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가 건국된 기원전 8세기에서 그리스도교가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된 서기 4세기까지 로마인의 종교적 신앙 · 의식 · 제도. 지중해 지역의 요소를 가진 에트루리아(Etruria)족과 그리스 종교로부터 차용된 요소 및 이집트와 근동 지방으로부터 도입된 밀교적(密敎的) 요소를 포함한 종교의 총합이다. 이 종교는 기원전 6~3세기의 고위 성직자 계급 안에서 로마 종교로서의 체제를 형성하게 되었고, 동시에 로마의 초창기 역사를 형성하게 되었다. 로마인들의 종교는 인간의 물질적인 이익을 위한 반영이었다. 그들은 신들을 인간에게 복과 물질적 풍요를 주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저주와 벌을 내리는 두려운 존재로 생각하였다. 이와 같은 물질적이고 외형적인 것은 로마인들의 예배 형태인 도 웃 데스(do ut des)에서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이익을 주기 때문에 신을 숭배한다는 것이다.
로마 종교는 대체로 3단계로 분류된다. 첫 단계는 왕정 시대부터 제2차 포에니(Poeni) 전쟁 시기까지로, 이때 토착인의 고대 로마 신들에 대한 예배가 성행하였다. 두번째 단계는 제2차 포에니 전쟁 이후부터 공화정 말기까지로 로마의 토착신들이 이탈리아 신들과 그리스 신들과 혼합되는 단계이다. 세 번째 단계는 공화정 말기부터 제정 초기까지로 황제의 신격화, 황제 숭배 제의(祭儀)가 종교적으로 나타난다. 이때 동방 제의에 크게 영향을 받아 로마 종교의 정체성이 없어지고 쇠퇴기에 이르게 되었다.
[고대 로마인의 종교] 고대 로마 종교는 신과 정령(精靈) 신앙에 기반을 둔 누미나(Numina, 단수는 Numen) 종교였다. 이 종교의 특색은 일상적인 것을 넘어서는 초자연적 힘이나 효력 즉 누미나에 기반을 두었다. 로마인들은 나무 · 숲 · 들판 등 자연과 사물 안에서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일상의 평온과 복을 빌었다. 고대 로마인의 일상사는 농사와 가사, 자녀 양육 그리고 전쟁에 종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로마인들은 농사일이 잘되게 해달라고 풍요와 다산(多産)의 신 사투르누스(Saturnus)에게 예배를 드렸다. 사투르누스 신은 농업과 씨앗의 수호자이며 인간에게 농사짓는 법을 알려준 신이다. 또한 파종된 들판을 관리하는 라르(Lar) 신은 들판 · 바다 · 땅에 작용하는 신으로서 길과 교차로의 수호신이며 들판과 시골의 신이었으나, 후대에 가면서 집과 벽난로의 수호신이 되었다. 향연이 열릴 때면 라르 신을 위해 작은 식탁이 차려졌고 가정에서는 매일 꽃과 음식을 바쳤다. 라르 신은 가정의 신일 뿐만 아니라 도시와 국가를 보호하는 로마의 공적인 신으로 그리스의 영웅과 같은 역할을 하였다.
페나테스(Penates) 신은 식품 저장실과 찬장을 관할하면서 음식을 썩지 않게 보존하는 신이면서, 가정을 영위시키고 일치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가정의 신이다. 가정의 중대사가 있을 때마다 이 신에게 제물을 바치곤 하였는데, 평소에는 가정의 벽난로 안에서 숭배되다가 공적 예배 때는 베스타(Vesta) 여신의 신전에서 숭배되었다. 벽난로는 로마 가정에 있어서 생활 중심지이며 제의 장소였고, 가정의 제의 때는 가장이 사제 역할을 하였다. 가정의 벽난로의 여신인 베스타 신에게는 식사 전에 제물을 바쳤으며, 한 해 를 시작하는 초하룻날에는 베스타 신전에서 횃불을 가져다가 모든 가정의 불을 소생시켰다.
