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監督

[라]episcopus · [영]bi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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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공동체 내 여러 직분 가운데 하나로서 고위 성직 계급에 속하는 칭호. 감리교 계통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는 용어이다. 어원은 그리스어 에피스코포스(επισκοπος) . 이 용어는 천주교를 비롯하여 그리스 정교회와 성공회에서 '주교' 라는 말로 사용된다.
에피스코포스는 본래 사람 또는 사물을 주의 주시하는 행위를 나타내어 감독, 파수, 관리를 뜻했고 이런 의미와 관련된 직분이나 직책도 가리켰다. 고대 그리스 문헌에 따르면, 이 낱말은 한 국가나 한 백성을 수호하며 특히 계약과 시장 거래의 경영을 감시하는 신들에 대해 사용되었고, 그 국가에서 책임 있는 지위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이 칭호가 주어졌다. 그리스의 여러 신들은 피조물들과 관련을 맺고 있는 인격화된 세력들로 여겨졌다. 즉 피조물들은 신들의 보호 아래에 있고 신들은 피조물들을 지키고 다스리며 돌본다. 또한 범죄들을 주시하며 벌도 내리고 인간의 삶에 신성함도 부여한다. 이런 의미에서 신들은 에피스코포이(επισκοποι-에피피크포스의 복수 형태)라고 칭해진 것이다. 이와 동일한 의미의 맥락 속에서 인간들의 다양한 행위들에도 이 용어는 적용되었다. 예를 든다면 시신을 지키는 것, 시장이나 사업을 감독하는 것, 건축물을 관리하는 것, 결혼한 젊은 부부를 돌보는 것, 가정을 다스리는 것 등이다. 그뿐만 아니라 국가 관직까지에도 적용되었다. 즉 이 용어는 동맹국의 여러 도시들로 파견된 감독관이나 비밀 경찰 내지는 사법적 기능을 가진 관리들 또는 지방 관리들이나 여러 단체들의 간부들 그리고 어떤 기금을 관리하는 자들을 가리키는 칭호로도 사용되었다. 이와 같이 에피스코포스는 신들에 대한 용례만을 제외하고는 주로 세속적인 의미로 다양하게 사용되었고 종교적인 성격을 지니지 않는 여러가지 직책들을 총괄적으로 지칭했다. 한마디로 종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세속적인 공직자들을 지칭하는 용어였다. 그런데 이 용어가 초대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서 종교적인 용어 곧 고위 성직 계급을 지칭하는 용어로 탈바꿈한 것이다.
〔성서적 의미〕 70인역 성서(Sephuaginta)에서 에피스코포스는 오직 한 군데서만 하느님에 대해서 사용되는데 모든 것을 통찰, 판단하시는 하느님('ē)을 나타낸다(욥기 20, 29 ; 참조 : 지혜 1, 6). 그리고 히브리어 파키드(paqid : 감독, 통치자, 정부로부터 특별한 임무를 띠고 파견된 자)의 뜻으로 사용되는 대목이 몇 군데 있으나(2역대 34, 12. 17 ; 느헤 11, 9. 14. 22), 대부분은 관리 감독을 뜻하는 문맥 가운데서 다양한 방식으로 폭넓게 사용된다(민수 4, 16 ; 31, 14 : 판관 9, 28 ; 2열왕 11, 15. 18 ; 이사 60, 17 ; 1마카 1, 51). 사실상 구약성서에서는 에피스코포스에 대해 분명하게 규정한 직책이나 직분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후대에 발전된 에피스코포스의 개념(감독직 또는 주교직)은 구약성서와는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
신약성서 가운데 주로 사목 서간에서 에피스코포스란 표현이 언급된다(1디모 3, 2 ; 디도 1, 7 ; 1베드 2, 25 ; 사도 20, 28 ; 필립 1, 1). 이들 가운데 한 대목만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고(1베드 2, 25), 그외 다른 대목들은 교회 공동체 내의 지도층에 있는 자들을 가리킨다.
