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라〕lingua Latina · 〔영〕Latin language

글자 크기
3
이탈리아 반도를 동서로 흐르는 테베레 강 하류 라시움(Latium) 지방의 방언이었으며, 2세기경부터 교회의 공용어로 사용된 언어. 세계 언어 분포상으로는 인도 유럽어계에 속하며, 그중에서도 그리스어, 켈트어, 고대 게르만어와 더불어 서구어를 형성하는 이탈리아어군에 해당한다.
〔역 사〕 기원전 8세기경 이탈리아 중부 지방에 정착한 라시움족이 로마를 창건하였는데, 로마가 정치 세력을 확장하여 지중해 연안을 모두 정복함에 따라 라틴어는 제국의 언어로 통용되었다. 그것이 중세를 거치면서 유럽어 형성과 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라틴어 금석문전은 기원전 6세기부터 출현하고 있으며, 그리스 알파벳이 에트루스크어 표기를 거쳐 라틴어 알파벳으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기원전 1세기경에 Y와 Z가 도입되어 고전 라틴어에서 사용되는 알파벳은 모두 23가(ABCDEFGHIKLMNOPQRSTVXYZ)였는데, 여기에 다시 중세 때 J가 도입되었고 그 후 다시 U자가 도입되어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라틴 글자는 25자이다. 발음법은 시대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거의 3천 년 가까운 라틴어 역사를 염두에 둘 때, 발전단계에 따라 '상고 라틴어' , 고전 라틴어', '불가타', '그리스도교 라틴어' 로 시대 구분을 하는 것이 통례이다. 기원전 3세기 이전의 라틴어가 상고 라틴어(Latina archaica)이고, 로마의 희극 작가들로부터 비롯된 고전 라틴어(Latina classica)는 로마 문학의 최고봉인 치체로(M.T.Cicero, 기원전 106~43)에 의해서 확립되어 서로마 제국이 몰락하는 5세기까지 적어도 상류층에서 사용된 언어로서, 라틴 문학의 황금기(엄밀하게 말하면 기원전 80년부터 서기 14년까지의 치체로 시대와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대)를 이룬다. 소위 '불가타' (Latina vulgata)는 1세기에 로마 제국이 수립되면서 제국에 흡수된 지중해 연안 주민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대중 언어인데 4세기 이후 (적어도 구어로는) 제국의 언어로 통일되었다. 중세기에 전수된 라틴어는 불가타에 해당하며, 민족 이동 시대를 거쳐 정착한 민족들의 본방어(本邦語)와 불가타가 혼합하여 소위 라틴계어 혹은 로망스어(romance)들이 발생하였다. 그러한 과정에서도 불가타는 학술어, 외교어, 가톨릭 교회 언어로 계속 사용되었으며, 르네상스 시대가 오자 문인들은 중세 라틴어를 거부하고 치체로, 베르질리우스, 호라시우스 등의 고전어를 복원하는 활동을 전개하였다. 그때부터 불가타는 가톨릭 교회와 신학의 전용어로 축소되면서 20세기에 이르는데, 이것을 좁은 의미로 '그리스도교 라틴어' (Latina Christiana)라고 부른다.
〔그리스도교와 라틴어〕 사도들이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메시지를 선포한 언어는 그리스어였으므로 여러 세기를 두고 그리스어가 그리스도교의 공식어가 되어 설교 · 성서 · 기도 · 전례에 통용되었다. 그러나 2세기 중엽부터 성서가 라틴어로 번역되기 시작하였고, 4세기에 들어와서는 로마에서 성찬 전례가 완전히 라틴어로 확립되었다. 4세기부터는 그리스도교 전례 언어가 형성되었는데 여기에 라틴어 성서 본문이 커다란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러나 이보다 더 각별한 영향을 끼친 것은 로마 이교도의 종교 의식 언어였다.
문학상으로 그리스도교는 처음에 고전 라틴어보다도 서민 언어인 불가타의 자유로움에 우선을 두었고 북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하여 라틴어 그리스도교 문학이 등장하였다. 3세기 초엽부터 구어체에서 그리스도교 고유의 라틴어 문어체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교부들의 저작들이 고전 라틴어로 전환되었다.
성서 라틴어, 전례 라틴어, 교황청 언어는 사실상 그 뒤 여러 세기의 언어 발전을 좌우한다. 476년에 서로마 제국이 붕괴되고 민족들의 대이동 속에서 라틴어를 발전시킨 것은 수도자들과 수도원이었다. 수도원들을 중심으로 고전 문화와 그리스도교 전승이 보존되고 나아가서는 필사본과 교육을 통해서 전파되기 시작함으로써 소위 '카롤링거 문예 부흥' 이 일어났는데, 이것이 그리스도교와 세속 사회가 라틴어 전승에 기반을 둔 중세 문화의 토대이다. 고전과 그리스도교 토대에서 라틴어 교육이 재조직되고, 카알 대제의 제국 전체에 로마 전례가 도입되었다.
성서 불가타본은 성서의 정본(正本)으로 인정되었고, 고전과 그리스도교 문전들이 보존되었으며 그것을 통해서 고대 세계 및 초대 그리스도교 시대와의 연속성이 확보되었던 것이다. 적어도 교회 내에서는 언어상의 통일이 라틴어로 확립되었다. 민족들의 본방어가 발전하는 가운데에도 성직자와 수도자들은 물론 일반 학교에서도 라틴어 교육이 충실하게 실시됨으로써 서구에서는 문화적으로나 교회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일치의 유대가 지켜졌다.
