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비타, 간데르스하임의 Roswitha(또는 Hrotsvith) von Gandersheim(935경~1000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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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비타의 드라마 <칼리마쿠스>.

로스비타의 드라마 <칼리마쿠스>.

수녀. 작가. 독일 최초의 여류 시인. 신성 로마 제국 오토 1세의 조카딸로서 오토 왕가에서 운영하는 부라운 슈바이크 근교의 베네딕도회 소속 간데르스하임 수녀원에 입회하였다. 그곳 수녀원장 게르베르가(Gerberga)로부터 신학과 문학을 공부하였으며, 만년에는 수녀원 원장을 역임하기도 하였다. 오토 1세를 찬양하는 서사시 <황제 오토 1세의 치적의 노래>(Carmen de gestis Oddonis Ⅰ )와 역사시들을 썼으며, 간데르스하임의 수녀원사도 저술하였다.
작품의 소재는 주로 종교 전설, 성화(聖話) 사료(史料), 로마 작가들, 그리스 후기의 장편 소설과 동로마 제국에서 구하였다. 특히 라틴어가 지닌 교양어적인 마력과 테렌치우스(P. Terentius, 기원전 186/185~159?)의 능력과 지식에 상당히 매료되어 있었다. 한편 그녀는 테렌치우스의 희곡을 연구함으로써 장면 구성, 극적 대화, 연설의 기교를 습득할 수 있었고 독자적으로 문학적인 습작을 할 수 있었다. 또한 그리스와 동로마 제국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관능의 욕정, 즉 모든 현세적이며 감각적인 정열은 하느님 사랑으로 억제되었고 순결한 처녀성의 승리로 모아졌다. 또한 무신론적인 이교도들의 죄악의 세계가 현세 부정적인 금욕주의로 극복되었다. 즉 순교 · 참회 · 구원 등의 종교적 의의와 함께 하느님의 창조에 깃드는 아름다운 조화와 완전성에 대한 신앙이 나타났다. 그래서 그녀의 드라마에는 로마 희극에 나오는 방탕한 여자들과 대립해서 순결한 동정녀인 수녀의 이상(Das Nonnenideal)이 찬양되고 있다. 그녀의 이런 작품에는 관능과 신앙, 악덕과 미덕 사이의 갈등이 그려져 있으며 죄악 · 참회 · 회개 · 구원이 주제가 되고, 순교자, 금욕주의자, 성녀 등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작 품〕 연기나 무대 연출, 공연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읽기 위한 희곡' (Lesedrama)을 목적으로 하여 쓴 희곡적 대화편 6편이 있다. 로스비타는 로마의 연극 중에서도 특히 테렌치우스의 드라마를 모범으로 하였는데, 그녀는 로마의 연극을 언어의 변화에 의하여 종교 적 효과(지적 효과)를 나타내는 서사시의 특수한 형식으로 보았다. 그러나 테렌치우스의 드라마는 이런 형식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지나칠 정도로 세속적인 면이 많았다. 그래서 그때까지 학교 교재용으로 사용되어 오던 테렌치우스의 대화록을 수녀원용으로 바꾸어 볼 필요성을 느끼게 되어 이교적인 행동 대신에 선교 활동의 순결성과 현세 극복에 대한 내용을 삽입하였다. 다시 말해 로스비타는 테렌치우스를 그녀 자신의 바탕 위에서 그리스도교적 도덕률로 바꾼 것이다.
드라마의 형식은 매우 독창적이어서 이것들은 운율 있는 산문체의 대화체로 되어 있는데 아주 독특하게 생기가 넘쳐 흐른다. 테렌치우스의 작품과는 대조적으로 그리스도교 정신을 부여하려고 하였기 때문에 언어는 여기저기 감각적인 면을 노출하고 있으며, 노련한 대화 · 유머스러운 인물 · 익살스러운 장면이 돋보인다. 이런 특성을 지닌 그녀의 드라마는 <갈리카누스>(Galicanus), <둘치투스>(Dulcitus), <칼리마쿠스>(Callimachus), <아브라함>(Abraham), <파프누치우스>(Paphnutius), 그리고 <사피엔치아>(Sapientia) 등 6편인데 모두 예술적 특징을 지닌 생동감이 감도는 대화극들이다. 이들 중에서도 <아브라함>이 가장 높이 평가받고 있고 그 다음이 <칼리마쿠스>이다.
