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에서 전승되는 자연적인 종교 현상. 문서화된 경 전이나 체계화된 조직이 없는 자연 발생적인 것으로, 한 지역 사회나 한 민족의 생활 공감에 의해 형성되며, 그들 의 사고 방식과 신앙 형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틀로 작용 한다. 민간 신앙이라는 용어 외에 보편적으로 '민속 신
앙' , '민속 종교 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정의와 순환적 원리〕 일반적으로 교조 · 교리 · 의 례 · 교단과 같은 체계적인 형식을 갖춘 종교에 비해, 이 러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자연적인 종교 현상을 민간 신 앙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불교 · 그리스도교 등과 같은 세계 종교 또는 역사 종교를 인위적인 종교라고 하며, 이 의 상대적인 개념에서 민간 신앙을 자연적인 종교라고 칭한다. 그러나 오늘날 종교는 상당히 포괄적으로 정의 된다. 세계 종교나 역사 종교라는 말보다 인위적인 종교 와 자연적인 종교로 구분 짓는 것 자체도 이미 기존의 정 의 기준을 해체한 것이다. 이제는 이러한 정의 기준에서 도 벗어나 궁극성 · 초월성 · 신성성을 종교의 기준으로 언급하며, 종교학에서도 신화와 제의, 상징에 보다 적극 적인 관심을 가짐으로써 종전의 개념과 연구 방법의 극 복을 모색하고 있다.
민간 신앙은 생존을 위한 풍요와 건강을 획득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이와 같은 목적은 상대적인 것이어 서 질병을 건강으로, 빈곤을 풍요로 바꾸어 순환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민간 신앙은 어느 것이나 순환에 의해 그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려는 공통성을 지니며, 질병과 빈곤이라는 불행한 현실을 건강하고 풍요로운 현실로 바 꾸어 놓으려는 재생적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순환의 원 리는 원본(原本, Arche-Pattern) 사고의 미분성(未分性)에 기반을 둔 동일 근원 원리에 의한 것이다. 곧 존재의 근 원인 신성(神聖)쪽과 그 반대 상황인 세속쪽이 완전히 단절된 것이 아니라 오갈 수 있다는 미분성, 그리고 모든 존재의 근원이 신성쪽이라는 동일 근원 원리에 의해 양 극적인 것을 순환시켜 자신의 존재를 영구히 지속시키려 는 것이다.
현실 안에 있는 인간의 수명은 1백 년을 넘기기 어렵 고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건강과 모든 물질은 시간이 지 나면서 점차 소모된다. 이렇게 소모되어 가는 인간의 생 존에 필요한 모든 존재를 신앙을 통해 유지하고 지속시 키려는 것이 민간 신앙을 섬기는 사람들의 의식이다. 이 때 모든 존재의 근원을 신성쪽으로 보고, 거기서 생존에 필요한 새로운 존재를 획득한다. 그러나 새롭게 획득한 존재도 시간이 지나면 역시 소모되고 낡아 버려 다시 새 로운 존재를 획득해야 한다. 이렇게 현실의 폐기와 재생 이라는 양면적 의미를 갖게 되는데, 이러한 재생적 순환 은 바로 존재를 재생시키는 의미가 있다. 또한 존재의 재 생은 바로 존재의 영구 지속을 의미한다. 따라서 민간 신 앙의 궁극적인 목적은 생존의 지속, 자기 존재의 영구 지 속에 있는 것이다. 민간 신앙이 민간층에서 뿌리깊은 종 교적 기반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속성 때문이라 고 할 수 있다.
〔특 성〕 민간 신앙의 역사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그러나 기록으로 볼 때, 상당한 시기까지 소급되고 있다. 무속의 경우,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전하는 남해왕 (南海王)대의 기록이 있고, 《삼국지》, 《후한서》 등의 <동 이전>에는 통제(洞祭)와 비교될 수 있는 삼한(三韓)의 제천 의례와 소도(蘇塗)에 관한 기록이 있으며, 점복(占
卜)에 관한 기록도 나타난다.
