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

〔영〕m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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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네시아(Melanesia) 일대의 민족 사이에서 볼 수 있는 비인격적 · 초자연적 힘의 관념. 영국의 주교이며 인류학자였던 코드링톤(R.H. Codrington)이 멜라네시아의 원시 종교를 연구하고 저술한 《멜라네시아인들》(The Melanesians, 1891)을 통하여 학계에 알려진 말이다. 그 후 종교의 기원을 연구하던 사람들에게 이 용어는 널리 이용되었다. 종교의 기원을 '힘' (mana)의 관념으로 귀착하려고 했던 학설들은 이 마나이즘(manaism) 말고도 프리애니미즘(preanimism), 애니마티즘(animatism), 다이나미즉(dynamism) , 바이탈리즘(vitalism) 등이 있다. 용어상 차이가 있지만 모두 비인격적인 힘의 관념, 즉 우주에 충만해 있는 힘 또는 생명력의 관념을 바탕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용어 가운데서도 마나이즘이 가장 적합한 용어라고 생각되는데, 이는 종교의 기원설이 제창된 원인이 코드링톤이 멜라네시아 원주민의 신앙이었다고 보고한 마나이즘이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힘과는 다른 신비하고 초자연적인 이 힘은 획득할 수도 있고 적절한 방법으로 옮길 수도 있다. 이러한 관념은 비단 멜라네시아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었다. 예컨대, 사람이 싸워서 승리하면 그 승리는 강한 완력이나 승리를 얻기 위한 준비나 계략에 의한 것이 아니고 힘을 지닌 정령 또는 죽은 전사(戰士)의 마나를 획득하였기 때문이라고 보는 경우가 그것이다. 그 마나의 힘은 머리 주위에 꽂고 있는 호부(護符), 허리에 차고 있는 나뭇잎으로 된 부적일 수도 있고 자신에게 초자연적인 도움을 주는 특수한 형식의 언어일 수도 있다. 만약 돼지가 잘 자라고 농사가 잘된다면 그것은 농부가 부지런하다거나 재산의 관리를 잘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마나가 충만한 돌의 힘 때문이라고 보기도 한다. 카누가 물위를 경쾌하게 미끄러져 잘 달린다면 마나가 있기 때문이며, 마나가 없으면 물고기를 가득히 잡을 수 없으며 화살을 쏘아서 동물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없다고 보기도 한다.
〔마나와 종교 기원의 학설〕 이러한 관념을 초기 원시인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종교의 기원은 마나에서부터 생겨난 것이라는 학설이 등장하였다. 마나이즘은 20세기 초엽까지만 하더라도 매우 유력한 종교 기원설로 자리잡고 있었다. 이 학설은 지금까지 영혼 관념을 종교 발생의 최소한의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었던 애니미즘(animism)에 대한 대항 이론이었다. 물론 이들도 현존하는 원시 민족에게 있는 영적 존재에 대한 신념을 인정하고 있긴 하였지만, 이런 관념보다도 더 원시적이고 선행하는 신념이 마나이즘이라고 주장하였다. 이 이론을 제창한 대표적인 사람은 마렛(R.R. Marett)이다.
프리애니미즘, 즉 애니미즘보다 선행하고 있다는 이론 혹은 애니마티즘의 제창자로서 마렛의 영향은 대단히 컸 다. 그는 종교의 최초 단계를 애니미즘 이전의 애니마티즘으로 보았는데, 초기에 그의 이론은 자신의 스승 타일러(E.B. Tyler)의 애니미즘설을 보완한다는 의미에서 애니미즘 이전에 마나이즘이 있었다고 하였다. 그 후 프러이스(Konrad Th. Preuss, 1869~1938)도 라틴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해 현지 조사를 하고 영혼이나 정령이란 관념은 비인격적인 힘의 관념 뒤에 나타난다는 설을 제창하였다. 그 힘은 주술적인 성격을 가지는데 이때에는 종교와 예술은 주술로부터 발생했다고 주장하였다. 위베르(H.Hubert, 1872~1927)와 모스(M. Mauss, 1872~1950) 같은 프랑스의 사회학파에 속한 사람들도 원시적인 애니미즘설에다 주술적인 것을 결합한 영국의 인류학파에 반대하여 마나의 관념으로 종교의 기원을 설명하였다. 그들은 마나를 단순한 힘, 존재일 뿐만 아니라 활동, 성질로 있는 상태라고 보았다. 마나는 영적 존재의 힘, 즉 선조의 영혼이나 자연적 정령의 힘이기도 하다. 또 한편 마나를 잘 분석해 보면 신성(神性) 관념과 똑같이 일종의 집단적 사고의 범주라는 주장을 하였다. 주술적인 속성과 결합된 마나는 일종의 사회 현상이고 그 근본에는 개인적인 것이 아닌 집단적인 것이 있다고 하였다. 주술적 신념이 성립하는 데는 항상 종교적 신념의 경우와 똑같이 집단의 구속력이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마나의 관념을 전적으로 주술적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마나는 종교와 주술과의 공통의 원천이다.
프랑스 사회학파에서는 종교나 주술을 똑같이 신비적인 힘, 즉 마나의 관념에 합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프레이저(J. Frazer)가 주장하는 애니미즘설과 다른 점이다. 또한 뒤르켐(E. Durkheim), 위베르, 모스는 종교와 주술을 그 깊은 성질에 있어서 동일시하고, 마나로써 종교와 주술을 설명하고 있다. 예컨대 프레이저가 마나를 왕의 주술적 기원이라고 말할 때 마나의 집단적 성격을 강조하는 프랑스 학파는 수긍하지 않는다. 오히려 왕의 주권, 정치적 주권이 발현되는 것은 집단 가운데 있는 힘으로부터라고 주장한다.
〔마나설에 대한 비판〕 마나 관념에 대한 비판은 주로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마나가 애니미즘에 선행한 종교의 원초적인 이론인가 아닌가 하는 점과, 종교 관념의 기본적 성격으로서 비인격성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점이다. 특히 마렛의 이론에 대하여 비판을 가한 카르스텐은 "코드링톤은 비인격적인 마나를 말하면서 항상 정령 · 사령(死靈) · 생령(生靈)에 결부된 설명을 하고 있는데 과연 비인격성이 설득력이 있는지"라고 비평하고 있다. 죄더블롬(N. Söderblom)도 마나와 영혼은 다른 것이지만 상호 분리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여 마나의 비인격성에 대하여 비판하였다. 요컨대 현실적인 신앙 면에서 비인격적인 힘만으로 종교를 설명하기는 어렵고 종교에서 정령이나 영혼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나이즘이 애니미즘을 선행한다는 주장은 현대의 문화 인류학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추상적인 가설에 불과하다. 그러나 마나 자체는 지방적인 관념이고 보편화할 수 없지만 종교의 본질 가운데 있는 신성 관념에 가깝기 때문에 마나의 관념을 새롭게 바라볼 여지는 충분히 있다. 즉 원시 민족의 신성 관념에서 두려움과 외경심을 넓게 살필 수 있다. (→ 누멘)

※ 참고문헌  E. Durkheim, The Elementary Forms of the Religious Life, London, 1976/ L. Lévy-Bruhl, Les Fonctions mentales dans les sociétés inférieures, Paris, 1909(山田吉彥 역, 《未開社會의 思惟》, 1976). 〔李恩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