로마 이전부터 숭배되었던 가장 오래된 신들 중의 하나로, 문지방을 지키면서 문에 거주하는 야누스(Janus) 신이 있다. 야누스는 집안과 도시의 출입구를 지키는 신으로서 국가의 공적 예배 때도 숭배되었는데, 이는 야누스 신이 모든 것의 창시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이름의 의미에서(Janus : '통과' 라는 뜻) 새해로 통과하는 달인 1월(Januarius)이 유래하였다. 제니우스(Genius) 신은 출산을 주관하는 신으로 인간의 탄생에서 죽음까지 함께하는 수호신으로 삶에 특별한 영향력을 끼친다. 그에게 희생 제물과 향, 꽃, 포도주 특히 기쁜 마음을 바쳤다. 제니우스 신은 가정 · 회합 · 도시 · 국가 · 목욕탕 · 극장 등의 수호신이었으며 쟈니콜로 언덕에서는 분수의 아버지로 숭배되었다.
이러한 신들 외에도 농업의 신 체레스(Ceres), 가축 수호의 신인 파우누스(Faunus) 꽃과 봄의 여신 플로라(Flora), 과일과 과수(果樹)의 여신 포모나(Pomona) 경계의 신 테르미누스(Terminus), 죽은 자의 영혼의 신 마네스(Manes) 등이 있다. 이처럼 고대 로마의 신들은 인간의 일상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신들의 이름을 적은 목록 <인디제테스>(Inadigetes)가 매우 길었던 것으로 보아 수많은 신들이 고대 로마에서 숭배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탈리아와 헬레니즘 신들과의 융합 단계] 고대 로마의 베스타 신과 야누스 신은 로마 국가를 지탱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였다. 그러나 로마가 점차 확장되면서 이 두 신들의 자리를 주피터(Juppiter) , 마르스(Mars), , 퀴리누스(Quirinus) 신이 차지하게 되었다. 이 세 신은 로마 국가를 대표하는 신들인데, 로마인들에게 있어서 3이라는 숫자는 조직이나 공동체의 최소 기본 단위였고 세 신은 각각 사제, 전사, 농부의 역할을 상징하였다. 이탈리아족이 고대로부터 숭배해 왔던 쥬피터 신은 인도 유럽인들에게는 최상의 존재였다. 이 신은 우주적인 지상권과 군주권을 지닌 하늘에 있는 사려깊은 아버지로 나타나며, 경우에 따라 하늘의 빛의 문(Lucetius) 번개의 신(Fulgor), 비의 신(Pluvius), 천등의 신(Tonans)으로 불려지고 있다. 공화정의 첫해인 기원전 509년 캄피돌리오(Campidoglio) 위에 쥬피터 신전이 세워졌는데, 내부에는 로마 제국의 보물들이 보관되어 있고 초창기에는 늑대의 조각상이 안치되어 있었다. 이것은 이 신의 존재가 로마의 기원과 함께한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마르스는 유목민을 인도하는 신으로서 세상의 질서를 정리하는 미래의 신이기도 하였다. 로마인들에게는 두 번의 새해가 있었는데 야누스 신으로부터 유래한 1월과 마르스 신으로부터 시작하는 3월(Marius)이다. 마르스 신은 삶과 죽음의 신이자 그의 부인인 레아 실비아(ReaSilvia) 사이에서 로마인의 조상인 로물루스(Romulus)와 레무스(Remus)를 탄생시켰다. 또한 로마인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전쟁의 신이었던 그는 들판을 수호하는 신으로도 숭배되었는데, 그것은 전쟁의 위험으로부터 들판을 보호해 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퀴리누스는 원래 퀴리날레(Quirinale) 언덕에 자리잡고 살던 사비니족들이 신으로 모시던 농업의 신이다. 로마인들의 탄생과 함께 나타나며 원로원들의 신이기도 한 퀴리누스는, 원래 고대에 왕으로 있던 로물루스와 같은 존재였으나 로마인의 다신론(多神論) 작업에서 로물루스는 영웅으로, 퀴리누스는 신으로 분리되었다고 한다.
