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니시오, 아레오파지타의

Dionysius Areopag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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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철학 특히 신플라톤 철학과 그리스 교부 전통의 영향을 받아 신학을 체계화한 6세기 초의 인물. 위(僞) 디오니시오(Pseudo-Dionysius)라고도 한다. 현재 디오니시오 아레오파지타가 저술하였다고 하는 상당한 분량의 문집(Corpus Dionysiacum)이 전해 오고 있다. 이 저자는 사도 바오로의 설교를 듣고 개종한 아레오파고 판사인 디오니시오(사도 17, 34)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으며(서간 7, 5 ; <하느님의 명칭들> 2, 11), 사도들과 사도들의제자들에게 쓴 한 편지에서 예수가 돌아가신 시각에 헤리오폴리스에서 일식을 보았고(서간 7. 2), 성모 마리아의 장례식에 베드로와 야고보와 함께 참석하였다고 한다(<하느님의 명칭들> 3, 2). 그러나 사도 시대의 인물로 자처하는 그의 저서들이 처음으로 언급된 것은 안티오키아의총대주교로서 단성설(單性說, monophisismus)의 주창자였던 세베루스(Severus, 465~538)의 글에서이다. 단성설주의자들은 자기들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디오니시오 아레오파지타의 저서들을 제시하면서, 그의 가르침은 오리제네스 · 알렉산드리아의 디오니시오 · 나치안츠의 그레고리오 등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자, 에페소의 히파시오 주교는 이 저서들의 역사성과 친저성(親著性)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조작된 것으로 판정하였다. 그러나 디오니시오 아레오파지타의 저서들은 그 후에도 계속 유포되었고, 비잔틴의 레온시, 그레고리오 대 교황,예루살렘의 소프로니오, 증거자 막시모 등은 그의 친저성을 인정하였다. 파리에 있는 생 드니(S. Denis) 수도원의 아빠스였던 일두이노(+84)는 디오니시오 아레오파지타와 파리의 첫 번째 주교 순교자였던 3세기경의 성디오니시오를 동일 인물로 혼동하여, 디오니시오 아레오파지타가 사도 바오로에 의해 개종한 다음 파리에 선교사로 파견되어 복음을 선포하였다는 전설을 유포시켰다.이에 힘입어 그의 저서들은 852년경 스코투스 에리우제나, 그 후에 요한 사라진(1167경)과 로베르토 그로스테스트(1240~1243)에 의해 라틴어로 번역되었으며, 그에대한 연구가 중세기에 활발히 일어났다. 이 저서들의 친저성에 대한 의문을 강하게 제기하였던 사람은 인문주의자 라우렌시오 발라(+1457)였으며, 그 후에 에라스무스와 종교 개혁자들이 이를 뒤따랐다. 19세기와 20세기에와서도 그의 친저성을 부인하는 수많은 논문들이 계속나왔다. 학계의 일반적인 결론에 의하면, 디오니시오 아레오파지타의 이름으로 전해져 오는 문헌들은 5세기 말이후에 저술된 것이며, 익명의 저자가 자기 저서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사도 바오로에 의해 개종한 아레오파고의 판사 디오니시오의 이름을 도용하였기 때문에 위 디오니시오 아레오파지타로 불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신학 체계 특히 신비 신학과 천사론은 중세 스콜라 신학의 많은 학자들, 예를 들면 요한 다마세노, 토마스 아퀴나스, 베드로 롬바르도, 대 알베르토 등에게 큰 영향을미쳤다.
〔저 서〕 디오니시오 아레오파지타의 이름으로 전해 오는 문헌으로는, 다음 4편의 논술(tractatus)과 10편의 서간이 있다.