베드로 전서 2장 25절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영혼의 목자이며 보호자' 라 불리운다. 여기서 '보호자' 는 에피스코포스를 우리말로 옮겨 놓은 표현이다. 이 용어는 문법상으로 볼 때 '목자' (ποιμήν : poimen)와 동격으로 연결됨으로써 '지키고 보호하는' 목자의 임무 수행을 좀더 분명하게 설명해 준다. 이런 뜻의 예는 민수기 27장 17절, 사도행전 20장 28절과 베드로 전서 5장 2절에서도 볼 수 있다. 즉 예수 그리스도는 자기에게 속한 영혼들을 가장 잘 아는 자요, 그들의 마음속까지 꿰뚫어 보는 자로 묘사된 것이다. 이와 같이 에피스코포스는 포이멘과 함께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가득 찬 염려와 관심 곧 기꺼이 짊어질 수 있는 임무를 나타낸다. 이런 의미는 사실상 인간들을 구원하기 위해서 행해진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자기 헌신에서 그 절정을 이룬다. 따라서 포이멘과 함께 예수 그리스도에게 적용된 에피스코포스는 인간들의 구원을 염려하고 돌보는 데에 있어서 자발적이고 완전하게 행해지는 자기 헌신의 의미를 드러낸다. 또한 에피스코포스는 이런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하나의 칭호로도 사용된 것이라 여겨진다. 다른 문맥에서 볼 때, 에피스코포스는 교회 공동체의 지도자들을 지칭하며 그들의 특별한 직분 곧 그리스도의 구원 행위에 근거를 둔 임무 수행도 나타낸다. 사도행전 20장 28절에 따르면 바울로는 '원로들' (πρεσβυτέροι : presbyteroi)을 '감독들' (episkopoi)이라고 칭한다. 여기서는 원로들과 감독들 사이에 구별이 없고 원로들이 곧 감독들이며 그들의 임무는 다같이 '양떼' (교회 공동체)를 돌보는 일이다(1베드 2, 25 ; 5, 2). 이런 의미를 잘 살리는 표현이 '목자' 란 뜻을 지닌 라틴어 '파스토르' (Pastor)이다.
바울로가 세운 교회 공동체에는 일정한 직무를 지닌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성령의 능력으로 기적을 행하거나 병을 치유하거나 가르침으로써 교회 공동체를 인도하고 봉사하였다(1고린 12, 28 ; 로마 12, 8-9). 아마도 이들이 후대(사목 서간이 쓰여질 무렵)에 원로들 또는 감독들이라는 공식적인 칭호로 불려졌으리라 짐작된다. 사도들이나 예언자들은 이런 칭호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 추정은 더욱 확고해진다.
필립비서 1장 1절에서 '감독들과 봉사자들' 이 언급되 는데, 이것은 필립비의 교회 공동체 안에 특별한 책임을 맡은 자들이 있었음을 시사해 준다. 이들의 임무에 관해서는 자세한 언급이 없지만, 감독이 어떤 하나의 행위뿐만 아니라 '봉사자' (διάκονος : diakonos)와 구별되는 하나의 직분으로 고려되고 있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감독이 하나의 명확한 직분 개념으로 '감독직' ('επισκοπή : episkope)이라고 언급된 대목은 디모테오 전서 3장 1절뿐이다(사도 1, 20 참조). 그리고 그 직분을 이행할 수 있는 자로서 감독의 자격에 관해서는 디모테오 전서 3장 2-7절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된다. 이는 디도서 1장 5-9절에서 언급되는 원로의 자격에 관한 내용과 비슷하다. 또한 원로의 자격에 관한 언급 가운데 감독의 자격에 관해서 짤막하게나마 언급되는 것(디도 1, 7)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이들의 동일한 기능이 고려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해 준다(사도 20, 17-36). 그 기능은 곧 교회 공동체를 보호 인도하고 대표하는 일, 말씀을 선포하고 가르치는 일, 전례를 주관하는 일 등이다. 이들의 직책은 한마디로 교회 공동체 안에서 권력 행사가 아니라 봉사와 섬김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95년경에 쓰여진 글레멘스 서간에 따르면, 사도들은 지방과 도시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복음을 선포하며 활동할 당시에 첫 개종자들을 성령으로 시험한 후에 신자들의 '감독과 원로' 로 임명했다(1글레 42-44). 이와 같이 교회 공동체 안에서 '감독과 원로' 는 사도들을 계승하는 자들로 여겨졌던 것이다. 2세기 중엽부터 '원로' 는 '감독' 을 보조하는 자(오늘날 천주교회의 사제에 해당)로서 임무를 위임받아 그 직책을 이행했었다. 원로에 대한 감독의 우위권은 디모테오 전서 5장 17절에서 이미 암시된 바 있다. 감독의 주 임무는 성찬 의식을 주관하는 일과 교회 공동체를 이끌고 보호하는 일이었다. 따라서 감독은 사도들의 지위를 계승하는 자로서 교회 공동체에 봉사하는 목자요 교사이며 성사를 집행하는 사제라고 하겠다.