이러한 민간 신앙의 기반 위에 4세기 후반부터 외래 종교가 도입되어 적층(積層)을 이루고 있는 것이 한국의 종교적 현실이다. 즉 삼국 시대부터 고려 시대에 걸친 불 교 문화, 조선 500년의 유교 문화, 이후 100여 년의 서 양 그리스도교 문화순으로 문화적인 적층을 형성해 왔던 것이다. 민간 신앙은 이와 같은 한국의 종교 문화 속에서 그 기층을 이루고 종교 문화의 에너지원으로 존재하여 왔다. 그리하여 외래 종교도 민간 신앙과의 접촉을 통해 민간 신앙적 요소를 지니면서 한국적 종교로 성장해 왔 던 것이다.
이처럼 한국 종교 문화의 기층적 종교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민간 신앙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닌다. 첫 째, 신앙 행위가 세대와 세대를 거쳐 구전(口傳)된다는 점이다. 이는 곧 민간 신앙의 비조직성을 뜻하기도 한다. 민간 신앙은 종교적 체계라 할 수 있는 뚜렷한 교조와 교 리 · 교단이 결핍되어 있으며 신앙 행위의 지침서가 되는 여러 가지 문서와 경전도 없이 말에서 말로 자연스럽게 전승된다. 둘째, 신앙의 대상이 되는 신이 유일신이 아니 라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다. 민중의 생활 공간과 생활 자 체를 통제 또는 수호하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직능에 따 라 존재하며, 그래서 신의 이름도 천신 · 지신 · 용신 · 장 군신 · 수신 · 해신 등 다양하다. 셋째, 현세 구복성을 들 수 있다. 즉 구원의 동기가 항시 현실의 구체적인 삶의 위기에서 비롯된다. 그리하여 본인의 내적 수련과는 상 관없이 일정한 절차에 의한 의례를 치르면 어떤 힘있는 정령(精靈)이나 구세주에 의해 자동적으로 구제된다고 믿는다. 넷째, 현세 구복적이고 현세 이익적인 신앙이어 서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의례도 주술적인 것이 대부분 이다. 흔히 민간 신앙을 주술 종교라고 하는데 사실상 어 떠한 종교든지 주술성을 포함한다. 다만 민간 신앙의 경
우 주술성이 한층 강하다는 것인데 신앙의 동기가 현실 의 구체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신앙 효과가 당장 나타 나지 않으면 신앙 행위의 의미가 반감된다. 따라서 가장 손쉬운 주술을 행함으로써 그 효과가 당장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다섯째, 다양한 신앙 형식이 복합되어 중층적 인 신앙 현상군을 이룬다. 오랜 역사적 과정을 거쳐오면 서 여러 신앙 형식들이 퇴적 · 융합된 것이다. 특히 외래 종교와 상호 영향을 주고받기도 하였는데 무불(巫佛)의 융합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민간 신앙이 많은 신앙 형식 을 융합하여 중층적인 현상을 이루는 까닭은 어떠한 신 앙 형식이든지 구복적 동기만 맞으면 필요한 부분들을 언제든지 수용하는 현세 구복적인 성격 때문이다. 여섯 째, 민간 신앙은 의례 중심의 종교이다. 교리나 교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신앙 행위인 의례를 중시 한다. 