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은 것으로 이해되는 신앙 이나 의식(意識). 엄밀한 의미에서는 학술 용어로 그 개 념을 규정하기가 곤란한 용어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망망령되게 믿고 있는 것' 혹은 '사람을 미혹(迷惑)시키 는 신앙' 등으로 이해된다. 미신이라는 용어는 임의적이 고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광범위하고 모호하게 사용되는 데, 이 용어의 타당성 여부는 종교학적 · 신학적인 시각 에서 살필 수 있다. 모든 종교 현상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감적인 이해를 전제로 미신이라는 용어의 타당성 여부
를 살피는 것이 종교학적인 시각이고, 어느 한 신앙의 근 본 입장에 충실하면서 그 신앙 내용의 정확한 의미를 규 명하고, 더 나아가 그 가르침으로부터 벗어나는 사(邪) 된 가르침들을 경계하는 입장이 신학적인 시각이다.
〔종교학적 시각〕 종교학적인 시각에서 사용되는 미신 이라는 용어는 다시 세 가지 범주로 분류할 수 있다. 첫 째, 모든 종교적 믿음이나 의식(意識), 행동 등에 대해 미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이다. 종교 자체의 의 미나 가치를 근본적으로 경시하거나 부정하는 사고를 드 러내기 위해 이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즉 철저한 합리 주의적 사고와 과학주의적 사고에 근거한 것만을 참되고 가치 있는 것으로 인정하면서, 이러한 기준에 어긋나는 종교 현상 모두를 허무 맹랑하고 무의미한 것으로 배격 하는 의미에서 미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둘째, 자신 이 믿는 종교 전통 이외의 것을 미신으로 규정하는 경우 이다. 이 경우는 첫 번째와는 달리 일단 종교 자체의 의 미나 가치를 기본적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자기 신앙만 이 가장 우월하고 참 종교라는 입장에서 자기 신앙을 제 외한 모든 신앙을 그릇된 거짓 신앙으로 규정한다. 셋째, 일반적인 기준에 의해 비도덕적이고 비합리적인 내용이 나 형태라고 판단하는 신앙을 미신으로 규정하는 경우이 다. 즉 원시 종교 · 민간 신앙의 잔재, 혹은 그 영향으로 은연중에 일상 생활과 사고에 작용하는 단편적인 믿음이 나 의식 · 행동을 미신이라 지칭한다. 이 경우는 종교 신 앙이 과연 어떤 외부적인 기준에 의해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모든 종 교 현상들에 대한 객관적이고 고른 시각을 기본 전제로 표방하는 종교학의 입장에서는 그 어느 신앙 형태도 가 치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이 중 첫 번째와 두 번째의 경우는 어느 정도 객관적인 의미와 가치를 지닌 내용에 대해 주관적인 혹은 편견적 인 시각 속에서 미신이라는 용어로 평가 절하한다. 이에 비해 세 번째의 경우는 내용상으로는 앞의 경우와 구분 되지만 그 인식 태도가 문제이다. 이 경우에 해당하는 원 시 종교나 민간 신앙은 본래 엄연한 신앙 체계로서의 심 각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점차 과학의 발전과 인간
의 합리성이 보편화되면서 의미 없 고, 가치 없고, 허무 맹랑한 것으로 평가 절하된 것이다. 물론 그 내용 중에는 현대 일반인의 상식 수준을 훨씬 밑도는 것도 있고, 조금의 과학 적인 추궁으로도 금방 그 비합리성 이 드러나는 허무 맹랑한 것도 있다. 그러나 모든 종교 현상들에 대한 공 감적인 이해를 추구하는 종교학적 시각에서는 그 어떤 종교적 내용도 허무 맹랑하거나 의미 없는 것일 수 없다. 모두가 그 시대, 그 문화 환경, 그 인간의 심각한 종교성이 반영되 어 있는 내용들로서 인식되어야 한 다. 결국 종교학적 입장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미신이라는 용어는 성립될 수 없다.