로마의 경계가 확장되면서 이탈리아 전역과 그리스까지 정복하게 되자 이 세 신들은 에트루리아족과 그리스인들과의 접촉으로 인해 쥬피터, 주노(Juno) 미네르바(Minerva)로 대치되었다. 주노 여신은 원래 이탈리아족의 신인데 나중에 그리스 신 헤라(Hera)와 비슷하게 되었다. 모든 여성들의 수호신인 주노 여신의 축제가 매년 3월 1일 여성들에 의해 거행되었다. 고대인에게 쥬피터가 태양신이었다면 주노는 달의 여신이었으므로, 여신에 대한 제의는 쥬피터 신의 예배를 거행하는 사제의 아내가 집전하였다. 이것은 당시의 로마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가 높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리스를 정복한 로마는 전쟁 포로와 자유인, 예술인들과 접촉을 하게 되자 그리스 신에 대한 종교와 문화가 로마인들의 그것과 급속히 융화되기 시작하였다. 쥬피터는 제우스(Zeus)와, 주노는 헤라와, 마르스는 아레스(Ares)와, 메르쿠리우스(Mercurius)는 헤르메스(Hermes)와, 디아나(Diana)는 아르테미스(Artemis)와, 불카누스(Vulcanus)는 헤파이스토스(Hephaistos)와 융합되어 나타났다. 외국의 신으로서 미네르바는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였다.
그리스와 에트루리아인들의 여신이었던 미네르바는 장인(匠人)들과 예술가들의 수호신이며, 디아나와 베스타 신과 같이 처녀의 신으로서 지혜와 전쟁의 신인 아테네(Atena)와는 달리 평화의 여신이었다. 또한 결혼과 가족의 수호신이기도 하다. 이처럼 새로 대치된 세 신들은 로마 종교 안에 큰 문제를 야기시키지 않고 융합되어 갔는데, 그것은 이 신들에 대한 특정 사제나 특별 목록을 만들지 않았고 다른 신들과 함께 같은 사제에 의해 숭배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에트루리아인들의 영향을 받은 세 신이지만 에트루리아인 역시 그들의 신을 라틴어로 명명하였기 때문에 로마인에게는 생소한 이름이 아니었다. 기원전 217년 신탁에 의해 12명의 주요 신들은 6쌍으로 구성되었다. 쥬피터와 주노, 넵투누스(Neptunus)와 미네르바, 마르스와 베누스(Venus), 아폴로와 디아나, 불카누스와 베스타, 그리고 메르쿠리우스와 체레스이다. 이 주요 신들 외에 부차적인 신들이 있었는데 평화의 여신 팍스(Pax), 귀족과 평민의 일치와 조화를 위한 콘코르디아(Concordia), 빛 · 달 · 사냥의 여신인 디아나,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Fortuna) 등이다.
아벤티노(Aventino) 언덕에 디아나 여신과 포르투나 여신의 신전이 세워졌으며 라틴족 모두에게 숭배되었다. 이외에도 정원과 봄의 여신으로 후에 미와 사랑의 여신이 되는 베누스, 화재의 위험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해 주는 불카누스 신도 유명하다.
[체계와 예식 · 도덕] 질서와 체계를 좋아했던 로마인들은 종교 안에서도 위계 제도를 확립하려고 노력하였다. 이것은 사제들의 계급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콜레지움 폰티피쿰(collegium pontificum)이라고 불리는 고위 성직자 단체는 황제에 의해 임명되었는데, 로마 종교의 공적 예식 때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 단체는 로마 종교에 나타나는 신의 이름, 전례 양식, 기도의 서식뿐 아니라 1년 동안 그 도시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과 역사, 규범적 전통까지도 관할하였다. 이 고위 성직자 단체는 수석 대제관(pontifex maximus)과 희생물 봉헌 담당 제관(rex sacrorum), 제관(flamen)과 베스타 여신의 제사를 담당하는 베스탈리스(vestalis)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원래 '폰티펙스' (pontifex)라는 말은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학자들에 의하면 다리를 건설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즉 신적이고 초자연적인 세계와 인간적이고 물질적인 세계를 연결해 주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쥬피터, 마르스, 퀴리누스 등 세 신들에 대한 공적인 예배는 희생물 봉헌 담당 제관이 주관했으며 제관들은 이 제관에게만 복종하였다. 수석 대제관은 베스탈리와 함께 베스타 여신에 대한 제의를 관장하고 있었고 희생물 봉헌 담당 제관, 제관, 베스탈리스 등을 선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전례적 목적을 위해서만 이 회합을 소집할 수 있었다. 고위 성직자들과 희생물 봉헌 담당 제관도 수석 대제관에게 봉사하고 형식적이나마 그에게 종속되어 있었다. 제관은 쥬피터 신의 예배 제의에서 희생물 봉헌 담당 제관의 대리자인데, 만일 그가 전쟁에 나갔을 때는 쥬피터 신에 대한 제의를 집전하기도 하였다. 베스탈리스는 6명으로 구성된 귀족 출신의 여사제들이었다. 이들은 10년은 배우는 자로서, 10년은 제사를 집전하는 사제로서, 10년은 스승으로서, 30년 동안 봉사하였다. 특히 이들은 베스타 여신의 신전에 항상 불이 타고 있도록 보존하는 직무를 수행하였다. 그것은 불이 국가와 가정의 생명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들 고위 성직자들 외에도 이들을 보완하는 사제들이 있었다. 희생 제물을 조사하고 표징을 예언하는 하루스펙스(Haruspex), 어떤 일을 예언해 주는 아우구르(Augur), 전쟁을 선포하거나 평화 조약을 관할하는 페티알리스(Fetialis) , 그 밖에도 특별한 역할을 수행하는 소달리스(Sodalis) , 티티우스(Titius) , 루페르쿠스(Lupercus) 등이 있었다.
