1970년대에 걸 쳐서 군부 쿠데타에 의해서 독재 정권으로 전화(轉化)되 는 현상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정치 학자인 오도넬(G. O'Donnell)은 '관료적 권위주의' 이론 을 제창하였다. 그는 신흥 산업 국가에서 일정한 공업화 수준을 달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종래의 준(準)민주주 의적 정권이 군부 쿠데타에 의하여 전복되고, 군부 엘리 트와 기술 관료들이 연합하여 시민 자유권을 제약하면 서, 해외 자본과 결합하여 산업의 고도화를 이루려는 독 재 체제의 등장을 이 이론으로 설명하였는데, 이 이론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미국 학계에서 활발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한국의 학계에서도 1972년 10월 유신에 의해 비롯된 유신 헌법하의 독재 체제를 관료적 권위주 의로 이론화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기도 하였다.
〔연구 동향〕 오도넬이 관료적 권위주의 이론의 모델로 삼았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의 국가는 1970년대 후 반 이후 민주화 과정을 밟게 되었다. 이러한 민주화 열기 는 라틴 아메리카와 동아시아의 여러 국가들로 확산되었 으며, 1990년을 전후해서는 동유럽과 옛 소련의 사회주 의 체제의 붕괴로 그 절정을 이루었다. 이에 힘입어 민주 화는 아프리카와 동남 아시아 지역까지 확산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전세계적인 민주화의 추세와 관련하여 독 재 체제 등장의 원인과 배경에 대한 종래의 연구가 최근 에는 독재 체제가 민주화를 이루게 되는 원인과 과정에 대한 연구로 대체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 경향은 크게 '기능 이론' (functional theory)과 '생성 이 론 (genetic theory)으로 구별된다. 기 능 이론은 립셋(S.M. Lipset), 린츠(J. Linz) 및 다이아몬드(L. Diamond)에 의해 대표되는데, 독재 체제의 민주 화와 상관 관계를 보이는 경제 · 사 회 · 문화적인 선결 조건들을 탐구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이에 반해 러스토우(D. Rustow)에 의해 대표되는 생성 이론은, 1980년대 중반 오도넬, 슈미터(P. Schmitter) 화이트헤트(L. Whitehead) 등의 연구 에 의해 크게 발전하였다. 이들은 스페인 · 포르투갈 등의 민주화나 제3 세계의 민주화 현상과 관련하 여 민주화로 이행하는 데 영향을 미
친 인과적 변수를 파악하였다. 그리고 권위주의 체계의 위기로부터 민주주의 정부가 들어서기까지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치 세력들간의 경쟁과 타협 과정을 분석함으 로써 독재 체제의 민주화 과정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생 성 이론과 비슷한 시각에서 헌팅턴(S.P. Huntington)은 1970년대 중반 이후 최근의 민주화를 세계사의 발전 과 정에서 '제3의 민주화 물결' 이라고 칭하면서 민주화 유 형을 '위로부터의 민주화' , '아래로부터의 민주화' , 타 협을 통한 민주화' 로 나누어 고찰하고 있다. (→ 민주주 의)
※ 참고문헌 김웅진 · 박찬욱 . 신윤환 편역, 《비교 정치론 강의》 2, 한울, 1992/ 이극찬, 《정치학》, 법문사, 1991/ 한상진 편저, 《제3 세 계 정치 체제와 관료적 권위주의》, 한울, 1990/ G. Almond . S. Verba, The Civic Culture, Boston Little Brown, 1965/ L. Diamond · J.J. Linz . S.M. Lipset eds., Politics in Developing Countries, vols. 4, Boulder and London : Lynne Rienner Publishers/ J. Ellul, The Technological Society, New Yok Alfred A. Knopf, 1964/ C.J. Friedrich . Z.K. Brezinski, Totalitarian Dictatorship mdAutocracy, New York : Frederick A. Praeger, 1964/ J. Habermas, Towarda Rational Society, Boston : Beacon, 1970/ S.P. Huntington, Political Order in Changing Societies, New York : Yale Univ. Press, 1968/ -, Will More Countries Become Democratic?, political Science Quarterly 99, Summer, 1984/ -, The Third Wave : Democra- tiziation in the Late Twentieth Century, Norman Univ. of Oklahoma Press, 1991/ H.D. Laswell · M. Kaplan, Power and Society, New Haven : Yale Univ. Press, 1950/ J. Linz, The Breakdown ofDemocratic Regimes : Crisis, Breakdown, and Reequilibrium, Baltimore and London : The Johns Hopkins Univ. Press, 1978/ S.M. Lipset, Political Man : The Social Bases of