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철학 文化哲學
〔라〕philosophia culturae · 〔영〕philosophy of culture · 〔독〕Kulturphilosoph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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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권

문화 철학은 모든 문화의 참된 목표를 제시하고 일상적인 문화 사건에서 부족함 을 지적함으로써, 그때그때의 문화 형성에 영향을 주어야 한다.
제반 문화 현상들을 총괄하는 철학의 한 분야. 문화 현 상들은 특수한 철학적 학문들의 연구 대상인데, 문화 철 학은 이 철학적 학문에 특정한 원리들과 관점들을 제시 하고, 인간이 이룩한 모든 문화 현상에 대한 보편적 이해 를 추구하며 모든 문화 현상에 대해 비판한다. 이로써 문 화 철학은 철학의 한 분야로서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 다. 문화 철학이 철학의 독립된 분야로서 등장한 것은 18세기부터였는데, 크룩(Krug)의 《인간의 정치학적 · 도 덕적 · 종교적 문화에 대한 비판적 철학의 관계》(1798), , 예니쉬(Jenish)의 《보편사 개관, 문화사의 철학》(1801)이 출판되면서부터 문화 철학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전개되 었다. 문화의 분류는 학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그 다양 한 영역, 즉 과학, 예술, 종교, 역사, 언어, 기술, 교육, 사회, 법, 국가, 민족 등이 때때로 문화 철학의 특수한 분야로 다루어지기도 한다. 〔문화 이해의 역사와 다원성〕 사람들이 사회적 인간의 기원과 본질과 운명에 관해 표현한 곳에서는 어디서든지 문화 철학의 요소들이 발견된다. '문화' 의 몰락에 관해 쓰여진 가장 오래된 문헌은 기원전 700년경에 활동한 그리스의 시인 헤시오도스(Hesiodos)의 《역사》이다. 이 저서에서 헤시오도스는 세계와 문화들의 창조의 '순환' 에 관한 상이한 고대의 이론들을 다루었다. 또 칼둔(Ibn Chaldun, 1332~1406)의 저술은 그의 생존시에는 거의 알 려지지 않았지만 문화와 세계의 창조의 '순환' 에 관한 이론을 다루었고, 비코(Giambattista Vico, 1669~1744)와 슈 펭글러(O. Spengler, 1880~1936)의 저술들은 오늘날에 이 르기까지 문화의 순환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문화의 끊임없는 진보를 문화의 최고 이상으로 보는 사고 방식은 고대의 고급 종교에서도 이미 널리 퍼져 있었다.
근대의 문화사(文化史)에서는 대체로 문화가 진보한 다는 생각이 우세하였지만 문화에 관한 사상은 매우 다 양한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사람들이 문화의 다원성(多 元性)을 인정하기까지에는 오랜 기간이 필요하였다. 왜 냐하면 문화 개념은 본래 규범적 요소와 밀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하나의 문화만이 존재한다 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그들의 문화만이 최종적인 문화라고 생각하였고 동양 사람들은 동양 문화 만이 최종적인 문화라고 생각하였으며, 서로 다른 문화 를 경시하였다. 또 17세기까지만 해도 문화는 대체로 어 떤 절대적인 정신을 지니고 있으며 하나의 통일성을 이 루고 있다고 간주되었다. 그러다가 사람들은 점차로 '위 로부터' 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문화 현상을 이해하려고 시도하게 되었다. 서양의 문화 개념은 대체로 규범적인 개념에서 기술적인 개념으로 바뀌었으며, 문화 인류학과 문화 과학의 발달은 문화 개념의 다원성과 문화론의 복 합성을 더욱 촉진시켰다. 특히 이러한 문화의 다원성 논 의는 보아스(Frans Boas) 학파에 속한 사람들에게서 제기 되었다. 베네딕트(Ruth Benedict)에 따르면, 문화는 저마 다 하나의 독특한 체계를 이루고 있고 각각 고유한 유형 이 있다고 하였다.