특히 주술 종교이기 때문에 현실의 생존적 이해 관 계에서 복만 얻으면 그만이지 번거로운 교단이나 교리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리하여 민중은 현실에서 구 원을 얻게 되는 의례에 관심을 갖게 된다. 민중과 직접 대면하는 것은 민중의 신앙적 정서를 수용하는 의례뿐이 다. 이는 의례의 형식에도 반영되어 있는데, 그들의 의례 태도가 형식보다 정성 지상주의라는 것은 바로 그 예라 하겠다. 물론 형식이나 격식을 갖출 만한 신앙의 지침서 나 경전 같은 것이 없는 까닭이기도 하지만, 민중은 오직 착실히 믿고 최대한의 성의를 표시하면 기원 사항이 이 루어진다고 믿는다. 일곱째, 민간 신앙의 전승 주체는 대 체로 지역 사회이다. 민간 신앙은 세계 어디에나 보편적 으로 존재하지만 각 지역 사회에 의해 취사 선택되기 때 문에 나름대로의 지역적인 특성을 반영한다. 이는 민간 신앙이 생활 공동체의 신앙이라는 점과도 관련시킬 수 있다. 가령 개인이 병이 나서 굿을 하는 경우에도 집 전 체나 가족 모두를 위해 굿을 하며, 동제의 경우에도 마을 전체를 위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지연이나 혈연 을 중심으로 한 생활 공동체의 신앙이라는 점에서 지연
이나 혈연이 없는 사람에게는 매우 폐쇄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종 류〕 민간 신앙은 여러 가지 특성과 다양한 신들에 걸맞게 종류도 다양하다. 민간 신앙의 종류에는 계절제 (季節祭)를 비롯하여 가신(家神) 신앙 · 동신(洞神) 신 앙 · 무속(巫俗) 신앙 · 독경(讀經) 신앙 · 자연물(自然 物) 신앙 · 영웅(英雄) 신앙 · 사귀(邪鬼) 신앙 · 풍수(風 水) 신앙 · 점복(占 卜) · 예조(豫兆) · 금기(禁忌) · 주부 (呪符, 符籍) · 주술(呪術) · 민간 의료(民間醫療) 등이 있다.
계절제는 사계절에 따라 풍요와 건강을 위해 행하는 제의적 행사로서, 세시 풍속 또는 세시 의례로 일컬어지 는데, 봄철의 제의적 행사인 음력 정월의 신년제(新年 祭)가 대표적이다. 그 밖에 2월 초하루 영등일과 3월 초 사흘 삼짇날에 세시 행사를 베푼다. 여름철의 제의적 행 사는 단오(端午) · 유두(流頭) · 복(伏)날에, 가을철의 제 의적 행사는 백중 · 한가위 · 중구일에 행한다. 그리고 겨 울철에는 10월 상달과 동지에 행하며 섣달에는 그믐 무 렵에 종년제적(終年祭的) 의미를 갖는 세시 행사를 행한 다. 계절제는 대체로 계절에 따르는 농경 제의적 성격이 짙고 이런 계절제는 가신 신앙 · 동신 신앙과도 깊은 관 련을 갖는다. 계절제 가운데에는 특히 정월의 신년제가 중심을 이룬다. 신년제는 한 해가 시작되는 때에 행해진 다는 점에서 한층 깊은 의미를 지니는데, 차례 · 안택(安 宅) · 홍수매기 등 집안에서 개별적으로 행하는 것 외에 지신밟기 · 불놀이 · 편싸움 · 동신제 등 마을 공동의 행 사가 있다.
가신 신앙은 가택 신앙, 또는 집안 신앙이라고도 하는 데 가택의 요소마다 신이 있어서 집안을 보살펴 주는 것 이라 믿고 이 신에게 의례를 올리는 것이다. 가신으로는 성주신 · 조상신 · 삼신 · 조왕(竈王) · 터주 · 업 · 우물 신 · 우마신(牛馬神) 등 다양하다.