<하느님의 명칭들>(Περι θείων ονομάτων) : 13장으로되어 있는 이 논술은 성서에 나오는 하느님의 명칭들을통해 하느님의 본질과 특성을 이끌어 내고 있다. 모든 존재에 대한 신성의 절대적인 초월성을 강조한 제1장에서는, 하느님의 신성을 완전히 인지할 수도 언어로 표현할수도 없다고 하였다. 2장에서는, 성삼(聖三)에 관한 명칭들을 말하면서 성삼에서 가장 기초적인 개념인 '일치'(unio)와 '구별' (distinctio)을 설명하고 있다. 3장에서는인간이 하느님께 가까이 가는 고리로서 기도의 중요성을강조하였다. 4장에서는 선(善), 빛, 아름다움, 사랑 등기본 원리에 이어서 악의 문제를 다루는데 악은 선의 결핍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5~12장에서는 하느님의 본성에서 유출된 다른 명칭들, 즉 존재, 생명, 지혜, 진리, 능력, 정의, 구원, 전능, 태고의 날, 영원, 평화, 자존적 생명, 왕들 중의 왕, 신들 중에 신을 다루었고 13장에서는모든 존재 위에 있으며 모든 존재가 유출되어 나오는'일자' (一者, μονή)를 다루고 있다.
<천상의 위계(位階)〉(Περὶ τῆς οὐρανίας ιεραρχίας) :15장으로 되어 있는 이 논술은, 구약성서와 바오로 서간(에페 1, 21 ; 3, 10 ; 골로 1, 16)에 나오는 9가지 천사들의 이름을 열거하면서 그들의 역할을 논한다. 모든 존재의 제1 원인이며 원리인 하느님은 모든 것을 초월하며불변하는 모네(μονή, 一者)이다. 만물은 그분으로부터 나왔고, 때가 차면 모든 것이 그분께로 되돌아간다. 만물의생성(πρόοδος)은 모네이신 하느님이 지니고 있는 활력의 넘쳐흐름 즉 유출(流出, emanatio)에서 나오며, 이 활력을 하느님의 사랑과 섭리로 표현한다. 그리고 만물은다시 생성 과정과 반대의 방향으로 본래의 원천인 모네에게로 회귀(επιστροπή)한다. 모네 · 생성 · 회귀의 역학구조와 그 용어들은 그리스 철학의 범신론적 요소를 갖고 있지만, 디오니시오는 창조론을 강조함으로써 범신론의 위험을 극복하였다. 그는 9가지 천사들의 위계를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세 개의 동아리에 각각 3가지천사들 즉 3x3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3가지 천사들로 구성된 동아리를 트리아데(tiade)라고 부른다. 따라서 3개의 트리아데로 구성되어 있는 셈이다. 첫째 트리아데는 세라됨 · 케루빔 · 권좌의 천사이고, 둘째 트리아데는 주권의 천사 · 능력의 천사 · 권세의 천사이며, 셋째트리아데는 권력의 천사 · 대천사 · 천사로 구성되어 있다. 천사들은 각기 맡은 직책에 따라 하느님을 현양하는데, 특히 첫째 트리아데의 천사들은 하느님을 제일 가까이 모시며, 끝에서 두 천사들인 대천사와 천사들은 인간세계에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일을 맡고 있다.
<교회의 위계>(Περὶ τῆς ἐκκλησιαστικῆς ἱεραρχίας) : 7장으로 되어 있는 이 논술은 <천상의 위계>와 마찬가지로 3개의 트리아데로 되어 있다. 첫째 트리아데에는 3개의 성사(聖事) 즉 세례성사 · 성체성사 · 견진성사가 서술되어 있고, 둘째 트리아데에는 사제직의 3위계인 주교 · 사제 · 부제가 서술되어 있으며, 셋째 트리아데에는평신도의 3위계인 수도자 · 신자 · 불완전한 이들(예비자,참회자)이 서술되어 있다. 부록으로 제7장에서는 장례 예식이 묘사되어 있다.