<아브라함>은 "은수자인 아브라함의 질녀인 마리아의 타락과 회개" (Lapsus et Conversio Mariae neptis Abrahae eremicolae)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작품으로 당시에 가장 인기가 있었던 산문으로 된 운문 드라마이다. 라틴어로 되어 있고 노골적인 표현이 자주 등장하기도 하는 <아브라함>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브라함은 그의 친구 에프렘(Effrem)에게 자신의 9세 된 조카딸 마리아가 하느님의 딸로 성실하게 살아가도록 은수자로 키우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20년 후 에프렘은 모든 것이 빗나갔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즉 자칭 수사(修士)가 마리아를 죄악의 높으로 끌어들였고, 마리아는 그곳에서 도망쳐 음탕한 여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브라함은 그녀를 그리스도의 세계로 다시 돌아오게 하려고 사람들을 시켜 사방팔방으로 찾게 하였으나, 2년 후에 아브라함이 들은 소식은 마리아가 어느 유흥가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브라함은 곧 그곳으로 가서 거기에서 가장 예쁜 소녀를 요구하는데, 그때 마리아가 나타나 그를 그녀의 방으로 데려가서 신발 끈을 풀려고 한다. 아브라함이 자기의 신분을 밝혔을 때 마리아는 죄책감과 후회로 사로잡히고 만다. 바로 그때 삼촌인 아브라함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다음과 같이 상기시킨다. "죄를 짓는 것은 인간적이고 죄의 상태로 계속 머무르는 것만이 악마적이다. 만일 네가 나를 따라오면 나는 기꺼이 너를 받아들이고 용서하겠노라" 라고 하였다. 이때 마리아는 일생을 하느님을 위해 헌신할 것을 서약하고는 귀향한다. 아브라함은 에프렘과 함께 마리아의 훌륭한 귀향을 축복해 준다. 로스비타가 이 작품을 쓴 목적은 성서와 교부들의 언어보다 이교도 출신 작가들의 유혹적인 언어를 더 좋아했던 신학생들과 예비 수녀들을 선도하고, 그리스도교의 윤리를 위협하는 테렌치우스의 외설적인 표현을 추방하기 위함이었다.
<칼리마쿠스>에서는 어느 이교도 출신의 젊은 청년이 아름다운 여신도 칼리마쿠스를 열렬히 사랑하다가 마침 내 이교도의 틀을 벗어나 그리스도교로 개종한다는 이야기이다.
로스비타는 앞에 언급한 6편의 드라마 이외에도 2행시(二行詩)와 레오니우스식 6각운(六脚韻)으로 쓰여진 성담(聖譚, 혹은 聖人傳說)을 썼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펠라지우스>(Pelagius), , <공골푸스>(Gongolfus), <데 아센시오네 도미니>(De Ascensione Domini), <바실리우스>(Basilius), <디오니시우스>(Dionysius), <아녜스>(Agnes) 그리고 <테오필루스>(Theophilus)가 있다. 이들 중에서 널리 알려진 것으로는 <펠라지우스>와 <테오필루스>이다. <펠라지우스>에서는 원죄를 부정하고 인간의 자유 의지를 고양하였으며, 인간의 자연스러운 능력을 선으로 규정한 수사 펠라지우스의 생애가 그려져 있다. <테오필루스>는 로스비타의 모음집 제5편에 실려 있는 것으로 성직자가 악마와 계약한 것을 다룬 옛 성담이다. 레오니우스식 6각운의 시격(詩格)으로 되어 있는 이 작품은 독일 최초의, 인간과 악마와의 계약 설화로, 이 성담에 등장하는 테오필루스와 악마와의 계약을 괴테(Goethe)의 《파우스트》의 예고로 보기도 한다. 소재는 원래 그리스어로 된 동방 전설이었는데 이것을 8세기경에 롬바르드족의 귀족인 디아코누스가 라틴어 성담으로 옮긴 바 있다. 로스비타는 이것을 여러 번 보완함으로써 그 소재를 아주 인상적으로 구성하였고, 이는 훗날 여러 민족 설화에까지 확장되어 나갔다. 로스비타 이후부터는 독일어와 프랑스어로 무수히 개작되어 원본과는 많이 달라졌다. 로스비타에 이어 11세기에는 고티어 드 크왕시(Gautier de Coincy), 13세기에는 라에빈(Rahewin)과 부룬 폰 쇼네 벡크(Brun von Schonebeck)에 의해 개작되었는데, 루테베우프(Rutebeuf, 1255~1280)의 것이 가장 유명하다. 또 저
