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pecunia · 〔영〕money

글자 크기
3
헤로데 대왕(왼쪽)과 헤로데 안티파스의 동전.
1 / 4

헤로데 대왕(왼쪽)과 헤로데 안티파스의 동전.

일반적으로 돈은 경제와 관련하여 다루어지지만, 여러 관련 학문이 돈에 대해 체계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의 미〕 경제적 의미 : 돈은 우선 경제 재화(財貨)로서 시장에서의 교환을 용이하게 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즉 자급 자족의 경제에서는 물물 교환을 바탕으로 제한 된 범위의 교환이 이루어졌을 뿐이어서, 본격적인 교환 이 바탕이 되는 시장 경제 체제에 들어서서야 돈은 비로 소 그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 같은 역할은 돈으로 하여 금 교환 수단이라는 구체적 기능을 가지게 하였다. 이 기 본 기능으로부터 부수적 기능들이 파생되었는데, 한편으 로는 추상적 가치의 계산 단위, 즉 구체적인 경제 재화나 용역의 가치 척도로서의 화폐 기능과, 다른 한편으로는 앞의 두 기능을 근거로 한 가치의 저장 수단으로까지 기 능을 넓혀 나갔다. 경제적 화폐 이론은 화폐 기능(교환 수 단, 계산 수단, 지불 수단, 가치 저장 수단)을 주로 다루는 이 론과 화폐 가치(실질 가치와 명목 가치)를 다루는 이론, 그 리고 화폐 효과나 질서(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등 통화 안 정)를 다루는 이론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종교적 의미 : 돈은 신전 의식과 결부되어 나타나는데 가장 오래된 전거로는 기원전 650년경 소아시아 지방에 서 실제 제물을 대신하여 화폐나 주화를 봉헌하였다는 기록을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돈은 종교 관행으로 정 해진 희생 제물을 계산 측정하고 그 가치에 대한 척도로
서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이 같은 변화는 종교 의식에 있어 속죄 보상 수단의 규격화를 촉진시켰고 따라서 돈 은 깨끗하지 못한 대상이라기보다는 성스러운 종교 제의 에 바탕을 두고 발전한 성스러운 대상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여하튼 속죄 수단의 규격화란 현상은 순수 경제 현상에 기초한 화폐 이론과는 큰 차이를 갖고 있지 만, 물물 교환이 바탕이 되는 자연 경제 체제에서 벗어나 화폐를 매개로 한 간접 교환이 가능해짐으로써 분업을 촉진시켰다는 점에서는 일치하고 있다.
한편 주화에 각인된 하느님의 모습이나 십자가 등 종 교와 관련된 내용들은 이 같은 화폐 발생 원천에 대한 설 명과 관련하여 이해되어야 하며, 종교의 합법화 과정으 로 또는 신앙의 전파 수단으로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그 러나 돈에 대한 평가는 불교나 힌두교에서처럼 부정적 시각에서부터 일부 신흥 종교에서의 독특한 역할에 이르 기까지 종교마다 다양하다. 특히 그 종교의 소유에 대한 평가와 화폐에 대한 평가는 일정 관계를 갖고 있는 듯하 다. 더 나아가 죽음과 관련된 의식, 출생과 결부된 의식, 결혼 의식, 병자와 관련된 의식에서 돈은 매우 다양한 형 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마디로 돈은 신전에서 사 용되었고 그 후 세속적인 교환 수단으로까지 파급됨으로 화폐의 기원은 종교 의식에 있다는 것이 종교적 화폐 이 론의 근간이다.