<신비 신학>(Περὶ μυστικῆς θεολογίας) : 인간의 영혼이 하느님과 신비로운 일치를 이루는 방법과 과정을 5장에 걸쳐 서술하고 있다. 영혼은 인간의 모든 감성적, 이성적 활동을 제거하는 정도에 따라 하느님과 일치를 이룬다(1장). 모든 인식을 초월하는 완전한 모네이신 하느님께 대한 인간의 무지를 신비로운 암흑이라고 표현하는데(2장), 이 암흑에 들어가는 것은 인간 언어와 사고를완전히 비우는 것이며, 이것이 하느님과의 일치의 특징이다(3장). 따라서 영혼은 모든 감각적 대상과 이성적 개념에서 벗어나고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는 상태에서 하느님과 신비로운 일치 즉 탈혼의 환시를 통해 하느님과 직접 일치를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4~5장) .
이외에도 10편의 서간이 전해 오는데, 이 서간들은 위의 논술 내용을 보완하는 것들로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육화한 그리스도의 신인(神人)으로서의 조건(제4편), 접근할 수 없는 빛과 어두움(제1편과 5편), 신적초월성의 개념(제2편), 육화한 예수 안에 숨겨져 있는 신성(제3편), 진리를 확고 부동하게 제시하는 길(제6편), 헤리오폴리스에서 일식을 보고 주님의 죽음을 알게 된 사실(제7편), 수도자들도 존경해야 할 교회의 성직 계열(제8편), 성서의 상징들(제9편), 박해 때 지녀야 할 신자들의태도(제10편) 등이다.
현존하는 위의 저서들 중에서 저자는 저서명을 언급하고 있지만 현재 전해지지 않는 7개의 저서들로는 《지성과 이성의 대상들》, 《신학 개요》, 《상징적 신학》, 《신적찬미가》, 《천사들의 특성과 서열》, 《하느님의 공의로운심판》, 《영혼론》이 있다. 이름만 전해 오는 이 저서들의실제 내용은 어떠했겠는가, 이 저서들이 디오니시오의신학 체계 안에 어떻게 삽입되어야 하는가, 저술의 연대적 관계는 어떠한가 하는 문제들이 제기된다. 이 저서들은 디오니시오 아레오파지타의 그리스 문집과 라틴어 번역본들에서는 일체 나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문헌들에서도 이에 대한 언급이나 인용은 없다. 만약 위의 저서들이 실제로 존재하였다면 제목만 보더라도 디오니시오의 신학 체계는 방대할 뿐만 아니라 동방 교회의 토마스 아퀴나스라고 불리는 요한 다마세노의 신학 체계를능가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7개의 저서들은 존재하지 않았던 가공적인 저서들이라는 주장도 있다.
오늘날의 일반적인 통설은, 위(僞) 디오니시오 아레오파지타가 6세기 초의 인물로서 그리스 철학 특히 신플라톤 철학과 그리스 교부 전통에 깊이 영향을 받아 자신의신학 체계를 세웠다는 것이다. 따라서 디오니시오의 학설을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전통 안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 위 디오니시오 ; → 신비주의, 독일의 ; 에리우제나)
※ 참고문헌  《PG》 3, 119~1120/ 《ClavisPG》 nn. 6600~6635/ 《SCh》58 bis, 2nd ed., 1970/ S. Lilla, Introduzione allo studio dello Ps. DionigiAreopagita, 《Aug》 22, 1982, pp. 533~5771 R. Roques et al., 《DSp》 3, Paris,1954, pp. 244~322/ H. Koch, Philologus 54, 1895, pp. 438~454/ J.Stiglmayr, 《HJ》 16, 1895, pp. 253~2731 W. Völker, Kontemplation undEkstase bei Pseudo-Dionysius Areopagita, Wiesbaden, 1958/ E. Corsini, Laquestione areopagita : Contributi alla cronologia dello Pseudo-Dionigi,《AAT》 93, 1958-59, pp. 28~227/ R.F. Hathaway, Hierarchy and theDefinition ofOrder in the Letters of pseudo-Dionysius, The Hague, 1969/ B.Brons, Gott und die Seienden. Untersuchungen zum Verhältnis vonneuplatonischer Metaphysik und christlicher Tradition bei DionysiusAreopagita, Göttingen, 1976/ G. Gersch, From Iamblichus to Eriugena. AnInventigation of the Prehistory and Evolution of the Pseudo-DionysyiusTraditon, Leiden, 1978. 〔李瀅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