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진원》

萬物真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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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진원》.

《만물진원》.

이탈리아 출신의 예수회 중국 선교사 알레니(J. Aleni, 艾儒略, 1582~1649)가 저술한 한역 서학서(漢譯西學書). 천주교의 입장에서 자연 과학을 논한 것으로 주된 요지는 천주가 만물의 근원이 된다는 것이다. 초판본은 중국의 항주(杭州)에서 출판되었지만 연도는 알 수 없고, 1628년, 1694년, 1791년에 북경에서, 그리고 1906년과 1924년에는 토산만(土山灣)에서 각각 간행되었다. 강희제(康熙帝) 때에는 만주어로 번역되기도 하였다. 조선에 전래된 시기는 명확하지 않으나 홍낙안(洪樂安)에 따르면 진산사건(珍山事件, 1791) 당시 예산(禮山) 촌민에게서 한글로 번역되거나 등사한 책이 나왔는데, 그 가운데 《만물진원》이 있었다고 하며, 김건순(金健淳)도 1801년의 공초(供招)에서 1789년 삼전동인(三田洞人)에게서 《만물진원》을 얻어 보았다고 자백하였다. 그러므로 이 책은 1789년 이전에 이미 조선에 전래되었고, 전래된 후 일찍부터 한글로 번역되어 널리 읽혀졌음을 알 수 있다.
〔내 용〕 《만물진원》은 자연 과학을 대상으로 논술하고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천주교의 교리를 설명한 호교서이다. 저자는 이기론(理氣論)을 중심으로 하는 유가(儒家)의 논리를 반박하면서 천주교의 논지를 전개시킴으로써 다른 많은 한역 서학서와 함께 동양의 유교적 인식 체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이에 대해 영조 때의 홍정하(洪正河)는 <만물진원 증의〉(萬物眞原證疑)를 지어 동양의 오행(五行) 사상에 입각하여 이 책의 내용을 비판하였다.
《만물진원》은 총 11장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1~5장에서는 만물이 모두 시작이 있음과, 사람 · 만물 · 천지· 원기(元氣) · 이(理) 등이 스스로 어떤 능력이 없음을 밝히고, 후반부 6~10장에서는 천주가 천지 만물을 조성하고 주재함을 논하였으며, 11장에서는 천주가 만유의 근원이 됨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만물이 모두 시작이 있음을 논함(論物皆有始) : 이 장에서는 첫째 인류는 의 · 식 · 주 등을 갖추어야 몸을 보존할 수 있는데, 각국의 경전(經典)에는 이러한 것이 처음으로 만들어진 시기가 기록되어 있다는 것, 둘째 오곡의 씨앗과 같이 인류도 거슬러 올라가면 그 기원이 있다는 것, 셋째 만국(萬國)의 전적(典籍)에 천지가 개벽하여 사람과 만물이 생긴다고 한 것, 넷째 하늘이 한 번 열리면 시간이 경과하여 천지의 시작이 있게 된다는 것, 다섯째 성경(聖經)에 천지의 첫해와 인류의 원조(元祖)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음을 들어 만물이 모두 시작이 있다는 것을 증거하고 있다.
② 만물이 스스로 생기지 못함을 논함(論物不能自生): 대개 만물에는 사람이나 말과 같이 생성(生成)되는 것과 그릇같이 조성(造成)되는 것 등 2품(品)이 있는데, 이것들은 모두 만든 자에 의해 생기며 스스로 자기 몸을 만들지 못한다고 하였다.
③ 천지가 스스로 사람과 만물을 만들지 못함을 논함(論天地不能自生人物) : 천지는 본래 생장과 지각과 영명(靈明)이 없음으로 자연히 생혼(生魂) · 각혼(覺魂) · 영혼(靈魂)이 있는 물건을 만들지 못하며, 반드시 각 물건의 근본이 되는 것이 서로 전하여 생기는 것이라 하였다.
④ 원기가 스스로 천지를 나누지 못함을 논함(論元氣, 不能自分天地) : 모든 물건은 바탕〔質〕 · 모양〔模〕 · 만드는 자〔造者〕 · 위하는 자〔爲者〕가 있어야 이루어지는데, 기운〔氣〕은 물건을 만드는 재료에 불과하므로 비록 원기가 있어도 이것은 천지 만물이 되지 못한다고 하였다.
⑤ 이(理)도 또한 물건을 만들지 못함을 논함(論理不能造物) : 이는 본래 지각(知覺)이 없으며, 물건에 의지하는 것으로, 조물주가 만물을 만들 때 그 형상과 함께 부여한 것이라 하였다.
⑥ 세상의 모든 일은 이치에 의거해야 마땅하지 외목(外目, 肉目)에 의거해서는 안됨을 논함(論凡事宜據理而不可據目) : 사람의 눈에는 외목과 내목(內目, 神目)이 있는데, 외목은 틀림이 있어 온전히 의거하지 못하나, 신목은 물건을 볼 때 의리(義理)로써 헤아림으로 매우 참되고 확실하다. 그러므로 의리의 눈에 의거하는 자는 능히 천주를 볼 수 있다고 하였다.
⑦, ⑧ 천지 만물은 대주재자가 만들었음을 논함(論天地萬物有大主宰造之)과, 주재자가 천지 만물을 다스림을 논함(論天地萬物主宰攝治之) : 하늘과 땅이 있고, 일월성신(日月星辰)과 춘하추동 등 천지 만물이 섞이어 틀리지 않는 것은 지극히 높고 능한 대주재가 있어서 천지 만물을 만들고 다스리기 때문이라 하였다.
⑨ 조물주를 비겨서 다 의논할 수 없음을 논함(論造物主非擬議所盡) : 사람이 적은 슬기로 조물주의 큰 이치를 밝히고자 하는 것은 마치 반딧불로 천하를 비추고자 함과 같다고 하였다.
⑩ 천주가 천지를 조성하였음을 논함(論天主造成天地) : 천주가 무물(無物)로서 만유(萬有)를 조성함에는 아무 자료(資料)도 없이, 기구의 힘을 빌리지 않으며, 시간도 걸리지 않고, 심력(心力)을 허비하지 않으며, 만든 후에는 손상함이 없이 영원히 보존한다고 하였다.
⑪ 천주는 만유의 근원이 됨을 논함(論天主爲萬有無原之原) : 만물을 만드신 천주는 만물의 생김을 초월하여 스스로 만유의 앞에 계시고 만유의 으뜸으로 계신 자라고 하였다. (→ 한역 서학서)
※ 참고문헌  《萬物真原》,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본(重訂 한문본1791, 한글 필사본 1792)/ 裵賢淑, <17~18세기에 전래된 천주교 서적>, 《교회사 연구》 3집, 한국교회사연구소, 1981/ 박진태, 〈萬物真原〉, 《교회와 역사》 166호( 1989. 3), 한국교회사연구소/ Louis Pfister, Notices Biographiques et Biblioqraphiques 1 , Chang-hai, 1932, pp. 132~133. 〔편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