Politics, expanded ed., Baltimore : The Johns Hopkins Univ. Press, 1981/H. Marcuse, One-Dimensional Man, Boston Beacon, 1964(차인석 역, 《1차 원적 인간》, 삼성 출판사, 1990)/ B. Moore. Jr., The Social Origins of Dictatorship and Democracy, Boston Beacon Press, 1966/ Guillermo O'Donnell, Modernization and Bureaucratic-Authoritarianism : Studies in South American Politics, Berkeley : Institute of International Studies, Univ. of California Press, 1973/ 一, Philippe C. Schmitter · Laurence Whitehead eds., Transition from Authoritarian Rule : Prospects for Democracy, vols. 4, Baltimore and London : The Johns Hopkins Univ. Press, 1986~1989/ D. Rustow, Transition to Democracy, Comparative Politics 2, 1970/ Carl Schmitt, Die Diktatur, Munich and Leipzig : Duncker & Humbolt, 1928. 〔姜正仁〕
II . 가톨릭 사회 교리에서의 독재
교회는 폭압적인 정치 권력에 대해서 어떤 보편적인 대응 원리를 상정하고 대처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곧 독 재 권력에 대한 교회의 태도를 규정 짓는 구체적이고 명 확한 기준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그때그때의 상황 에 따라 복음의 가르침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행동 수준을 결정함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가톨릭 사회 교리 는 정치학이나 사회학적인 개념으로 독재라는 정치 형태 를 규명하는 것에 관심의 초점을 두지 않고, 공동선이라 는 현세적 지상 과제와 밀접히 결합되어 기능하는 국가 권력의 행사가 갖는 의미에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다.
〔독재의 판단 기준〕 독재의 여부를 규정 짓는 교회의 판단 기준으로는 전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상이한 두 가 지 기준이 있다. 첫째, 국가 권력이 불법적으로, 폭력적 으로 찬탈되었을 때 교회는 이를 독재로 규정할 수 있다. 국가 권력을 찬탈한 자들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국민들은 복종의 의무를 지지 않는다. 오히려 저항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일단 찬탈자가 확실한 통제권을 장악한 경우에
한하여 일정한 한계 내에서 복종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 는 권력의 정당성을 인정해서가 아니라 그 정치 공동체 의 질서를 보장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불법적인 집권 자가 질서를 보장하여 권력이 안정을 이룰 경우,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권위는 합법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합법 화의 근거 역시 공동선의 유지와 촉진 여부이다. 하지만 이 기준은 교회가 국민들이 권력 찬탈자에 대해서 권력 을 찬탈하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저항할 이유가 있음을 인 정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저항이 시간이 흐를수록 공동선 을 저해할 수도 있고, 불법적 집권자가 공동선의 촉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그 저 항의 실천을 유보 또는 포기하도록 권고할 수도 있음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기준은 교회로 하여금 몇 가 지 판단의 어려움을 겪게 하는데, 그것은 언제, 어떤 상 황에서 불법적 집권자가 공동선의 실현을 심각하게 훼손 하고 있다고 판단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이미 폭압적인 물리력을 선점한 불법적 집권자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어 떻게 저항하라고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러한 어려 움들은 결국 정치에서의 복음적 실천이라는 교회의 사명 을 유명 무실하게 하는 장애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정치 분야에 교회가 참여해야 할 필요성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에서 나오고" (푸에블라 문헌, 516항), "그리스도교 신 앙은 정치적 차원을 포함하여 인간의 생활 전체를 복음 화하도록 되어"(동 515항) 있다고 볼 때, 독재와 직면한 교회는 이러한 어려움을 주목할 것이 요청된다. 실제로 과거 몇몇 파시즘 국가와 국가 사회주의 국가 아래에서, 또 많은 제3 세계 국가에서 교회는 이러한 위험에 노출 되었다.
