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사
I . 명칭과 종류
II. 미사 예식의 역사 · Ⅲ . 구조와 의미 · Ⅳ. 미사의 제사성 · V . 미사의 현대적 의미 · 〔라〕Missa · 〔영〕M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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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는 예수의 최후 만찬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1955년, 달리 작).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상 제사의 재현이며 성체성사 를 이루는 가톨릭 교회의 제사. I . 명칭과 종류
가톨릭 교회의 제사를 '미사' (Missa)라는 말로 표현하 기 시작한 것은 5세기 서방 라틴 교회에서부터이다. 이 신비로운 제사 행위를 하나의 낱말로 표현한다는 것 자 체가 극히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표현 용어도 어느 일부 를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에, 전체로 이해해야 한다. 원시 교회에서는 '빵 나눔' , 2~3세기에는 '에우카리스티아' (Eucharistia, 감사의 기도), 4세기에는 '봉헌, 제사, 성무, 주님의 것, 집회' 라는 여러 가지 용어들이 사용되어 오 다가 5세기부터 정착되기 시작한 '미사' 는, '폐회' 혹은 '집회의 해체' 를 의미하는 '미시오' (missio)에서 파생된 말로서 '파견' 또는 '떠나 보냄' 이라는 뜻이다. 본래 이 용어는 로마에서 교황 알현의 끝이나 법정의 폐정을 선 언하는 말이었다(lte missa est). 그런데 이 미사가 교회 용 어가 되면서부터 교회의 모든 집회 끝에 강복을 주었고, 후대에는 축복으로 가득한 집회 즉 미사에 국한시켜 이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오늘날까지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이 '미사' 라는 용어에는 미사 중에 받은 은혜와 축 복으로 충만되어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의 신비를 증거하 는 자로 파견되어 간다는 의미가 부각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들은 미사의 부분적이며 간접적인 설명에 불 과하다. 미사의 심오한 내용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부활과 승천을 기념하는 것이며, 이 행위로써 기념 하는 신비가 우리 안에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기 념 제사는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하여 성 부께 제헌하신 제사만이 아니라 우리도 역시 그리스도와 함께 봉헌하는 제헌이다.
미사를 전에는 대미사, 창미사, 보통 미사로 그 형태를 구별하였지만, 오늘날에는 이 형태를 활용하면서 '신자 들과 함께하는 미사' , '공동 집전 미사', '신자 없는 미 사 세 가지로 구분한다.
II . 미사 예식의 역사
가톨릭 교회의 미사는 예수의 최후 만찬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따라서 미사의 최초 형태는 역시 예수의 최후 만찬 예식이다. 그런데 예수의 최후 만찬이 당시 유대인 들이 매주 안식일에 하던 종교적 만찬 예식이었는가 아 니면 매년 파스카 축제 때에 하던 파스카 만찬 예식이었 는가 하는 것은 현재에도 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연중 파스카 때 화려하고 장중한 예식으로 이루어 지던 파스카 만찬이건, 여러 번 반복되던 좀더 단순하고 간략한 안식일 만찬이건 두 가지 형식 모두 가족과 함께 하는 식탁 공동체로서의 만찬이었다. 이 두 가지 만찬 예 식의 공통점은, 본 식사에 있어서 가장이 빵을 들고 축복 한 후 여러 개의 조각으로 나누어 식탁에 앉은 식구들에 게 주는 행위와, 식사가 끝날 무렵 소위 '축복의 잔' 을 식탁에서 조금 높이 들고 감사의 기도를 하는 본연의 만 찬 기도(식탁 기도)를 포함한다. 그러므로 이 식탁 기도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음식뿐 아니라, 당신 백성에게 행하 신 위대한 모든 구원 업적에 대하여 찬미와 감사를 드리 는 기도였다.
바오로 사도와 루가 복음사가는 최후 만찬 때 예수 그 리스도가 빵을 들고 축복한 후 "이는 여러분을 위하는 내 몸입니다. 여러분은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시오"라 고 하였고 "만찬 후에" 잔을 들고 축복한 다음 제자들에 게 주었다고 전한다(1고린 11, 24-25 ; 루가 22, 19-20) 바오로와 루가가 만찬의 다른 절차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설명하면서 포도주 잔에 대해서는 '만찬 후에' 라고 좀더 세밀하게 설명한 것은 이 사건이 그들에게는 중요하였음 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만찬이 거의 끝날 무렵 '축복의 잔' 이라고 하는 포도주 잔을 축복하는 유대교의 만찬 예식과 예수의 최후 만찬을 그대로 답습한 식탁 공 동체의 형태였다는 것을 제시한 것이다. 미사 성제의 근 원이요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수의 최후 만찬 형식은 그 근본적이고 본질적 내용과 중심 사상에는 변화가 없 지만, 이를 거행하는 양식과 절차는 시대를 거치면서 많 은 변화를 가져왔다.
〔초기 교회~7세기〕 사도 시대와 원시 교회 : 이 시기 에는 식탁 공동체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성찬례를 거행하여 성체와 성혈을 나누어 먹었다(루가 22, 19-20 ; 1고린 11, 23-25 ; 사도 2, 42. 46). 즉 초기 교회에서는 일 반 식사와 성찬례가 결부되어 거행되었다. 하지만 이 일 반 식사와 성찬례가 결부된 형태는 교회 안에서 오랫동 안 지속되지 못했는데, 그것은 신자들의 증가로 교회의 확장에서 오는 기술적 난점과 번거로움만이 아니라 이미 바오로 사도가 고린토 신자들의 성찬례 때의 잘못을 책 망하는 것과 같은(1고린 11, 17-34) 불미스러운 폐단들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하튼 성찬례의 규범적 구성 요소 로서의 일반 식사 행위는 1세기 말경에는 거의 사라졌 고, 일반 식사와 성찬례가 분리됨으로써 미사를 거행하 는 외적 형태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미사 거 행에서 변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된 것은 주님께서 성체 와 성혈을 이루시면서 하신 감사와 축성의 기도였다.