윤리적 의미 : 개인의 윤리적 차원과 사회의 윤리적 차원으로 나누어 검토해 볼 수 있다. 첫째 개개인의 생활 태도에서 검소함과 사치, 특히 누구에게 과시하기 위한 소비, 다른 사람의 희생 위에서 이루어진 착취, 금욕 등 을 볼 수 있는데, 특히 돈과 관련된 개인의 윤리적 상황 에서 보면 인색, 탐욕, 낭비, 질투, 금전욕 등 돈에 대한 인간의 악습들이 쉽게 관찰된다. 그리스도교 전통은 먼 저 개인의 윤리적 차원을 강조하고 있다. 둘째 사회 윤리 적 차원에서 돈에 대한 개인의 태도뿐만 아니라 화폐 제 도 전반에 대한 태도와 관련된 것으로는 이자(利子)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들 수 있다. 경제 정책이 추구하고 있는 목적은 완전 고용, 통화 가치 안정, 성장, 균형 잡 힌 대외 무역, 그리고 경기 변동의 부정적 측면으로서의 공황이라는 국면의 예방 등 생활 수준의 질적 향상에 있 으므로 돈의 사회 윤리적 평가는 그 기본 요건이 된다. 따라서 시장 경제 체제와 세계 교역을 염두에 두고 돈의 의미를 되새겨야 하며, 통화 안정 · 부동산 투기 등의 문 제를 고려하여 금융 통화 정책이 수립되어야 하는 것이 사회 윤리 차원의 요구이다.
국제 무역의 담당자는 실질적으로 상인이지만 경제 윤 리를 형성하고 나아가서 자신이 속한 국가나 사회를 대 변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 담당자로서의 직업 관행이다. 한편 돈은 항상 시간 · 공간적인 제약을 받고 서로 다른 통화간의 자유로운 환전은 국제 교역의 기초이므로 정 치 · 경제적 맥락에서 연구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암시장 형성이나 대용(代用) 통화의 등장은 필연적이다. 한마디로 돈은 인간의 경제 행위에 대한 상징이고 한 사 회 체제에 대한 특징으로, 그 유효성은 대중의 관습에 기
초를 두고 통용되는 약속일 뿐이다. 이러한 검토는 개인 윤리 차원에서의 돈에 대한 태도 변화와 아울러 사회 윤 리 차원에서의 돈에 대한 질서 변화를 조감할 수 있게 한 다.
[배 경] 동서고금을 통해 돈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있어 왔다. 청빈을 신조로 하는 우리 나라 선비들의 생활 태도나 적어도 17세기 후반까지 풍미했던 서양에서의 돈에 대한 천시는, 지배 귀족층의 일반 성향이 생존을 위 해서는 경제 능력이 필수적이지만 자신은 돈을 벌기 위 해 손 하나 움직일 필요가 없었던 사회 관습에서 비롯된 현상이란 측면도 있다. 화폐 기능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 은 주로 후자의 역할에 대해서 두드러지는데, 노동의 분 업을 바탕으로 시장 경제 체제가 자리잡은 현대 산업 사 회에서 교환 수단이라는 화폐 기능은 필수적으로 인정되 고 있다. 이와 같이 교환이 전제가 되는 가치 측정 단위 로서의 화폐 기능이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데 비해 이러 한 기본 기능에 바탕을 둔 가치의 저장 수단 그리고 그 연장으로 볼 수 있는 자본으로서의 돈의 기능에 대해서 는 비판적이다.
돈에 대한 순수 경제 이론과 속죄 보상 이론은 큰 차이 를 갖고 있으나 현재까지 함께 공존하고 있다. 다만 화폐 기원에 대한 종교학적 이론은 주화의 명목 가치를 실질 가치와 일치하도록 함으로써, 실질 가치보다 낮게 평가 되는 화폐 곧 악화(惡貨)를 없애고 일찍부터 화폐 가치 가 안정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였는데, 이것이 오랫동안 종교적인 전통으로 남게 되었다. 이처럼 종교학적 이론 은 화폐 가치의 보전이라는 주제에 집착하고 있다.
