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 몽고 등에서 신봉하는 불교의 한 종파.대승 불교(大乘佛敎) 계통에 속하며 밀교적(密敎的)성격이 강하다. 티베트가 그 중심지이므로 '티베트 불교 라고도 한다. 라마(Lama, 喇嘛)는 산스크리트어의 구루(guru)와 같은 말로 '영적(靈的) 스승 을 뜻한다. 교리전수와 수행의 길잡이로서 라마의 역할을 중시하는 티베트 불교의 특징으로 인하여 '라마교' 라는 명칭이 생기게 되었다.
〔성립과 전개〕 라마교가 성립된 것은 8세기 말 인도의 승려 파드마삼브하바(Padmasambhava, 蓮華上座師)가 밀교 교학을 티베트에 들여오면서부터이다. 그는 비의(秘儀)를 강조하는 금강승(金剛乘, Vajrayāna) 계통의 좌도밀교(左道密敎)를 티베트에 전하였으며, 전국을 순회하면서 이적(異蹟)을 통해 이를 대중들 사이에 널리 전파하였다. 본래 티베트에서는 악마에 대항하는 주술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일종의 샤머니즘인 본(Bon)교가 고대로부터 성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7세기 초부터 불교가 본격적으로 전파되어 약 1세기 동안 활발한 역경(譯經)사업과 교리 전파를 통해 점차 그 세력을 확장시켜 마침내 본교를 누르고 국교로 공인되기에 이르렀다. 이때 티베트 불교는 점오설(漸說)을 주장하는 인도계 불교와 돈오설(頓悟說)을 주장하는 중국계 불교가 대립하고 있었다. 본교의 주술 신앙도 여전히 티베트인들의 심성 가운데 강하게 자리잡고 불교에 완강히 저항하고 있었다. 그러나 파드마삼브하바가 밀교의 비법을 통해 악령을 물리치고 샤먼들을 굴복시킴으로써 인도 계통의 밀교가 중국계 불교를 밀어내고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에 의해 전래된 성력 숭배(性力崇拜) 경향이 강한 좌도 밀교가 티베트에 점차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파드마삼브하바에 의해 티베트에 정착한 인도 밀교는 본교의 주요 요소들을 흡수하여 닝마파(Nyingmapas)를 성립시켰는데, 여기서 티베트의 독특한 불교로서 이른바 라마교가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그 뒤 약 300년 동안 몇 차례의 부침(浮沈)을 거쳐 11세기에 인도 승려 아티샤(Atisa)와 티베트 승려 드록미(Drokmi, 992~1072), 마르파(Marpa, 1012~1097) 그리고 밀라레파(Milaraspa, 1040~1123) 등이 각기 종파를 수립하면서 라마교를 부흥시켰다. 이때부터 라마교는 수많은 종파가 생기면서 번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종파 불교의 시대를 맞게 된다. 그러나 여러 종파들은 모두 본질적 내용에서 큰 차이가 없고, 밀교 수행을 통해 종교 체험을 얻으려는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었다. 13세기 중엽에 이르러 라마교는 중국과 몽고에 전파되어 그 영향력을 크게 확대하였다. 이때 가장 세력을 떨친 것은 드록미가 설립한 사카파(Saskyapa) 전통이었는데, 사카파는 원(元) 조정의 보호 아래 14세기 중반까지 약 1세기 동안 종교·정치 양면에 걸쳐 티베트를 통치하였다.
사카 왕조가 무너진 뒤, 라마교는 잠시 쇠퇴하는 듯하였으나 14세기 말 티베트의 고승 총카파(Tsongkhapa, 1357~1419)의 개혁 운동으로 재정비되어 다시 세력을 회복하게 되었다. 총카파는 당시의 분열되고 혼란스러운 라마교를 개혁하기 위해 철저한 수행과 엄격한 수도 생활을 요구하는 겔룩파(Gelukpa)를 창시하였다. 총카파의 개혁 운동은 밀교 수행에 치중하는 이전의 경향에서 벗어나 인도 불교의 본래 모습을 회복하고자 하는 절충적 부흥 운동이었다. 이것은 그 뒤 라마교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그는 밀교 수행으로 나아가기 전에 먼저 경전에 있는 교리에 따라 철저히 수행할 것을 강조하였으며, 라마들이 밀교 교리를 배경으로 배우자를 취하던 관행을 비판하고 승려의 독신 제도를 다시 도입하였다. 총카파에 이르러 라마교는 비로소 교리와 제도에 있어 체계적으로 완비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또 총카파의 계승자들에 의해 달라이 라마(Dalai Lama)와 판천 라마(Panchen Lama)를 중심으로 하는 교단 조직이 정비되었고, 최고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그 계승자에게 환생하여 나타난다고 하는 독특한 교리가 만들어져 오늘날까지 라마교의 중요한 근간을 이루고 있다. 그 뒤 겔룩파는 티베트에서 가장 큰 종파로 발전하였으며, 17세기 중반부터는 겔룩파의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국가의 수장을 겸임하여 정치적인 주도권을 완전히 잡고 최근까지 티베트를 통치하였다. 티베트는 1951년 중국에 의해 정치적 독립을 상실하였으며, 제14대 달라이 라마는 1959년 인도로 망명하여, 그곳에서 티베트 불교를 이끌고 있다.