2세기 : 성찬례가 일반 식사와 분리되어 거행됨으로 써 이를 거행하는 예식도 외부의 종교적 · 문화적 영향을 받으며 많이 변화하였다. 성찬례 거행을 위해서 함께 모 인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성찬례를 거행하는 장소보다는 그들이 함께 모인다는 것을 더욱 중요시하였다. 그때는 신자들이 모이는 곳이 바로 살아 있는 성전이라는 의식 때문이었다. 순교자 유스티노(+165)는 그의 첫 《호교론》 에서 "도시와 지방에 살고 있는 모든 신자들이 주일에 함께 모여 성서를 낭독한 후 주교가 빵과 포도주를 들고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고 전하고 있다. 유스티노의 이 기록에 의하면 이미 2세기 중반에 성찬례 전에 성서 봉 독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성찬례가 일반 식사 에서 분리됨으로써 그 성찬례를 준비하고 성스러운 분위 기를 조성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말씀의 봉독 예배가 도 입되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성찬례 전에 다른 전례 행사가 있을 경우에는 성서 봉독 예배가 생략되고 그런 행사가 없을 경우에만 성서 봉 독 예배를 하였다는 것 역시 유스티 노의 증언에 의해 알 수 있다. 세례 식이 선행되었을 경우에는 성서 봉독 예배 없이 바로 성찬례를 거행하였으 며, 주일에 거행하는 미사는 먼저 기 념될 만한 사도들의 행적이나 예언자 들의 글이 봉독되고 주례자의 해설이 있은 다음에 예물이 봉헌되고 성찬례 가 거행되었다고 전한다.
3~5세기 : 3세기 이후에 그리스 도교가 그리스와 로마 문화권에서 발 전 · 성장되면서 미사의 예식도 그들 문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인접 문화로부터의 영향은 313년 콘스탄틴 대제의 밀라노 관용 령 이후에 더욱 가속화되었다. 종교 자유는 우선 교회의 외적 발전에 많은 영향을 주어 대성 전의 건축, 교회 음악의 발전, 전례 용어의 라틴어화 등 이 이루어졌고, 일반 대중의 생활 풍습이 전례에 도입되 었을 뿐만 아니라 황제의 궁전에서 시행되던 예절은 주 교가 집전하는 장엄 미사 예식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외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미사의 기도문도 크게 발전하였는데, 유스티노의 증언에 의하면 2세기의 교회 에서는 미사의 본질적 요소인 성변화의 내용과 근본 사 상과 과정만 지키면 주례자가 자기 능력껏 즉흥적이며 자유롭게 기도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215년경에 《사도 전승》을 저술한 로마의 히폴리토(Hippolytus, 170~236)는 미사 거행 절차를 다음과 같이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주 교 성성 예식 후에 새 주교가 처음 거행하는 미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해 주고 있다. 주교 성성식이 끝나면 즉시 새 주교에게 빵과 포도주가 봉헌되고 새 주교는 그 예식 에 참여한 모든 사제들과 함께 예물 위에 손을 얹고 감사 의 기도를 시작한다. 그리스어로 쓰여진 이 감사 기도는 오늘날에도 몇 가지 삽입문을 제외하고는 아베시니아 교 회에서 그대로 사용되며,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후에 새 로 허용된 제2 양식의 감사 기도와 비슷하다. 히폴리토는 이 감사 기도문을 전하면서 "그러나 미사의 주례자가 앞 에 써놓은 것과 동일한 기도문을 하라는 것은 결코 아니 다"라고 주를 달았다. 즉 미사 중의 기도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사할 것인지는 주례자가 자기 능력에 따라 자 유로이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지역의 전 통과 풍습이 다르고 백성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다름으로 써 여러 가지 전례 유형을 태동하게 한 원인이 되었다.
초대 그리스도교 말기 : 이 시기는 종교의 자유로 신자 공동체가 대형화되고 민족과 시민들의 전통과 생활 풍습 등 그리스와 로마 문화를 폭 넓게 받아들여 그리스도교 의 전례, 특히 미사 예식의 토착화가 이루어졌으며, 미사 의 기도문들이 성문화되어 고정되면서 풍부한 내용으로 발전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즉 종교 자유와 함께 그리 스도교로 개종하는 신자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신자 공동체가 각 지역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성장하여 대성전 들이 건립되다 보니 미사에도 좀더 분명한 규율과 제도 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여러 교회를 관할하는 도시 의 중앙 교회들은 전례 특히 미사의 기도문들을 통일시 키고자 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히폴리토의 《사도 전승》이 전하는 감사 기도의 단서 중 "주례자가 앞에 써놓 은 것과 동일한 기도문을 하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라고 하는 부정문의 '아니다' 가 삭제된 것이 이집트에 보급된 히폴리토의 저서에서 발견되었다. 주례자가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자유롭게 구사하던 기도문들이 미사 전에 미 리 작성되어 성문화되곤 하였다. 5~6세기를 거치면서 정치 · 경제 · 문화의 중심지가 되었고 교황이 주재하게 된 로마에는 25개의 본당(Ecclesia Titulli) 외에도 여러 순 교 성인들의 무덤 위에 대성전들이 세워져 규칙적으로 기도와 미사가 봉헌되었는데, 교황은 연중 이러한 본당 들과 대성전을 방문하면서 순회 미사(Missa Stationis)를 하였다. 전 시민이 모여 화려하게 거행되었던 이 순회 미 사를 위하여 매번 미사의 중요 기도문들이 미리 작성되 었다. 로마 전례 형태는 주례자의 기도, 모음 기도(본기 도), 봉헌 기도, 감사송, 영성체 후 기도를 매경우에 새로 작성한다는 원칙을 세워 시행하였다. 이와 같이 순회 미 사 때마다 작성된 기도문들은 소책자(Libellus)에 수록되 었고 훗날 이 소책자들을 모아서 《성무 집전서》를 만들 었다. 이로써 주교나 사제들은 이 《성무 집전서》에 수록 된 기도문들에 따라 일 년 동안 미사를 봉헌하였다. 이때 부터 이미 감사송으로 시작하여 영광송으로 끝나는 감사 기도는 거의 고정되어 변하지 않는 부분이 되었다. 이 당 시에 사용되던 감사 기도, 특히 암브로시오(+397)의 저 서에서 전하는 감사 기도는 오늘날 사용하고 있는 제1 양식의 감사 기도와 대동소이하다. 미사의 이러한 기도 문들뿐 아니라 이 시기를 전후하여 매주일과 연중에 지 내는 대축일에 봉독할 독서들도 정확한 목차를 만들어 확정하였고, 성가대와 신자들이 교창할 때 사용하는 후 렴집과 응송집도 확정되었다. 