〔성서에서의 돈〕 돈이란 낱말은 부(富)의 내용과 종류 가 다양화됨에 따라 다듬어진 말로 명사적 의미보다는 형용사적 성격이 두드러진다. 계산 단위로 성서에 처음 인용된 것은 창세기 23장 16절에 아브라함이 은전 400 세겔을 주고 땅을 샀다는 내용에서이다. 최근까지는 금 이나 은 같은 귀금속이 돈으로 사용되었으나 19세기에 들어서는 대부분 지폐가 사용되었고 갈수록 추상적 형태 로 바뀌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구약성서 : 지불 수단으로 은의 형태로서의 돈을 알고 있음이 나타나는데(창세 33, 19 : 37, 28 ; 42, 25-35 : 43, 12. 15 : 예레 32, 9-14 ; 민수 3. 44-51 ; 1열왕 10, 28 이 하), 측정 단위로는 세겔이 사용되었고 그 표준 규격이 보관되어 있었으며(레위 5, 15 ; 27, 3. 25 ; 민수 3, 47. 50
; 7, 13. 19), 은은 순도보다는 무게가 큰 구실을 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주화는 기원전 6세기경의 바빌론 유배 때 처음 알게 되어 예루살렘으로 보급되었고(에즈 2, 69 ; 8, 27 ; 느헤 7, 69-71), 이자는 같은 민족간에는 금지되었으나 이방 인들에게 허용되었다(출애 22, 24 : 신명 23, 20 ; 레위 25, 35-37 ; 에제 18, 8. 13. 17 ; 22, 12 : 시편 15, 5). 탐욕이 나 재산에 대한 경고로서는 사람을 교만으로 이끌고(신 명 8, 12-20) 불의와 부패로 이끌어(아모 2, 6 ; 미가 3, 11 이하) 돈과 재산은 야훼 하느님을 거스르게 만든다는 부 정적 비판과 아울러 돈과 재산은 믿음이 굳은 이에게 주 는 하느님의 은총의 선물로 높이 평가되고(신명 8, 13 이 하) 앞날에 대한 모범(즈가 14, 14)으로 기리어지기도 하 는 등 긍정적 평가도 내려지고 있다.
신약성서 : 헬레니즘의 화폐 경제를 바탕으로, 로마 제국의 화폐 형태와 기능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루살렘의 초기 공동체는 돈을 수익 사업에 활 용하지 않고 여축(餘蓄)도 없어 결국 공동체 전체는 가 난해졌지만 구성원들이 자신의 소유를 팔아 사도들에게 돈을 마련하여 주는 것(사도 2, 44-47 ; 4, 32-37)으로 보 아 재산을 공동 소유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크게 보아 돈에 대한 평가는 이중적이었는데 금전욕 을 죄악으로 치부하는 부정적 평가와 더불어 다른 한편 으로는 돈과 재산에 대한 긍정적 내용도 볼 수 있다. 구
체적으로 예수는 당시 유대교의 공식 입장과는 달리 돈 과 재산을 하느님 은총의 표시로 평가하지는 않았다. 특 히 마태오와 루가는 재산과 부자를 경계하고 있다(마태 6, 24 : 19, 16-30 : 루가 16, 13). 즉 돈에는 쉽게 불의에 기울어지려는 성향이 있어 예수를 따르는 자들은 돈의 소유를 거부하여야 한다는 데에서 돈에 대한 부정적 태 도를 엿볼 수 있다. 야고보도 부자를 비판하고 있는데(야 고 5, 1-6) 그 같은 비판의 근거는 경제 · 사회적 이유라 기보다는 돈이나 재화가 영혼 구제를 위태롭게 할 수 있 다는 신학적 이유 때문이다. 반면에 곤궁에 처한 이웃을 돕기 위한 내용(루가 16, 9)에서 알 수 있듯이 긍정적 태 도도 볼 수 있다. 예루살렘 초기 공동체의 곤궁을 해결하 기 위해 바오로는 희사금을 걷었고(사도 11, 28-30 ; 24, 17 ; 로마 15, 16 : 1고린 16, 1-4), 자선은 하느님 축복에 대한 감사 표시이며, 수치스러운 이자만은 피해야 할 사 안에 속할 뿐이다(1디모 3, 8).