로마 종교 안에서 정화 의식은 가장 중요하고 성대한 의식 중의 하나였다. 신들과 일치를 이루기 위해 인간의 더러움, 잘못, 그리고 내적인 불순을 정화시켜야만 하였다. 정화 예식은 캄포 마르테(Compo Marte)에서 거행되었고 돼지 · 양 · 황소 등이 희생 제물로 바쳐졌다. 아우구스투스(Augustus) 시대에도 이 정화 예식이 치러질 만큼 이 예식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결혼과 장례 예식도 로마 종교 안에서 중요한 예식으로 나타난다. 결혼은 쥬피터 신의 사제에 의해 집전되었으며 주노 여신에게 곡물로 된 과자와 빵 종류를 봉헌하는 등 종교적으로 치러졌다. 결혼은 일부일처제로서 여자가 남자의 집에서 1년 동안 살고 난 뒤에 쌍방의 동의에 의해 효력이 발생하였다. 장례는 사자(死者)의 몸 주위를 꽃으로 장식하여 토장(土葬)하거나 화장시켰으며 마네스 신에 대한 예식으로 거행되었다. 처음에 로마에서는 토장을 하였으나 에트루리아인들의 영향으로 화장하기 시작하였고, 무덤에는 일상 때 쓰던 물건들을 함께 묻었는데, 남자에게는 무기나 일을 할 때 사용했던 도구, 여자에게는 화장품 및 화장실에서 쓰던 도구, 아이들에게는 장난감 등이었다. 이것은 사후 세계에서도 생이 계속된다는 사상을 대변하는 것이다. 로마인의 축제 달력에는 가족, 사회 그리고 국가와 개안적인 것이 포함되어 아우구스투스 황제 말년에는 국가 축제만 132개나 되었다. 기원전 304년부터 축일과 평일이 대제관들에 의해 정리되고 선포되었다.
로마인들의 세계 안에서 인간의 권리는 신의 질서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었다. 신들은 인간에게 신들에 대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기본 규율을 주었다. 로마의 도덕률은 최고신인 쥬피터 신 아래 있었고 이것을 위반하면 신의 저주를 받았다. 윤리적인 면에서 부모와 자녀 사이의 헌신을 강조했는데 이것은 사회와 국가에 대한 헌신, 충성심의 기반이 되었다. 그래서 부모 형제를 미워하거나 거짓말하고 국가에 충성하지 않는 사람은 신들에게 반목하는 큰 죄를 짓는 것으로 여겨졌다.