〔문화의 조건 · 원인 · 목표〕 문화의 조건들은 문화의 원인과는 구별된다. 문화의 조건들은 문화로부터 발생한 것이 아니라, 왜 문화가 어떤 특정한 방식에 따라 이끌려 왔는가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민족 의 지리적 조건들, 즉 다른 민족들과 문화들과의 만남의 역사와 시점과 방식에서 그 민족의 위상이라든가 더 진 전될 문화 창조를 위해 이미 창조된 문화 시설물들이 문 화의 조건들에 해당된다. 문화의 조건들은 문화 운동의 상승과 하강을 제약하므로, 문화의 끊임없는 진보나 고 정 불변한 문화란 존재하지 않는다.
문화의 본래적 원인들은 인간의 능력과 필요이다. 예 컨대 과학은 이론적 오성의 탐구 충동으로부터 발생하 며, 경제 질서 · 법 질서 · 사회 질서 그리고 기술은 실천 적 오성의 질서 충동으로부터 발생하고, 예술은 미학적 느낌과 창조 욕구로부터 발생하며, 윤리와 종교는 윤리 적 의욕으로부터 발생하는 것과 같다. 인간의 소질과 경 향들의 다양성은 그것들의 우선적인 훈련과 연관되어 있 는데, 그러한 다양성은 문화를 창조하는 전문 직종의 다 양성을 초래하였다. 그 직종들은 모든 사람들의 안녕을 위한 그것들의 다양성으로 인해 서로 보완된다. 인간은 차단되어 있는 개별자가 아니라 여러 가지 공동체들의 구성원이다.
문화의 목표는 우선적으로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넘어서서 인간의 본성으로 결정한 풍요한 발전과 이와 함께 창조하고 있는 하느님의 모상 으로서의 인간의 연출과 문화 창조의 질서와 척도는, 개 인과 사회가 인간의 필요를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는가 에 달려 있다. 여기서 올바른 평가란 더 낮은 단계의 필 요는 더 높은 단계의 필요에 예속되고, 더 높은 단계의 필요는 인간의 최종 목표에 예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 인간의 완성 목표, 예컨대 행복이 순전히 이 세상에서 추구되느냐 아니면 저 피안(彼岸)에서 추구되느냐 하는 것은 근본적인 물음이다. 인간의 피안의 정향(定向)은 이 세상에서의 문화의 요구를 다 해소시켜 주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은 이 세상으로만 국한되지 않는 인간의 인 격에 따르는 것이다.
〔문화 철학의 과제〕 오늘날 문화 철학으로 언급될 수 있는 것은 통일되어 있지 못하다. 특히 문화에 대한 철학 적 반성과 문화에 관한 경험적 연구 사이에는 연결이 부 족한데 이것이 바로 문화 철학의 과제이다. 문화 철학의 과제는 문화의 여러 가지 현상들의 근본을 캐어 보고 규 명하는 것이며, 문화 현상들을 문화의 본질로 다가가도 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 현상들을 그들의 본질적 원 인과 조건들로부터 이해하는 것이고, 문화 현상들을 문 화의 궁극 목표로 귀의시키는 것이며, 그로 말미암아 문 화 창조를 위한 올바른 방향과 정도를 규정하는 것이다 (W. Brugger).
문화는 미완성으로 태어난 인간의 본질적 보완과 완성 이기에 문화 철학의 기본 노선은 인간이 무엇인가를 말 해 주는 철학적 인간학에 의해서 필연적으로 제시되어지 며, 인간이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를 말해 주는 윤리학에 의해서 제시되며, 무엇 때문에 인간이 그가 처해 있는 자 연과 문화의 질서로서 자연스럽게 규정되고 있는가를 말 해 주는 자연 신학에 의해서 제시된다. 이러한 학문들의 상이한 문화 이해는 문화 철학의 다양한 방향에서 표현 된다. 그러한 학문들의 궁극적 기반이 형이상학일 수밖 에 없는 것처럼 문화 철학의 궁극적 기반도 형이상학일 수밖에 없다.
〔문화 현상에 대한 비판 준거들〕 문화 이념을 구성하 는 요소들, 즉 창조성 · 순치성(馴致性) · 사회성 · 역사 성 · 전통성 · 윤리성은 문화의 상태를 이해하고 비판하 는 준거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요소들을 문화 철학의 기본 요소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문화 작품이 한결같이 문화 이념 일반의 기본 요소를 다 갖추고 있거 나 다 갖추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화 작품을 통해 서 문화의 상태를 이해하고 진단할 수 있다.