〔변 천〕 어떠한 물품이든지 모든 교환에 있어 거래의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거래 쌍방이 거래 물품의 가치 계량에 공통된 단위로 합의하는 그리고 이 두 기능으로 부터 자연적으로 파생된 기능인 가치 저장 수단과 지불 수단이라는 부수 기능을 갖게 되면 보편적으로 돈으로 통용된다. 따라서 조개 껍데기, 구슬, 쌀, 무명, 소금, 귀 금속, 화폐 등의 변천을 우리는 역사에서 관찰할 수 있 다. 이처럼 거의 모든 물품이 돈의 역할을 할 수는 있으 나, 이것이 화폐의 기능을 동일하게 잘 수행할 수 있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나름대로의 사용 가치를 지 니고 있기는 하지만 내구성(耐久性)이나 가분성(可分 性)에 있어 큰 차이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 해 물품에 따라 시간적으로 사용 가치가 변화를 보이거 나, 나누거나 합침에 따라 그 내재 가치(內在價値)가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동서양 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금(金)이 돈으로 통용되었던 것이 다.
오늘날에는 불태환 지폐(不兌煥紙幣)가 주종을 이루 고 있는데, 실질 가치가 내재해 있던 물품 화폐에 비교하 여 이를 명목 화폐(名目 貨幣, token money)라고도 부른 다. 명목 화폐는 다시 크게 주화(鑄貨, coins) 및 은행권 (銀行券, bank note)과 같이 법에 의해 유효성이 보장되는 법화(法貨, legal tender)와, 요구불 예금(要求拂預金, demand deposit)과 같이 관습에 의해 통용되는 관습 화폐 (慣習貨幣, customary money)로 나누어진다.
윤리적 측면에서 보면 돈은 근대에 들어서서 비로소 윤리적 주제로 등장하였다. 화폐 가치 안정을 위한 사 회 · 정치적 여건에 관한, 그리고 경제 관습에 대한 돈의 역할을 주로 다루는 분야(s. Wendt)와, 믿음과 돈은 서로 대체될 수 있는 것으로 믿음을 통해 돈의 운명적 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F. Delekat)이 있다. 또한 돈과 신용 의 관계가 상호 배타적이었던 이유는 주로 화폐 가치의 불안정에 있기 때문에 신뢰의 바탕이 되는 신용을 통해 화폐 가치 안정이 도모되어야 한다는 주장(W.F. Kasch)이 있는데, 위와 같은 사회 윤리적 고찰의 공통점은 돈이 시
간적으로 제약된 대상이라는 점과 돈은 어디까지나 수단 일 뿐이지 목적은 아니라는 점이다. 돈이 그리스도교의 고안으로 만들어진 발명품이 아니므로 그리스도교의 특 정 화폐 이론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돈 에 대한 사회 윤리 차원에서 그리스도교의 책임이 없다 는 것은 아니다.
〔연구 동향〕 흔히 통화(通貨, money supply)의 지표(指 標)로 M1, M2 그리고 M3 등이 쓰이고 있는데, M1은 비은행간 부문(非銀行間部門)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 통 화(중앙 은행권 및 주화)와 요구불 예금을 합친 것으로 일 반적으로 "통화" 라고 부르며, M2는 M1과 은행 기관에 예치된 저축성 예금(貯蓄性預金, time and saving deposit)을 합친 것으로 "총통화" (總通貨)라고 부른다. M3는 M2에 비은행 금융 기관(단자 회사 등)에 예치된 예금을 합친 것 을 말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 1994년 11월 현재 M2는 M1의 약 4.2배 정도이며, 저축성 예금은 요구불 예금의 약 5.7배 가량이다(〈한은 조사 통계 월보> 1994. 12)
한 나라의 경제를 논할 때 우리는 흔히 재화와 용역으 로 이루어진 실물 시장(實物市場, real market)만을 대상 으로 한 단순한 모형을 가정하여 분석과 이해를 진행하 여 왔다. 그러나 이 같은 전통은 근대 경제의 거시 분석 에 있어 중심 위치를 차지하는 돈의 역할과 화폐 시장 (貨幣市場, money market)의 기능을 소홀히 한 것이었다. 따라서 경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균형 잡힌 분석을 위 해 그리고 돈에 대한 기본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화폐 시 장 접근 이론이 최근 활기를 띠고 있다. 즉 돈은 전문화 의 정도, 분업의 심화, 시장 경제 질서로 말미암은 복잡 한 교환 제도로 그 기능이 갈수록 필수적인데, 이에 따른 돈의 역할을 고용과 성장의 적정 수준을 유지시켜 주는 매체로, 또 경제 각 부문간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장하여 주는 열쇠로 연구하는 대상이 되었다.
