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멘타빌리>

〔라〕Lamentabi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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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와 신학에서의 근대주의가 주창한 65개의 특징적인 명제들을 단죄한 1907년에 발표된 반(反)근대주의 교령.
〔배 경〕 교회는 19세기 말 교황 레오 13세(1878~1903)의 노력으로 가톨릭의 문예 부흥이라고 할 만한 성과들을 이루었다. 레오 13세는 신학은 물론 사회 개혁, 정치의 민주화, 과학 연구 등에서 가톨릭의 지도력을 적극 모색하고 권장하였으며, 새로운 가톨릭 대학교들을 설립하고, 토마스 철학의 부흥을 촉진했다. 그러나 이 시기에 성서와 신학에 대한 과학적 비판에 대응하려는 일부 가톨릭 사상가들의 움직임으로서 이른바 '근대주의' (mod-ernism)가 일어났다. 근대 철학이나 과학과 교회의 화해를 모색하려는 이러한 움직임은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칸트의 관념론과 창조의 진화론을 기조로 한 불가지론에 빠져 들고 말았다.
레오 13세의 뒤를 이은 교황 비오 10세(1903~1914)는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것을 다시 세우겠다" 는 염원으로 교회 개혁을 추진하였으며, 많은 가톨릭 사제들과 신자들 사이에 번져 가는 근대주의를 '모든 이단의 총화' 로 인식하였다. 그래서 그는 교황청 검사성(현 신앙 교리성)을 통하여 1907년 7월 3일 교령 <라멘타빌리>를 발표하였는데, 이 교령은 65개의 오류 명제 목록으로서, '실라부스' (syllabus, 오류표)라고도 불린다. 이 오류 명제들은 주로 루아지(A. Loisy)의 저술들에서 취한 것들이다. 성서 주석 분야에 역사적 방법론을 적용한 루아지는, 모세오경의 친저성(親著性)과 창세기 1장을 비롯한 구약성서 여러 부분의 역사성을 부인하였다.
〔내 용〕 교령 <라멘타빌리>는 다음과 같은 근대주의의 주요 명제들을 단죄하고 있다. 교도권(De emancipatione exegeseos a Magistero Ecclesiae, 1~8항)에 관한 첫째 부분의 명제들은, 교회의 신적 교도권이 성서의 고등 비판(성서의 저술 연대, 자료, 시대 상황 등에 관한 연구) 위에 있지 않으며, 그러한 연구 결과는 교도권 밖에 있어야 하는 것이고, 신앙의 유산 밖에 있는 인간 지식은 교회의 권위에 예속되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성서에 관한 저술의 사전 검열을 요구하는 교회법은 신구약 성서를 비평하거나 학문적 주석을 하는 이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1항) . "교회 교도권은 교의적 규정으로써도 성서의 진정한 의미를 규정할 수 없다" (4항).
성서의 영감과 무류성(De inspiratione et inerrantia S. Scrip-turae, 9~19항)에 관한 명제들, 계시와 교의의 개념(Deconceptu revelationis et dogmatis, 20~26항)에 관한 명제들은, 교회는 사람들이 믿는 것을 단순히 확인해 왔고, 따라서 교회는 그 구성원들에게 내적 동의를 명령할 수 없으며, 성서는 인간적인 문서로서 취급하여야 하고, 교의는 계시된 것이 아니라 인간 정신이 형성한 것이라는 주장들이다. 그 명제들은 또한 사도 전승을 거부하며, 교의의 완전성과 단일성을 부인한다. 신앙은 단순히 개연성의 축적이고, 교의는 신앙 규범이 아니라 행동 규범으로 간주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느님이 성서의 저자라고 믿는 이들은 너무 단순하거나 무식하다"(9항). "성서의 모든 부분이 각기 온갖 오류에서 벗어날 정도로 하느님의 영감이 성서 전체에 미치지는 않는다"(11항). "복음서들은 경전으로 규정되고 또 확정될 때까지 계속적인 보완과 수정으로 불어났으므로, 복음서들에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희미하고 불확실한 자취로만 남아 있다"(15항). "요한 복음서의 사화는 진정한 역사가 아니라 복음의 신비적 묵상이므로, 그 복음서의 이야기는 역사적 진실성이 결여된, 구원 신비에 관한 신학적 묵상이다"(16항). "성서에 보도된 거기에 근거한 교회 교의에는 모순이 있을 수 있으며 실제로 모순이 있기 때문에, 성서 비평가는 교회가 가장 확실한 것으로 믿는 사실이라도 거짓된 것으로 배척할 수 있다" (23항). "성서 주석자가 교의 자체를 직접 거부하지 않는다면, 비록 교의가 역사적으로 거짓되거나 의심스러운 것이라는 결론이 나오는 전제를 설정하더라도 비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24항).
