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은 원시 시대부터 숭배의 대상이 되어 왔다. 돌이 일
정한 종교적 숭배의 대상이 된 것은 돌 자체가 지니고 있 는 비일상적 외형과 성격 때문인 것 같다. 돌이 지니고 있는 견고성(堅固性), 조야성(粗野性) , 항구성(恒久性) 이라는 본질 외에도 육중한 부동성, 크기, 기괴한 외형 등이 성스러운 속성을 지녔다고 생각되었을 것이다. 하 늘에서 떨어지는 운석에 그 유래의 신성성이 덧붙여지고 야곱이 베고 자던 돌은 그 돌 주변에서 신성한 사건이 생 겨났으므로 신성한 돌이 될 가능성이 생긴다. 그밖에도 작은 돌, 큰 돌, 석괴(石塊), 굴속에 있는 돌, 인수(人獸) 를 닮은 자연석, 입석(立石, menhir), 돌도끼, 수정, 각종 보석, 인적이 전혀 없는 곳에서 발견된 돌, 그리고 특정 한 인간이나 사건에 관여된 돌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돌들이 신성한 돌로서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유 형〕 신성한 돌이 지닌 종교적 기능은 매우 다양하 여 그것을 유형화하기가 쉽지 않지만, 대략 돌의 종교적 기능을 유형화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
사자(死者)를 보호하는 곳 : 가장 오래된 것은 신석기 시대의 거석(巨石)을 들 수 있다. 이것은 돌의 부동성과 항구성이 장례를 위한 거석 기념비와 결부된 것이다. 영 국의 인류학자 핫톤은 이 거석 기념비는 사자의 혼을 '붙잡아' 두어 배회하는 영(靈)이 되거나 위험한 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또는 정령이 주는 힘에 의해 밭의 생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하기 위해, 산 사람의 곁 에 일시적 거처를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사자의 혼이 거처하는 곳 : 이와 관련되는 것으로 돌은 사자의 혼이 일시적으로 거처하는 곳으로 표상되고 있 다. 영혼이 무덤에 거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돌에 거주 한다. 즉 돌은 사자의 집이다. 무덤 가에 세우는 거석은 사자에 의한 해로운 행위로부터 산 자를 보호하였다. 죽 음은 불확정적인 상태로서 좋은 쪽으로나 나쁜 쪽으로나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돌 가운데 '갇힌' 혼 은 다만 긍정적으로만 작용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믿고 있다. 돌은 이제 자연적인 돌이 아니라 '석화(石化)된 영' 혹은 영의 임시적이고 상징적인 '서식처' 가 된다. 앗 쌈의 카시족은 씨족의 대모신(大母神)은 돌멘(고인돌)으 로, 대부신(大父神)은 맨히르(menhir)로 표상하기도 하였
다. 아프리카의 많은 종족 가운데는 아예 멘히르에 하느 님이 거주한다고 믿고 거기에 공물을 바치고 예배하기도 하였다.
풍요와 다산을 돕는 돌 : 선조의 영이 거처하는 돌이 인간의 소원 성취를 비는 대상으로 되는 것은 쉬운 일이 다. 그중에도 풍요와 다산의 소원 성취를 위한 돌로 전문 화한 것은 특이한 일이다. 인간들은 오랜 농경 생활을 하 면서 삶을 보호하고 풍부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조 나 사자를 돌에 '고정시켜' 놓음으로써 삶의 안전과 평 화를 얻으려고 하였다. 인도의 신혼 부부들은 자식을 갖 게 해달라고 빌 경우에 거석을 향하여 기원한다. 인도 남 부의 살렘 지방에서는 임신을 하지 못하는 여인은 선조 가 거주한다고 믿고 있는 돌에 공물을 바치고 거기에 몸 을 비빈다. 북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이두족의 불임녀는 임신한 여인처럼 생긴 바위를 손으로 비비는 관습이 있 다. 유럽에서는 젊은 부부가 그들의 결합에서 결실이 맺 어지게 해달라고 돌 위를 걸어가는 관습이 있고, 우리 나 라에서도 특정한 돌에 정화수를 떠놓고 자식 낳기를 기 원한다. 임신을 위해서 성스러운 돌 위에서 미끄러지거 나 마찰하는 풍습도 있다. 거대한 바위에서 3일 동안 잠 을 자는 풍습도 있고 젊은 신부가 그 돌에다 몸을 비비는 풍습도 있다. 영국에서는 주부들이 아이를 갖게 해달라 고 런던의 성 바오로 성당 기둥을 껴안는 풍습도 있었다. 돌은 어떤 지역에서는 성적인 힘을 가진 것으로 생각되 어 '사랑의 돌 혹은 '결혼의 돌' 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 기도 하다. 수태(受胎)는 물론이고 안산(安産)을 위해서 도 돌에 빌었고 더 나아가 자식의 건강을 위해서도 빌었 다. 이와 같은 예들은 전세계적으로 흔하게 볼 수 있고 여러 가지 변형이 있지만 공통적인 것은 돌 안에 선조의 영이 거주하기 때문에 또는 그 형태(임신부처럼 생긴 돌 혹 은 여인의 육체처럼 생긴 돌) 때문에 불임 여성에게 임신을 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민속 신앙 에 대하여 교회는 금지령을 내리기도 하였다.