성주신은 집안에서 가장 높은 신으로 가정의 길흉화복 을 관장하며 그 자리는 집의 중심이 되는 대청의 양주 (梁柱) 밑이나 상기둥이다. 신을 상징하는 신체(神體)로 는 백지를 접어서 실타래로 묶거나 백지를 막걸리로 축 여서 반구형이 되게 갖다 붙인다. 조상신은 후손을 보살 펴 주는 신으로, 자리는 안방의 윗목 벽 밑이다. 신체는 대체로 없지만 조상 단지로 모시는 경우가 있다. 삼신은 아이를 갖게 해주는 신으로 아이가 태어난 후 일곱 살 때 까지 보살펴 준다는 신이다. 그 자리는 안방의 아랫목인 데, 삼신 자루 · 삼신 바가지 등을 신체로 한다. 조왕은 부엌에 있는 신으로 그 자리는 부뚜막 뒤인데 조왕 중발 을 신체로 하고 있으며 삼신과 함께 육아의 기능을 한다. 터주는 지신(地神)이라고도 하는데 집터를 맡아보며 집 안의 액운을 걷어 주고 재복을 주는 신이다. 집의 뒤뜰 장독대 옆에 터줏가리를 만들어 신체로 모신다. 터줏가 리에는 매년 햇벼가 날 때마다 갈아주는데 갈아낸 묵은 벼는 남을 주지 않고 가족들이 먹는다. 이 곡물은 복이 담긴 신성물로 밖으로 내보내는 것은 복을 내모는 것으 로 여기기 때문이다. 업은 흔히 '지키미' 라고 하는 가택
신으로 재복을 맡고 있는데 그 자리는 광이나 곳간과 같 이 재물을 보관하는 곳이다. 신체는 대체로 형상화하지 않으나 구렁이 · 족제비 · 두꺼비 등을 업의 대상으로 여 긴다. 또한 우물신은 물이 마르지 않게 도와 주며, 우마 신은 마구간에서 우마의 번식을 돌보아 주며, 대문에는 문신이 있어 액살(厄煞)을 막아 주고, 변소에는 측신(厠 神)이 있어 살(煞)을 거두어 준다고 믿는다. 이 밖에도 안동을 비롯한 경북의 몇몇 지역에서 섬기는 용단지는 농경신이며 재복을 관장하는 업신의 기능도 한다
동신 신앙은 마을의 수호신을 신당에 모셔 놓고 제액 초복(除厄招福)을 위해 동인들이 합동으로 제의를 올리 는 마을 공동 신앙이다. 마을 공동 제의를 동제 또는 동 신제라고 하는데, 근래에는 마을굿이라는 말을 학술 용 어로 정착시키고 있다. 마을 신은 마을 공동의 신이라는 점에서는 공통되지만 신의 명칭은 산신 · 서낭신 · 용 신 · 골매기 · 해신 등 다양하다.
무속 신앙은 무당을 주축으로 민간층에서 전승되고 있 는 자연적 종교 현상이며, 독경(讀經) 신앙은 독경을 중 심으로 하는 민간 신앙의 한 형태이다. 독경의 경문은 불 교 · 도교 · 무속 등의 사고가 혼합되어 기록된 것으로 신 장(神將)의 위력에 의해 제액(除厄)과 잡귀를 물리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자연물 신앙은 나무 · 암석 · 강 · 산 · 바다 등 자연 무 생물과 구렁이 · 호랑이 · 말 등 동물, 까치 · 까마귀 · 꿩
등의 조류를 신성시하여 신앙하는 것이다. 산에 가서 산 신제를 지내고 강이나 바다에 가서 용신제를 지내며 거 목이나 암석 앞에 제를 지내면서 소원을 비는 것은 모두 자연물을 신격시하여 신앙하는 것이다. 동물의 경우 소 는 조상이라 하고 호랑이는 산신, 말은 서낭, 돼지는 터 주, 구렁이는 업, 개는 객귀의 상징이라 하여 이런 동물 을 잡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이렇게 자연물을 신 성하게 보는 까닭은 일상적인 것과 구별되면서, 쉽게 멸 하지 않는다는 영원성 때문이다.