그리스도(De Christo, 27~38항)에 관한 명제들은, 그리스도의 신성은 복음서 안에서 입증되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리스도인들의 의식으로 발전된 것이라는 주장들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은 복음서로부터 입증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교의 의식이 메시아 개념으로부터 연역해 낸 교의이다" (27항). "역사에 의해 밝혀진 그리스도는 신앙의 대상인 그리스도보다 훨씬 열등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30항). "바오로와 요한 그리고 니체아 · 에페소 · 칼체돈 공의회들이 그리스도에 대하여 가르친 교리는 예수가 직접 가르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교의 의식이 예수에 대하여 이해한 것이다"(31항). "그리스도는 항상 메시아 의식을 지니고 있지는 않았다" (35항). "구세주의 부활은 정확히 말해서 역사적 질서의 사건이 아니라 증명되지 아니하고 입증될 수 없는 초자연적 질서의 사건이며, 그리스도교의 인식이 다른 원천으로부터 연역해 낸 사실이다"(36항).
성사(De sacramentis, 39~51항)에 관한 명제들은 성사란 단순히 그리스도의 영향력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교회(De constitutione Ecclesiae, 52~57항)에 관한 명제들에서 교회의 설립은 그리스도의 뜻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교회의 유기적 조직은 불변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리스도교 사회는 인간 사회가 그러하듯 지속적 진화에 예속되어 있다"(53항). "교의, 성사, 교계 제도 등은-그 개념과 실재 안에서-외적 증가를 통하여 성장하고 또 열매를 맺도록 복음 안에 감추어진 작은 씨앗이 불러일으킨 그리스도교 사상의 진화요 해석일 뿐이다" (54항). "로마 교회는 하느님의 섭리로 이루어진 어떤 결정이 아니라 정치적인 상황으로 인해 모든 교회들의 으뜸이 되었다" (56항).
마지막으로, 종교 진리의 불변성(De immutabilitatate verita-tum religiosarum, 58~65항)에 관한 명제들은 교의의 발전을 주장하고 있다. 진리는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의 발달처럼 발전하는 것이고, 과학의 진보는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으며, 근대 가톨릭 사상은 자유주의적인 프로테스탄트 사상으로 변혁되어야 한다는 주장들이다.
〔평 가〕 교황 비오 10세는 1907년 9월 8일 회칙 <파쉔디>(Pascendi Dominici Greegis)를 발표하여, 근대주의에 대한 단죄를 재확인하고 그 치유책을 밝혔다. 근대주의는 분명한 이론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또 여러 가지 형태로 전해지고 있어, 상호 연관된 진술로 이단의 정체를 밝히고 그 치유책을 강구하고자 한다는 것이 회칙의 목적이었다. 그 그릇된 이론들이 불가지론과 치명적인 내재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지적한 교황은, 그 이단이 하나의 철학이자 그릇된 역사관이며 그릇된 호교론이고 거짓 개혁이라고 비판하였다. 또한 호기심과 오만에서 비롯되었고, 스콜라 철학과 거룩한 전통과 교부들의 권위와 교회의 교도권에 대한 배척에서 일어났다고 비난하였다. 교황은 스콜라 철학과 자연 과학에 대한 연구 증진, 신학교 교수진의 신중한 선임, 성직자의 세속 대학 수업 금지, 성직자들에 대한 출판 검열 등을 그 이단에 대한 치유책으로 제시하였다.
불행하게도 교황 비오 10세의 이러한 조치로 인하여, 일부 가톨릭 학계에서 과학 진보에 대한 반동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특히 성서 비판이나 주석학은 오랫동안 정체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교황의 이처럼 강경한 태도는 새로운 과학적 발견들이 신앙과 도덕에 관한 교회의 권위를 위태롭게 하며 전파되던 그 당시의 시대상에 비추어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한 일부 과학적 발견들은 이미 계시 진리와 화해를 이루었다. (⇦ <파쉔디> ; → 근대주의 ; 비오 10세)
※ 참고문헌  Enchiridion Symbolorum definitionum et declarationum de rebus fidei et morum, DS, Ed. XXXV emandata, Verlag Herder KG, Barcelona, Hispania, 1973, pp. 669~674/ C. Glasgow ed., The Christian Faith in the Doctrinal Documents of the Catholic Church, ND, Great Britain, 1983/ James F. Rigney · S. Piusx, 《CE》 8. 〔姜大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