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역 성서

語譯聖書

〔라〕Latinae Versiones Bibliae Sacrae · 〔영〕Latin Versions of Holy Scrip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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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라틴어로 쓰여진 5세기경의 팔라티누스 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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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라틴어로 쓰여진 5세기경의 팔라티누스 사본.

고대 라틴어 역본(譯本)과 불가타(Vulgaa)본 두 가지로 나뉜다.
〔고대 라틴어 역본〕 불가타본 이전에 있었던 라틴어 역본들의 총칭을 편의상 고대 라틴어 역본(Vetus Latina)이라고 한다. 성서가 최초로 라틴어로 번역된 것은 2세기 말엽 북아프리카에서라고 추정된다. 신약성서는 그리스어 원본을 번역하였으나, 구약성서는 히브리어 원본이 아니라 그리스어 역본을 토대로 번역하였다. 3세기에는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여러 곳에 라틴어 성서가 유포되었다. 고대 라틴어 역본들의 표현 및 문체의 특징은 통속적이고 구어적이다. 이는 비지식층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였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라틴어 역본들은 그 종류가 아주 다양해서 후에 예로니모는 라틴어 번역의 종류는 필사본의 수효만큼이나 다양하다고 불평할 정도였다.
〔불가타본〕 형성 역사 : 2세기 중엽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고대 라틴어 역본은 현재 50여 개의 수사본들과 단편들이 전해질 정도로 대단히 많았다. 4세기 말경에 이르러 라틴어역 수사본(手寫本)들이 양산되자 고대 라틴어 역본은 심각할 정도로 그 순수성을 잃게 되었다. 그러자 라틴 교회 안에서 사용되고 있던 성서를 개정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때 이 문제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성서를 만들어 내는 일에 전념한 사람이 바로 고대 교회에 있어서 가장 위대한 성서학자였던 예로니모(Sophoronius Eusebius Hieronymus)였다. 달마시아(Dalmatia)의 스트리돈(Stridon)에서 태어난 그는, 로마에서 문법학과 수사학을 공부하였다. 그가 성서에 관해 양성을 받은 곳은 안티오키아(374-379)와 콘스탄티노플(379~382)이었으며 그리스어 학위를 취득하였고 히브리어도 배운 상태였다. 382년에는 다마소 1세 교황의 비서로 임명되었는데, 그때에 그가 맡았던 일은 라틴어판 성서를 개정하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384년에 예로니모는 네 복음서의 개정판을 교황에게 바쳤다.
예로니모가 시작한 첫 작업은 새로운 번역이 아니라 단순한 개정에 불과하였다. 그는 어느 정도 정확하다고 판단되는 라틴어본을 사용하였으며, 그 문헌을 그리스어에 맞게 수정하였다. 바티칸 사본(Codex Vaticanus, 약자 B)과 시나이 사본(Codex Sinaticus, 약자 S)에 나타나는 알렉산드리아 교정본을 보면, 예로니모는 가능한 한 고대 라틴어 역본의 문체를 보존하려고 애썼음을 알 수 있다. 사실상 그렇게 하였기 때문에 예로니모의 개정판은 대중에 의해 쉽게 수용될 수 있었다. 그가 한 작업 중에서 가장광범위한 부분은 구약성서에 관한 것인데 이 작업은 5~6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 학계에서는 예로니모가 네 복음서 이외의 다른신약성서의 글들도 개정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나 학자들마다 견해가 다양하다.
384년 겨울 다마소 1세 교황이 서거하자 다음해 8월 로마를 떠나 베들레헴에 정착한 예로니모는 네 복음서들 처럼 70인역(Septuagita) 성서에서 시편을 개정하기도 했다. 387 ~388년에는 베들레헴에서 오리제네스의 《헥사플라》(Hexapla, 六共觀 구약성서)를 기초로 시편집을 새롭게 개정하는 일에 착수했다. 이것이 바로 《갈리아 시편집》(Psautier Gallican)인데 불가타에 삽입되어 있다. 또 헥사플라를 기초로 해서 욥기, 역대기 상 · 하, 잠언, 전도서도 개정했는데 현재 전해지고 있는 것은 욥기뿐이다.
예로니모는 개정 작업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히브리 원본으로부터 새로운 번역을 해야 되겠다고 결정하고 《헥사플라》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아퀼라(Aquila), 심마코(Symmachus) , 테오도시오(Theodotius) 번역이나, 70인역 그리고 고대 라틴어 교정본 등을 전혀 참고하지 않고 정경을 그대로 번역하였다. 이러한 구약성서의 새로운 번역은 391 ~405년에 이루어졌다.
