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록

〔히〕 מֹלֶךְ · 〔그〕 Μολόχ · 〔라·영〕 Molo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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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어린이 희생 제사와 연관된 내용에 등장하는 이단어는 신의 명칭으로 추정되나, 그 뜻과 제의(祭儀)의 성격에 관해서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구약성서에서는모두 8번(레위 18, 21 ; 20, 2. 3. 4. 5 ; 1열왕 11, 7 ; 2열왕23, 10 : 예레 32, 35) , 신약성서에서는 구약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단 한 번(사도 7, 43) 몰록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몰록이란 이름은 이스라엘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몰록은 히브리어로 '몰렉' 이지만, 일반적으로 불가타 성서의 음역에 따라 '몰록' 이라 부른다. 이 신의 이름은 히브리어를 쓰던 사람들에게 두 가지를 연상시켰으리라고 여겨진다. 첫 번째로는 몰록과 똑같은 자음으로 된 '임금' (מֶלֶךְ)이며, 두 번째로는 몰록과 똑같은 모음으로 된 '수치' (בּשֶׁת)이다. 그래서 몰록은 '수치의 임금' 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암몬인들의 신 '밀곰' (Milcom, 1열왕 11, 5 ; 2열왕 23, 13)과 메소포타미아의 신 '말릭' (Malik)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몰록의 정체에 대해 오경과 신명기계 역사서는 뚜렷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네 자식을 몰록에게 희생 제물로 바쳐서는 안된다" (레위 18, 21)라고 기록되어 있고 "자기아들이나 딸을 불속으로 지나가게 하는" (신명 18, 10 : 2 열왕 23, 10 : 공동 번역 성서에서는 '불에 살라 바치는' )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불속으로 지나가게 한다' 는 구절은 정화시킨다는 뜻도 있기 때문에(민수 31, 23), 이 구절만으로 그 뜻을 정확히 헤아리기는 어렵다. 그래서 중세에 랍비들이 주장한 바와 같이, 몰록 제의는 사실상 어린이 희생 제사로 치러지지 않고 단순히 상징적인 불 의식으로만 행해졌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M. Weinfeld). 그러나 예언서는 몰록 제의가 예루살렘 남서쪽에 위치한 벤-힌놈(Ben-hinnom) 골짜기의 도벳 (הַבֵּת)이라는 특정한 장소에서 실제로 어린이들을 죽인후 불에 태워 바치는 제사로 치러졌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예레 19, 5-13 ; 에제 16, 21 : 23, 39). 몰록이란 이름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지만, 성서의 여러 곳에서 언급된 어린이 희생 제사(이사 57, 5 : 시편 106, 37-38)도 같은 제의였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그 희생 제사가 바쳐진 신의 이름을 몰록이라고 이해하였으며, 그 신상(神像)을 송아지 머리에 사람의 몸을하고 길게 뻗친 두 팔 위에 어린이를 앉히고 발 밑에 불이 이글거리는 모습으로 제작하였다.
