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의 축제 오경 중 하나로, 성문서(כְּתוּבִים)에 속하는 책. 룻과 나오미의 이야기는 개인이나 민족을 뛰어넘어 인간적인 친밀과 헌신의 민담으로 꾸며져 있는데, 여주인공의 이름을 따라서 '룻기' 라 불린다.
〔문학 유형과 구조〕 룻기는 4장밖에 안되는 짧은 성서이지만, 괴테(J.W. von Goethe)가 '구약성서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온전한 소품'이라고 할 정도로 잘 짜여져 있다. 문학 양식은 구약에는 잘 나오지 않는 단편 소설 양식이며, 내용은 대체로 역사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내용보다는 형식이다. 다윗의 계승 역사(2사무 9-20장)와 요셉 이야기(창세 37-50장)는 그 신학과 문체에 있어서 룻기와 가장 비슷한 이야기이다. 하느님은 알 수 없는 방법으로 모든 인간의 삶에 계속하여 관심을 갖는다는 주제로 이루어진 이 세 이야기는 불행한 결말의 암시, 미묘한 표지, 응답의 기도 등 단편 소설적인 형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성서 안에서의 위치〕 예언서와 성문서를 구분하지 않는 그리스어 번역본인 70인역과 라틴어 성서는 룻기를 판관기 다음의 전기 예언서에 배열하였다. 이는 아마도 룻기 1장 1절의 "판관이 다스리던 시대" 라는 역사적 배경에 대한 언급 때문일 것이다. 요세푸스(F. Josephus)는 70인역의 순서를 따르면서 룻기를 판관기의 부록으로여겼다. 그러나 히브리어 성서는 룻기를 정경으로 인정하고 성문서에 포함시켰다. 바빌로니아 탈무드에서는 연대순에 따라 룻기를 성문서의 첫머리에 두고 그 다음에 시편을 배열하였다. 룻기가 판관들의 시대를 언급하고(1, 1) 다윗의 족보로 끝났으며(4, 18-20), 시편은 왕조 시대에 다윗이 지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유대 전승에서는 룻기를 아가 · 전도서 · 애가 · 에스델서와 함께 축제 때 봉독되는 다섯 두루마리(מְגִלָּה) 곧 축제 오경의 하나로 여긴다. 이 다섯 문서들은 일 년 중 특별한 축제 때에 항상 읽혀졌다. 축제력의 순서에 따라 아가서는 과월절에, 룻기는 오순절에, 애가는 아브(Ab)월 9일에, 전도서는 초막절에, 에스델서는 부림절에 읽혀졌다. 오순절은 곡식의 추수 기간이 끝날 무렵에 거행되는 성서적인 축제이며 율법을 받은 것을 축하하는 전통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오순절 축제 때 읽었던 룻기는 유대주의 전통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저자와 저작 시기〕 룻기에 나오는 시대 배경은 판관 시대(기원전 1200~1050경)이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예언자 사무엘이 판관기, 사무엘서와 함께 룻기를 지었다고 전한다(탈무드의 '바바 바트라' , 14b). 그러나 사실상 룻기를 지은 저자에 대한 자료는 룻기에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다만 이 저자를 레위인으로 추정하는 것은 레위인이 교육 방식으로 활용한 방법 중의 하나가 이야기인데, 룻기 역시 이런 교육의 산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신명 33, 10 : 2역대 17, 7-9 ; 19, 4-11). 또 주인공들이 여성들이고 그들에 대한 심리 묘사가 뛰어나다는 점에서 이 책의 저자를 여성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이스라엘에서는 여성들이 승전가나 애가를 불렀는데(출애 15, 21 ; 판관 5, 12; 예레 9, 17-22), 그중에 지혜로운 여성이 이런 이야기를 구연(口演)하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작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룻기는 "판관들이 세상을 다스리던 시대에"로 시작되는데 이 말은 룻기가 판관 시대에 쓰여졌다는 뜻은 아니다. 룻기가 쓰여진 시대에 관한 의견은 사무엘 시대에서 귀양살이 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우선 유배 이전에 쓰여졌다는 주장의 근거는 룻기에 서술되어 있는 '고엘' (בָּאֵל, 한 가정의 가장 가까운 친족으로서 이 가정의 가족들을 보호하고, 이 가정과 가문의 재산이 남 또는 다른 가문에 넘어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며 누가 살해되었을 경우에는 복수를 대신하는 권리와 의무를 지닌 사람 : 레위 25, 25-26 : 민수 35, 19 ; 신명 25, 5-10)의 권리와 의무, 그리고 수혼법(嫂婚法, levitate)이 신명기 법전 이전의 입법을 반영하고 있고(신명 25, 5-10), 문체는 구약성서의 고전적 산문에 가까우며, 아울러 사람 이름들에 대한 연구는 이 작품이 오래된 것임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학자들은 유배 이후를 더 타당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로 우선 저자는 왕정 이전의 판관 시대를 먼 옛날로 이야기한다(1, 1). 