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자

卍字

〔산〕śrīvatsalakṣaṇa

글자 크기
4
만자의 4가지 유형.

만자의 4가지 유형.

부처 및 십지 보살(+地菩薩)의 가슴 등에 나타나는 덕스러운 표상. '万字' , '萬字' 또는 '卍字' 라고도 쓴다. 음역하여 실리말차락찰당(室利覲踞施洛彩囊)이라고 하며, 의역하여 길상해운(吉祥)海雲) 또는 길상희선(吉祥喜旋) 이라고 한다. 부처의 삼십이상(三十二相) 가운데 하나이 며, 팔십종호(八十種好) 가운데 하나이다.
〔기 원〕 '만' (卍)의 모양은 본래 고대 인도에서 길상(吉祥)을 상징하는 표시였는데 불교, 바라문교, 자이나교 등에서도 두루 사용해 왔다. 페르시아, 그리스 등에서도 비슷한 부호로 태양 · 번갯불 · 불 · 흐르는 물 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 고대 인도인들은 처음에 범천(梵天), 비슈누(visn), 크리슈나(ksna)의 가슴에 있는 선모(旋毛)를 이 부호로 표현하여 길상 · 청정 · 원만의 표상으로 여겼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부처 및 십지 보살의 가슴에 있는 길상(吉祥)의 상징으로 여겼는데, 이후 불교를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장아함경》(長阿含經) 제1권의 〈대본경〉(大本經) , <대살차니건자소설경>(大薩遮遮尼乾子所說經), , <대반야경>(大般若經) 등에는 부처의 가슴 · 손 · 발 · 허리 등에 '만자' 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오늘날 인도의 아마라바티에서 출토된 불족석(佛足石)에도 여러 개의 만자가 새겨져 있다.
만자의 한역(漢譯)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구마라집(鳩摩羅什)이나 현장(玄奘) 같은 이들은 '덕'(德)자로 번역하였고, 보리류지(菩提流支)는 '만' (萬)자로 번역하여 공덕의 원만함을 표시한다고 하였다. 또 송대의 《고승전》에 의하면 만자를 '만' (萬)으로 번역한 것은 그 뜻을 취한 것이 아니라 그 음에 따른 것이라고 하였다. 이 글자는 693년 측천무후 시대에 비로소 '만' (萬)으로 읽도록 정해졌고, '길상만덕이 모이는 곳 이라고 하였다.
만자는 본래 일종의 기호이지 글자는 아니다. '만자' (卍字)라고 읽게 된 것은 산스크리트어 원문을 한문으로 번역할 때의 오류에 기인한다. 산스크리트어인 '락사나' (laksana)를 음역하면 '락찰낭' (洛剎囊)이 되며 '상' (相)의 뜻이다. '악사라' (aksara)라고 하는 또 다른 산스크리트어를 음역하면 '악찰라' (惡剎羅)가 되며 '자' (字)의 뜻이다. 이 '락찰낭' 과 '악찰라' 의 음이 서로 비슷하여 마침내 그 뜻이 혼동된 것이다. 그러므로 만자는 마땅히 만상(卍相)이 되어야만 산스크리트어의 본래 뜻에 부합되는 것이다.
〔유 형〕 한문의 '만' (卍)자에 상응하는 산스크리트어는 한 가지가 아니다. 《신화엄경》을 예로 들면 경 전체에 만자가 17회 쓰이고 있으며 모두 '만' (萬)으로 읽히는데, 이에 해당하는 산스크리트어는 4가지가 있다. 첫째, 슈리밧사(śrīvatsa)로서 음역하면 실리말차(室利賤)가 되고 의역하면 길상억(吉祥臆) 또는 길상독(吉祥犢)이 된다. 《신화엄경》 제48권에 "여래의 가슴에 위대한 인물의 상호가 있는데 모양이 만자와 같으니 길상해운이라고 일컫는다" (如來胸臆有大人相 形如卍字 名吉祥海雲)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서 '만' 의 원어가 곧 슈리밧사이다. 모발 등이 선회하여 거듭 겹쳐져 바다의 구름과 같이 된 모양을 가리키는데, 지혜를 본성으로 하는 정엄한 마음, 또는 용맹을 상징하는 깃발, 그리고 마음 삼매(三昧) · 반야(般若) 등의 뜻을 상징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둘째, 난디아바타라(nandyāvatara)로서 음역하면 난제가물다(難提迦物多)가 되고 의역하면 희선(喜旋)이 된다. 《신화엄경》 제27권에 "그 머리카락이 오른쪽으로 선회하고 있으며 빛나고 정결하며 기름진데 만자 모양으로 꾸며져 있다" (髮右旋 光淨潤澤 卍字嚴飾)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서의 '만' 의 원어는 난디아바타라이다. 