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 만물을 하나의 유기적 전체로 이해하는 사상. 만물 일체 사상은 박애주의 · 사해 동포주의(四海同胞主義) 등과 같은 보편적 인류애를 지향하는 것이며, 나아가 인간과 자연의 합일(合一)을 추구하는 것으로서, 전통 사상의 중요한 중심적 주제 가운데 하나였다.
〔개념의 발전〕 만물 일체에 대한 개념은 선진 유학(先秦儒學) 때부터 등장하였다. 공자의 인(仁) 사상, <주역>의 천인 합덕(天人合德) 사상, 《중용》의 자기를 이루고 만물을 이루어 준다는 '성기 성물' (成己成物) 사상, 인간이 천지 만물의 화육(化育)을 도와 천지와 더불어 삼재(三才)가 된다는 사상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만물 일체 사상은 특히 송대(宋代)의 성리학(性理學)에 이르러 더욱 체계적으로 전개되었으며, 여기에는 불교 화엄학(華嚴學)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지적된다. 주돈이(周敦頤)는 《태극도설》(太極圖에)에서 태극과 음양으로 만물의 화생(化生)을 설명하였는데, 만물은 존재 근거로서의 태극과 생성의 질료로서의 음양을 함께하기 때문에 혼연(渾然)한 일체라는 해석이 성립하게 되었다. 성리학에서는 "본성은 곧 천리(天理)" 라는 '성즉리' (性卽理)를 제1 명제로 삼으며, 천리로서의 본성은 인간에게만 고유한 것이 아니고 만물에 편재(遍在)하는 것으로 인식하였다. 만물은 천리를 공유하기 때문에 일체라는 인식이 보다 확고해졌고, 인간이 타고난 기(氣)는 다른 사물이 타고난 기보다 맑고 빼어나기 때문에 인간은 자신의 본성을 완전하게 발휘할 수 있는 반면 사물은 그렇지 못하다고 하여, 인간의 우월성과 존엄성을 분명히 하였다. 성리학에서는 만물 일체의 관념을 '만물통체일태극 (萬物統體一太極)이라는 개념으로 표현하였다. 이것은 천지 만물이 하나의 유기적이고 조화로운 전체라는 의미이다. 만물이 유기적이고 조화로운 전체를 이룰 수 있는 근거는, 각각의 개별자들이 모두 하나씩의 태극을 자신의 내재적 본성으로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만물각구일태극' (萬物各具-太極)이라 한다. 성리학에서 태극은 이(理)로 해석되고 음양은 기(氣)로 해석되었다. 그래서 '통체일태극' 과 '각구일태극' 은 '이일 분수론' (理一分殊論)으로 정립되었다. 통체일태극이나 이일(理一)은 만물이 하나의 유기적 전체임을 의미하고, 각구일태극이나 분수(分殊)는 만물이 각자의 개성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성리학에서 '이' 는 천지 만물을 통해 보편적이지만, '기' 는 각각의 사물에 따라 특수하다고 여긴다. 만물은 보편적인 이를 담지하고 있기 때문에 일체인 것이요, 또한 특수한 기를 타고난 것이기 때문에 각자의 개성을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성리학에서는 만물의 보편성의 근거를 이에서 찾고 특수성의 근거를 기에서 찾는다. 이것을 이이(李珥)는 "무릇 이는 하나이며 본래 차이가 없다. 그러나 이가 타는 바인 기는 다양한 차이가 있다. 이는 비록 하나이지만 이미 기를 타면 그 나님이 만 가지로 다르게 된다. 그러므로 천지에 있어서는 천지의 이가 되고 만물에 있어서는 만물의 이가 되며 인간에게 있어서는 인간의 이가 된다. 그러므로 다양한 차이가 있어 가지런하지 못한 것은 기의 소위(所爲)이다"(《栗谷金書》 권10)라고 설명하였다. 천지 만물은 보편적인 이를 공유하므로 일체로서 통일성을 지니지만, 개별적 사물에 내재된 이는 각각의 기질(氣質)에 따라 개별적 다양성을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체적 통일성은 개별적 다양성을 떠나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이는 '이일' 과 '분수' 를 각각 본연지리(本然之理)와 유행지리(流行之理)라 하고, "유행의 이를 떠나서 본연의 이를 구한다면 진실로 잘못이다"(《栗谷金書》 권9)라고 하였다. 즉 개체를 떠나서 전체가 존재할 수 없으므로 개체가 결코 전체 속으로 함몰되지 않고, 보편적인 이가 개체 속에 내재하므로 개체들간에는 질서와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습득과 실천〕 이기론에 입각한 만물 일체 설명은 원리적 해명에 불과한 것이고, 중요한 것은 만물 일체를 체인(體認)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소옹(邵雍)은 (황극경세서)(皇極經世書)의 <관물편>(觀物篇)에서 만물 일체를 체인하는 방법으로 나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는 '이아관물' (以我觀物)을 비판하고 사물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는 '이물관물' (以物활物)을 제기하였다. 그에 의하면, 성인(聖人)이 능히 만물을 일체로 여길 수 있는 것은 '이물관물' 을 하기 때문이며, 그렇게 하면 나와 남의 단절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정호(程顥)는 "인(仁)이란 천지 만물을 일체로 여기는 것이다.