〔신학적 의미〕 감독은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서 세워진 교회 곧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이행되는 직무와 그 수행자를 가리킨다. 그 직무는 특히 교회 공동체를 관리 지도하는 사목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감독은 교회 공동체를 이끄는 성령의 부름을 받아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 직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사도들의 후계자로서 고유한 권위를 지닌다. 이 권위는 교회 공동체 안에서 그리스도의 원의를 실천함으로써 구체적으로 표명된다.
각 감독은 특정한 어느 한 사도의 계승자로 여겨질 수는 없다. 즉 각 사도가 하나의 사도단에 속했던 것처럼 각 감독은 교회 공동체 내의 감독단에 속해야 한다. 감독단은 한마디로 역사 속에 살아 있는 사도단이다. 그러므로 각 감독은 감독단에 속해 있는 한 사도들의 후계자로서 그 정당성을 갖게 된다. 예수 그리스도는 성부로부터 위임받아 지상에서 이행한 그 사명을 사도단(12제자)에 부여함으로써 자신의 대리자로 설정했다. 이런 사명은 성령과 함께 그리스도의 재림시까지 지속된다. 물론 예수 그리스도는 사도단의 후계자에 관해서 분명하게 말씀하신 바 없다. 그렇지만 위임된 그리스도의 사명은 지상 교회 공동체 안에서 끊임없이 이행되어야만 한다는 바로 그 점에 사도단 계승의 이유와 그 의미가 있다. 사실상 사도 시대에 각 교회 공동체는 사도들의 안수와 기도로써 이루어진 파견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이다.
감독에 관한 보다 더 깊은 신학적인 이해는 신학의 과제에 속한 문제이다. 오늘날 각 종파간 특히 가톨릭측과 비가톨릭측(정교회, 성공회, 프로테스탄트) 간에 신학적인 문제로 크게 대두되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겠다. 사도단 계승 및 사도적 후계에 관한 개념, 감독(주교)과 수위권자(교황)와의 관계, 감독(주교)과 목사(사제)단의 관계에 대한 신학적인 설명이다. 이 문제의 관건은 각 종파의 신앙 고백에 속해 있고 문제의 해결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는 못하겠지만, 그리스도의 원의에 따른 교회 일치 차원에서 심도 있게 연구하여 실천함으로써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참고문헌  H.W. Beyer, επισκοπος : 《ThWNT》2, pp. 604~617/ M. Schmaus, 《LThK》/ H. Liermann, Bischof, (RGG) 1, pp. 1306~1308/ A. Lemaire, Les ministéres aux Origenes de I'Eglise, 《LD》 68/ H. Kraft, Die Anfange des geistlichen Amtes, 《ThLZ》 100, 81ff/ A. Lemaire, The Ministries in the New Testament, Recent Research, 《BTB》 3, 1973, 133ff/ H. Schiitte, Amt, Ordination und Sukzession, Düsseldorf, 1974/ K. Kertelge, Gemeinde und Amt im Neuen Testament, Miinchen, 1972/ J. Roloff, Apostolet-Verkündigung-Kirche, Gütersloh, 1965/ K. Rahner · J. Ratzinger, Episkopat und Primat, Freiburg, 1961. 〔李永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