〔과 제〕 물가 안정: 물가 상승 억제와 화폐 가치 안정 은 사회 윤리적 고찰의 핵심이다. 윤리학자들은 인플레 이션이 신(神)의 바람이거나 자연법의 결과가 아니라 인 간 행동의 결과이기 때문에 인간 행동 변화를 통해 예방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화폐 가치 불안정을 분석하는 데 전통적으로 가톨릭 사회론은 중세의 주화 가치 하락 이론들을 원용하고 있다. 돈은 공동선의 한 부분을 이루 기에 인플레이션 현상은 공동선을 저해하며 정의에 어긋 나고 나아가 재산권에 대한 침해를 야기하기도 한다. 그 리고 가격 기능의 마비는 기업 업무 특히 기업 회계를 불 가능하게 만들기도 한다.
화폐의 평가 절하에 대한 관습적 평가와 윤리적 판단 은 다만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둘러싼 견해 차이만 있을 뿐 '인플레이션은 범죄' 라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한다. 사실 물가 상승이나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여 유일하고 획일적인 설명은 불가능하지만 인플레이션 현 상의 설명으로 흔히 경제적 설명(수요의 증가, 비용의 상승, 화폐 발행고의 증가 등)과 사회적 설명이 있어 왔다. 화폐 의 평가 절하가 오히려 자국 상품의 경쟁력을 높여 수출 을 늘리고 이에 따라 경제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이
론, 완전 고용을 유지하려면 높은 인플레율을 감수해야 한다는 고용과 안정 간의 역비례 관계에 대한 이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불안정한 통화는 불공정한 분배와 경제 적 불안을 초래하고, 그릇된 투자와 왜곡된 자원 배분을 유도할 수 있으므로 돈에 대한 사회 윤리 차원에서의 고 려는 필수적이며, 인플레이션 억제에 대한 사회적 · 경제 적 조처들이 강구되어야 한다.
돈과 사회 : 돈은 사회적 현상이요 사회적 거래의 소 산이므로 돈과 사회의 관계는 체계적으로 다루어져야 한 다. "한 인간의 돈에 대한 태도를 아는 사람은 바로 그 인간의 영혼 상태도 안다. 이 같은 원칙은 개인간에만 통 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계층, 연령층, 또는 국민 전체 에도 해당된다"(w.Gerloff)는 말도 있듯이 돈에 대한 평가 와 사용은 생활 양식과 직결되는 것으로, 돈을 갖는다는 것은 특권을 소유하는 것과 같고 소비를 가능하게 만들 며 때에 따라서는 전시 소비(展示消費)를 통해 특권 의 식을 누리게도 만든다. 돈은 자유와 정의라는 차원에서 양면성을 갖는다. 왜냐하면 국민 복지와 사회 정의는 돈 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목표들인데 국민 복지와 사 회 정의를 가장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것도 돈이기 때문 이다. 타당한 이율, 적정 임금 그리고 공정한 물가야말로 국민 복지와 사회 정의 구현을 위한 필수 요건이다. 그리 고 돈에는 분배 문제 즉 소득 분배와 재산 분배의 문제가 결부되어 있다.
