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사회적인 상호 작용의 한 형태. 이 용어에는 문 화 인류학적 개념인 문화 적응(enculturaion)과 문화 접변 (acculturation), 그리고 신학적 개념인 강생의 신비(incarnation)가 결합되어 있다. 문화 순응은 언어적이거나 비언어적인 사회화 과정을 진행함에 있어서, 특정한 사 회 내에서의 일차적 문화 순응인 '문화 적응' 과 문화들 사이의 이차적 문화 순응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 접변' 으로 구별할 수 있다.
〔문화 인류학의 용례〕 문화 적응 : 문화 적응에 있어서 사회화 과정이란 한 개인이 이미 기존의 (현시적이거나 잠재적인 문화의) 사회적인 규범들과 가치들을 자신 안 에 받아들이는 과정의 최우선 순위에 둠으로써, 나중에 그러한 가치나 규범들을 자신의 고유한 것으로 받아들이 게 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처럼 특정한 문화에 의하여 형성된 기본적인 특징은 개인이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 으로 내면화되는 과정을 겪게 된다. 그래서 해당되는 문 화에 계승된 규칙적인 기본 태도(언어, 몸짓, 표정, 관습, 규 범)들이 본보기가 되는 사람들을 따라서 형성될 때, 그와 같은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사회화 과정을 '일차적 문화 순응' 또는 '문화 적응' 이라고 한다. 이때 동반될 수 있 는 위험은, 자기 집단의 고유한 문화를 너무 단순하게 절 대화시켜 받아들이는 자민족 중심주의(ethnocentrism) , 진 리에 대한 절대 보유권 주장(Wahrheitsanspruch), 인종 차별(racism), 선입견 등이다.
문화 접변 :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그리고 종교적인 성 장은 결코 낯선 전통들과 격리된 상태에서 진행되는 것 이 아니다. 이러한 성장은 문화간의 만남을 통하여 순환 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성숙한 사회화 과정은 상호 간의 사회화 과정으로 이루어지는데 이것을 '문화 접변' 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여러 개의 문화가 오랜 동안 직접적으로 접촉함으로써 이루어 지는 것이다. 문화간의 접촉은 해외 여행, 종교간의 대화 등에 의하여 자유스럽게 이루어지기도 하고, 선교 사업 이나 저개발 국가에 대한 원조 등을 통해서 계획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혹은 식민지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무력이나 강제에 의해 문화간의 만남이 이루어지기도 한 다. 이런 경우에 문화간의 만남은 해당되는 문화의 변화 를 초래하며, 이 변화에는 다양한 등급이 나타난다. 일정 한 문화가 타문화를 일방적으로 모방하는 외형적인 변화 에 그치는가 하면, 나아가서는 다양한 등급의 개인이나 사회 전체를 불안이나 공황에 몰아넣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를 흔히 아노미(anomie)라고 한다.
〔신학적 의미〕 '문화 순응' 이 신학의 어휘로 사용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문화 적응' 과 '문화 접변' 이라는 개념으로는 교회가 특정한 문화 안에서 작용하는 과정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 이다. 즉 문화 적응은 교회가 아무런 전통을 물려받지 않 았다는 것을 암시하고, 문화 접변이라는 용어에서는 교 회와 다른 문화와의 충돌 현상만을 암시해 주고 있기 때 문이다. 그래서 문화 순응이라는 개념 안에 강생의 신비 라는 신학적 개념이 부각되었다. 현재 이 용어는 신학적 개념으로 '토착화' 라고 번역되지만, 이보다는 '문화 내 육화' 라고 해야 더 정확한 번역일 것이다. 이 표현은 1977년의 제4차 주교 대의원 회의 문헌 제5항과 10항 에서 처음으로 사용된 이후 공식적인 신학 용어가 되었 으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현대의 교리 교육> (Catechesi Tradendae, 1979) 53항에서도 사용되었다. 현재 이 용어는 가톨릭 교회 안에서 복음과 교회의 토착화를 설명할 때 널리 사용되고 있다.
신학적인 의미로서의 문화 순응은 복음 또는 교회를 특정한 문화 환경 안에 육화(肉化, incarnation)시키려는 과정을 의미한다. 즉 육화의 신비라는 신학적 의미와 문 화화라는 사회학적 · 문화 인류학적인 의미가 결합된 것 이다. 또 복음과 문화 또는 다양한 문화 사이의 창조적이 고 역동적인 관계성을 담고 있다. 나아가 복음이 문화 적 응 또는 문화 접변의 차원을 넘어서 주어진 문화에 스며 들고 그 문화를 변혁시킨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결국 이미 주어진 개별 문화가 지닌 정체성과 신빙성을 특별 히 존중하기 위해 복음과 지역 문화와의 대화를 우선적 으로 염두에 두고 이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인간의 자의식과 인간 공동체가 형성하는 사회의 구 조가 문화적인 제약을 받는다는 사실이 심각하게 고려되 기 시작하였다.
그리스도교의 신학적인 논의에 있어 선교는 매우 중요 한 주제이다. 그러나 선교의 내용과 방법은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다.