또한 교황의 순회 미사와 성대하게 거행되는 큰 축제 때에 지켜야 할 외부 행사의 절차까지도 성문화되어 고정시켰다. 큰 변화 없이 거의 고정되어 전하는 감사 기도를 제외하고 3세기 초에 히폴 리토가 전하는 것과 6~7세기 문헌인 《성무 집전서》 등 을 비교해 볼 때 미사 성제의 중요한 변화는 3개의 부분 에서 이루어졌다. 미사 성제를 봉헌하는 주례자가 입당 하는 개회식 부분과 신자들이 빵과 포도주를 바치는 봉 헌식 부분, 신자들이 성체를 영하는 영성체 부분이다. 즉 주례자가 입당할 때, 그 행렬과 동반되는 입당송과 그 행 위를 마무리하는 본기도, 또한 예물 봉헌 행렬과 동반되 는 봉헌송과 그 행위를 마무리하는 예물 기도, 영성체 행 렬과 동반되는 영성체송과 그 행위를 마무리하는 영성체 후 기도가 첨부되었다. 그리고 이 노래와 기도들은 교회 의 축일에 따라서 바뀌게 되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150년경 말씀 전례와 성찬 전 례가 미사의 구성 요소가 된 뒤 오늘날과 같은 미사 형태 가 완성된 것은 7세기 중엽이라고 할 수 있다. 초대 교회 부터 7세기까지 미사 성제 예식의 요소들의 변화를 시대 적으로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3세기 초에 거 행되던 미사 거행 양식의 중요 요소들을 보면, '참회 예 식(초기에는 부복 자세였으나 후대에 와서 죄 고백의 행위와 기 도로 바뀜), 성서 봉독(사도 행전, 서간, 구약에서 발췌), 응 송, 강론, 평화의 인사, 예물 준비, 감사 기도, 영성체' 였 으나, 5세기 초에 와서 '공동 기도, 예물 봉헌, 감사 기 도의 고정(현재 사용되는 제1 양식 감사 기도문과 유사), 주의 기도' 가 첨가되었다. 그리고 6세기 초엽에는 '입당송, 자비송(Kyrie), 대영광송, 본기도, 봉헌송, 봉헌 기도, 거 룩하시다, 영성체송, 영성체 후 기도' 등이 첨가되었으 며, 7세기 중엽에 이르러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성체와 성혈을 조금 들음, 천주의 어린 양' 등이 도입되 어 오늘날과 같은 미사 형태로 발전하였다.
〔중세기〕 8세기부터 서유럽 문화와 정치 주도권은 카 알 대제가 집권하는 북유럽 지역으로 넘어갔다. 카알 대 제는 유럽의 정치적 · 정신적 통일을 위해 로마 전례를 도입하였으나, 북유럽 갈리아 지역에서는 예로부터 동방 교회 전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갈리아 전례가 성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북유럽에 도입된 로마 전례는 갈리아 전 례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를테면 '그리스도 를 통하여 성령의 힘으로 아버지 하느님께 올려지던' 전 통적 로마식 전례 기도에 그리스도는 세세에 영원히 살 아 계신다' 는 결문으로 된 기도가 첨부되었으며, 외적이 고 감각적인 예식 등이 도입되었다. 이렇게 북유럽 지역 에 전파된 로마 전례는 갈리아 전례의 영향을 받아 소위 로마적이며 갈리아적인 전례 형태가 되었다고 할 수 있 는데, 이러한 전례 형태가 10세기경 로마에 재전파됨으 로써 이제 전 유럽에서 거행하게 되었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미사는 성직자들의 전유물이 되었 다. 이는 미사의 용어인 라틴어를 신자들이 알아듣지 못 한 이유도 있지만 '미사 시작(층하경), 예물 봉헌, 영성체 전' 등의 세 부분에 사제가 혼자서 낮은 목소리로 하는 개인 기도의 유입, 사제 혼자서 거행하는 미사의 도입 등 도 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주례자인 사제와 참 여하는 신자들 사이에는 뛰어넘을 수 없는 분리 현상이 생기고 서로의 통교 가능성이 없게 되었다. 특히 이러한 폐단은 전례 생활에 있어서 개인주의적 경향을 팽배하게 하였으며, 외적이고 무질서하고 사적으로 흐른 전례 생 활은 종교 개혁자들에게 또 하나의 구실을 제공하였다.
〔근대와 현대〕 16세기 종교 개혁으로 인하여 깊은 상 처를 입은 교회는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를 통하여 일대 혁신을 하였다. 프로테스탄트의 주장을 반박하며 신앙 교의를 확고히 정의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 교의 에 입각하여 신앙 생활의 표현인 전례 생활을 혁신시켰 다. 또 신앙과 신앙 생활에 있어 수많은 의혹과 불확실 성, 프로테스탄트들이 반기를 든 한 가지 원인이었던 전 례서들을 정화하여 보급시켰다.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인쇄술의 발명이었는데, 이로 인해 전례서들의 내용이 동일하게 인쇄되어 대량 보급됨으로 써 어느 곳에서나 같은 전례가 시행되었다. 1570년에는 전 로마 라틴 교회를 대상으로 한 통일 미사 경본이 출간 되었다. '비오 5세의 미사 경본' 이라고도 하는 이 《로마 미사 경본》은 그 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쇄신에 따른 미사 경본이 출간될 때(1969)까지 400년 간 거의 변함없이 사용되었는데, 이 통일된 미사 예식을 어떻게 차질 없이 전 로마 라틴 교회 안에서 시행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큰 관심사였다. 그래서 1588년에 교황 식스 토 5세(1585~1590)는 교황청에 예부성성(Congregatio pro Sacrorum Rituum et Caeremonialis)을 설치하여 미사의 철저 한 실천 여부를 감독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교 령으로써 결정하게 하였다. 그러나 신대륙이 발견되고 그리스도교가 전세계에 전파되면서 이 고정화된 전례는 많은 문제를 지니게 되었다. 또한 그리스도교화된 유럽 신자들의 생활이 다양하게 변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앙 생활의 길잡이인 전례, 특히 미사가 고정되고 통일 적인 규제로 정지 상태에 있게 됨으로써 신앙 생활이 정 체될 수밖에 없었다. 일반 대중이 알아듣지 못하고 특히 전교 지역의 신자들에게는 더욱 생소한 라틴어 전용의 미사는 비록 장엄하고 고상한 예식으로 거행된다 할지라 도 일반 신자들은 사실상 미사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 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전례 생활과 신앙 생활의 활성화 에 관심을 갖고 전례를 부흥시키고자 하는 노력들이 생 겨났다. 특히 20세기에 오면서 전례 운동이 활발하게 전 개되었다. 이 전례 운동은 성직자 중심의 전례에서 '하 느님의 전 백성의 전례' 로, 신자들의 수동적 전례 참석 에서 '능동적 참여' 로, 중앙 집권적 전례 통제에서 '지방 분권적인 전례의 다변화' 로, 라틴어 전용에서 '모국어 사용' 으로 전향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하였다. 이 운 동의 결실이 바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헌장> (Sacrosanctum Concilium)이다.