돈과 경제 : 사회적 합의요 사회 거래의 수단인 돈은 순수 경제 차원에서의 문제들을 정리하도록 요구한다. 경제가 실제로 움직여 나가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경제 로부터 화폐의 기능을 떼어 놓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 이다. 다시 말하면 실물 경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화폐 경제를 이해해야 하므로 오늘날의 경제는 돈 없이는 상 상할 수조차 없다.
사람은 천성적으로 교환과 교역을 하게끔 타고났다. 그리고 교환 수단으로서의 돈이라는 매개가 없이 시장 경제란 성립할 수 없다. 시장은 사회 경제 제도로 확립된 자율 기구로서, 이윤 추구 동기를 바탕으로 개인, 사회, 그리고 전체 경제 제도 자체가 스스로 움직여 가는 독자 적 기제이다. 바꿔 말하면 시장 경제란 이기심을 바탕으 로 경쟁을 통해 수요와 공급이 적절하게 조절되는, 즉 이 기심 · 경쟁심을 인간 본성으로 보고 이를 경제 행위의 추진력으로 수용하고 있다. 나아가 화폐 단위로 표시된 이윤의 크기야말로 성공 여부의 척도가 된다. 시장은 수 단으로서의 수익성을 목적으로 만들어 경제 주체인 기업 의 효율성에 대한 평가 기준으로 삼거나, 경쟁자를 시장 에서 도태시키거나, 일자리를 폐쇄해 버리거나, 또는 신 흥 세력 형성을 통해 심각한 사회 문제를 빚기도 한다. 돈은 이 같은 과정을 겪으면서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지배 수단으로, 또는 세상의 어느 것이든 구입할 수 있는 절대 구매력을 지닌 괴물로 등장한다. 따라서 국가의 일차적 과제는 돈을 잘못 사용하거나, 돈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는 데 있다. 공정 거래 정책을 통한 기업 집중 현 상의 방지, 사회 보장 정책을 통한 모든 시민의 생존권
보장 등이 그 좋은 예이다. 그리고 개인의 자유, 경제 성 장, 그리고 사회 보장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안을 연구하 고 실시하여야 한다.
돈과 국가 : 국가는 화폐 가치 안정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 각종 이익 단체 특히 노사(勞使) 역시 화폐 가치 안정에 책임이 있으며, 세계 경제와 국제 무역 의 영향도 화폐 가치 안정에 큰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정치적으로 중립이며 공권력의 직접적인 간섭에서 벗어 나 있는 중앙 은행은 그 사회에 유통되는 화폐의 양을 적 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사회 · 경제 제도로서 화폐 가치 안정에 책임이 크다.
돈은 법적인 지불 수단이지만 법 질서의 소산물로만 이해하는 것은 불충분하다. 사회적 현상으로서도 이해되 어야 하는데 이때 사회적 기능이라는 말은 경제적 · 법적 기능을 모두 함축하는 말로 파악하여야 한다. 돈이 사회 적 현상으로 파악되어야 한다는 것은 지불에 있어서도 이에 관한 사회 관행과 함께 법적 · 경제적 관행을 아울 러 고려해야 한다는 뜻으로 통화 개혁과 같은 극단적 처 방은 이에 대한 좋은 본보기로 국가 개입의 한계를 잘 보 여 주고 있다. 국가는 재정 · 사회 · 조세 · 통화 정책 등 을 통해 한 사회의 경제 관행 특히 기업의 경제 관행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 국가에게는 구매력의 안정, 화폐 가 치 안정에 책임이 있으므로 누적된 재정 적자로 이를 위 태롭게 하거나 파괴하여서는 안된다.
돈과 교회 : 교회가 돈을 어떻게 다루는가에 따라 교 회는 경제 관행에 나름대로 관련되어 있다. 예산 책정과 결산 집행 등 교회의 수입원과 수입 형태, 각종 지출의 내역 등, 구체적으로는 교회가 수입과 지출에 있어 검약 하고 있는지, 정의에 맞게 운영하는지, 사랑의 실천과 믿 음의 증거를 뒷받침하고 있는지에 따라 일반 사회 관행 에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따라서 재정 문제에 대한 교회 의 태도는 사회 전체에 귀감이 되기도 하고 비판의 대상 이 될 수도 있다. 치부나 금전욕에 대한 교회의 그릇된 관심은 비판되어 마땅하며 가난한 사람의 교회 또는 가 난한 교회는 지난 일로서만이 아니라 현재도 그대로 지 켜져야 할 원칙이다.