그리고 "옛날 이스라엘에는···"(4, 7)과 같이 이미 오래된 관습에 대해 저자는 청중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룻기의 이야기 서술 방식은 유배 이후의 특징적인 요소를 띠며, 더 나아가 야훼를 믿는 신앙의 보편주의와 개방성, 보상에 대한 개념과 고통의 의미는 유배 이후의 배경에서 더 잘 이해된다. 에즈라서 9장과 느헤미야서 13장에서 볼 수 있는 철저한 개혁에 반대되는, 외국인들과의 결혼에 호의적인 룻기의 이야기는 에즈라와 느헤미야 시대에 쓰여졌다고 추측하기도 한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룻기의 어휘에서 아람어 영향보다는 고어체의 왕정 시대 언어의 특성이 더 현저하게 나타나고 이방인들에 대한 개방성은 왕정 초기부터 시작되었다는 의견이 있다. 동시에 수혼법이나 고엘의 권리와 의무 등이 신명기 이전의 율법이고, 룻기와 가장 비슷한 문학 양식으로 여겨지는 요셉 이야기와 다윗의 계승 역사(2사무 9-20장)가 형성된 연대 등을 고려해 볼 때 왕정 시대 초기(기원전 10~7세기)에 저술되었다는 주장이 있다(E.Campell).
〔문학적 특징과 구성〕 룻기 4장 18-22절의 족보는 역대기 상 2장 9-15절을 염두에 두고 저자가 후에 삽입하였다는 것이 학자들간의 일치된 견해이다. 이 족보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이 책의 문학적 통일성은 흠이 없으며, 이야기는 완전한 조화를 이루면서 전개된다. 예술적인 룻기 구성에 대해 통일된 의견은 없지만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구성된 것으로 여긴다.
도입부 : 이야기의 배경(1, 1-5)
발 단 : 나오미의 귀향과 룻의 동행(1, 6-22)
전 개 : 룻이 보아즈와 만남(2, 1-23)
절 정 : 룻이 보아즈와 가까워짐(3, 1-18)
결 론 : 룻의 혼인과 득남(4, 1-17)
부 록 : 다윗의 족보(4, 18-22)
책 전체에 퍼져 있는 수많은 대구법, 운율을 갖춘 구절들, 낱말들 사이에 동일 또는 유사 모음이 되풀이되는 반해음(半諧音)과 자음이 되풀이되는 자음운(子音韻) 또는 두운법(頭韻法) 등은 이 작품의 문학성을 돋보이게 한다. 룻기는 구약성서 이야기 예술의 걸작들 가운데 하나이다.
아울러 사람 이름들에 담긴 의미에서 보여지는 언어 유희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데, '엘리멜렉'(אֱלִימֶלֶךְ, 나의 하느님께서는 임금님)과 '나오미' (נָעֳמִי, 나의 사랑스러움, 또는 나의 사랑스런 여자)는 때 이른 죽음을 암시하는 그 아들들의 이름인 '마흘론' (מַחְלוֹן, 질병) 및 '길룐' (כְליוֹן, 허약)과 기이하게 대립된다. 친정으로 돌아간 며느리 '오르바' (עָרְפּה)는 그 이름의 어원이 분명 하지 않으나 상대방을 두고 떠나면서 얼굴을 돌릴 때의 '목덜미' 를 연상하게 한다. 나오미와 함께 귀향한 며느리 '룻' (רוּת)의 어원도 확실하지 않으나 전통적으로 '여자 친구'로 이해해 왔고 요즈음에는 수동형 분사로서 '원기가 회복된 여자' 로 이해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이름은 '애정 또는 원기 회복' 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룻을 아내로 맞이하는 베들레헴(בֵּית לֶחֶם, 빵의 집)의 유력가 보아즈(בֹּעַז, 그에게 힘이)의 이름은 희망을 가지게하고 룻의 아들 오벳(עוֹבֵד, 시중드는 사람, 하인)은 야훼의 종을 암시한다. 1장 20절에서 나오미가 자신의 이름을 더 이상 나오미라 하지 말고 마라(מָרָה, 쓰라린 여자)라고 하는 것은 저자가 사람 이름들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저술 목적과 신학적 의미〕 룻기는 단편 소설 양식 속에 다양한 교훈을 함축하고 있어 그 저술 의도를 알아내기가 어렵다. 여성끼리 나누는 우애의 아름다움, 모범적인 인물 제시, 가족 유대의 중요성, 이방인 개종자에 대한 배려, 율법과 관습 준수의 강조, 다윗과 그의 왕조에 대한 합법화, 사람을 돌보는 하느님에 대한 증언 등을 신학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관계에 대한 등장 인물들의 충실함은, 다른 한편으로 계약에 대한 충실함의 표현이기도 하다. 하느님이 맺어 주는 가족 관계에 충실하고 곤경에 빠진 이웃을 돌보는 일은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이 맺은 계약의 조항이자 근본 정신이다. 룻기는 이런 계약 정신에 충실하게 서로의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점차 확대하여 보여 준다. 공간적으로는 엘리멜렉 가족에게서그의 친족으로, 나아가 성문 앞에 모인 장로와 마을 사람들을 통해 베들레헴 마을 전체로 넓혀진다. 동시에 시간적으로는 다윗의 족보(4, 17b)를 통해 다윗의 후손에게로 이어진다.