둘째, 합법적으로 구성된 국가 권력이 남용되거나 전 횡(專橫)될 때 이 역시 독재로 규정할 수 있다. 국가 권 력이 가끔씩 옳지 못한 법을 집행한다거나 국가의 문제
를 더디게 해결한다고 해서 국가 권력을 비합법적인 것 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국가 권력이 지속적으로 그 권력 을 잘못 행사할 때 이를 비합법적 국가 권력 즉 독재로 규정할 수 있다. 이 경우 교회는 공권력의 원천이 국민에 게 있다고 보기 때문에, 현존하는 국가 권력의 합법성은 부당한 권력의 행사로 말미암아 상실되었고, 국민들에게 공권력이 회수되었다고 본다. 따라서 이러한 국가 권력 이 국민들에게 비윤리적 명령을 내린다면 마땅히 복종하 지 말아야 한다. 즉 합법적 권력이 윤리적으로 부당한 명 령을 내릴 때 이에 대해서 복종을 거부하는 것은 그리스 도인의 신앙적 · 윤리적 의무로 인식된다. 하지만 법과 명령이 부당하다 하더라도 비윤리적 명령이 아니라면 심 한 형벌을 피할 목적으로 굴복하는 것은 허용된다. 즉 복 종을 거부해도 되지만, 복종하지 말아야 할 엄격한 의무 는 일반적으로 없다. 교회는 국민들이 합법적 권력의 지 속적이고도 부당한 비윤리적 권력 행사에 대항하여 세 가지 형태로 저항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무엇보다, 선거 나 투표와 같은 합법적 수단이 존재하고 온전하게 운영 될 수 있는 여건이 보장된다면 사실상 독재는 불가능하 다. 가톨릭 신자들을 포함한 국민들은 선거와 투표를 통 해 독재적인 권력자를 교체할 수 있다. 두 번째 형태의 저항 수단은 비폭력적 저항 내지 거부이다. 정당성과 형 평성이 결여된 국가 권력의 법 집행에 대해서는 물론이 고 그러한 법 자체에 대해서 복종을 거부할 수 있다. 세 번째 형태의 저항 수단은 최종의 것으로 국가 권력에 대 한 조직적 · 물리적 대항이다. 이는 곧 독재적인 국가 권 력에 대항하는 폭력 수단의 동원을 의미하는데, 이 경우 전통적으로 다섯 가지 정도의 정당화 전제가 필요한 것 으로 논의되고 있다. 즉 ① 독재 정권에 의한 공동선 침 해의 정도가 극심한 상황에 이르렀는가, ② 다른 어떤 비 폭력적 · 합법적 저항 수단들이 한계에 다다랐는가, ③ 신속하게, 새로운 폭정의 위험 없이도 새 권력을 창출할 수 있을 정도로 저항이 조직화되어 있는가, ④ 폭력이 필 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사용되는 것이 제한될 수 있는가, ⑤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적 대표자가 존재하는가 등이
먼저 파악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 톨릭 사회 교리는 교회가 국민들에게 독재 정권에 대한 적극적 저항의 원칙들을 제시할 때, 이들 원칙은 일반적 이고 규범적인 조건들일 뿐 실제 결정은 각 정치 상황에 처한 국민들의 양심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고 규정한 다.
부패하고 폭압적인 정권이 연장을 기도하고 국민적 저 항과 친위 쿠데타 등이 잇따르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도덕적 우위를 선점하려는 독재 세력과 저 항 세력의 이데올로기 투쟁이 치열할 경우, 합법적 권력 과 비합법적 권력, 윤리적 실천과 비윤리적 실천이 분간 될 수 없을 정도로 윤리적 · 신앙적 판단의 기준이 혼란 에 빠질 수 있다. 교회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것이 비윤 리적 명령이며 어떤 것이 정당한 저항인지에 대해 엄연 하고 명확히 전제된 원리와는 상관없이 복음적 실천에서 무능해질 수 있는 위험에 또한 노출된다. 따라서 "교회 는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을 옹호하고 인간 해방에 협력 하기 위하여 이데올로기적 체제에 매달릴 필요가 없으 며" (푸에블라 개막 연설 Ⅲ, 2), "인간이 보다 나은 미래로 향하는 길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폭력과 권력 놀음이나 정치 체제가 아닌 인간에 대한 진리를 통해서"(동 3)라는 인본주의적 원리를 거듭 확인하는 것이다.