13세기에 이르러 스콜라 라틴어의 확립으로 라틴어의 역사는 또 한 번의 쇄신을 맞았다. 그리스어와 그 사상이 라틴어와 그 어법에 혁신적인 영향을 끼치며 갖추어진 라틴어를 '스콜라 라틴어' 라고 하는데, 그리스 철학 사상의 영향으로 라틴어가 추상적인 철학 및 신학 사상을 표현하는 도구로 세련되어진 것이다. 그리하여 라틴어는 근대에 이르기까지 공문서, 전례와 기도, 철학과 신학, 문학과 자연 과학을 담는 지성의 그릇이 되었다. 르네상스 시인들과 문필가들은 그리스도교가 전수해 온 라틴어 대신에 고전 라틴어를 복원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그리스도교 라틴어, 특히 교회의 라틴어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하였고 후대의 실용 라틴어에도 흔적을 남기지 못하였다. 현대에 독일과 영국에서 고전 발음을 복원하는 데는 르네상스 라틴어 학자들에게 의존하는 바가 크다. 17세기 이후로는 라틴어의 역사에 괄목할만한 변천은 없다.
여하튼 2세기부터 1,800년 간 통용되던 그리스도교 라틴어는 교회 내에서 행정, 설교, 전례, 신학과 철학, 그리고 성서의 언어요, 신심 문학의 언어로 통용되면서 시대적인 특징에 따라서 부단한 변천을 거쳐 왔다. 그러나 라틴어는 그리스도교의 종교 언어로, 기도하는 교회의 언어, 전례의 언어라는 측면에서는 늘상 극도로 보수적이었고 거의 변화를 겪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역대의 유럽 지성 운동들이 교회 라틴어에 커다란 영향을 끼쳐왔다.
〔한국 교회와 라틴어〕 천주교가 전래되면서부터 교황청의 문서, 조선에 파견된 선교사들의 보고서와 서간들이 라틴어로 집필되어 다수 보존되어 있다. 김대건(金大建, 안드레아) 신부의 서한 25편 중 2통을 제외하고는 모두 라틴어로 집필되었고, 비슷한 시기에 사제가 되어 전교 활동을 행한 최양업(崔良業, 토마) 신부의 서한 19통이 모두 라틴어로 집필되었다.
1855년 배론에 최초의 천주교 신학교가 설립되면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라틴어 교육이 실시되기 시작하였다. 박해가 끝나고 설립된 신학교에서는 라틴어를 철저히 교육하였고 심지어 소신학교마저 라틴어를 가장 중요한 과목으로 삼아,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신학교 강의의 상당수가 라틴어로 실시되었고 신학생들이나 성직자 사이의 일상 대화가 라틴어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각종 전례를 라틴어 대신에 자국언어로 거행하도록 결정함으로써 라틴어 교육은 약화되었다. 지금은 전국의 가톨릭 대학 신학대학에서 두 학기 정도 필수로 라틴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 대신 일반 대학에서 고전 라틴어를 교양 과목으로 선정하는 추세가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양 고전 학회' 를 중심으로 한 라틴어 문학 연구도 활발하다.
배론 신학교의 초대 교장인 푸르티에(Pourthié, 申妖案)신부는 《나한한사전》/(羅韓漢辭典)을 편찬하였고 같은 학교의 프티니콜라(Petitnicolas, 朴) 신부는 《나한사전》(羅韓辭典)을 편찬하였으나 박해 중에 유실되어 간행되지 못하였다. 그 원고들을 토대로 다블뤼 주교 등이 1891년《나선소사전》(羅鮮小辭典, Parvum Vocabularium Latino-Coreanum)을 간행하였고 1936년에는 윤을수(尹乙洙, 라우렌시오) 신부가 《나선사전》(羅鮮辭典)을 편찬 간행하여 1990년대까지 유일하게 우리말 라틴어 사전으로 통용되었다. 그러나 1950년대부터 스콜라 라틴어 교재들을 집필해 온 가톨릭대학교의 허창덕(許昌德, 치릴로)신부의 유고인 《라틴-한글 사전》이 1995년에 간행됨으로써 라틴어 교육의 획을 긋게 되었다. (→ 교회 용어 ; 《나선사전》)
※ 참고문헌  C. Mohrmann, Etudes sur le Latin des chrétiens, vols. 3, Roma, 1961~1965/ B. Lecureux, Le Latin langue de I'Eglise, Paris, 1964/G. Bardy, La question des langues dans I'Eglise, Paris, 1948/ C. Tagliavini,Storia di parole pagane e cristiane attrcverso i tempi, Brescia, 1963/ K.Strecker · R.B. Palmer, Introduction to Medieval Latin, Berlin, 1957/P. van Tieghem, La litterature Latine de la Renaissance, Paris, 1944/ A. Blaise, Lexicon Latinitatis Medii Aevi, Turnholti, 1975/ A. Sleumer, kirchenlateinisches Wörterbuch, Limburg, 1926/ F. Du Cange, Glossarium mediae et infimae Latinitatis, Paris, 1883~ 1887/ 허창덕, 《初級 羅典語》, 가톨릭출판사, 1965/ 허창덕, 《중급 라틴어》, 가톨릭대학교 출판부, 1994/허창덕, 《라틴어 문장론》, 가톨릭출판사, 1962/ 김광명 편역, 《대학라틴어》, 대구 가톨릭대학, 1991/ 성염, 《古典 라틴어》, 바오로딸, 1994. 〔成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