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나주의

主義

〔라 · 독〕Molinismus · 〔영〕Molinism

글자 크기
4
몰리나.

몰리나.

스페인의 예수회 신학자 몰리나(Luis deMolina, 1535~1600)에의해 주창된 하느님의은총과 인간의 자유의지에 관한 이론. 루터의 노예 의지론이나칼뱅의 예정설에서 보듯이, 16세기 종교 개혁자들은 하느님의 은총을 강조하면서 인간의 자유 의지를 부정하였다. 이에 대해 가톨릭 신학자들은 인간의자유 의지를 하느님은총과 관련하여 새롭게 설명할 필요성을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는하느님의 은총 아래 있는 인간의 의지는 항상 자유롭다고 정의하면서도(DS 1554)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았다.
이에 관하여 몰리나는 《은총의 선물과 자유 의지의 일치》(Concordia liberi arbitrii cum gratiae donis, 1588)라는 저서에서 은총과 자유 의지, 예지, 섭리와 예정 등의 문제에관하여 논리적 설명을 제시하였다. 그는 인간의 자유가하느님 은총에 함께 작용한다고 주장하였으며, 하느님의충족 은총(充足恩寵, Gratia suffficiens)이 인간의 자유 의지에 의해 효능 은총(效能恩寵, Gratia efficax)으로 바뀐다고주장하였다. 그는 독특하게 중도 인식(scientia media)이라는 것을 설정하여 예정설을 새롭게 해석하였다. 몰리나의 주장은 교회 역사 안에 소위 '은총 논쟁' (controversiagratia)이란 논쟁을 야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내 용〕 인간의 자유 : 자유는 본질적으로 충만하고 능동적이며 절대적인 인간의 결정력이다. 자유는 행위 자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를 결정짓는 의지의 힘이다. 의지는 동기, 혹은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다. 몰리나는 인간의 원죄에도 불구하고 윤리적 선악에 관한 자연적 행위뿐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과협력하는 초자연적 행위에 있어서도 자유 의지의 역할을인정하였다. 원죄 이후에도 인간의 자유는 여전히 손상당하지 않고 남아 있으며 신앙, 희망, 사랑, 탄식과 같은 실제의 행위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화되는 구원 행위에는 하느님의 은총이 있어야 하는데, 이 필연성은 초자연의 초월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은총은 인간이 동의하기 이전에 이미 주어져 있으며 구원 행위의 참된 가능성을 제공한다. 이를 그는 '충족 은총' 이라 부르고, 인간이 동의하는 순간 충족 은총은 초자연적 성격을띠는 가운데 동의 자체의 새로운 영향력으로 확장되어'효능 은총' 으로 바뀐다고 설명하였다.
충족 은총과 효능 은총 : 몰리나주의자들은 인간이 하느님의 은총을 거부하기보다는 받아들인다고 생각하였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은총은 본성상 인간이 받아들이기 마련인 충족 은총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각 개인이 행하는 모든 초자연적 행위를 위해 충족 은총을 주는데,인간이 충족 은총을 받아들여서 자유 의지로써 이에 협력한다면 구원에 도움이 되는 효능 은총으로 되지만, 자유 의지가 은총과 협력하지 않는다면 충족 은총에 머물고 만다고 설명하였다. 인간은 자유로운 결정으로써 미래를 열어 가는 하느님의 능력에 동참한다. 하느님은 역사의 주인이며 미래의 사건들을 결정하고, 은총을 거부할 것을 예견할 때 역사의 진행 과정을 변경시킨다. 하느님의 은총을 인간이 자유롭게 받아들이거나 혹은 거부하기 때문에 효능 은총과 비효능 은총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충족 은총과 효능 은총 사이에 고유한 상위점은 없고외적 · 우유적 상위점만 있다고 보았다. 여기서 하느님의은총과 인간의 의지는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왜냐하면,구원의 첫째 원인은 하느님이며, 둘째 원인은 인간의 자유 의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토마스주의자들은 하느님의 본질이 제1 원인(prima causa)이고 순수 행위(actus purus)이기때문에 우연적인 피조물의 본질과 같은 선상에서 논할수 없다고 반박하였다. 몰리나는 하느님이 이 질서를 자유롭게 선택하였다고 대답하지만, 토마스주의자들은 본질의 필연성이 하느님 자유의 영역에 속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몰리나주의자들은 하느님의 은총이 주어지고 구원이 일어나는 곳은 인간이기에 사람마다 그 은총의 작용이 다르다고 하였다. 그러면서도 자유 의지의절대적 필연성을 주장하는 펠라지우스 사상(Pelagianism)에는 반대하였고, 은총이 먼저 주어짐을 강조하였다. 또한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구원 사건이 나누어져 있다고보는 '반(半) 펠라지우스 사상' (Semi-Pelagianism)과도 구별하였다. 여기서 몰리나주의는 몰리나의 독특한 관념인특수 지식으로써 이론화되고 체계화되었다.