〔신학적 시각〕 모든 종교 현상들을 고르게 보는 종교 학적 입장이 아니라, 한 신앙 전통의 정확한 내용과 의미 를 규명하고 지켜 나가고자 하는 신학적 입장에서는 미 신이라는 용어로 규정 지을 만한 종교적인 믿음이나 의 식, 행동 등이 있을 수 있다. 본래의 근본 가르침을 잘못 이해하고 그로부터 어긋나 있는 신앙, 시대의 흐름이나 주변 문화의 영향으로 올바른 신앙을 흐리게 하는 내용 들이 바로 경계의 대상이다. 즉 고대로부터 축적되어 온 민간 신앙, 또는 전통적인 생활 태도 · 습속(習俗) 등이 본래의 신앙 내용과 형태를 흐리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기형적인 신앙 형태를 초래할 때, 그러한 부적절한 주변 적 신앙 내용과 형태들을 미신이라는 이름으로 규정하고 경계할 수 있다. 실제로 오늘날 한국인들의 신앙 형태 속 에서는 이러한 미신적인 요소들이 많이 발견된다. 하나 인 신(神)의 절대적인 주관과 섭리를 신앙 고백하면서도 막상 구체적인 일상사에서는 여타의 주술적(呪術的)인 힘에 의지하는 일, 더 나아가서는 그 신을 자신의 취향대 로 주술적인 힘의 일종으로 둔갑시켜 그에 따른 신앙 형 태를 추구하는 일 등이 만연되어 있다. 이와 더불어 종교 심(宗敎心)의 본질 자체를 지나치게 현세 기복적인 것만 으로 인식하는 것 역시 현대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미 신' 의 한 형태로 규정할 수 있다. 결국 미신이라는 용어 는 어느 한 특정 종교 전통의 입장에서, 즉 신학적인 입 장에서 논의할 수 있는 문제이고 그러한 범주 안에서만 성립 가능한 용어이다.
미신이라는 용어는 기본적으로 가치 규정적이고 규범 적인 의미를 전제로 하는 만큼, 가치 규정적이고 규범적 인 논의가 성립할 수 있는 신학적인 범주 안에서만 성립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신학적인 범주 내에서의 논의 도 과연 일반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미신이라는 용어가 적절한지는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즉 미신이라는 용어 가 문명 이전, 비합리성, 비과학성, 허구성 등을 나타내 는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 '올바른 신앙을 미혹시키는 사(邪)된 신앙' 이라는 좀더 세밀한 의미로서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 경우에 전통 문화나 고대의 신
앙 형태들은 무조건 미신이라는 이름으로 배척될 수 없 다. 오히려 현대의 올바른 종교 신앙을 저해하는 '미신' 들은 그 같은 단순한 범주 구분을 넘어서 보다 광범위하 게 만연되어 있다.
〔한국의 미신〕 한국에서 미신이란 용어는 개화기 때부 터 사용되었다. 비록 그 이전에도 유교적인 가치 기준에 의해 전통적인 민간 신앙의 일부를 미신적인 것으로 치 부하는 경향이 강하였지만, 명치(明治) 이후 일본에서 'superstition' 의 번역어로 쓰이던 '미신' 이 그대로 도입되 어 개화기 이후에 사용되었던 것이다. 이 용어는 일제 시 대 민족 말살 정책과 맞물려 한국의 전통적인 생활 태도 나 습속 등을 지칭하기도 하였고, 그리스도교의 도입 및 근대화의 과정에서 무속(巫俗)과 점복(占 卜) 등을 미신 으로 규정하여 타파할 대상으로 인식하기도 하였다. 그 러나 앞서 언급하였듯이 전통 문화와 고대의 신앙 형태 모두를 미신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의 상당 부분은 그 민족의 오랜 경험의 축적에서 형성된 고유한 생활 전통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유해(有害) 한 것을 제외하고는 이에 대한 존재 가치는 인정되어야 한다.
오늘날 학계에서도 미신이란 용어는 거의 사용하지 않 는다. 기존에 미신으로 다루었던 내용들은 속신(俗信)이 라는 개념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특히 사회적 으로 유해하고 어떠한 관점에서 보더라도 합리성을 갖지 못한 것을 미신이라 하여 양자를 구분하는 경우도 있다.
※ 참고문헌 Mary R. O'Neil, 《ER》 14, pp. 163~166/ J.D. Fearon, 《NCE》 13, pp. 817~818/小口偉一 · 堀一 郎 감수, 《宗敎學辭典》, 東京 東京大學出版社, 1989. 〔吳智燮〕
미신 迷信 〔라〕superstitio 〔영〕superst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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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주책. 합리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은 것으로 이해되는 신앙이나 의식이 미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