영웅 신앙은 영웅의 영혼을 신으로 받들고 믿는 것이 다. 인신(人神) 가운데에는 조상신이 있는데 이 조상신 은 각 가정에 국한된 신이고, 영웅신은 일반적인 조상신 과는 다른 신이다. 인간의 영혼 중에서 신으로 신앙되는 것은 왕신 · 장군신 · 대감신 등인데, 이들은 뛰어난 인간 의 영혼이다. 왕신의 경우 왕이라 하여 모두 신으로 신앙 하는 것은 아니다. 시조왕이라든가 불우하게 지낸 왕, 억 울하게 숨진 왕이 신으로 좌정한다. 고려 말의 공민왕 (恭愍王), 조선조 영조(英祖) 때의 사도 세자의 영혼이 신으로 받들어지고, 장군으로는 역시 억울하게 숨진 최 영(崔瑩) 장군 · 임경업(林慶業) 장군 남이(南怡) 장군 의 영혼이 신으로 받들어진다.
사귀 신앙은 인간을 방해하는 잡귀들을 신앙하여 그 잡귀들로부터 피해를 면하려는 것이다. 인간을 가해하는 사귀로서의 잡귀는 인간의 사령(死靈)으로 객귀(客
鬼) · 영산 · 상문(喪門) 등이 있고, 역신(疫神)으로 손님 〔痘神〕 · 우두지신(牛痘之神)이 있다. 원한이 맺혀 저승 에 들어가지 못하고 부혼(浮魂)이 된 사령은 이승을 떠 돌며 인간을 가해한다. 이들 악신 계통의 사귀에 대해 특 별한 신앙 의식은 없고, 사귀의 피해로 인간이 병들면 그 사귀의 원한을 풀어 병을 고치기 위해 병굿을 하거나 사 귀를 내쫓는 독경 의식을 행한다.
점복 신앙은 미래의 운명을 예견하는 것인데, 인간은 점복의 결과로 얻어진 미래사를 믿으며 그렇게 된다고 생각한다. 점복의 역사는 기록상으로 삼한 시대까지 올 라가며 삼국 시대, 고려 시대, 조선 시대로 내려오면서 점복의 기록이 나타난다. 점복은 종류도 다양하여 신이 내린 신점자가 보는 신점(神占)을 비롯하여 역학을 학습 한 역학자가 보는 역리점 · 상리점 등이 있다. 또한 신점 과 역학점을 겸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점을 보는 사 람을 점복자라고 하며 민간에서는 흔히 점쟁이라고 한 다.
예조는 앞으로 다가올 일을 예견하는 징조이다. 이는 전문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상식의 선에서 해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점복과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까치가 울면 손님이 온다던가, 까마귀가 울면 불길한 일이 생길 징조라고 믿는 것 등이다.
풍수 신앙은 산수의 영기(靈氣)가 인간의 길흉화복을 조절한다고 믿어 영기 있는 지형을 찾아 묘 자리와 집터 를 잡는 것이다. 이는 지기(地氣)가 좋은 곳을 잡음으로 써 발복(發福)한다는 신앙성이 내재해 있다. 묘 자리를 잡는 것을 음택(陰宅) 풍수, 집터를 잡는 것을 양택 (陽 宅) 풍수라 한다. 풍수를 지리(地理) · 지술(地術)이라고 도 하며 풍수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지관(地官) · 지사 (地師)라 일컫는다. 풍수는 음양 오행설을 기반으로 장 풍(藏風) · 득수(得水) · 방위(方位)를 중요시한다. 장풍 은 산을 등져서 바람을 막아 산의 영기가 흩어지지 않는 자리여야 하고, 득수는 양(陽)의 천수(泉水)가 모여들어 영기가 흩어지지 않는 자리여야 한다. 방위는 음위(陰 位)와 양위(陽位)를 가리는 자리여야 한다. 이러한 자리 는 여성의 음부나 유방을 상징하기도 하며, 생식과 풍요 의 의미가 있다.
민간 의료는 전문화된 의학에 의하지 않고 일반인 스 스로 그들의 경험과 지식에 의존하여 병을 고치는 것이 다. 민간 의료는 경험적인 방법이나 전문가가 아닌 일반 인들이 스스로 만든 약으로 치료하는 것과 영력에 의존 하여 병을 고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민간 신앙에서는 특히 후자에 비중을 두는데, 민속약이라 일컬어지는 것 이 전자이고 객귀 물리기 · 병굿 등은 후자에 해당된다.