문화 작품의 평가 근거는, 첫째, 그 문화 작품이 얼마 만큼 창의성을 드러내고 있는가 하는 점을 찾아내는 데 있다. 문화의 발전과 융성은 창조성을 발휘하는 개인과 집단의 능력과 의지에 관건이 있다. 개성이 자유롭게 발 휘될 수 있을 때, 사람들은 비로소 삶의 보람과 의미를 느끼고 의욕적으로 창조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창의성은 규범을 완전히 무시하는 반사회적인 이기주의 나 자유 방임주의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방종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개성이 최대한 발휘되고 모든 것을 살게 해주는 자연과 인류의 공존 공영이라는 문화의 보 편적인 창의성을 문화 비판의 척도로 삼을 수 있다.
둘째, 문화의 순치성 즉 문화에 의해 어떻게 인간이 길 들여지는가 하는 점을 고려하면서 인간의 피조성을 살펴 보고 어떤 문화의 상태를 평가할 수 있다. 문화 학습의 자세, 즉 문화 규범을 어떻게 익히고 있는가를 살펴봄으 로써 그 문화를 이해하고 진단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문화 작품에 담겨 있는 사회성을 가지고 그 문화 작품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진단할 수 있다. 넷째, 어떤 문화 작 품의 역사성을 통해서, 즉 그 작품의 역사적 성립 과정과 변천 과정을 통해서 그 작품을 풍부하게 이해하고 진단 할 수 있다. 다섯째, 역사적으로 만들어진 문화재들이 어 떻게 전승되어 왔는가를 살펴봄으로써 그 문화재를 이해 하고 진단할 수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절차탁마(切嗟琢 磨)되고 뿌리를 내리고 있는 문화의 전통성을 통해서 문 화를 평가할 수 있다. 여섯째, 인간의 삶을 보급하고 발 전시키는 문화의 윤리성을 문화 비판의 근본 요소로 보아야 한다. 어떤 문화재가 인간의 삶을 보전시키고 인간 의 존엄성을 얼마만큼 고양시키고 있는가에 따라 그 문화재는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문화 작품은 도덕적 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비도덕적인 것이라고 할 수 도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앞에서 검토해 본 다른 요소들을 준거로 삼아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든 문화 작품이 한결같이 문화 이념 일반의 기본 요 소를 다 갖추고 있거나 다 갖추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 이념의 여섯 가지 기본 요소는 각각 어디까지나 어 떤 문화의 상태를 이해하고 진단하는 하나의 필요 조건 일 뿐이다. 따라서 문화 작품에 따라 비판의 준거가 똑같 을 수는 없다. 문화 비판의 준거는 어디까지나 문화를 이 해하고 진단하는 모델인 것이다.
〔의 의〕 오늘날 문화의 보편주의를 배격하는 문화 상 대주의와, 특히 20세기 후반에 들어와서 유행하는 포스 트모더니즘(postmodernism) 문화관과 상업주의의 확산 은 문화의 목표와 이상을 거부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 래서 현대 문화는 대체로 전반적으로 하강 또는 몰락 중 에 있다는 절규가 쏟아져 나온다. 이런 시점에서 문화 철 학은 모든 문화의 참된 목표를 제시하고 일상적인 문화 사건(시대 비평과 문화 비평)에서 부족함을 지적함으로써 그때그때의 문화 형성에도 영향을 주어야만 한다. 그래 서 문화 철학은 또한 문화 개혁에도 이바지해야 하는 것 이다. (→ 문화 ; 문화 신학)
※ 참고문헌 한국 철학회 편, 《문화 철학》, 철학과 현실사, 1995/ W. Brugger, Philosophies Wörterbuch, 1953, pp. 169~170/ A. Diemer Hrsg., Das Fischer Lexikon, Philosophie, Frankfurt a. Main, 1967, pp. 122~130/ A. Dempf, Kulturphlosophie, 1932/ J. Martain, Religion et Culture, 1946/ Mark D. Morelli, Philosophy's Place in Culture, London, Univ. Press of America, 1984/ B. Reiser, De cultura et philosophie culturae, Angelicum 14, 1937, pp. 355~416/ A. Schweitzer, Verfall und Wiederaufbau der Kultur, München, 1923/ ㅡ, Kultur und Philosophie, München, 1948. 〔秦敎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