결론적으로 성 예로니모의 작품인 불가타는 다음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 《헥사플라》에 근거하여 고대 라틴어본을 개정한 시편집을 제외한 구약성서 정경 전체는 모두 히브리어에서 번역되었으며, 아람어로 번역된 제2 경전 토비트서와 유딧서는 70인역과 테오도시오역에서 근거하거나 그리스어로 번역된 에스델서와 다니엘서의 일부 내용들이다. 신약성서의 복음서들은 그리스어를 사용해서 만들어진 고대 라틴어본의 개정판을 담고 있는데, 신약성서의 나머지 책들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가치 : 성 예로니모가 이처럼 방대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방법을 밝히는 것은 불가타의 가치를 규명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그가 중점을 두었던 것은 라틴어 성서 문헌을 정화시키는 것으로, 이에 필요했던 유일한 방법은 "원천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구약성서의 경우에는 구약성서 본래 언어로 된 히브리어본을, 신약성서의 경우에는 그리스어 필사본들 중가장 나은 것들을 새로운 번역의 문헌으로 삼는 것이었다. 문헌 비판에 있어서는 오리제네스를 따랐다. 한편 아우구스티노처럼 그리스도교 라틴 산문체의 대가였던 예로니모는 70인역 성서를 과소 평가하였다.
아무튼 예로니모 성인 덕분에 서방 교회는 70인역을 계승해 갈 수 있는 라틴어 성서를 가질수 있게 되었다. 불가타는 라틴 교회의 공식적 번역본이 되었는데, 유명한 필사본들은 다음과 같다. ① Amiatinus(A)는 18세기 노스버랜드(Northberland)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지금은 피렌체에 보존되어있다. ② 16세기의 작품으로 Fuldensis(F)는 풀다(Fulda)에 보존되어 있고, Mediolanensis(M)는 밀라노에 보존되어 있다. ③ Harleianus(Z)는 18세기 작품으로 런던에 보존되어 있다.
정통성 : 트리엔트 공의회의 교부들은<인수페르>(Insuper)라는 칙령을 통해 불가타만이 라틴어 역본들 가운데 정통성을 띠는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그러나 불가타 자체는 교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quam emendatissime, 가능한 한 올바른 형태로), 불가타에 부여한 정통성은 불가타의 비판적 가치를 고려한 것이 아니라 신앙과 관습만을 고려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불가타는 라틴 교회의 공식 성서로 선언되었고, 교부들은 불가타의 교의적 정확성은 무류성을 지닌 교회가 그것을 인준했을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사용해왔다는 것으로 보증되었다고 선언하였다.
공의회의 이 같은 결정은 <인수페르>칙령을 준비하였던 신학자들이 "정통적"이라는 용어를 순전히 법률적인 의미에서만 이해하고 있었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불가타는 교의적인 문제에 있어서, 그것이 증언해 주는 바가 어떤 경우에도 결코 배척될 수 없다는 의미에서 권위를 지닌 것, 즉 '정통적' 이라고 선언되었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 있어서도 '불가타의 정확성이 인정되느냐' 하는 문제는 이 칙령 안에 언급되어 있지 않다. 1943년에 발표된 비오 12세의 회칙 <디비노 아플란테 스피리투>(Divino Afflante Spiritu)에서는 그 의미에 대해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만일 공의회가 불가타야말로 모든 이가 정통적인 것으로 사용해야만 하는 라틴어 번역본이기를 바랐다면, 그것은 각자가 알고 있듯이 라틴 교회와 그 교회에서의 대중적 용도에만 관계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문헌들의 권위와 가치를 경감시키지는 않는다. 사실상 공의회가 불가타의 탁월한 권위, 흔히 말하는 불가타의 정통성을 선언한 것은 비판학적 이유들 때문이 아니라, 수 세기 동안 교회 안에서 합법적으로 사용되어 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사실 불가타가 수 세기 동안 교회 안에서 사용되어 왔다는 것은 교회가 지금까지 이해하고 있는 불가타 성서가 신앙과 관습에 관계되는 점에 있어서는 오류가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불가타 성서는 라틴 교회의 공식 번역본으로 남아 있다. 그렇다고 그것의 중요성이 너무 과장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전문가 눈에는 불가타 성서 역시 많은 번역본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따라서 성서를 번역하는 데 있어서 불가타를 근간으로 삼을 만한 타당한 이유는 없으므로 성서 번역은 어느 나라 말로 이루어지든 최초의 문헌으로부터 출발하여야 할 것이다. (⇦ 불가타 ; → <디비노 아플란테 스피리투> ; 예로니모 ; 성서 번역)
※ 참고문헌  《ISBE》, Eerdmans, 1987/ A. Tricot, Initiation Bibliquel / W. Harrington, Nouvelle Introduction à la Bible, Paris, Seuil, 1970/ A. Paul, L'inspiration et le Canon des Ecritures, Cahiers Évangile N°49/ Cahiers Évangile N°74, Parole de Deiu et Exégèse/ A.George · P. Grelot, Le Nouveau Testament, Introduction a la Bible N°2, 1976/ Cahiers Évangiles N°10, Pour une première lecture de la Bible/ Fêtes et Saisons, Mieux comprendre la Bible, Cerf, 1973. 〔安秉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