천공적 기원의 운석 : 어떤 돌은 그 기원 자체가 신성 하여 숭배되는 경우가 있다.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隕 石)이 대표적이다. 옛사람들은 천공신이 번개와 함께 지 상으로 보내는 돌이라고 믿었다. 운석이 성스럽게 된 것 은 그것이 하늘에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하늘 과 지상을 연결하는 문 혹은 통로와 같은 것이 돌이라는 관념도 풍부하게 보인다. 베텔(Bethel)이라는 돌은 그것 을 잘 나타내 보인다. 베델이라는 말의 어원은 '신의 집' 이라는 뜻이기도 한데, 단순한 돌이 아니라 신의 현존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믿었다. 창세기에는 그 베델에 관 한 이야기가 자세히 나온다. 야곱이 하란을 향하여 가다 가 돌 하나를 주워 베개로 삼고 잠을 잤는데 꿈에 사다리 가 땅 위에 닿고 하느님의 사자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 을 보고 깨어났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였다. '참말 야훼 께서 여기 계셨는데도 내가 모르고 있었구나' 하며 두려 움에 사로잡혀 외쳤다. '이 얼마나 두려운 곳인가. 여기 가 바로 하느님의 집이요, 하늘 문이로구나. 야곱은 아 침 일찍 일어나 베고 자던 돌을 세워 석상을 삼고 그 꼭
대기에 기름을 붓고는 그곳을 베델이라 불렀다"(창세 28, 10-19). 베델은 하느님이 거처하는 집일 뿐만 아니라 하 늘로 통하는 문과 같은 것이다.
계약을 보증하는 돌 : 베델이 그리스도교에 편입되기 이전에 지방신들의 거처였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돌은 신의 거처이고 신현현(神顯現, theophany)의 장소이 다. 신은 돌을 수단으로 하여 자신을 '표명한다' 는 점이 중요하다. 그리하여 돌 옆에서 맺어지는 계약은 신 앞에 서 맺는 계약과 같았다. "여호수아는 그 모든 말을 하느 님의 법전에 기록하였다. 그리고 큰 돌을 가져다가 거기 야훼의 성소에 있는 상수리나무 아래 세우고 온 백성에 게 일렀다. '보시오, 이 돌이 우리에게 증거가 될 것이 오. 이 돌은 야훼께서 우리에게 하신 말씀을 다 들었소. 여러분이 여러분의 하느님을 속이지 못하게 이 돌이 여 러분에게 증거가 될 것이오' (여호 24, 26-27). 이는 돌의 견고성과 항구성이 결합되어 하느님 앞에서의 계약이 굳 은 것임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신은 또 야곱과 우정 의 계약을 맺을 때 라반이 세운 돌에 증인이 되었다(창세 31, 44 이하)
세계의 중심으로서의 돌 : 엘리아데에 의하면, 베델은 세계의 중심이기도 하다. 가장 원시적인 세계의 중심은 사자의 세계, 생자(生者)의 세계, 그리고 신들의 세계가 서로 접촉하는 무덤과 같은 곳으로 여겨졌었다. 로마의 문두스(Munas)는 이 3개의 영역이 서로 교차하는 점을 가리켰다. 또 그곳을 옴팔로스(omphalos) 즉 대지의 배꼽
이라고도 하였다. 그 중심은 시나이 산이나 예루살렘 성 전, 메카의 카바, 중국의 곤륜산과도 같이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우주적 중심을 상징하는 것인데 성스러운 돌은 그와 같은 중심이 된다는 것이다.
〔의 의〕 돌은 그 외형적 형태나 기원에서 성스러운 힘 을 얻어 인류에게 오랫동안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민중 의 종교적 욕구에 따라 여러 가지 변형을 이루며 수식되 어 그 본질을 알기 힘든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스러운 돌은 신이 거처하는 곳이라거나 신적 표상으로 서의 돌이라는 핵심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돌 주변 에는 신화적 설명이 부가되는 성스러운 이야기가 결부되 었다. 아랍의 사헬족이 자신들은 모압 지방의 돌로부터 출생했다는 믿음, 야곱의 돌 베개 이야기, 메카의 성전에 안치된 카라파 이야기, 그리스 델피의 원추석에 얽힌 이 야기 등이 그것이다. 오늘날 돌을 숭배하는 종교적 풍습 은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돌 자체에 대한 숭배는 중단되 었다 하더라도 돌 숭배는 언어 표상 안에 그 흔적이 존속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신약성서에 따르면, 베드로는 게파(바위)라 하여 교회의 초석이 되었다(마르 12, 10)고 하는 영적인 의미를 획득하였다.
※ 참고문헌 M. Eliade, Patterns in Comparative Religion, Sheed & Ward, New York, 1958(李恩奉 역, 《宗敎形態論》 , 형설출판사 , 1982)/ 一, The Myth of the Etemal Return, Pantheon Books, 1954. 〔李恩奉〕
돌 숭배
- 崇拜
글자 크기
3권

1 / 2
고인돌은 사자의 혼이 거처한다는 돌 숭배에서 비롯되었다(황해도 은율 소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