<전례 헌장>은 신자들의 그리스도교적 생활을 날로 증 진시키기 위하여 전례를 개혁하고 쇄신하고자 하였다. 이 헌장이 전례 개혁과 쇄신을 촉진시키기 위한 원리와 원칙은 다음과 같다. 우선 모든 신자들이 전례 예식에 깊 은 이해를 가지고 능동적이며 완전히 참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강력했던 중앙 집권에서 지 방 분권으로의 전환 경향, 사적 및 개인주의적 행위에서 전례적 및 공동체적 행위로의 전향, 성직자 중심의 전례 에서 신자들의 역할 분담 강조, 라틴어 전용에서 각 지역 의 모국어 사용 허용, 유럽 중심의 전통과 풍습에서 각 민족의 전통과 풍습의 전례 도입 허용 등이다. 이러한 기 본 원칙하에서 새로 작성된 《로마 미사 경본》은 1969년 4월 3일자 교황령을 통하여 바오로 6세의 인준을 받아 1970년 3월 26일 경신성성의 교령으로 공포되었다. 이 미사 경본은 표준본으로서 각 지역 교회가 모국어로 번 역하여 교황청의 인준을 받아 사용하도록 하였다. 이 규 정에 따라 한국 천주교회는 1974년 이를 완역하여 교황 청의 인준을 받아 1976년 부활 대축일부터 의무적으로 시행하였다. 이 미사 경본의 중요한 변화는 먼저 성서 봉 독 예배인 말씀 전례 부분에서 하느님 말씀의 풍성한 식 탁을 신자들에게 마련해 주기 위하여 성서의 중요한 부 분을 일정한 연수(年數) 내에 봉독되도록 한 점이다. 주 일과 대축일의 독서는 3년 주기로 반복되도록 하였고 연 중 시기 평일에는 복음은 동일하지만 독서는 홀수와 짝 수의 해에 번갈아 읽도록 하였다. 그 외에도 인사와 참회 예식의 다양한 양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 말씀의 전례 를 마무리하는 공동 기도 즉 보편 지향 기도(신자들의 기 도)를 부활시켰다. 성찬 전례 부분에는 1,500년 동안 유 일하게 사용해 온 감사 기도(제1 양식) 외에 3개의 감사 기도를 공식적으로 허용하였고, 공동 집전 미사가 허용 되었다. 한편 현대 어법에 맞추는 작업이 1987년부터 시작되어 수정 및 보완 작업을 거친 지금의 한국어 미사 경본은, 1996년 4월 전례 성사성의 인준을 받아 같은 해 대림 제1 주일부터 사용되고 있다.
Ⅲ . 구조와 의미
최후의 만찬에서 유래한 미사는 2세기경에 성서 봉독 예배와 합쳐졌다. 그 후 미사의 중요한 두 부분은 그 골 격을 그대로 유지하여 왔다. 현재의 미사 구조도 말씀 전 례와 성찬 전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두 부 분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밀접히 결합되 어 있기 때문에 오직 하나의 흠숭의 행위를 이룬다. 이는 마치 우리의 생명을 길러 주고 왕성하게 하는 식탁과 같 이 '하느님 말씀의 식탁과 주님의 살과 피로 우리를 양 육하는 성찬의 식탁' 인 것이다. 이 두 가지 중심 부분을 시작하고 끝맺는 시작 예식과 마침 예식을 포함하여 미 사는 모두 네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작 예식 : 이 예식의 목적은 한자리에 모인 신자들 의 일치를 이루고 하느님의 말씀을 경청하는 말씀 전례 와 우리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참된 제물로 당신 자신을 바친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이루어 우리에게 먹고 마시라고 주는 성찬 전례를 합당하게 거행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데 있다. 신자들이 입당송을 하는 동안 사제 가 입당하면 먼저 '성호경' 을 하고 주님의 현존을 기원 하는 '인사' 를 신자들과 교환한다. 인사가 끝나면 사제 와 신자들은 '참회 예식' 을 통하여 다 함께 하느님과 형 제 자매들에게 죄와 잘못을 고백하며 용서를 청한다. 함 께 모인 목적이 하느님 대전에 나가 자신을 그리스도와 함께 봉헌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부당함을 느끼고 하느님과 형제 자매들에게 생각과 말과 행위, 그 리고 의무 소홀로 잘못한 모든 것에 대하여 용서를 청하 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당신이 제단에 예물을 갖다 바 치려 할 때에 형제가 당신에게 어떤 원한을 품고 있는 것 이 거기서 생각나거든 당신의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두 고 먼저 물러가서 당신 형제와 화해하시오. 그 다음에 와 서 당신의 예물을 바치시오"(마태 5, 23-24). 이 참회 예 식은 말씀 전례 부분에 가장 먼저 도입되었다. 그런 후 주례자는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 청원을 공식적으로 올리 기 전에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중재자이신 그리스도께 우리의 청원을 품달하는 '자비송' 을 한다. 주일과 대축 일에는 또 하나의 준비요 기쁨을 표현하는 '대영광송' 을 바친다. 시작 예식은 그날 사제의 공식적인 기도 즉 본 기도' 로 일단 마무리된다. 입당 행렬로 시작하여 본기도 로 이루어지는 이 과정은, 길이요 진리이며 생명인 예수 그리스도가 당신 백성을 이끌고 하느님 아버지께로 인도 하는 구원의 여정을 암시한다고 하겠다.