〔교 리〕 원래 인도 북부에서 밀교화한 대승 불교가 티베트에서 변용되어 형성되었기 때문에 기본 교리는 인도불교의 고전적 전통과 대체로 비슷하지만 수행 방법에는 차이가 있다. 라마교의 교리는 윤회설(輪廻說)과 연기설(緣起說)을 바탕으로 고(苦) · 공(空) · 무아(無我)의 각성을 통한 자기 구원과 이타적 보살행(菩薩行)을 함께 강조하는 대승 불교의 교학을 채택하고 있다. 인간을 포함한 우주의 모든 존재는 업(業, karma)에 의해 끝없이 윤회하고, 이러한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 해탈(解脫)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그 근원인 업의 법칙을 깊이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하며, 나아가 모든 욕망과 자신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자아와 세계의 실체를 인식할 수 있는 지혜를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라마교의 깨달음이다. 라마교에서는 깨달음에 도달하기 위한 훈련 과정으로 경전 연구보다는 명상을 더욱 중요시한다. 즉 최종적인 깨달음은 궁극적 진리에 대한 직접적 깨달음이므로, 교리에 대한 연구나 철학적 탐구만으로는 얻어질 수 없고 명상으로부터 계발되는 지혜를 통해 비로소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명상 수련에는 관수행(觀修行)과 지수행(止修行) 두 가지 단계가 있는데, 이 가운데 지수행이 더 중요시된다. 관수행은 사물에 대한 분석적 이해를 통해 확고한 지적통찰을 얻는 단계이다. 지수행은 일체의 개념적 사고를 중지하고 각성의 상태가 의식의 가장 깊은 영역에서 지속되도록 주의력을 집중하는 단계이다. 이러한 두 단계의 명상 수련을 통해 수행자는 마침내 자아와 세계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궁극적으로 해탈에까지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와 같은 명상의 수련에 있어서 라마의 지도가 매우 중요시된다는 점이다. 라마는 이론과 수행에 있어 남을 이끌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수련된 사람에 대한 칭호로서, 수행자에게 라마교의 지식을 전수하고 수행 방법을 가르치는 스승의 역할을 담당한다. 수행자들은 라마가 석가모니로부터 내려온 불교의 전통을 영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사람이며, 따라서 라마의 가르침에 따라 명상 수련을 계속함으로써 부처의 지혜에 생생히 접촉할 수 있게 된다고 믿는다. 영적 수행을 중시하는 라마교의 수행에서 이와 같은 라마의 역할은 절대적 중요성을 갖는다. 그러므로 라마교도들은 불교의 전통적인 불(佛) · 법(法) · 승(僧)의 삼귀의 三歸歸依) 외에 라마를 제4의 귀의처로 인정하며, 라마의 가르침에 철저히 따르는 것을 수행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라마교에서 깨달음에 이르는 길로 중시되는 것에는 명상의 방법 외에 만트라(Mantra, 眞言)의 음송을 통한 신격과의 합일이 있다. 라마교에는 부처의 깨달음의 여러측면을 상징하는 수많은 부처와 보살이 있는데, 수행자들은 이 가운데 하나의 신격을 택하여 그에 해당하는 만트라를 되풀이하여 음송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그 신격과 합치되기를 추구한다. 가장 보편적인 만트라는 관세음보살의 특성을 상징하는 '옴 마니 파메 훔' 이다. 여기서 '옴' 은 붓다의 완전하게 통일된 몸과 말과 마음을 상징하고 '훔' 은 오온(五蘊)을 상징한다. 그리고 '마니' 와'파메' 는 보석과 연꽃을 뜻하는 말로 각각 방편(方便, upaya)과 반야(般若, prajina)를 상징한다. 방편과 반야는 다시 자비와 지혜로 표현되는데, 라마교의 수행자들은 만트라의 음송을 통해 이 두 가지 힘을 획득하고자 하며, 나아가 그것이 상징하는 신격으로서 관세음보살과 일치되기를 추구한다. 만트라는 단계에 따라 몇 가지 기능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가장 기초적인 단계에서는 외부에 있는 신으로서 관세음보살에 대한 기원일 뿐이다. 곧 만트라를 계속 외움으로써 관세음보살이 그를 고난에서 지켜주며 죽은 뒤에 관세음보살의 정토에 환생할 것으로 믿는 것이다. 그러나 더 깊은 단계로 접어들면 만트라는 사람의 마음을 자비의 수행으로 이끄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는 관세음보살이 자비 그 자체이고 또한 모든 생명체 속에 잠재해 있음을 깨닫게 한다. 이 단계에 이르면 수행자는 관세음보살을 외부적인 힘이나 존재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동일한 천인(天人)으로 인식하게 되어, 관세음보살이라는 신격과의 완전한 합치가 이루어지게 된다.