이와 같이 룻기에 나오는 모든 관계는 하느님으로 귀착된다. 룻기에서 하느님은 겉에 나타나 주도적으로 사건을 이끌고 가는 분이 아니다. 그분은 드러나지 않게, 그렇지만 결정적으로 개입하여 사건의 흐름을 바꾼다. 룻이 '우연히' 보아즈의 밭에 가게 되고(2, 3), '때마침' 보아즈가 등장하여(2, 4) 엘리멜렉의 친척으로 드러나며, '때마침' 더 가까운 친척이 성문 앞에 나타나는(4, 1) 일련의 우연성은 모두 드러나지 않는 하느님의 섭리로 이해된다. 아울러 "일이 어떻게 되는지 네가 알게 되기까지 잠자코 있거라"(3, 18) 하는 나오미의 말에도 하느님께 대한 신뢰가 들어 있다.
결국 룻기는 한 가정을 구원으로 이끄는 하느님의 손길이 사건마다 섬세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는 특히 거듭된 불행을 안겨 준 하느님을 탓하며 좌절에 빠져 있던 나오미가 끝에 가서는 새롭게 열린 미래를 맞아 기쁨에 차 하느님을 찬양하게 되는 전체의 틀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를 통해 룻기는 하느님께서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여성들의 살 길을 열어 주는 생명의 주인이고, 서로에게 충실한 삶 속에서 항상 머무르며 일하고 축복하여 주는(1, 8 : 2, 20 : 3, 10 : 4, 14) 분이며, "주님의 날개 아래로 피신하려는"(2, 12) 사람이면 누구든 돌보아 주는 분임을 증언한다.
룻기는 하느님의 인도하심을 엮은 '섭리 이야기' 이다. 이 이야기의 숨어 있는 주인공은 야훼 하느님이라 할 수있다(1, 8-9. 13. 21 : 2, 12. 20 : 3, 10 : 4, 11. 13-14).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는 의지할 데 없는 한 늙은 여인 나오미를, 특히 외국인 과부인 룻과 당신 사이의 개별적 역사를, 다윗의 역사를 통하여 하느님의 백성과의 역사로 수렴하신다. 그리고 신약에 와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통하여 룻과의 역사를 당신과 전체 인류 사이의 구원 역사로 이끌고 있다(마태 1, 1-17). (→ 성문서 ; 축제 오경)
※ 참고문헌 임승필 역, 《룻기 . 아가 . 코헬렛 . 애가 에스델》, 구약성서 새 번역 4,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93/ D.R.G. Beattie, Jewish Exegesis of the Book of Ruth, 《JSOTSup》 2, Sheffield, 19771 S. Bertman, Symmertrical Design in the Book of Ruth, 《JBL》 84, 1965, pp. 165~168/ E.F. Campell, Jr., 《AB》 7, 1975/ P. Trible, 《ABD》 5, 1994, pp. 842~8471 B. Green, The Plot of the Biblical Story of Ruth, 《JSOT》 23, 1982/ H. Gunkel, Reden und Aufsaetze, Götingen, 1913/ H.W. Hertzberg, Das Buch Ruth, 《ATD》, Götingen, 1973(박영옥 역, 《룻기》, 국제 성서 주석 13, 한국신학연구소, 1992)/ B.S. Childs, 김갑동 역, 《구약 정경개론》, pp. 535~543/ C. Mesters, 김수복 역, 《룻기 주해》, 성바오로출판사, 1993. 〔李鎔結〕
룻기 - 記 〔히〕רות 〔라〕Liber Ruth 〔영〕Book of R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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쿰란에서 발견된 룻기의 일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