··· 인이란 만물과 더불어 혼연히 동체(同體)가 되는 것이다" (《二程全書》 권2 上)라 하고, 장재(張載)의 <서명>(西銘)을 이러한 취지로 해석하였다. 정호는 "천지는 그 마음으로 만물을 감싸되 사심(私心)이 없기 때문에 영원하며, 성인(聖人)은 그 정으로 만사에 순응하되 사정(私情)이 없기 때문에 영원하다"(《二程全書》 권40)고 전제하고, 확연 대공(廓然大公)한 자세로 사물에 순응하는 것이 군자의 학문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또 "성인의 기뻐함은 사물이 마땅히 기뻐해야 할 것을 기뻐하는 것이며, 성인의 분노함은 사물이 마땅히 분노해야 할 것을 분노하는 것이다. 성인의 기뻐함과 분노함은 자신의 마음에 달려 있지 않고, 사물에 달려 있다"(《(二書) 권40)고 말하기도 한다. 요컨대 만물 일체를 체인하고 실천하려면 사(私)와 주관성을 배제하고 공(公)과 객관성에 입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학의 인(仁)을 보편적 인류애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유학에서는 묵자(墨子)의 겸애주의(兼愛主義)나 양주(楊朱)의 위아주의(爲我主義)를 모두 비판한다. 여기에 유학의 특성이 있다. '겸애' 란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똑같이 사랑하는 것이며, '위아' 란 자기만을 위하는 것이다. 주희(朱熹)는 장재의 <서명>에 대하여 논평하기를 "건(乾)으로 부(父)를 삼고곤(坤)으로 모(母)를 삼음은 생명이 있는 모든 무리가 그렇지 않음이 없으니, 이른바 이일(理一)이다. 그런데 사람과 동물이 태어남에 혈맥(血脈)이 있는 무리는 각각 자기의 어버이를 어버이로 사랑하고 자기의 자식을 자식으로 사랑하니, 그 나님이 어찌 다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만 가지로 다르면 비록 천하를 한 집으로 삼고 중국을 한 사람으로 여겨도 '겸애' 의 가리움에 흐르지 않고, 만 가지로 다르되 하나로 관통한다면 비록 친소(親疎)의 정이 다르고 귀천의 등급이 다르다 하여도 '위아' 의 사사로움에 얽매이지 않는다. 이것이 <서명>의 커다란 요지이다"(《性理大全》 권4)라고 하였다. 주희에 의하면 만물은 건곤을 부모로 한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으니, 이것을 '이일' 이라고 한다. 그러나 음양의 두 기운이 교감하여 만물을 화생함에 있어서는 대소친소(大小親陳)의 차이가 있으니, 이것을 '분수' 라 한다. 묵자의 '겸애' 는 일통(一統)만을 강조하여 '분수' 를 무시한 것이니, 일통이면서도 만수(萬殊)임을 안다면 겸애의 가리움을 면할 수 있다. 양주의 '위아' 는 만수만을 강조하여 일통을 무시한 것이니, 만수이면서도 일관되어 있음을 안다면 '위아' 의 사사로움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주희는 묵자의 겸애설이나 양주의 위아설을 모두 비판하고, 유학의 인의 본질과 그 실천 방법을 분명히 제시한 것이다. 맹자는 위아설에 대해서는 '무군' (無君)이라 비판하였고, 겸애설에 대해서는 '무부' (無父)라 비판하였다. '무군' 이란 개별 의식만이 있고 사회적 공공 의식(公共意識)이 없다는 것이며, '무부' 란 공공 의식만 있고 개별 의식은 없다는 것이다. 유학에서는 공공 의식과 개별 의식의 합일을 추구하기에 공공 의식의 근거를 '이일' 에서 찾고 개별 의식의 근거를 '분수' 에서 찾는다. 즉 만물이 모두 건곤을 부모로 하므로 '천지 만물이 본래 나와 일체' 라고 말한다. 공공 의식이나 천지 만물에 대한 사랑은 천지 만물을 나와 일체로 여기는 것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만물이 건곤을 부모로 하여 일체(一切)가 평등하다 하더라도 그 가운데에는 각자의 개성이 있으며 가깝고 먼 차이가 있으므로 획일적 평등과 겸애를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개별 의식이 비롯된다. 개체와 전체, 개별 의식과 공공 의식을 합일시키고자 하는 것이 만물 일체 사상의 진수요, 인(仁) 사상의 특성이다. 이러한 만물 일체 사상은 청나라 말기에 강유위(康有爲), 담사동(譚嗣同) 등이 주장한 대동 사상(大同思想)에도 반영되었다. (→ 대동 사상)
※ 참고문헌 《語》 《孟子》 《中庸》 《周易》 《性理大全》 周敦頤 《太極圖說》/程顥, 《二程全書》/ 邵雍, 《皇極經世書》 張載, 〈西銘〉/李珥, 《栗谷全書》/ 류승국, 《東洋哲學研究》, 槿域書齋 1983/ 김능근, 《中國哲學史》, 형설 출판사, 1978. 〔李東俊〕
만물 일체
萬物一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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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