〔로마 제국의 공적인 예배] 로마 제국의 위대함과 세력은 영원한 도시를 인격화하는 과정에서 로마 여신에 대한 숭배를 낳게 하였다. 로마 여신에 대한 숭배는 원래 고유한 로마 풍습이 아니라 한 인간을 신과 동일시하여 그를 신으로 숭배하는 그리스와 소아시아의 '신격화' 로부터 배운 것이다. 혹자는 로마 여신에 대한 숭배가 로마의 탄생과 함께 시작되었다고도 하나, 이 숭배는 하드리아누스(Hadrianus, 117~138) 황제 때 우르비스(Urbis) 신전을 건축하면서 공식화되었다. 로마 여신의 숭배와 나란히 황제 숭배가 공적 예배로 등장하면서 로마인들은 황제 숭배의 정당성을 쥬피터 신의 숭배에서 찾았다. 로마는 로마의 수호신 쥬피터의 보호 아래 있었다. 그러나 제국이 커짐에 따라 로마가 원하는 대로 세상이 움직이게 되자 로마 자신이 쥬피터 신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로마에서 최대 권력을 쥐고 있는 황제가 신격화될 필요성이 생기게 되었다. 황제는 그의 '주피터' (인간 안에 신적인 능력을 낳게 하는 신)를 가짐으로써 인간의 유한성과 제한성을 초월한 존재가 되고 세상의 구원자라는 의미를 지닌 '아우구스투스' 라는 칭호를 받았다. 이 칭호는 기원전 27년 옥타비아누스(Octavianus) 황제에게 처음으로 부여되었다. 로마나 이탈리아에서 황제 숭배는 원칙적으로 황제가 죽은 후에 할 수 있었지만 황제의 고향에서는 그가 살아 있을 때라도 가능하였다. 옥타비아누스 황제는 기원전 44년에 사망한 체사르(Julius Caesar)에게 존경과 경의를 바치기 위해 그를 신격화했으며 그의 뼈가 묻힌 포로(Foro)에 디부스 율리우스(Divus Julius)라는 신전을 세웠다. 이때부터 황제들은 자신을 누멘이나신(Divus)으로 자칭하게 되는 기반을 얻게 되었다.
특히 근동 지방의 점성학적 종말론 사상이나 태양신 숭배 사상은 황제 숭배를 더욱더 부추기게 되었다. 옥타비아누스 황제는 그가 살아 있는 동안 벌써 신으로 숭배되었고, 사후에는 로마 제국의 신으로서 디부스 아우구스투스(Divus Augustus)로 선포되었다. 이 숭배는 마치 로마 여신에 대한 숭배와 연결된 것으로 여겨졌다. 티베리우스(Tiberius, 14~37)는 살아 있는 동안 신으로 숭배되기를 거부하였지만 그의 쥬피터에 대한 숭배는 인정하였다. 칼리굴라(Caligula, 37~41) 황제는 신과 같이 보이게 하기 위해 아폴로나 마르스 신상과 같은 옷을 입고 신상들의 머리를 자신의 머리로 대치하곤 하였다. 네로(Nero, 54~68) 황제는 자신을 아폴로나 헤라클레스라고 부르라고 명령하였고, 트라야누스(Trajanus, 98~117) 황제는 헤라클레스, 아폴로, 메르쿠리우스 신으로 자처하였으며, 철학자로 알려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us Aurelius, 161~180) 역시 그의 아들 콤모두스(Commous, 180~192) 황제에 의해 신으로 기념되도록 신전이 지어졌다. 디오클레시아누스(Diocletianus, 284~305) 황제는 살아 있는 동안에도 벌써 신으로 숭배되는 것이 일반화되었으며 스스로를 살아 있는 신이라고 자칭하면서 부하들에게 숭배를 강요하였다. 콘스탄틴 대제 역시 그 자신을 태양신이 창조한 살아 있는 신이라고 여겼으며, 그리스도인으로 개종한 후에도 마치 신의 능력으로 집무를 수행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황제 숭배는 벌써 세속화되기 시작하였다.
로마 황제 중에 아우구스투스는 고대 로마 종교의 부활을 위해 노력하였다. 즉 고대 로마 종교의 가치와 명성, 신앙을 활기 있게 하기 위해 여러 신전들을 복구하고 고대 예배 양식을 부활시켰으며 로마 신들의 자리를 찾게 해주었다. 그 이유는 로마 종교가 합리적인 신플라톤 철학이나 혼합주의, 새로운 근동 지방의 제의로 정체성을 잃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제 제도, 특히 민간 신앙을 부활시켜 국가의 공적 예배와 동등하게 만들었는데 여기서 라르 신에 대한 예배와 모든 남자와 집안의 가장, 국가의 신인 쥬피터에 대한 예배가 성공리에 꽃을 피우게 되었고, 이것이 또한 공공연하게 황제에 대한 헌신과 숭배가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다.