지(低地) 독일어 지방에서 나온 <테오필루스 성담극>(Theophilus legendenspiel)도 있는데 이것은 3개의 텍스트로 되어 있다. 마리아 공경(Marienkult)의 전성기가 사라졌을 때 이 연극 형태도 차츰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예수회극 속에서만은 그 생명이 계속 유지되어 오다가 드디어 독일 고전주의 시대에 이르러 운문 성담 <테오필루스>는 《파우스트》를 탄생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탈리아의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한 <테오필루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명망 있는 보좌 신부 테오필루스는 교황이 내린 주교의 지위를 겸손한 마음으로 거절함으로써 신부직을 잃게 된다. 이때 악마가 그에게 올가미를 씌우고는 그의 잘못을 꾸짖는다. 그래서 결국 테오필루스는 악마의 도움으로 신부직을 다시 얻기 위해 마법사를 찾아간다. 마법사는 테오필루스를 지옥의 악마에게 로 데려갔고 그는 악마 곁에서 그리스도와 동정녀 마리아를 비방하는 문서에 서명한다. 다음날 테오필루스는 주교직을 받아들이고 높은 권좌에 오른다. 하느님은 그의 그릇된 양심을 흔들어 깨우고, 테오필루스는 자기가 한 일을 깊이 회개하고는 성모 마리아를 향해 기도를 한다. 성모 마리아는 여러 번 거절하다가 마침내 테오필루스의 간청을 들어 주고 그가 서명한 비방 문서를 되돌려 준다. 이후 테오필루스는 공개 석상에서 자기의 무거운 죄를 고백하고는 하느님의 품에 안겨 평화롭게 생을 마감한다.
이 밖에도 로스비타의 작품들로는 순결성을 찬미한 것, 순교자의 일생을 그린 것 등 종교 문학의 성격을 띤 것들이 다수 있지만, 그녀가 수녀원에서 일생을 보낸 여성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요정, 저잣거리 등의 세속적인 시정 풍경(市井風景)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평 가〕 로스비타가 세상을 떠난 후, 그녀의 라틴어로 된 드라마 형식은 전수할 후계자가 나타나지 않아 오랫동안 망각되어 오다가 15세기 르네상스 인문주의 시대에 들어와 콘라드 첼시우스(Conrad Celtius, 1459~1509) 등의 인문주의자들에 의해 재발견되었다. 마침내 인문주의 시대의 학교극(Schuldrama)은 그녀의 드라마를 모방하기 시작하였으며, 그들은 로스비타에게 '최초의 독일 여류 시인' (die erste deutsche Dichterin)이라는 칭호를 바쳤다. 독일 드라마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로스비타의 드라마는 고대 로마극과 중세 종교극(특히 기적극과 신비극) 사이의 가교적 역할을 하였을 뿐 아니라 세익스피어, 괴테에 이르는 수많은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또한 독일 가톨릭 문학의 시조로서 그녀의 중세 종교 문학은 현대 가톨릭의 대표 작가들인 베르너 베르겐그륀(W. Ber-gengruen), 게르트루트 폰 르 포르(G. von Le Fort), 스테판 안드레스(Stefan Andres) , 하인리히 뵐(H. Böll)의 모체가 되었다. 독일 가톨릭 문학의 뿌리인 그녀의 문학은 현재도 계속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 참고문헌  F. Preissl, Eine Studie über Hrotsvith von Gandersheim, Diss, Erlangen, 1939/ Gero von Wilpert, Lexikon der Weltliteratur, Bd. Ⅰ, Autoren, Stuttgart, 1975/ Manfred Kluge · Rudolf Radler Hrsg., Haupt-werke der deutschen Literatur, Einzeldarstellungen und Interpretation, München, 1974/ K. Kronenberg, Roswitha von Gandersheim, Leben und Werk, Bad Gandersheim, 1962/ A. Mayer, D. Heilige u.d. Dirne, eine motiv-geschichtl. Studie z. H.s. Abraham in Bayer, Blättter f.d., Gymnasial-schulwesen, 67, 1931/ Brockhaus Enzyklopädie, Völlig Neubearbeitete Auflage Des Großen Brockhaus, Mansheim, 1990/ M. Butler, Hroswitha von Gandersheim(The Theatricality ofHerplays), New York, 1960. [金光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