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이 치성을 드리거나 굿을 할 때 신령(神靈)을 맞아들여 종교적인 목적을 이루려고 가창(歌唱)을 하거나 구송하는 사설이나 노래.
〔개 념〕 무당은 신령들과 대화하여 신령의 계시를 알아듣고 인간들에게 전해 줄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는 잡귀나 잡신을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특별한 존재이다. 평범한 인간은 그러한 능력이 없기 때문에 신령을 불러 굿을 하고, 잡귀나 잡신을 내쫓을 필요가 있을 때에는 무당을 불러 치성을 드리거나 굿을 하였다. 이때에 신령들을 불러모으고 그들을 노래와 춤으로써 즐겁게 만들어 인간의 소망을 들어주도록 청하거나, 아니면 악귀를 몰아내며 재액(災厄)을 예방하고 우환을 물리치려는 목적으로 '무가' 가 불려지게 된 것이다.
무가는 세분해서 무가(巫歌)와 무경(巫經)으로 나누는데, 굿을 하는 무당이 서서 노래 형식으로 가창하는 것을 무가라고 하고, 독경(讀經)하는 법사가 책을 읽듯이 앉아서 구송하는 경우를 무경이라고 한다. 둘의 차이점은 첫째, 목적 면에서 볼 때 무가는 신들을 불러 모셔서 놀리고(놀도록 만들고) 기쁘게 함으로써 신의 노여움을 풀고 인간의 소망을 이루려는 반면에, 무경에서는 귀신을 위협하여 내쫓으려는 목적이 주류를 이룬다. 둘째 내용면에서는 무가가 신령들을 청해 들여서 그의 내력을 풀어 이야기하고 덕담을 하는데, 무경은 신들의 계보를 늘어놓고 설명한 후 호령하고 물리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셋째, 신령의 종류를 보면 무가에는 주로 토착신 계열의 신령들이나 잡귀 · 잡신의 종류까지 등장하는데, 무경에는 주로 칠성(七星), 옥황천존(玉皇天尊), 진군(眞君) 등 중국계 신령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무가의 내용은 주로 우리말이고 무경은 한문체이다. 그러므로 엄격하게는 무가와 무경이 구별되어야 마땅하겠지만 넓게는 통상 이 두 가지를 함께 '무가' 라고 일컫는다. 무교 의례에서조차 무가와 무경이 분명하게 구별되지 않은 채 사용되는데 독경을 할 때에 굿판에서처럼 서사(敘事) 무가라든지 축원의 내용이 읊어지고 덕담을 하는가 하면, 무당의 굿에서도 천수경(千手經) · 축귀경(逐鬼經) 혹은 명당경(明堂經) · 안택경(安宅經) 등이 도입되기도 하여 실제로는 두 가지 형태의 무가가 주재자의 유형에 상관없이 혼용되고 있다.
〔기원과 형성〕 무교(巫敎)는 공인 경전이 없는 무문자(無文字) 종교이다. 따라서 무가는 무교에서 사용되는 구비 전승의 제의용(祭儀用) 텍스트라고 할 수 있는데, 고대 사회의 제천 의식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즉 영고(迎鼓), 동맹(東盟), 무천(舞天) 등 고대의 제천 의식에서 필요에 따라 즉흥적으로 빌던 내용들이 후대에 도입된 타종교의 경전과 사상의 영향을 받으면서 점차 길고 복잡한 형태로 정형화되어 후대로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신령의 명칭이라든지 표현 방식은 불경(佛經)이나 도장(道藏) 등의 영향을 받아 외형적인 변화를 겪지만 핵심적인 내용인 신관 · 세계관 · 가치관 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바로 그러한 내용을 제의 참가자들이 스승이나 선배 밑에서 귀로 듣고 따라 부르면서 배우게 되고, 같은 방식으로 계속 후대에 전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무가의 기원과 형성은 제의 현장인 굿판에서 발생하는 사안이며, 보존과 전달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비 전승에 의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무당들은 오랜 세월 동안 천대를 받으며 사회의 최하층에 속했으므로 문맹인 경우가 많았다. 그리하여 불교나 유교, 도교의 난해한 한문 경전의 영향을 받은 내용들이 그 구전 과정에서 잘못 전달되기도 하였다. 즉 부분적으로는 의미가 전혀 엉뚱하게 전해지거나 그 뜻을 짐작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극히 불투명한 내용도 비일비재하여 와전의 정도가 극심한 형편이다. 일례로 '원왕생' (願往生)이라는 불교적인 표현이 무가에서는 '원앙새' 로 바뀌어 나타나는 따위이다.
〔종류와 계보〕 무가는 형식상 무당이 노래를 부르거나 구송을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무의(巫儀)를 청한 신봉자의 목적에 맞추어서 그에 부합하는 종류를 골라 부르게 된다. 그러므로 굿이나 치성을 청한 사람의 기원 내용이나 예방하려는 목적에 따라 무가의 계통이나 종류도 달라지게 된다.
무가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기능적인 측면에서 나누어 보면, 우선 신령이 굿판에 강림하기를 비는 '청신(請神) 무가 가 있다. 신령을 청해 들인 다음에는 강림한 신령이 무당에게 접신하여 직접 인간을 향하여 그의 과실을 질책하고 나서 용서를 한 후 재수(財數)를 약속하는 '신탁(神託) 무가' 가 뒤따른다. 그리고 인간의 희망 사항을 신령들에게 들어주기를 기원하는 '축원(祝願) 무가' 가 그 뒤를 이으며, 끝으로 굿판에 모여든 신령들과 인간들이 서로 어울려 놀면서 유대와 결속을 강화하는 '오신(娛神) 무가' 가 불려진다. 이외에 무가는 제의의 성격에 따라 기복제(祈福祭) 무가, 사령제(死靈祭) 무가, 치병제(治病祭) 무가, 무신제(巫神祭) 무가로도 분류되며, 문학적인 관점에서는 서사(敘事) 무가, 희곡(戱曲) 무가, 교술(敎述) 무가, 서정(敘情) 무가로 나뉘어진다. 해방 이후 무가 수집의 독보적인 존재였던 김태곤(金泰坤)은, 한국의 무가를 크게 다음과 같이 10개의 계통으로 나누었다.
