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으로 손상을 입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보상하
지 않고 상대방과 화해하지 아니하였을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등가적(等價的)으로 보복할 수 있도록 규정 한 법. 이 법은 로마법의 모체인 12동판법(기원전 450) 에 최초로 등장한다. 이러한 등가적 보복 원칙은 이미 그 이전의 고대 법전들에도 등장하는데, 특히 함무라비 법 전(195~294조)과 아수르의 법규집에서 발견된다. 고대 히타이트법(1~18조)에서는 고의 살인과 과실 치사의 경 우 동태 복수법이 지양되고 금전을 통해서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태 복수법에서 금전 보상법으로 발전 하였는가, 아니면 금전 보상법에서 동태 복수법으로 발 전하였는가는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동 태 복수법이 개인과 개인 사이의 법적 관계에 대한 규정 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사회 그리고 공동체 유지를 위한 형법의 토대를 이루고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구약성서에서의 동태 복수법〕 원래 악을 악으로 응징 한다는 뜻을 지닌 복수는 구약성서에서 일차적으로 악에 대한 승리인 하느님의 공의(公義) 회복을 지칭한다. 하 느님의 공의 회복으로서의 복수 개념은 이스라엘의 역사 지평에서 발전되어 왔다. 개인적 차원에서의 보복은 사 회적이고 공동체적 차원으로 이행되었고, 한걸음 더 나
아가 보복은 정의의 궁극적 실현자인 야훼 하느님께 속 한 것이라는 사상에 도달하였다. 야훼 하느님을 유일한 주님으로 섬겼던 초기 이스라엘의 지파 동맹은 각 지파 구성원들을 방어하고 보호하기 위해서, 살인 사건이 일 어났을 경우, 피의 복수자인 '고엘' (גֹּאֵל)이 살인자를 만 났을 때 그를 죽이도록 규정하고 있다(민수 35, 21). 이러 한 동태 보복적 응징 사상 배후에는 복수의 끝없는 악순 환을 단절시키려는 의도가 있고(창세 4, 23-24) 약자를 보호하는 하느님의 공의는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는 사 상이 깔려 있다.
동태 보복적 응징 관습은 이스라엘이 정착기에 들어섰 을 때에도 여전히 행해졌는데(2사무 3, 27), 이 시대에 고 엘은 고의적으로 사람을 죽인 살인자에 한해서만 사형을 집행하였다(신명 24, 16). 그리고 재판은 원칙적으로 살 인자가 도피하고 있는 성읍에서 열려야 했다(신명 19, 1- 21). 이러한 단계를 거쳐 동태 보복적인 응징 권리는 재 판관에게 넘어갔다.
동태 복수법의 대표적인 경우는 출애굽기 21장 23- 25절에 등장한다. 이 법의 형식은 원래 제의적 전통에서 유래한 것 같은데, 그것은 개인 대 개인 간의 민사상(民 事上)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규였다기 보다는 오히려 이스라엘 공동체의 질서 유지를 위한 사회적 차원에서의 법적 대응 원칙이었던 것 같다. "⋯
그러나 다른 사고가 생겨 목숨을 앗았으면 제 목숨으로 갚아야 한다. 눈은 눈 으로, 이는 이로, 손은 손으로, 발은 발로, 화상은 화상 으로, 상처는 상처로, 멍은 멍으로 갚아야 한다." 타인에 게 신체상의 상해를 입혔을 경우 가해자에게 내려지는 법적 처벌은 그것에 상응하는 배상의 원칙에서가 아니라 등가적 보복의 원칙에서 내려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 나안 정착기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정언적(定言的) 그리고 결의론적(決疑論的) 법규집인 "계약 책(출애 20, 22-23, 33) 안에 수록되어 있는 동태 복수법이 재판의 과정에서 문자 그대로 실행되었는지 아니면 그 대신에 다른 종류의 배상으로 대체되었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 다. 왜냐하면 동태 복수법과 나란히 20장 27절에는 남 종과 여종의 신체적 상해(傷害)에 상응하는 다른 종류의 배상 원칙이 보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동태 복수법은, 출애굽기 21장 18 절 이하에 의하면 마침내 금전적 배상법으로 대체되고 있다. "서로 싸우다가 어느 한 쪽이 상대편을 돌이나 주 먹으로 때려, 맞은 사람이 죽지 않고 병석에 눕게 되었을 경우 그 맞은 사람이 다시 지팡이라도 짚고 나다니게 되 면 때린 사람은 체형은 면하나, 그 동안의 치료비와 생활 비를 물어주어야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레위기 19장 17-18절에서는 동족의 형제들에 대한 보복을 원칙적으 로 금지하고 있다. "형제를 미워하는 마음을 품지 말라. 이웃의 잘못을 서슴지 말고 타일러 주어야 한다. 그래야 그 죄에 대한 책임을 벗는다. 동족에게 앙심을 품어 원수 를 갚지 말라.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아껴라" .