만트라 수행과 함께 라마교의 독특한 수행 방법으로 탄트라(Tantra) 수행을 들 수 있다. 탄트라는 원래 밀교 교리와 수행 방법이 수록된 문헌들을 지칭하는 말이지만, 흔히 요가 수련과 성력 숭배 등의 밀교적 수행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탄트라 수행의 가장 큰 특징은 불교의 가르침을 순수 개념적 형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상징의 형태로 구체화시키는 데에 있다. 진정한 깨달음을 얻으려면 여러 경전에 수록된 잡다한 지식보다는 실재와 직접 접촉하는 주술적인 비의를 알고 있는 스승(라마) 밑에서 스스로 생생한 체험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그 가운데 최고의 체험은 신격과의 합일이다. 따라서 탄트라 수행에서는 신비적 체험을 통한 깨달음을 중시하고 만트라 수행에서와 같이 신격과 완전히 합치할 것을 추구한다. 신격과의 합치는 신격이 상징하는 특징에 대한 통찰이 점차 심화되어 자기 자신의 것으로 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며, 성합(性合) 등의 비의를 통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완성되는 것으로 믿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는 감각적 쾌락이나 아욕(我慾)을 배제한 상태에서 행해지며, 성적 흥분을 통해 생성되는 강력한 에너지를 의식적으로 돌려 육체와 정신을 활성화시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그러므로 탄트라 수행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엄격한 도덕적 계율의 준수를 비롯하여 명상 훈련과 만트라의 음송을 포함하는 길고 험한 예비 단계를 거쳐야 한다. 라마교에서 주로 행해지는 탄트라는 크리야탄트라(Kriyātantra)와 아누타라요가탄트라(Anutarayogatantra) 두가지인데, 모두 신격과 진정한 합일을 이룸으로써 자신의 정신이 부처의 깨달음의 상태를 반영하도록 하는 데에 목적을 둔다.
라마교의 경전은 부톤(Bution, 1290~1364)에 의해 수집 편찬되었다. 그것은 율(律) · 경(經) · 탄트라로 구성된 칸주르(Kanjur)와 논서 · 주석서 · 기타 보조 학문에 관한 서적으로 구성된 칸주르(Kanjur)로 나뉘어져 있다.
〔의 의〕 라마교는 원래 인도 대승 불교에 뿌리를 두고 있으나 자체의 전통이 확립되자 스스로를 폐쇄시키고 독특한 특성을 형성, 발전시켜 나갔다. 그 결과 중국에서 발전한 대승 불교나 동남 아시아의 소승 불교 등의 영향을 거의 주고받지 않고, 오직 티베트와 몽고 등 일부 지역에서만 고립적으로 계승되어 온 것이 특징이다. 이와 같은 고립성으로 인해, 라마교는 오랫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었으며, 주로 구미 학자들의 소개에 의해 진기한 교리와 비밀스러운 의식을 가진 신비스러운 종교로만 알려져 왔을 뿐 학문적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초보적으로나마 기존의 단편적이고 왜곡된 이해에서 탈피하여 라마교의 올바른 모습을 규명하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한국에도 고려 말 원(元)나라의 영향 아래 라마교가 들어왔으나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 라마 ; 달라이 라마 ; → 티베트)
※ 참고문헌 M.L. Walter, Tibetian Religions, 《ER》 14, pp. 497~507/ C.J. Adams, The Study and Classification of Religions, 《NEBrKt》 26, pp. 548~569/ 스티븐 배휠러, 심재룡 역, 《티베트 불교 길잡이 - 연꽃 속의 보석이여》, 불일출판사, 1989/ 山口瑞鳳· 失崎正見, 이호근 . 안영길 역, 《티베트 불교사》, 민족사, 1990. 〔金鎬德〕
라마교 - 敎
〔라〕Lamaismus · 〔영〕Lama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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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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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의 환생을 믿으며 행하는 라마교의 전통 의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