① 부정(不淨) 계통 : 제의 공간인 굿판을 정화한다. 이 계통에 속하는 무가로는 '부정, 부정거리, 부정풀이' 등이 있다.
② 청신(請神) 계통 : 신령들을 청하여 굿판에 불러 모신다. 이 계통에 속하는 무가가 등장하는 굿거리로는 '가망굿, 신맞이, 하정' 등이 있다.
③ 조상(祖上) 계통 : 조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음으로써 인간의 근원을 설명한다. 이 계통의 무가가 등장하는 굿거리로는 '조상굿, 말명' 등이 있다.
④ 기자(祈子) 계통 : 아들을 낳아서 자손이 번성하기를 빈다. 이 계통의 무가가 나오는 굿거리로는 '삼신굿, 시준굿, 불도맞이, 수룩' 등이 있다.
⑤ 수명(壽命) 계통 : 인간의 수명 장수를 기원하는 무가로 '칠성굿, 장자풀이' 등의 거리에 등장한다.
⑥ 초복(招福) 계통 : 집안에 복을 불러들이는 무가이다. 이 계통의 무가가 나오는 거리로는 '성주굿, 대감굿, 제석굿, 황제풀이, 업노적' 등이 있다.
⑦ 제액 수호(除厄守護) 계통 : 액을 물리치고 인간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이 계통에는 '군웅굿, 서낭굿, 창부굿, 골매기굿, 산신굿, 장군굿, 액두리, 신장거리' 등이 있다.
⑧ 치병(治病) 계통 : 질병을 치유하여 오래 살기 위한 목적으로 불리는 무가로 '손님굿, 호구굿, 별상굿, 마누라 본풀이, 푸다시, 비념, 봉사굿, 환자굿 등이 있다.
⑨ 명부(冥府) 계통 : 죽은 사람이 좋은 곳에 가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고,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도 복을 나누어 주기를 비는 무가이다. 이 계통에는 '오기굿, 바리공주, 사자굿, 황천해원' 등이 있다.
⑩ 송신(送神) 계통 : 굿판에 와서 도와 준 신령들을 다시 평안하게 돌려보내는 퇴송 절차의 무가로 '뒷전풀이, 퇴송굿, 거리굿, 중천매기' 등이 있다.
[사상적 내용〕 무가는 신과 인간의 내력 및 천지의 창조를 이야기함으로써 인간을 능가하는 신령들의 능력을 상기시키고 그들에게 도움을 청하여, 인간이 세세대대로 존속하기를 기원하는 신화적인 사상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인간의 소망을 담고 있다. 무가는 인간이 이 세상에서 지금 당하고 있는 재액을 막아내고자 하며, 특히 질병에서 벗어나고자 하는데, 이는 질병이 조화를 잃고 비구원의 상태에 있음을 가장 상징적이고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을 풀고 조화를 회복한 후 재수(財數)를 획득하는 과정을 통해, 비구원의 상황을 극복하고 구원과 해방에 이른다고 믿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무당 들이 무가를 부르는 이유는 신령의 뜻을 밝히고 그 뜻을 받듦으로써 신령들을 기쁘게 하고 그 도움을 얻고자 하는 데에 있다. 무가에서 사용하는 언어 자체에는 주력(呪力)이 들어 있어서 신령들을 감화시켜 움직이게 하고, 그 덕분에 인간이 바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도 믿었다.
〔그리스도교 토착화에 주는 영향과 의의〕 무가는 인간이 일상에서 겪는 온갖 제약과 모순, 그리고 부조리를 벗어나서 영구 불변의 존재인 신처럼 영원히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원의(願意)를 나타내는 것이다. 무교가 한국인의 종교 심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종교라고 한다면, 그 언어적인 표현인 무가를 통해서 한국인의 종교적인 심성이 어떻게 표현되어 왔는지를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인들의 종교적인 체험을 어떤 식으로 언어화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창문이 바로 무가이기도하다. 그렇다면 그리스도교를 한국이라는 종교 문화의 풍토에 토착화시키는 일에 무가의 표현 양식과 내용들은
간과할 수 없는 의미를 지닌다. 한국적인 신학의 언어를 발굴하고 체계화시키며, 한국인의 심성에 맞는 표현법으로 그리스도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무가에 대한 심층적이고도 치밀한 연구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하겠다. (→ 무교 ; 무당)
※ 참고문헌 孫普泰, 《朝鮮神歌遺篇》, 東京 : 鄉土研究社, 1930/ 村山智順, 《朝鮮の 巫覡》, 朝鮮總督府, 1932/ 赤松智城· 秋葉隆, 《朝鮮巫俗の 研究》 上 · 下, 朝鮮印刷公社, 1937~1938/ 任晳宰 . 張 籌根, 《關北地方巫歌》, 文化財管理局, 1965/ 金泰坤, 《黃泉巫歌研 究》, 創又社, 1966/ ㅡ, 《韓國巫歌集》 1~4, 集文堂, 1971~1980/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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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가
巫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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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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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가 책을 놓고 죽은 자를 위로하는 무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