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북서부에 사는 이슬람교도로서 중세 때 이베리아 반도를 정복하였던 아랍인, 베르베르인, 흑인의 혼합 민족. 사하라 사막 서부의 모리타니(Mauritanie)로부터 모로코(Morocco)에 걸쳐 살았던 무어인은, 인종학적인 명칭이 아니라 711년부터 1492년까지 이베리아 반도를 침공하여 지배하였던 이슬람교도를 유럽인들이 통칭해서 부른 이름이다.
모로코 지방의 원주민인 베르베르(Barber)족의 기원은 북방설(北方說)이 유력하다. 인종적으로 코카서스 인종(백인종)의 지중해 부족에 속하는데, 현재 약 1,200만 명이 대부분 모로코와 모리타니에 살고 있다. 베르베르라는 명칭은 라틴어 '바르바루스' (barbarus, 오랑캐)에서 유래하였다는 설이 유력하지만, 그들은 스스로를 '고귀한 종족의 사람' 이란 뜻의 '이마지그' (imazigh)라고 부른다. 기원전 12세기 이래 차례로 페니키아, 그리스, 카르타고, 로마, 반달, 비잔틴의 지배를 받았으며 사하라 동남부의 흑인계인 수단 문화와도 접촉이 있었다. 이 베르베르족이 685년 침입한 아랍족과 합쳐 이슬람화된 것이
무어인이다.
8세기 이후 무어인들은 지중해 서쪽 연안에 거대한 마그레브 세계를 건설하였다. 마그레브란 아랍어로 '서방 세계' 란 뜻으로, 아라비아와 페르시아 지방의 '마슈리크-동방 세계' 와 대응하여 이집트에서 리비아, 튀니지, 알제리를 포함하여 모로코와 모리타니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을 포함하였다. 788년 이드리스 왕조가 국내를 통일하고 926년까지 통치한 데 이어 알무라비트 왕조(1056~1147)가 마라케시를 수도로 하고 이베리아 반도에서 세네갈 강에 이르는 광대한 마그레브 통일 국가를 형성하였다. 그 뒤를 이어 알무와히드 왕조(1130~1269)가 등장했으나, 이베리아 반도에서 국토 회복 전쟁(Recon- quista)을 펼친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패배한 후 쇠퇴하였다. 메리니드 왕조(1196~1465)가 그 뒤를 이었다가, 15세기 후반부터 16세기 중엽까지는 와타시드 왕조가 지배하였다.
711년 지중해와 대서양 그리고 유럽과 아프리카의 경계인 지브롤터(Gibraltar) 해협을 건너 이베리아 반도로 침공한 알모라비드 왕조는, 로마 멸망 후 이베리아 반도를 통치하던 서고트 왕국을 붕괴시켰다. 이슬람 무어인들은 피레네 산맥을 넘어 프랑크 왕국도 노렸으나 732년 푸아티에(Poitiers) 전투에서 패배하여 이베리아 반도로 물러났다. 그 후 1492년 완전히 물러날 때까지 8세기 동안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한 무어인들은 이베리아 반도의 산업을 크게 발전시켰다. 농업에서는 관개 시설을 건설하고 공동체 수리법(水利法)을 제정하였으며, 면화 · 복숭아 · 사탕수수 등 새 작물을 도입하였고, 톨레 도 · 그라나다 · 알메리아 · 코르도바(Córdoba)에서는 수공업이 발달하였으며, 코르도바 · 세비야는 시장과 수출항으로서 번성하였다. 특히 10세기를 전후하여 압드 알라흐만 3세(912~961) 치하에서 수도가 된 코르도바는 당대 세계 최고의 문화 중심지가 되었다. 코르도바 도서관은 60만 권의 서적을 소장하고 있었으며, 그리스 철학에 대한 아랍 학자들의 주석서가 널리 보편화되었고, 당시 건축된 이슬람교 사원인 코르도바의 메스키타(Mizquita)는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11세기에 들어와서는 종이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무어인의 지배를 받던 그리스도인들은 모스아라베(Mozárabe)로 불렸는데, 그들에게도 사회적 · 정치적 · 종교적 자치가 허용되었다.
실지 회복(失地回復)을 외치는 그리스도인들의 국토 회복 전쟁으로 이슬람의 중심지는 코르도바에서 그라나다로 옮겨졌다. 여러 그리스도교 왕국들이 통폐합되다가 1469년 카스티야(Castilla)의 이사벨 여왕과 아라곤(Ara-gón)의 페르난도 왕이 결혼함으로써 최종적으로 통일되어 국호를 에스파냐(España)로 정하였다. 무어인의 마지막 보루였던 그라나다의 알람브라(Alhambra) 성이 함락된 1492년 이후 무어인들은 이베리아 반도에서 완전히
물러갔다. 이사벨 여왕과 페르난도 왕은 스페인의 국교를 가톨릭으로 정하면서 가톨릭으로 개종하지 않은 무어인들을 모두 국외로 추방시켰는데, 이때 가톨릭으로 개종하여 스페인에 남은 무어인을 모리스코(morisco)라고 부른다. 오늘날 스페인 남부 지방에는 상당수의 모리스코가 남아 있고, 그곳에서는 당시의 전투를 재현하는 '무어인과 그리스도인' 이라는 축제가 해마다 열리고 있다.
스페인에서 물러간 무어인들은 모로코 땅에서 새로운 왕조를 세웠다. 1631년 세워진 알라위 왕조는 1660년 모로코의 정권을 잡고, 이 왕조가 현재의 하산 2세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19세기 이후 유럽 제국주의의 위협을 받던 모로코는 1912년 프랑스와 스페인의 식민지가 되었다가 독립 투쟁을 통해 1953년 독립을 쟁취하였다. 현재 모로코의 주민은 주로 아랍인(65%)과 베르베르인(35%)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로코란 '무어인의 국가라는 뜻이다. (→ 모로코 ; 스페인)
※ 참고문헌 Encyclopedia de la Cultura Españolal Encyclopedia Larousse/ F.G. de Cortázar, Breve Historia de España, Madrid, ed. Alianza, 1994. [金洪根]
무어인 ㅡ 人 〔라〕Mauri 〔영〕Moors 〔스〕Mo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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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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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인들이 스페인 코르도바에 세운 메스키타 대사원(왼쪽)과 그 내부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