부처의 머리카락이 오른쪽으로 선회한 것을 가리키는 이것은 난디의 뜻이 기쁨이므로, 도를 이룬 부처의 기쁨에 찬 모습을 상징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셋째는, 스바스티카(svastika)로서 음역하면 색박실저가(塞縛悉底迦) 또는 세거아실저(歲住阿悉底迦)가 되고 의역하면 유락(有樂)이 된다. 《신화엄경》 제27권에 "모든 중생이 만자 모양의 머리카락을 얻음에 그 문양이 오른쪽으로 선회하는 머리카락을 얻게 되기를 원한다" (願一切衆生得如卍字髮 螺文右旋髮)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서의 만자의 원어는 스바스티카로서 '유락' 의 뜻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모발이 오른쪽으로 선회하면서 문양을 이루어, 보는 사람들을 모두 기쁘게 하는 모양을 가리킨다. 넷째는, 푸르나가타(pūrṇaghata)로서 음역하면 본낭가타(本囊伽咤)가 되고 의역하면 증장(增長)이 된다. 《신화엄경》 제27권에 "모든 중생이 법륜 모양의 손가락을 얻음에 손가락 마디가 원만하고 그 문양이 오른쪽으로 선회하게 되기를 원하며, 모든 중생이 연꽃의 만자와 같이 선회하는 문양의 손가락을 얻게 되기를 원한다" (願一切衆生得輪相指 指節圓滿 文相右旋 願一切衆生得如蓮華卍字旋指)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서의 '만'의 원어는 푸르나가타이다. '만병' (滿甁)의 뜻을 갖고 있는데, 부처의 머리 또는 손가락 마디 등의 부분이 원만하게 융기한 모양을 가리킨다. 이는 가득 차 있는 병, 즉 공덕의 구족(具足)을 뜻한다. 이상에서 열거한 4가지 상 (相) 중에 푸르나가타를 제외한 3가지 상은 모두 모발과 관계가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서 여러 경론에서 '만' 으로 번역되는 산스크리트어의 어의는 다소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卍과 卐〕 만자는 옛부터 왼쪽으로 선회하는 것과 오른쪽으로 선회하는 것의 구별이 있었다. 힌두교에서 남성신은 대부분 오른쪽으로 선회하는 '만' (卐)자를 사용하고, 여성신은 대부분 왼쪽으로 선회하는 '만' (卍)자를 사용한다. 불교의 경우 인도의 베나레스시 북쪽 지역에 위치한 녹야원(鹿野苑)에는 부처가 이곳에서 입정(入定)한 것을 기념하여 아소카 왕 시대 때 세운 탑이 있는데, 이 탑 위에 새겨진 만자는 모두 왼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티베트의 불교에서는 대부분 오른쪽으로 선회하는 '만' 자를 사용하며, 중국에서는 왼쪽으로 선회하는 '만' 자와 오른쪽으로 선회하는 '만' 자가 엇비슷하게 혼용되어 왔다. 《혜림음의》(慧琳音義)와 《고려 대장경》에서는 오른쪽으로 선회하는 '만' 자를 주장하고 있으며, 일본의 《대정신수 대장경》에서도 이에 준하고 있다. 그렇지만 송 · 원 · 명의 대장경은 모두 왼쪽으로 선회하는 '만' 자를 사용하고 있다. 만자를 왼쪽으로 선회하여 쓰느냐 오른쪽으로 선회하여 쓰느냐 하는 문제는 주로 어느 쪽에 서 바라보느냐의 차이에 기인한다. 경(經) 가운데 여러 곳에 "오른쪽으로 선회한다" 는 설이 있고, 부처의 미간에 있는 백호(白毫)도 또한 부드럽게 오른쪽으로 선회하고 있으며, 불 · 보살을 참배할 때에도 오른쪽으로 돌면서 나아간다. 따라서 "오른쪽으로 선회한다"는 말 자체는 이미 정설이 되어 있다. 다만 어느 모양이 오른쪽으로 선회하는 모양인가 하는 문제가 쟁론의 관건이 되고 있다. 만자를 우리들 앞에 두고 우리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오른쪽으로 선회하는 모양은 '卐' 이 되지만, 만자 본체의 입장에서는 오른쪽으로 선회하는 '卍' 모양이 된다.
※ 참고문헌  堀謙德, 〈曼茶羅 の研究, 卍字之變遷及Ⅸ分布〉, 《東亞之光》 6집 3호/ 金渭錫, <만자>, 《한국 민족 문화 대백과 사전》 7,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9. 〔柳濟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