이스라엘에서는 야훼를 왕이라 불렀고(시편 5, 2 ; 95,3 ; 예레 10, 10 ; 말라 1, 14 등) 어린이를 바치는 첫 아들봉헌' 에 관한 율법(출애 13, 2 ; 22, 28)이 있었으며 위기상황에서 개인들이 인신 제사(人身祭祀)를 드렸음(판관 11장 ; 미가 6, 7)을 예로 들어, 몰록 제의는 고대로부터야훼를 섬기는 제의로 내려왔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성서에서 인신 제사가 폐지되고 동물 희생제사로 대체되었으며(창세 22장 ; 출애 34, 20), 이 주장이몰록 제의를 다른 다른 성서 구절과 어긋난다는 점에서배척되고 있다. 한편 아이스펠트(0. Eissfeldt)는 카르타고와 페니키아의 영향을 받은 여러 지역에서 나온 각종 비문과 고고학적 문헌을 예로 들며, 몰록은 신의 명칭이 아니라 희생 제사의 한 형태를 가리키는 용어라고 하였다.또한, 이스라엘에서 몰록 제의는 위기 상황에서 야훼께올리는 공식적인 국가 제사로 존속하다가 요시아의 종교개혁 후에 그 의미를 잃게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주장은 오늘날 상당히 가능성이 있는 견해로 인정받고있지만, 아직도 페니키아의 제의와 성서에 나타난 몰록 제의의 연관성을 뒷받침해 줄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몰록 신앙이 주변 민족에게서 이스라엘로 유입된 것으로 여긴다. 최근에 널리 알려진 고대근동 문헌에 따르면, 기원전 3000년대부터 구약성서 시대까지 셈족들이 섬긴 신 중에 죽은 조상들에 대한 제의와 연관된 저승 세계의 신 가운데 하나인 'MIk' 라는 신(고바빌로니아와 아시리아의 Malik, 페니키아의 Melkart, 마리의Muluk, 암몬의 국가신인 Milcom 등)이 있었는데, 훗날 이 신은 바알(Baal)처럼 지역이나 부족에 따라 성격이 변화되어, 가나안에서는 별의 신 또는 하늘의 신으로 섬겨졌다.이 신을 섬기는 제의가 가나안 · 페니키아 · 이집트와 모압 등 여러 지역에서 어린이 희생 제사로 치러졌지만 그 배경은 알 수 없다. 다만 자연을 관장하는 바알에게 자연의 첫 소출을 바친 것처럼, 인간을 다스리는 왕 같은 신으로 여긴 이 신에게 인간의 첫 아들을 봉헌한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특히 열왕기 하 3장 27절로 보아 국가의위기 상황 때 이 제의가 치러졌던 것 같다. 솔로몬이 처음으로 "암몬의 우상 몰록의 신당을 지었다"(1열왕 11, 7)고 하나, 이는 밀곰 을 잘못 표기한 것으로 여겨진다. 몰록 제의는 기원전 730년경인 유대 왕국의 아하즈 시대(2열왕 16, 3)와 북이스라엘의 호세아시대(2열왕 17, 17)에 처음 나타나 유대 왕국의 므나쎄 왕 때까지 계속되었다(2열왕 21, 6). 요시아 왕이 종교 개혁을 하면서 이 제의를 금지시켰지만(2열왕 23, 10) 유대왕국이 멸망할 때까지 없어지지 않았다. 이와 같이 몰록제의가 유대 왕국의 역사 후반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나기때문에 페니키아나 가나안에서 유대 왕국으로 유입되었다는 견해와, 아시리아의 영향으로 북이스라엘에서 시작하였으며 사마리아로 이주해 온 이방인(2열왕 17, 31)을거쳐 유대 왕국으로 전해졌으리라는 견해가 병존하고 있다.
아직도 몰록의 뜻과 기원, 몰록 제의를 어떠한 경우에 바쳤는지 등은 여전히 불확실한 채로 남아 있다. 그러나 성서는 몰록을 이스라엘의 야훼 신앙을 위협하는 이방의 우상신으로 철저하게 단죄하며(레위 20, 2-5 ; 신명 12, 31; 2열왕 16, 3), 신약성서에서도 스테파노는 몰록을 숭배하였던 선조들의 잘못을 상기시키고 있다(사도 7, 43). 밀턴(J. Milton)이 《실락원》(Paracdise Lost)에서 몰록을 잔인하고 험상궂은 신으로 묘사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기인한 것으로 여겨진다.
※ 참고문헌  0. Eissfeldt, Molk als Opferbegriff im Punischen und Hebräischen und das Ende des Gottes Moloch, Beiträge Zur Religionsgeschichte des Altertums 3, Halle, 1935/ G.C. Heider, The Cult of Molek : A Reassessment, 《JSOTSup》 43, Sheffleld, 1985/ R. de Vaux, Studies in OTSacrifice, 1964. 〔李鎔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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