금기는 원래 신성성을 위해, 부정(不淨)을 가리고 인 간의 행동을 제한하는 것이다. 신성 공간인 제의 장소에 사람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금줄을 치고 황토를 뿌리는 것이라든가, 해산 후에 황토를 펴고 금줄을 쳐서 사람들 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이 그 예이다. 이 밖에 일상 생활 에도 금기가 있는데, 밥 먹고 금방 누우면 소가 된다' , '해진데 전곡을 내보내면 복이 나가 가난해진다' 는 것
등이 모두 금기로 지켜지는 민속이다.
주부는 부적(符籍)이라고도 하는데, 재앙이나 잡귀를 물리칠 수 있는 주력을 가진 글자를 일컫는다. 부적의 형 태는 한지에다 붉은 색으로 소망하는 내용의 글씨를 여 러 개 쓴 것인데, 중 또는 독경자가 쓴 것과 무당이 쓴 것이 있다. 무당이 쓴 것은 신력(神力)으로 내린 것이라 하여 각별히 '부적을 내린다' 고 한다. 이에는 호신(護 身) 주부 · 축귀(逐鬼) 주부 · 제액(除厄) 주부 동토(動 土) 주부 · 행운(幸運) 주부 · 순산(順産) 주부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주술은 주력에 의해 인간의 목적을 이루려는 것이다. 민간층에서는 주술이라는 용어보다 방법 또는 예방이라 는 용어를 보편적으로 쓰며, 그 밖에 방술(方術)이나 술 법(術法)이라고도 한다. 양밥이나 사막잡기 · 삼잡기 등 이 주술의 예이다.
〔유형과 분포〕 다양한 형태의 민간 신앙은 규모와 시 기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규모로 볼 때, 가정 단위의 개별 신앙과 마을 단위의 공동 신앙 으로 나눌 수 있다. 가정 단위의 신앙으로는 가신 신앙· 무속 신앙 · 독경 · 점복 · 풍수 신앙 · 자연물 신앙 · 예 조 · 민간 의료 등이고, 마을 단위의 신앙으로는 동신 신 앙을 비롯하여 신년제의 일부가 이에 해당된다. 가신 신 앙이나 점복 · 예조 · 주부 등은 개별 신앙으로 그 구분이 분명하지만 무속이나 자연물 신앙 · 풍수 신앙 등은 경우 에 따라 서로 넘나들 수도 있다. 민간 신앙은 또한 매년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주기적 신앙과 그때그때 필요에 따 라 신앙 행위를 하는 수시적 신앙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계절제나 동신 신앙처럼 해마다 같은 시기에 행하는 민 간 신앙 외에는 대부분이 주기적 요소와 수시적 요소를 함께 지니고 있다.
민간 신앙은 분포에 있어서도 전국적이다. 비록 그 명 칭과 신격이 달라 산신을 모시는 마을이 있는가 하면 서 낭신 · 용신 · 장군신을 모신 경우도 있지만, 마을의 수호 신을 신앙하는 마을 신앙은 전국에 분포되어 있다. 가신 신앙의 경우는 어느 집이나 성주 · 조상 · 삼신 · 조왕신 등의 가신이 있으며, 자연물 신앙이나 풍수 신앙 · 무 속 · 독경 신앙도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기 능〕 우리 민족은 오랫동안 민간 신앙을 기반으로 일상 생활을 영위해 왔다. 그들은 민간 신앙을 종교인 동 시에 생활 수단으로 알고 민간 신앙에 의존하여 살아왔 다. 마을에는 마을을 수호해 주는 동신이 있어 마을 사람 들을 살펴 주고 집안에는 온갖 가신이 자리하여 집안을 보살펴 주며 일상 생활을 함께하고 있다. 이처럼 민간 신 앙이 현대까지 살아 있는 기층 종교로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고대로부터 민족 공동체 속에서 전승되어 온 역사 성과 삼국 시대부터 전래된 외래 종교가 민중의 의식 구 조와는 별개로 소수 지식층의 종교에 머무른 데 기인한 다. 민간 신앙은 이러한 요인들을 기반으로 현대에도 서 민적 의식 구조에 합치되는 생활 종교로서 종교적 기능 을 갖게 되었다. 민중들은 이를 통해 정신적 불안을 해소 하고, 생활에 희망을 갖게 되었으며, 역사 의식과 심적
유대를 강화시킬 수 있었다. 특히 민간 신앙에서 민족의 신, 마을의 신, 가정의 신을 모시고 존경하여 집단 의식 을 가지는 것은 사회 협동 체제의 유지에 크게 이바지하 였다.