〔새로운 의미의 독재〕 개발 독재가 경제적 성장 이데 올로기로서 독재의 정치적 측면을 은폐하는 새로운 형태 의 국가 권력의 남용이라면, 오늘날에는 이와 더불어 환 경 또는 인간 생태학, 인간 안보 등의 개념과 관련하여 국가 권력이 부당하게 행사될 수도 있음을 교회는 부분 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즉 교회는 환경을 과도하게 파괴 하고 "자연의 반항을 자극하고, 자연을 다스리기보다는 학대"(백 주년, 37항)하는 인간학적 오류가 과도한 경제적 자유주의나 성장 이데올로기에서 비롯되었음을 경고하 며, 이는 곧 잘못된 경제주의의 오류를 조장하고 옹호하 기까지 하는 국가 권력의 오용과 무관하지 않은 문제임 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브라질, 인도네 시아, 필리핀 등 개발 도상국들은 과도한 성장 우선주의 정책으로 환경을 심각하게 파괴하였고 또 현재도 그러한 파괴를 진행시키면서, 당장 얻는 경제적 이익보다 훨씬 더 많은 미래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날이 갈수록 이 비용은 더욱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이들 나라에서 빈곤 문제도 환경 문제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 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이들 환경 문제와 빈곤 문제는 그 자체로서 국가 권력의 오용 또는 남용을 반영하고 있 는 것으로 인식되며, 새롭게 정의되는 독재 개념은 정치 적 형식과 내용의 민주성 여부와는 별개로 인간 생태 또 는 인간 안보, 인간 환경 차원에서 적용하는 국가 권력의 문제를 고찰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국가 권력이 "자연의 타락과 폐물, 새로운 질병과 전면적 파괴력 등 과 같은 물질적 환경의 위협"을 받는 "전인류 가족에 관 계되는 광범한 사회 문제" (팔십 주년, 21항)에 대해 기업 과 함께 우선적인 책임을 나누어 가지며, "인간이 타고 나는 자연적이고 윤리적인 구조를 존중" 하는 "인간 생태
학" 또는 "노동의 사회 생태학"(백 주년, 38항)에 일차적 인 관심을 집중할 것을 더욱 명확히 해야 한다. 1980년 대 후반 이후 잇따른 인구 회의, 사회 개발 정상 회의 등 에서 제기된 빈곤과 환경 문제의 지구화, 인간 안보 개념 등은 국가 권력의 오용 또는 남용에 관한 새로운 이해와 관심이 필요함을 촉구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 권력의 부 당한 적용 또는 지속적인 부당성의 강요라는 정치적이고 일반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빈곤 · 여성 · 환경 등 전반적 인 인간 환경에 대한 국가 권력의 정당하고 윤리적인 실 천 여부라는 넓은 의미로 독재의 개념을 확대시켜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 공권력 ; 공동선 ; 교회와 국가 ; 교회와 정치)
※ 참고문헌 Donal Dorr, Option for the Poor : A Hundred Years of Vatican Social Teaching, New York : Orbis Books, 1983(오경환 역, 《가 난한 이를 위한 선택》, 분도출판사, 1987)/ Christine E. Gudorf, Catholic Social Teaching on Liberation Themes, Boston : Univ. Press of America, 1980/ Karl H. Peschke, Christian Ethics : Moral Theology in the Light of Vatican II, vol. 2, Alcester and Dublin : C. Goodliffe Neale, 1986(유봉준 역,《그리스도교 윤리학 :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에 의한 가톨릭 윤리 신학》 3, 분도출판사, 1992)/ J. Eagleson · P. Scharper eds., trans. by John Drury, Puebla and Beyond : Documentation and Commentary, New York : Orbis Books, 1979(성찬성 역, 《푸에블라 문헌 : 제3차 라틴 아메리카 주교단 총회 최 종 결 의》, 분도출판사, 1991)/ Anton Rauscher 외 5인, Katholische Soziallehre in Text und Kommentar(한국 가 톨릭 사회 과학 연구회 역, 《사회라는 울타리 : 사회 교리 해설》, 바 오로딸, 1994)/ Ricardo Antoncich, Christians in the Face ofInjustice A Latin American Reading of Catholic Social Teaching, New York : Orbis Books, 1987/ M.M. Thomas · M. Abel eds., Religion, State and Ideologie in East Asia : A Collection of Essays, The East Asia Christian Conference Committee on Church and Society, 1965. 〔裵佑徽〕
독재
獨裁
〔라〕dictatura · 〔영〕dictator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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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에 의한 권력 집중 현상인 독재는 인간을 억누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