말씀 전례 : 하느님 대전에 나온 하느님의 백성은 하 느님의 말씀을 경청하며 구원의 신비와 영신적 양식을 제공받는다. 하느님은 당신 백성에게 말씀하시고 말씀 자체이신 그리스도는 그 말씀을 듣는 신자들 안에 현존 하신다. 하느님의 구원의 말씀을 경청한 백성은 대답으 로서 '화답송' 을 노래한다. 이어 신자들이 경청한 말씀 을 더 깊이 깨닫고 묵상하여 실천하도록 설명하는 주례 자의 '강론' 이 이어진다. 주일과 대축일에는 이 말씀에 동의하며 '신앙 고백' 을 한다. 그리고 이렇게 하느님의 말씀으로 힘을 얻은 신자들은 온 교회의 필요한 사정과 전세계의 구원을 위하여 '보편 지향 기도' 를 바친다. 이 로써 하느님과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여 우리에게 구원을 이루시는 말씀 전례가 일단락되며, 그리스도와 함께 우 리 자신을 하느님 아버지께 제물로 바칠 수 있는 성스러 운 분위기와 준비가 마련되는 것이다.
성찬 전례 : 성찬 전례는 예수의 최후 만찬부터 오늘 에 이르기까지 미사의 중심이며 절정이다. 빵과 포도주 를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시켜 나누어 먹고 마시는 최후 만찬의 예식이 그 근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역사 를 거쳐오는 동안 부분 예식들이 좀더 풍부해졌을 뿐이 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상 제사를 재현하는 이 부분의 총체적 내용을 일별할 때 제사의 개념보다는 감사의 개념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즉 미사의 기도 내 용은 하느님께서 인류를 구원하신 구원 업적과 그의 자 비에 대하여 감사하며 이 감사로써 하느님께 흠숭과 제 사를 올리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감사 기도가 초안될 당 시에는 물질이라든지 짐승을 중요시하고 그 풍요함에 따 라 제사의 가치를 인정하는 이교(異敎)의 제사들과 점차 로 외형화된 유대교의 제사와 대결하는 그리스도교는 마 음으로부터의 헌신과 겸손된 감사의 정을 강조하며 외적 예물도 영신적이며 천상적 감사의 표시로 생각하였고, 따라서 이교인들의 종교적 용어인 제사라는 용어를 사용 하기를 매우 꺼려 했을 것이다. 예수는 "너희는 나를 기 억하여 이를 행하라"고 명하였다. 당신을 기억하라는 것 은 그분이 우리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죽음과 부활로써 이루신 구원의 업적을 기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 이 큰 업적으로써 우리에게 은혜를 베푼 것을 기억하며 그러한 공적을 말로써 표현하는 것은 바로 감사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감사 기도는 하느님의 구원과 사랑의 신 비를 올바르게 표현하는 것이며 이 감사 기도 안에서 우 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합당한 제물을 하느님 아버지께 바치는 제사를 올린다.
성찬 전례는 먼저 '예물 봉헌' 으로부터 시작된다. 빵 과 포도주를 봉헌하고 사제는 이 제물과 그것을 준비한 신자들에게 복을 내려 주시도록 청하는 '예물 기도' 를 바친다. 예물 준비가 끝나면 미사의 중심이요 정점인 '감사 기도' 가 시작된다.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수행하는 사제는 신자들의 마음을 하느님께 향하도록 하고 전 공 동체의 이름으로 하느님의 위대한 구원 업적을 찬양하며 감사하면서 제물을 축성하여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이루 어 그리스도와 함께 또 그분을 통해서 성령의 힘으로 하 느님께 의합한 제사를 바친다. 감사 기도는 먼저 하느님 의 구원 신비와 업적에 대하여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며 영광과 찬미를 올리는 '감사송' 이 있다. 사제의 감사송이 끝나면 모든 신자들이 천상의 성인들과 천사들 과 함께 하느님의 거룩하심을 찬양하는 3번의 '거룩하시 도다' 로 환호를 올린다. 그 후 사제는 신자들이 봉헌한 예물을 하느님의 능력인 성령께서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시켜 주시고 이 제물을 받아 모시는 모든 이의 구원 과 영생이 되도록 간청하는 '성령 청원 : 축성 기원' 을 한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가 수난 전날 최후 만찬 때에 성체와 성혈을 이룬 사실을 서술하고 사제는 그 당시 그 리스도가 한 말씀과 행위로써 빵과 포도주를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시키는 축성의 말씀을 한다. 이 축성의 말 씀은 성체와 성혈이 이루어지는 핵심적인 성사적 형식 경문이다. 이 부분이 '성찬 제정과 축성문' 으로서 성사 적 제사가 이루어지는 부분이다. 이제 빵과 포도주는 그 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됨으로써 하느님 아버지께서 받 으실 완전하고 흠 없는 제물이 된 것이다. 교회는 이 제 물을 성령의 힘으로 하느님 아버지께 봉헌하며 신자들도 이 제물과 함께 자기 자신을 봉헌하고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영함으로써 하느님과 일치하고 신자들 서로도 일치되기를 청하는 '봉헌' 과 '일치 기원' 을 한다. 그 다 음에 '전구' (轉求)가 따르고, 이 모든 것이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으로 하 나 되어 이루어진 구원 제사로서 하느님 아버지께 최대 의 영광과 찬미를 드리는 '마침 영광송' 으로 끝을 맺는 다.
이어서 미사 성제로서 하느님 아버지께 봉헌된 제물인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나누어 먹고 마시는 '영성체 예식' 이 이어진다. 영성체가 이루어지기 전에 먼저 '주의 기도' 와 그 후속 기도를 바친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몸 을 합당하게 받아 모시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들이 먼저 화해하고 그리스도의 평화를 간직해야 한다. 이런 의미 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평화 예식' 이 이루어진다. 이러 한 준비가 끝나면 주례자, 그리고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 은 성체를 받아 영하는데, 그것이 그리스도의 몸과 피라 는 것을 신앙으로 고백하면서 영한다. 영성체를 하는 동 안에 '영성체송' 이 동반되고 '영성체 후 기도' 로서 영성 체 예식은 마무리된다.