실제로 전화(戰禍)와 관권(官權) 밑에서 시달리던 민 중들에게 고등 종교가 강조하는 정신적 윤리성이나 내세 적 구원은 요원한 문제였다. 당장 굶지 않고 살아야 하는 생활상의 현실적 당면 과제가 그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시 급하였다. 이러한 생활 속에서 민간 신앙에 의존하여 병 을 고치고 행운을 얻어 재난을 면하고 부자가 될 수 있다 는 신념은 민중들에게 생의 이상과 의미를 부여하는 중 대한 종교적 기능을 하였던 것이다. 물론 다양한 민간 신 앙의 신들을 철저히 믿고 따르는 것은 자칫하면 종교 만 능주의로 흐를 역기능적 우려도 있다.
〔의 의〕 민간 신앙은 다른 세계관을 지닌 외래 종교와 의 융합으로 신앙 형식에 있어서 중층성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오랜 시일에 걸쳐 민중에 의해 취사 선택 되고 민중 생활에 맞게 수용되었기 때문에 그 나름대로 하나의 신앙 전통을 형성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민간 신 앙은 한 지역 사회나 한 민족의 생활 공감에 의해 결정된 것이므로 그 지역 사회나 그 민족의 유구한 삶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고 나아가 정신적 숨결이 고이 간직되어 있 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민간 신앙은 고유 신앙이라고도 하며, 한 지역 사회나 민족의 사고 방식과 신앙 형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틀이 된다. 민간 신앙은 민중의 과거 정 신이자 그들의 세계관이며 생활 방식의 틀이기도 하다.
종래 민간 신앙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점은 서유럽적 인 안목으로 민간 신앙을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였다. 즉 오랜 세월을 외래 사상에 휩쓸려 자기의 것을 자기의 눈 으로 보지 못하고 언제나 남의 눈을 통해서만 보고자 했 던 것이다. 그러나 민간 신앙은 어떤 외적인 힘에 의해 생멸하지는 않는다. 민간층이 존재하는 한 민간 신앙은 민중의 생활 속에서 함께 호흡하는 것이다. (→ 무교 ; 점복)
※ 참고문헌 김태곤, 《한국 민간 신앙 연구》, 집문당, 1983/ 一, 《한국 무속 연구》, 집문당, 1981/ 김태곤 · 최운식 · 김명자, 《한국의 점복》, 민속원, 1995/ 윤승용, <민간 신앙과 사회 변혁>, 《역사 속의 민중과 민속》, 이론과 실천, 1990/ 김명자, <가신 신앙의 성격과 여성 상>, 《여성 문제 연구》 13집, 효성여자대학교 여성문제연구소, 1984/ ㅡ, <풍기의 민속 종교와 신앙 생활>, 《민속 연구》 3집, 안동대학 교 민속학연구소, 1993/ 정진홍, 《한국 종교 문화의 이해》, 집문당, 1986/ 최길성, <민간 신앙>, 《한국 민족 문화 대백과 사전》 8, 한국정 신문화연구원, 1991/ W.R. Comstock , 윤원형 역, 《종교학》, 전망사, 1983. 〔金明子〕
민간 신앙 民間信仰 〔영〕folk-belief
글자 크기
5권

1 / 6
체계적인 형식을 갖추지 못한 자연적인 종교 현상을 민간 신앙이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