〔종교 혼합주의와 로마 종교의 쇠퇴] 기원전 3세기 말 경 로마 지배에 대항하였던 카르타고의 저항이 붕괴되자 로마 제국은 전 지중해 세계에 걸쳐 대륙에 대한 지배를 계속하였다. 그러나 그 당시 로마 종교는 형식적이고 외형적인 제의와 예배로 더 이상 로마인들에게 신앙의 대상이 되지 못하였고 개인적인 충족감과 희열을 줄 수도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집트, 소아시아, 페르시아의 전통 문화와 철학, 종교와의 접촉은 로마인에게 새로운 것을 전해 주었다. 신플라톤주의의 영향을 받은 이방인 문화는 로마인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으며, 근동 지방의 신비 예식을 통한 영원 불멸설은 종교적으로 로마인들을 자극하였고 로마 종교에 들어와 종교 혼합주의를 만들거나 혹은 로마 종교와 공존하기 시작하였다. 근동 지방을 점령한 로마 제국은 종교와 예배의 자유를 허용하였는데 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발판을 다진 근동 지방의 종교는, 전쟁과 정치적 논쟁에 지친 쇠퇴한 로마의 지성인 세계에 침투하였으며 로마 제국의 궁전과 정치 조직에까지 퍼지게 되었다. 이러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이 근동 지방의 종교 형태를 유지한 채 집정관이나 황제를 신으로 숭배했기 때문에 황제의 환심을 얻을 수 있었다. 그로 인해 로마 종교의 제의, 행정 절차, 진행 형태는 물론 국가법에까지 영향을 주었다.
라틴 지역을 제외한 전 로마 제국이 근동 지방의 이방인 문화의 영향권 안에 놓이자, 이방인의 여신인 위대한 어머니(Mater Magna)는 그리스를 통해 치벨레(Cybele)라는 이름으로 로마에서 숭배되었고, 이집트의 신 이시스(Isis)와 세라피스(Serapis) 신에 대한 예배는 이탈리아 반도 남쪽에서부터 시작하여 로마에 들어오게 되었다. 몇몇 황제들은 이방인들의 신에 대한 예배를 저지하였지만 이집트 신에 대한 예배는 이탈리아 중부와 북부로까지 확산되었다. 이외에도 페르시아와 시리아의 점성학이 들어와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로마인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페르시아의 신 미트라스(Mitas) 숭배는 기원전 67년에 로마에서 시작되었으며 풍요 다산의 시리아의 신 아타르가데(Atargete)는 시리아의 여신으로 로마에 알려졌다. 또한 시리아의 태양신은 엘라가발루스(Elagabalus, 218~222) 황제 때 들어왔으며 아우렐리아누스(Aurelianus, 270~275) 황제는 274년에 태양신을 위해 신전을 건축하고, 이 신의 탄생일을 12월 25일로 정하였다. 이 축일은 후대에 그리스도의 탄생일로 정하여 기념하게 되었다.
지방에 따라 이방인들의 신이 더 숭배되는 예도 있었다. 이방인들의 신들은 로마의 판테온에 라틴어로 이름이 바뀌어서 들어왔다. 이처럼 로마 종교는 근동 지방의 신비주의, 점성학, 신플라톤주의의 흐름에 따라 혼합주의 양상을 띠게 되어 본래의 정체성을 잃게 되었다. 이러한 다신론적이고 혼합적인 분위기에서 일신론적 종교인 그리스도교는 고귀한 도덕률, 평화, 형제애를 선포하여 혼합주의의 종말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고, 새로운 생명의 가치를 부여하였다. 순교자의 피는 그리스도인과 그리스도교의 씨앗이 되었고, 그리스도교가 공인된 것은 콘스탄틴 대제 때였다. 정치적인 이유로 황제는 그 이후에도 황제 숭배를 포함한 모든 신들의 예배를 허용하였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리스도교는 로마의 가장 중요한 종교가 되었다. (→ 로마 ; 종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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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종교
宗敎
[라]ReligiRoomana · [영]Roman Relig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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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봄의 여신 플로라(왼쪽)와 평화의 여신 미네르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