현대 신학의 전개 양상은 그리스도교의 메 시지와 비그리스도교적인 환경 사이의 만남을 주된 관심 사로 삼고 있다. 식민지 시대 이후의 문화적인 격변과 현 대의 "심각하고도 신속한 변화" (사목 4~7항, 54항, 73항) 는 인류의 다양한 전통들과 그 지역적인 조건의 고유성 에 대한 자각을 일깨워 주었으며, 그것은 주로 서양 문화 권에서 발전해 온 그리스도교의 문화에도 그대로 적용되 었다. 현대 사회에서 종교간의 만남과 문화간의 만남은 유럽 중심주의적이거나 혹은 특정 민족의 문화를 획일적으로 강요하거나 통제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보다는 문화간의 (inter-cultural) 만남과 대화를 중시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서 17~18세기 중국에서의 의례 논쟁의 경우처럼 유럽 의 관습을 비유럽 지역에 수출하겠다는 식의 선교 방법 은 줄어든 반면에, 온 세상 만백성들에게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전하겠다는 관심사가 두드러지 게 되었다.
이러한 상호 문화간의 만남과 대화의 중요성은 그리스 도교 신학 영역에서 복음의 문화적인 육화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논쟁 거리들을 제공하게 되었다. 즉 "불교 의 윤회설을 그리스도교에서는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아프리카의 일부다처제는 그리스도교 윤리에서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나? 라틴 아메리카의 대중 신심은 해방 신 학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가? 아니면 아주 일반적으로 아 프리카의 자이르(Zaire)식 미사나 인도의 성찬례(聖餐 禮) 같은 토착화된 전례의 문제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 가? 한국의 전통적인 제천(祭天) 의례와 미사의 연관성 은 무엇인가?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종교들인 무교 · 불 교 · 유교의 제찬(祭餐)과 그리스도교 성찬례의 상관 관 계는 무엇인가?" 등등 다양하다.
〔전 망〕 인간 삶의 문화적인 모습에서 다양성 내지는 다원성을 인정하고 의식하게 될 때에, 신학을 연구함에 있어서도 내용이나 방법에 있어서 서로 다른 맥락이나 지역적 특수성을 인정하게 된다. 그러한 자세는 종교 문 화 간 만남의 신학(inter-cultural theology)으로서 종교 신학 (theology of religions)이나 여성 신학(feminist theology), 제3 세계 신학(Third-World-theology), 흑인 신학(black theology), 민중 신학 등을 수용하게 한다. 이러한 특수성을 지향하는 신학의 전개는 동시에 산업 문화를 통한 국제 적인 균형(은행, 기술, 대중 매체, 근대화)을 추구하게 되며 평화 실현, 환경 보호, 기아와 고문의 퇴치 등 인류 공통 의 가치를 구현하도록 한다. 콩가르(Yves Congar)의 말처 럼 그것은 '질적인 가톨릭 신앙' (catholicité qualitative)으 로 나아가는 길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낯선 사람들 안에 계시는, 우리가 아직 모르는 하느님의 현존과 그리스도 의 현존을 우리가 전적으로 믿고 신뢰함으로써 이러한 기회를 영광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이러한 자세는 바로 외형만의 경직된 가톨릭 신앙, 안주하는 신앙의 소극적인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그러 므로 개별적인 문화 순응과 문화 적응은 그 자체로 완결 되는 작업이 아니다. 문화 순응과 적응의 과제는 최종적 으로 문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보편적인 신앙의 희망이 제시하는 온 인류를 묶어 주는 실천(orthopraxis)으로 나 아간다. 신학에서는 이런 과정을 '신앙의 육화' 라고 부 른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쌍방이 모두 변하게 되는데, 그때 비로소 문화 적응은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 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 적응은 문화 순응에 뒤따르는 결 과이다. (⇦ 문화 적응 ; → 교회와 문화 ; 선교 ; 토착화)
※ 참고문헌 <현대 세계에서의 복음 선포>/ <현대의 교리 교육〉/ Jean-Paul II , Evangelisation et inculturation. Discours au Conseil Pontifical pour la culture, 17. 1. 1987, Eglise et Culture. Bulletin du Conseil Pontifical pour la Culture, 7, 1987, pp. 8~91 <교회의 선교 사명>/ 심상태, <한국 천 주교회의 토착화 전망>, <사목> 111호(1987. 5), pp. 4~261 Yves Congar, Die Katholizität der Kirche, Mysterium Salutis 4-1, 1972, pp. 478~502/ Richard Friedli, Fremdheit als Heimat. Aufder Suche nach einem Kriterium für den Dialog zwischen den Religionen, Ökumenische Beiheft 8, Freiburg · Schweiz, 1974/ ㅡ, Misssion oder Demission. Konturen der lebendigen Welt missionarischen, Gemeinde, Freiburg · Schweiz, 1982(박일영 역, 《현대의 선교-선교인가 반선교인가》, 성바오로출판사, 1989)/ ㅡ, Interkulturelle Theologie, Handwörterbuch missionswissenschaftlicher Grundbegriffe, Düsseldor, 1987/ Walter Hollenweger, Erfahrungen der Leibhaftigkeit. Interkulturelle Theologie I , München, 1979/ -, Umgang mit Mythen. Interkalturelle Theologie II , München, 1982/Aylward Shorter, Theology Orbis Book, 1992, pp. 3~17/P. Schineller, A Handbook on Inculturation, New York Mahwah, Paulist Press, 1990/ A.R. Crollius, What is SO New about Inculturation : A Concept and it Implications, Inculturation, Rome, 1991. 〔朴 日 榮〕
문화 순응 文化順應
〔라〕inculturatio · 〔영〕incultu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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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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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접변은 선교 사업(왼쪽)이나, 식민지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무력이나 강제에 의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