돈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와 바른 통화 질서에 대한 국 가나 일반 사회의 관심과 경각심의 환기는, 교회 자신의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 헌 금이나 교무금에 대한 신자들의 태도는 다양하고 항상 변한다. 따라서 교회의 예산과 결산은 돈과 경제에 대한 신학적 해석과 일치되도록 짜여지고 실천되어야 한다.
돈과 믿음 : 돈은 그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신용 (credit)이란 말의 어원도 신앙상의 신조(credo)에서 연원 한다. 이처럼 돈의 가치와 신용 담보에 대한 신뢰란 종교 적 신앙의 형태로 볼 수 있는 사회 심리적 요소를 깔고 있다. 계속 통용되고 수용된다면 돈이 처음 출현한 사실 에 비추어 볼 때 실물 화폐로부터 신용 화폐로의 전환은 그다지 놀라운 사건은 아니다. 생활 태도의 변화와 돈에 대한 입장 정리를 통하여 화폐가 가지는 비윤리적 힘이 순치되어야지, 돈에 대한 원칙적 부인, 화폐 제도의 폐 지, 또는 현재의 화폐 경제를 고정 불변의 것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주장이다. 절약 · 금욕 · 저축을 통해 병든 사회는 치유되어야 하며 병든 돈의 건강은 회복되어야 한다. 즉 돈은 관습의 법뿐 아니라 치유의 법에 의해 길 들여져야 한다. 이때에 비로소 돈은 제 값어치를 지니게 되고 통화 안정은 유지되어 고유의 기능을 발휘하게 된 다. 즉 병든 돈을 순화시켜 돈의 가치를 건강하게 유지시 켜야 한다.
신학적 윤리는 희생과 겸양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지상 생활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환 기시키는 데 있으며, 용기를 북돋는 것이어야지 용기를 억누르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돈이나 재물에 대한 전 통적 덕목으로는 검약, 절제, 관용 등이 있어 왔다.
돈에 대한 논의에 있어서 가치 저장이라는 기능은 도 외시하고 교환 수단으로서의 기능만이 강조되어야 한다 는 이론과, 돈의 가치는 국가만이 결정할 수 있고 조정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경제학적 주장이 있다. 이에 반해 돈 은 단순히 분배 정의의 차원만이 아니라 등가(等價)의 원칙에도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 교회의 의견이다. (⇦ 화폐 ; → 이자 ; 교회 재산 ; 정의)
※ 참고문헌  Bernhard Laum, Heiliges Geld. Historische Unter- suchung iiber den Sakralen Ursprung des Geldes, Tübingen, 1924/ Wilhelm Gerloff, Die Entstehung des Geldes und die Anficinge des Geldwesens, Frankfurt a.M., 1947/ 一, Geld und Gesellschaf, Frankfurt a.M., 1952/ M. Friedman ed., Studies in the Quantity Theory ofMoney, Chicago, 1956/ Manfred Hättich, Wirtschafsordnung und Katholische Soziallehre, Stuttgart, 1957/ F. Machlup, Micro and Macro Economics, Essays on Economic Semantics, M.H. Miller ed., Englewood Cliffs, N.J., 1963/ John Maynard Keynes, The General Theorie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 London, MacMillan/ Ernest Bornemann ed., Psychoanalyse des Geldes, Frankfurt a.M., 1973/ Hans Joachim Jarchow, Theorie und Politik des Geldes, Göttin- gen, 1973/ Wilhelm Friedrich Kasch ed., Geld und Glaube, Paderborn, 1979/ Walter Kerber, Geld und Eigentum. Spielregeln des Lebens, Frei- burg · Schweiz, 1982. 〔金漁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