특수 지식 : 몰리나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신중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신(神) 중심적 체계에 머무를 수 있는종합의 원리로서 특수 지식을 설정하였다. 하느님은 자신의 고유한 본질인 초월적 이해 안에서 앞으로 일어날수 있는 모든 가능성(futuribilia)을 알고 있는데, 하느님의이러한 인식 체계를 몰리나는 특수 지식이라고 이름붙였다. 하느님의 영원한 결정은 하느님의 예지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이는 자유로운 미래성(free futurible)이다. 그러나 제한된 존재인 인간은 하느님의 뜻을 주관적으로한정된 범위 내에서 절대적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하느님은 하느님의 절대적인 뜻에 앞서 있는 피조물의 자유로운 미래 행위를 특수 지식을 통해 알고 있다. 인간이자유 의지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예견할 수 있는 특수 지식으로 하느님은 어떤 종류의 은총을 인간에게 줄것인지 예정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예정설(praedessinatio) : 몰리나는 하느님은 특수 지식을 통해서 수많은 가능성들을 다 알고 있지만, 인간의 자유로운 결정에 따라 거기에 상응하는 질서를 선택한다고주장하였다. 그것은 원인이나 근거 혹은 조건도 아니고,바로 하느님의 선택 행위라는 것이다. 하느님의 자유는이 구원 질서를 선택한 것에 해당된다. 엄격한 몰리나주의자들은 하느님이 인간에게 은총을 주면서 죄도 허용한다고 주장하였다. 비효능 은총은 인간을 죄에 빠지게 하는데, 이는 은총의 결함 때문이 아니라 은총을 거부하는인간에게 잘못이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물론 또 다른은총을 줄 수도 있지만, 인간의 자유를 존중하기 때문에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평가 및 영향〕 몰리나주의는 토마스의 형이상학과 아우구스티노의 은총론과 대결하지만, 동시에 그 주장 자체에 문제점도 지니고 있다. 우선 하느님의 초월적 이해에 기반한 특수 지식의 근거가 미약하다. 몰리나주의는특수 지식으로부터 하느님의 자유로운 선택과 각 인간의예정에 대한 근거 그리고 질서의 근거를 추론하지만, 그것은 존재론적 구조에서 이론을 위한 형식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몰리나주의는 이론 전개 과정에서 토마스의 형이상학보다는 아우구스티노의 은총 신학을 이어받았다.그것은 타락한 인간의 도덕적 능력을 은총 개념과 결부시켜 논리화한 신학적 노력의 결과였다.
대부분의 예수회 신학자들은 몰리나의 이론을 추종하였지만, 바녜스(D. Báñez)를 중심으로 하는 도미니코 수도회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은총 이론을 내세워 몰리나주의를 비판하였다. 이후 은총에 관한 이론 논쟁이 300년 동안 계속되었다. 바네스는 하느님 은총의 활동으로 인간의 의지를 결정한다고 보았으며, 몰리나주의가 은총의개념을 깨뜨리고 인간의 자유를 강조하기 위하여 하느님의 전능을 손상시켰다고 비난하였다. 이 문제는 종교 재판소에 제출되어 교황 글레멘스 8세(1592~1605) 때인1598년부터 바오로 5세(1605~1621) 재임 시기인 1607년까지 로마에서 특별 회의가 열리는 등 양측을 화해시키려는 노력이 계속되었으나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교황은 최종 판단을 유보한 채 상대편을 서로 이단자로 부르지 말고 서로 자신의 주장을 변호하도록 허락하였다.몰리나주의는 수아레스(F. Suarez)와 벨라르미노(S.R.F.R.Bellarmino)에 의해 더욱 이론화되어 합의주의(合宜主義,congrismus)로 발전되었다. (→ 예수회 ; 신학사 ; 합의주의 ; 은총 ; 예정설)
※ 참고문헌  요트 마르크스, 김창수 편역, 《가톨릭 교회사》 하, 가톨릭출판사, 3판, 1975, pp. 141~151/ F.L. Sheerin, 《NCE》 9, pp. 1011~1013/ F. Stegmuller, 《LThK》 7, pp. 526~530/ Mysterium Salutis, 42, 1973,pp. 737~743/F. Edwards, 《TRE》23, pp. 199~203. 〔姜永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