폐회식 : 사제의 인사와 강복, 미사 성제가 끝났음을 선언하는 간결한 예식으로서 미사 성제 예식 전체를 끝 맺는다. 그러나 '미사' 라는 말이 본래 집회의 해체를 의 미하지만, '파견' 이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 문에 이 미사에서 구원의 선물과 은총을 풍부히 받았음 으로 일상 생활을 신앙 안에서 새롭게 하고 다른 사람들 에게 구원의 은총과 그리스도 자신을 전하는 복음 전파 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고 하겠다.
Ⅳ. 미사의 제사성
제사적 행위는 인간이 자신의 전 존재를 헌신하여 자 신이 확신하는 신적 존재와의 만남과 일치를 꾀하는 가 장 본질적이고 극치의 행위요 의식이다. 미사가 지니는 제사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구약과 신약에 있어서 의 제사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구약의 제사 : 구약 시대의 제사 형태는 제사를 지내 는 목적에 따라 다양하지만 근본 요소는 대동소이하다. 우선 제사가 올려지는 곳은 야훼께서 지정하신 성소의 제단이고(레위 17, 1-9 ; 신명 12, 13-28), 예루살렘 성전 이 건립된 후에는 성전 제단인 지성소였다(에제 23, 3840 ; 24, 21 ; 2역대 4, 1 ; 7, 12). 제물은 곡물이나 동물 (창세 4, 3 ; 출애 12, 3-20)을 바치고 그중에서도 첫 곡식 이나 흠 없고 깨끗한 것을 바쳤다(출애 12, 5 : 레위 22, 19-22).
사제 직무를 수행하는 레위 지파의 전례서라고 할 수 있는 레위기에는 제사의 여러 가지 전형적 의식이 수록 되어 있다. 먼저 '번제' (燔祭, holocaustum) 의식이다(레 위 1, 1-17). 번제란 짐승의 살과 기름기 등을 제단 위에 서 불로 사르어 온전히 바치는 전형적 흠숭의 예이다. 짐 승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바치는 봉헌자는 만남의 장막 문간으로 제물을 끌고 나와 그 번제물의 머리 위에 손을 얹는다. 그리고 그 짐승의 목을 찔러 죽이면 사제들이 그 피를 받아 제단 주위에 붓고 봉헌자가 짐승의 가죽이나 살을 잘게 썰거나 저미면 사제들이 제단 위에서 모두 태 운다. 이 의식과 함께 밀가루나 기름으로 구운 누룩 없이 만든 빵도 사용된다. 이 빵도 잘게 썰어서 제단 위에서 태운다. 둘째는 '평화의 제사' 이다(레위 3, 1-17). 봉헌자 는 가축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야훼께 바치는데 우선 제 물 위에 손을 얹은 다음 만남의 장막 문간에서 도살하면 사제들이 그 피를 제단 주위에 뿌린다. 제물의 일부인 내 장과 기름은 불에 태워 야훼께 그 향기를 드린다. 그리고 살코기는 제관과 봉헌자가 함께 먹는다. 셋째는 '속죄의 제사' 이다(레위 4, 1-35 ; 5, 1-26). 이 제사는 하느님의 계명을 거슬러 하느님과 또는 인간 상호간에 '해서는 안 되는' 잘못을 범하였을 때 그 죄를 속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잘못을 범한 봉헌자가 짐승을 만남의 장막 문간에 서 목 찔러 죽이면 사제들이 그 피를 받아 제단 모서리에 뿌리거나 성소에 들어가 성전 휘장에 뿌리기도 하였다. 또 속죄의 날에는 지성소에 그 피를 가지고 들어가 계약 의 궤 위에 뿌리고 나머지 피는 제단 밑에 붓기도 하였 다. 그리고 그 짐승의 살코기와 기름 등 다른 모든 부분 은 만남의 장막이나 진지 밖에서 태워 버렸다.
구약 시대 유대교의 이러한 여러 가지 형태의 제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희생된 짐승의 피이다. 이스 라엘 사람들은 피에 생명이 있다고 생각하였고 야훼 홀 로 생명의 주인이시기 때문에 야훼 하느님께 최상의 경 배를 드리는 제사 의식에 피를 사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였다. 이 피는 이스라엘 백성이 야훼 하느님과 계 약을 맺거나 또 그 계약이 파기되었을 때 그를 다시 복구 시켜 새롭게 하고 강화시키는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이상의 여러 가지 제사 의식을 종합한다면 번제는 봉 헌자인 인간이 하느님께 온전히 속하였고 그분의 절대권 을 승복한다는 것을 표명하기 위하여 제물을 완전히 불 로 태워 사르고 그 피를 제단에 부어 야훼 하느님과의 계 약 관계를 강화시킨다. 평화의 제사는 제물의 일부인 피 와 기름을 제단에 붓거나 불에 사르고 살코기는 제관과 봉헌자들이 함께 먹는 만찬을 함으로써 하느님과의 일치 와 평화를 이루고 강화시킨다. 속죄의 제사는 봉헌자가 자기의 죄와 잘못으로 인하여 야훼 하느님과 맺은 계약 을 파기하거나 계명을 어겼을 때 죄를 용서받고 새롭게 하기 위하여 행하는 피의 의식인 것이다.
신약의 제사인 그리스도의 십자가 상 제사 : 인류 구원 을 위하여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파견되어 하느님의 아들 로서 인성을 취하여 이 세상 역사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 는 성부의 뜻을 따라(마르 14, 35-36 ; 마태 26, 39-42 ; 루 가 22, 42) 당신 자신을 골고타 십자가 위에서 희생 제물 로 바치셨다(마르 15, 33-39 ; 마태 27, 45-56 ; 루가 23, 34-49 ; 요한 19, 20-30). 이미 구약성서는 야훼의 종인 메시아 구세주가 우리 모든 인간의 죄악을 짊어질 속죄 양으로 예언하고 있다(이사 53, 6-10). 세례자 요한은 예 수를 보고 "세상의 죄를 치워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 양(요한1, 30)임을 확신시켜 주었다. 이와 같이 희생 양 으로 묘사된 예수의 십자가 상 죽음은 '많은 사람을 위 한' (마르 14, 24 ; 10, 45) 속죄의 희생이었다. 또한 "내 계약의 피로서 많은 사람을 위하여 쏟는 것입니다"(마르 14, 24)라는 예수의 말씀은 시나이 산에서 희생된 동물 의 피로써 맺은 계약을(출애 24, 8) 연상하게 한다. 사도 바오로는 하느님이 인간의 죄를 용서해 주시려고 그리스 도를 제물로 내주시어 피를 흘린(로마 3, 25 ; 4, 25) 속죄 의 희생 제물로뿐만 아니라, 아브라함에게 외아들 이사 악을 봉헌하라고 명한(창세 22, 1-15) 하느님은 모든 사 람을 위하여 당신 아들을 아낌없이 내어 주셨고(로마 8, 32), 또 그리스도는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하느님 앞에 향기로운 예물과 희생 제물로 바쳤다(에페 5, 2)고 표명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죄악을 없이하는 종말 적이며 유일하고도 최종적인 희생 제물로 자신을 바친 것이며(히브 9, 26), 그는 신약의 대사제요 희생 제물인 (히브 10, 5-9) 동시에 그 행위는 유일무이한 구원 업적인 것이다(히브 10, 10-18).