신명기에서는 개인적 그리고 사회적인 차원의 보복은 금지되고, 그것은 전적으로 공의로 심판하는 하느님께
맡겨진다(32, 35). 예레미야도 아나돗 사람들이 그를 박 해하자 공정한 재판관인 야훼 하느님께 원수를 갚아 달 라고 호소한다(11, 20). 지혜 문학도 하느님께 보복을 전 적으로 일임하고 있다. "보복하는 자는 주님의 보복을 받을 것이며 주님께서 그의 죄를 엄격히 헤아리실 것이 다. 이웃의 잘못을 용서해 주어라···· 네 이웃에게 원한을 품지 말아라···(집회 28, 1-7). 야훼 하느님은 정의의 지 팡이에 의지하여 이스라엘의 적들에게 진노하며 원수를 갚음으로써 이스라엘의 구원을 이룬다(이사 59, 15-20).
〔신약성서에서의 동태 복수법〕 산상 설교에서 예수는 원칙적으로 구약에 등장하는 동태 복수법의 완전 폐기를 선언한다. "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하고 말씀하신 것을 여러분은 들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말 합니다. 악한 사람에게 맞서지 마시오··· '네 이웃을 사 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고 말씀하신 것을 여러분 은 들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여러 분의 원수들을 사랑하고, 여러분을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시오. 그래야만 여러분은 하늘에 계신, 여 러분 아버지의 아들이 될 것입니다"(마태 5, 38-45). 폭력 적 보복 포기와 원수 사랑의 실천이 여기에서는 하느님 의 아들이 되는 전제 조건으로 제시되고 있다. 예수는 스 스로 목숨을 버림으로써, 즉 수난과 십자가의 죽음을 통 하여 '이는 이로, 눈은 눈으로, 힘은 힘으로, 폭력은 폭 력으로' 라는 동태 복수법적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다.
폭력적 보복 포기와 원수 사랑의 실천은 바오로에게서 도 나타난다. "여러분을 박해하는 자들을 축복하시오. 축복해야지 저주해서는 안됩니다⋯ 아무에게도 악을 악 으로 갚지 마시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해줄 생각을 품으시오.⋯ 여러분 스스로 복수하지 말고 하느님의 진 노에 맡겨 두시오. 실상 성서에도 '복수는 내 것이니 내 가 갚겠노라 하고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고 기록되어 있 습니다. 오히려 '그대의 원수가 주리거든 그를 먹여 주 고 그가 목말라 하거든 그를 마시게 해주시오. 사실 이렇 게 함으로써 그대는 그의 머리 위에 불타는 숯을 쌓아 올 릴 것입니다.' 그대는 악에 정복당하지 말고 오히려 선 으로 악을 정복하시오"(로마 12, 14-21). 바오로는 원수 에게 보복할 것이 아니라, 원수가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 주는 자비 실천을 통하여 선으로 악을 이길 것을 촉구한 다.
〔의 의〕 신약성서가 증언하는 폭력적 보복 금지와 원 수 사랑 계명에 근거하여 니체(F.Nietsche)는 그리스도교 의 가르침을 노예 도덕이라고 비판하였다. 그러나 원수 사랑과 보복 금지에 관한 그리스도교의 가르침과 실천은 '폭력은 폭력으로' 라는 차원이 아니라 인도주의적 차원 에서의 또 다른 형태의 저항이다. 이러한 비폭력적 저항 만이 인류 역사 가운데서 끝없이 반복되는 폭력의 악순 환을 영원히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하느님 의 정의 회복은 보복과 증오가 지양된 사랑을 내용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리스도교가 가르치는 비 폭력적 저항은 강자 앞에서 굴종하는 약자의 노예 도덕 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인도주의적 주체 의식을 소
유한 강자만이 실행 가능한 도덕이다. 하느님의 아들 됨 의 자의식이 그리스도인으로 하여금 원수 사랑을 가능하 게 하는 것이다. (→ 산상 설교 ; 함무라비 법전)
※ 참고문헌 김명수, <어록 공동체의 원수 사랑 계명과 폭력 이 해>, 《신학 사상》 75호(1991, 겨울) pp. 876~911/ J. Finkelstein, Ammisaduga's Edict and the Babylonian-Law Code, 《JCS》 15, 1961, pp. 91~104/ L. Schottroff. G. Strecker eds., Gewaltverzicht und Feindesliebe in der urchristlichen Jesustradition(Mt 5, 38-48 Lk 6, 27-36), Jesus Christus in Historie und Theologie, Tübingen, 1975, pp. 197~221/ S. Paul, Studies in the Book of the Covenant, 《VTSup》 18, pp. 75~771 W. Linnemann, Gewalt und Gewaltlosigkeit. Studien zur abendliändischen Vorgeschichte der gegenwartigen Wahrnehmung von Gewalt, 《FBESG》 36, 1982, pp. 30~64. 〔金明洙〕
동태 복수법
同態復讐法
〔라〕talio · 〔영〕talion
글자 크기
3권

동태 복수법이 적혀 있는 함무라비 법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