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행하지 않음' (having no action), , '행함이 없음' (non action)을 의미하는 용어. 그러나 불교, 노장 사상(老莊思想) 및 여타 중국 사상에서는 단순한 문자적인 의미를 넘어 매우 심오하고 특별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불교에서의 무위〕 불교에서는 생주이멸(生住異滅)의 무상(無常)함을 유위(有爲)라 하고 생주이멸의 변화를 넘어선 상주불변(常住不變)의 존재 혹은 세계를 무위 또는 무위법(無爲法)이라고 한다. 소승유부(小乘有部, 設一切有部, Sarvastivadins)의 구사종(俱舍宗)에서는 유위를 초월하는 것으로서 무위를 이해하며, 이를 다시 택멸 무위(擇滅無爲), 비택멸 무위(非擇滅無爲), 허공 무위(虛空無爲)로 나누어 설명한다. '택멸 무위' 는 지혜의 힘으로 얻은 변화를 끊어 없앤 진리라는 뜻이고, '비택멸 무위' 는 지혜의 힘에 의하지 않고 다만 유위가 스스로 다 없어지는 곳에 나타나는 무위이며, '허공 무위' 는 허공은 온갖 곳에 두루 가득하여 다른 것에 장해되지 않는 까닭에 만물이 각각 그 처소를 얻어 질서가 정연하게 존재 한다는 의미이다. 유식종(唯識宗)에서는 무위를 더욱 세분하여 이 세 무위에 더하여 제4 선(禪)에 들어가 선정(禪定)의 장애를 극복하고 얻는 부동 무위(不動無爲), 멸진정(滅盡定)에 들어 상(想)과 수(受)를 멸한 곳에 나타나는 상수멸 무위(想受滅無爲), 진여(眞如)가 곧 무위라는 진여 무위(眞如無爲) 등 6무위를 말한다. 또한 소승 경량부(小乘輕量部, Sautrantikas)는 특별히 무위를 비유(非有)라 규정하고, 대승(大乘) 불교에서는 진여(眞如, Tathata) 혹은 열반(涅槃)의 별칭으로 무위를 사용한다.
이렇게 불교에서 사용되는 무위는 난해할 정도이지만, 공통적으로 인연(因緣)에 의하여 생멸하지 않는 진리 또는 법계를 지칭한다. 따라서 불교의 핵심적 개념인 열반, 법성(法性), 실상(實相) 등은 무위를 달리 칭하는 말로 이해된다.
〔중국 사상에서의 무위〕 노장 사상에서의 무위는 자연의 필연적인 변화에 순응하며 인위적인 것(문명, 제도 등)은 '하지 않는다' 〔無爲〕는 것을 의미한다. 노자에 따르면, 우주 만물의 근원은 도(道)이고 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無爲〕 '저절로 그러한 것' 〔自然)이기 때문에 사람은 마땅히 '도' 를 본받아서 '무위' 를 행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 사상, 특히 노장 사상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무위의 개념은 문자 그대로 단순하게 이해 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므로, 무위가 갖는 의미를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먼저 노장 사상의 도(道)와 자연(自然)의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노장 사상에 있어서 도는 '유무' 의 개념으로 규정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떠한 개념으로도 포착할 수 없는 것이다. 동시에 이 도를 떠나서는 천지(天地)와 만물이 있을 수 없으며, 모든 것을 포괄하면서도 어떤 것에도 국한되지 않는 자기 법칙성(自己法則性)을 지니고 있다. 또한 도는 능히 모든 것을 산출하고(道生之) 모든 것에 감응하며(神得一而靈 谷神不死), 스스로 아는 자(自知者明)이지만 만물을 주재하거나 지배하지는 않는다(長而不宰). 따라서 이는 인격신이나 상제(上帝)와는 본질적으로 그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노자의 자연은 인간 외적인 것을 지시하는 것도 아니요, 정신적인 현상에 대립되는 물질적인 현상만을 지칭하는 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전제하지 않고 모든 것을 포괄하는 '순수 자연' 으로서, 이 안에는 모든 대립이 없으며 오직 스스로의 '순수 활동' 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노자의 도와 자연은 곧 '무위' 라고 지칭되며, 동시에 한정된 유위가 초래하는 위(僞)나 인위적인 조작의 폐단을 넘어선 것이기도 하다.
노장 사상의 무위는 바로 이 도와 자연을 정확히 인지하고 이를 따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위는 글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위가 아니라, '불무위' (不無爲) 즉 하지 않음이 없는 무위이다. 즉 자연의 본질을 따르면서 인위적인 작위(作爲)를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이 지(知) 또는 욕(欲)에 의해서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면 오히려 세상에 대위(大爲), 대란(大亂)을 초래하는 계기가 되므로 모든 것을 자연에 맡겨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노장 사상의 무위는 후에 황로(黃老)의 학술, 형명(刑名), 법술(法術)과 결합하여 자연의 필연성 대신 국가 권력의 강제력에 의한 '무위' · '자연' 을 주장하는 것으로 바뀌며, 이는 군주가 백성을 통치하는 방법의 하나가 되기도 하였다. 또한 한(漢)나라 초기에는 이것이 국가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불간섭 정책으로 이해되어, 전쟁에 피폐해진 백성에게 휴식을 주고 사회 질서와 생산 증진에 어느 정도 기여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유가(儒家)에서도 '무위의 정치' 를 주장하였는데, 이 경우 '무위'는 각 개인이 예(禮)를 완벽하게 습득하여 "마음먹은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필연성에 도달하는 것을 말하며, 이때 사회 전체는 "북극성을 중심으로 여러 별이 싸고 도는 것" (《論語》 為政 편)과 같이 조화로운 것이 된다. 이런 사회이므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다스린자는 순(舜)일진저! 대체 그는 무엇을 했는가? 다만 자신을 공손히 하여 남면(南面)하고 있었을 뿐이다" (《論語》 衛靈公 편)라는 표현이 가능하게 된다.
여러 측면에서 무위는 문자 그대로 '행하지 않음' 이라는 단순한 의미로 이해되거나 지극히 소극적인 삶의 자세 혹은 처세의 방편으로 오해 · 왜곡되어 왔다. 사실, 일부 학계의 논란이 되는 노장 사상의 무정부적 허무주의적인 성향 또한 이 사상에 단초를 둔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노장 사상에서 보여 주는 바와 같이 무위는 도와 자연의 궁극적인 의미를 통찰한 결과의 성숙한 삶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 참고문헌 방동미, 정인재 역, 《중국인의 생철학》, 탐구당, 1983/ H.G. Creel, Chinese Thought, The New American Library Inc., 1953/ Chang Chung-Yuan, Creativity and Taoism, Harper & Row Publishers Inc., 1970/ Hajime Nakamura, edited by Philip P. Wiener, Ways of Thinking of Eastern Peoples-India, China, Tibet, Japan, East-West Center, 1964/ Fung Yu-Lan, Trans. by E.R. Hughes, The Spirit ofChinese Philosophy, Becon Press, 1962/ H. Welch, Taoism : The Parting of the Way, Beacon Press,
1965/ Donald H. Bishop ed., Chinese Thought-An Introducion, Motilal Banarsidas, 1985. 〔吳將均〕
무위
無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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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