이러한 성서의 말씀에 근거할 때 예수 그리스도가 인 류의 죄악을 대신하여 십자가 위에서 '당신의 피를 흘리 시고 당신 자신을 속죄의 제물로 바치시고 당신 자신을 내어 주시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는 그의 죽음은, 분명 '제사의 성격' 을 지니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 가 위에서 당신을 희생 제물로 하느님께 바침으로써 인 간과 하느님을 다시 일치시키고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어 주며, 그의 피로써 새로운 계약을 맺는 예수 그리스 도의 십자가 상 제사는 유일회적(唯一回的)이며 종말적 이고 최종적인 인류 구원의 업적이다. 이제 이 구원의 업 적인 십자가 상 제사는 그의 새로운 백성인 교회 안에서 새롭게 재현되고 기념되어 영속되어야 할 것이다.
미사의 제사성 : 구약의 제사에서 제물로 사용되던 짐 승이나 양이 아닌 당신 자신을, 인류의 죄를 없이하기 위 하여 종말적이며 궁극적으로 단 한 번 십자가 위에서 희 생 제물로 바친 예수 그리스도는(히브 9, 25-28) 당신의 새로운 백성인 교회 안에 그 사건을 재현하면서 기념하 는 방법으로 미사를 마련해 주셨다. 이는 역사의 절정이 요 분기점에서 단 한 번밖에 이루어질 수 없는 십자가 상 피흘림의 희생 제사인 구원 업적을 영속시키기 위함이었 다.
십자가 위에서 이루어질 당신의 희생 제사를 영속시키 는 방법은 예수 그리스도의 최후 만찬이며 그 만찬의 내 용과 사용된 용어들이 제사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예수 는 당신 자신을 하느님 아버지께 희생 제물로 바치기 전 에 사도들과 함께 만찬을 하면서 빵을 들고 감사와 축복 을 하고 제자들에게 떼어 주며 "이는 내 몸이니라. 너희 와 모든 이를 위하여 내어 줄 내 몸이다" , "포도주가 담 긴 잔을 드시고 감사하고 축복하여 주시며 이는 내 피이 다.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너 희와 모든 이의 죄 사함을 위하여 흘릴 피이다"(마태 26, 26-29 ; 마르 14, 22-25 ; 루가 22, 17-20 ; 1고린 11, 2326)라고 하셨다. '내어 줄 몸, '죄 사함을 위하여 흘릴 피' , '새로운 계약을 맺는 피' 등은 제사에서 사용되는 용어이다. 예수가 '당신 자신의 몸과 피를 남김없이 성 부께 봉헌함으로써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었다' 는 것 은 구약의 번제의 의미를 드러내는 것이며, '너희와 모 든 이의 죄 사함을 위하여 흘리는 피' 라는 것은 속죄의 제사적 의미를 내포하고, 너희는 내 몸과 피를 받아먹 고 마셔라' 한 것은 평화의 제사를 연상하게 한다. 따라 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상 제사와 그를 재현하는 최 후 만찬의 행위는 구약의 제사를 완성한 것이며 완전하 고 흠 없는 제사임을 말해 준다. 예수 그리스도는 당신의 수난과 십자가 상 죽으심과 부활을 내다보며(마르 8, 3132 ; 9, 30-31 ; 10, 33-34) 최후 만찬을 하였고 당신을 기억하기 위하여 이를 행하라(루가 22, 20 ; 1고린 11, 25) 고 제자들에게 명하였다. 주님의 명을 따라 예수 그리스 도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그의 부활 사건을 기념하고 재 현하면서 당신의 몸과 피를 우리에게 주신 최후 만찬을 새롭게 하는 신약의 유일한 만찬의 행위가 가톨릭 교회 의 미사이다. 미사의 본질적 예식은 예수가 최후 만찬 때 에 한 행위와 말씀이요, 그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행 위가 지금 여기에서 현실화되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 는 그의 대리자인 사제의 인격 안에 현존하며 사람들을 새로운 계약으로 하느님과 일치시키며 그들 가운데 현존 하며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주는 내 몸이요 피이니 너희는 받아먹고 마시라' 는 성찬례를 거행한다. 이러한 미사는 주님의 수난과 죽음, 부활을 기념하는 파스카 신 비의 거행이요, 그 사건을 현재 기억하고 재현함으로써 하느님과의 일치를 이루는 구원과 해방이 구현되는 기념 제인 것이다.
V . 미사의 현대적 의미
〔생명의 근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에게 가장 귀 중한 것은 생명이다. 따라서 행복하고 영원히 살고 싶어 하는 인간의 갈망은 그칠 줄 모른다. 인간이 이러한 생의 갈망을 채우지 못한다면 한낱 동물에 지나지 않을 것이 다. 그래서 인간의 모든 행위는 이 고귀하고 행복하고 영 원한 생명에 대한 갈망을 어떻게 성취시킬 수 있느냐에 집중된다고 하겠다. 고도로 발달된 현대의 물질 문명과 여러 분야의 과 학 문명, 특히 기계와 전자 공학, 의 학과 생명 공학도 인간의 생명을 어 떻게 연장시키고 완성시킬 수 있느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러한 현대 문명의 발전과 산업화 사회는 인간의 삶을 외적으로 더욱 풍요롭게 하고 다른 어느 때보다도 인간에게 커다란 혜택을 주며 장래에는 더욱 큰 편이 를 제공하리라 여겨진다. 그러나 이러한 현대의 물질과 과학 문명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다른 어느 때보다도 생명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 음을 부인할 수 없다. 생명을 위협하 고 전멸시킬 수 있는 핵물리학, 공해 와 산업화로 인한 자연 파괴, 인간을 물질과 기계의 노예로 전락시키는 공포에 떨고 있는 것 이 현대인이 처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현대인을 불안과 불확실한 상황에서 방향 감각을 잃게 하는데, 이는 마치 모든 장비를 완비하고 망망 대해를 안 전하게 항해하리라고 생각한 배가 현대의 극심한 풍랑으 로 의지했던 장비도 파손되고 나침판도 고장이 나 어디 로 가야 할지 그 방향을 잃은 것과도 같다.
생명의 위기에 직면하여 불안에 사로잡힌 현대인에게 참 생명 성취의 방향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종교 의 역할이다. 그렇다면 종교는 현대인으로 하여금 원초 적이고 근본적인 생의 갈망을 완취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생명의 근원을 되새기고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방 향으로 이끌어 주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계를 정립하 는 것이 종교의 행위 중에 중요한 행위인 제사적 행위이 다.
제사적 행위는 하느님과 인간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행 위이다. 하느님은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조물주이시며 생명 자체로서(요한 5, 26) 인간에게 생명을 주신 분이시 다. 모든 것과 생명을 하느님께로부터 선물받은 인간은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의 선물을 되돌려 드려야 한다. 인 간은 하느님께서 주신 것, 곧 생명을 봉헌함으로써 생명 의 근원이신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맺을 수 있고, 하 느님의 영원한 생명에 참여함으로써 인간이 갈망하는 영 원한 생명을 성취할 것이다. 창조주요 생명의 근원인 하 느님과 피조물인 우주와 인간 간의 수직선을 유지하고 새롭게 하는 것이 제사적 행위이다. 구약의 '번제' 는 조 물주 하느님의 생사 대권에 인간이 승복하고 그분께 온 전히 속하여 있음을 고백하는 것이며, '속죄의 제사 는 인간이 하느님과 그의 명을 거슬러 범한 죄악을 속죄하 고 화해하여 하느님과 맺은 계약 관계를 회복하고 새롭 게 하는 것이고, '평화제' 는 하느님과 인간과의 일치와 인간들 서로가 일치하여 평화를 강화시키는 뜻을 지니고 있다.
구약 제사의 완성인 신약의 제사인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상 희생 제사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온전히 순 종하고 하느님께 잘못한 모든 인류의 죄악을 속죄하고 당신의 피로써 하느님과 인간과의 새로운 계약을 통해 일치와 평화를 이룩하는 최상의 행위였다. 이 유일회적 인 십자가 상 제사를 재현하고 기념하는 미사도 그리스 도와 함께 우리 자신을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하고 희생 제물인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함께 받아먹고 마심으로써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고 그분과 일치하는 최상 의 행위인 것이다. 모든 생명의 근원이신 하느님께 인간 이 선물로 받은 생명을 되돌려 드리는 제사인 미사의 참 뜻을 깊이 재인식하고 활성화시키는 것이 오늘날 우리에 게 더욱 필요하다고 하겠다.
〔생명의 나눔〕 하느님과 인간 간의 수직적 방향선을 잃어 가는 현대인들은 인간 상호간의 수평선도 잃어 가 고 있다. 영원한 생명의 근원인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현대인은 자연히 현세주의, 물질 만능주의, 감각적 향락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자연 과학, 우주 공학, 전 자 공학 등 현대의 산업화가 전 우주와 전세계를 한 덩어 리로 만들고 시공의 한계를 넘는 단계에 도달하였지만 그렇다고 인간 상호간의 간격까지 초월시켰다고 볼 수는 없다. 이러한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동서간, 국가간, 민 족간, 사회간, 인간간의 관계가 소월해짐으로써 현대인 은 스스로 소외감을 느끼게 되고 아집과 정신적 이기주 의의 노이로제에 사로잡혀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현대인들에게 종교는 그들이 이웃이 되고 더불어 활기 있게 살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 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상 제사는 '모든 이를 위하 여' 자신을 희생한 행위이고 모든 이에게 참되고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 준 행위이다. 십자가 위에서 벌린 예수 그 리스도의 두 팔은 모든 인간, 특히 소외당하고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함께 모으고 참 생명을 주는 행위였다. 모 든 이에게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요한 3, 14-15) 예수의 십자가는 천상과 지상을 이어 주는 수직선과 산 이 와 죽은 모든 이를 연결시켜 주는 수평선의 만남이다. 이 십자가 상 제사를 재현하고 기념하는 미사는 모든 이에 게 생명의 음식을 제공하는 잔칫상이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입니다. 내가 줄 빵은 곧 내 살로서 세상의 생명을 위해 주는 것입니다"(요한 6, 51).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줄 내 몸이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이다."
예수 그리스도 의 몸과 피로 마련되는 이 생명의 잔칫상은 남녀노소나 빈부귀천의 차이도 없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초대되는 곳이며 아무도 소외됨이 없이 함께 즐겨 먹고 마시는 한 마당이다. 이러한 참 생명의 음식을 함께 먹는 우리는 또다시 남을 위한 음식이 되어야 하고 남을 위해 희생과 봉사를 해야 한다. 또한 한 음식을 먹고 마시는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일치하며 평화를 이룰 때 미사의 진정한 의의와 생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과 생명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고 그리 스도와 함께 우리의 삶을 봉헌하고 그 삶을 나누는 것이 미사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 말씀 전례 ; 성찬 전례)
※ 참고문헌 J.A. Jungmann, Missarum Sollemnia I ~ II Freiburg, 1962/ ㅡ, Der Gottesdienst der Kirche, Innsbruck, 1963, pp. 101~166/G. Manly, At the Table of the Lord, Spectrum Publications, 1972(최윤환 역, 《주님의 식탁에서》, 성바오로출판사, 1976)/ R. Kaczynski, Wir Kommen vor dein Angesicht, Regensburg, 1978(최윤환 역, 《주 앞에 모여》, 분도출판사, 1982, pp. 41~89)/ A. Adam, Die Eucharistiefeier- Quelle und Gipfel des Glaubens, Freiburg, 1991/ B. Fischer, 《LThK》 7, pp. 322~331/J. Betz · B. Neunheuser, 《LThK》 7, pp. 345~352. 〔崔允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