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 오경의 네 번째 책. 민수기는 오랜 기간에 걸쳐 다양한 자료들로
구성되었기에 모세 오경 중에서 가장 통일되지 않은 저작으로 간 주되어 왔지만, 오경의 큰 흐름 속에서 이해하여야 한다.
〔이 름〕 히브리인들은 고대 근동의 관습에 따라서 첫 단어는 아니지만 첫 문장의 중요 단어인 '미드바르 (בַּמִּדְבָּר, 광야에서)를 책의 이름으로 삼았다. 그런데 칠 십인역은 형식적인 이 이름을 따르는 대신에 책의 내용 을 요약하여 '아리트모이' (Ἀριθμοί, 숫자들)로 명명하였 고 불가타 성서는 그리스어 이름을 번역하여 누메리 (Numeri, 숫자들)로 칭하였다. 이 이름은 민수기에서 숫 자나 숫자 일람표가 많이 나오는 데서 유래하였는데, 이 는 병적 조사(1, 20-46), 레위 지파의 인원수(3, 14-51), 제단 봉헌식 예물의 종류와 수(7, 10-83), 두 번째 인구 조사(26, 5-51), 축제일과 축제일에 봉헌되는 제물 일람 표(28, 1-29, 38), 미디안과의 전쟁 후 전리품 열거(31, 32-52) 등이다.
〔연구사〕 19세기 후반에 쿠에넨(A. Kuenen)과 벨하우 젠(J. Wellhausen)의 연구에 따라, 대부분의 학자들은 문 헌 비평을 통하여 민수기가 초기 자료층(JE)과 후기 자 료층(P)으로 구성되었으므로 두 자료층을 구분할 수 있 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하였다. 그러나 야휘스트(J) 문헌 과 엘로히스트 문헌(E)을 구분 짓는 것과 사제계 문헌 (P) 안에서 여러 단계를 구분하는 것에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다. 민수기에 대한 연구는 노트(M. Noth)의 전 승사적 연구를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었는데, 사제 계 문헌은 민수기 27장 12-23절로 끝나고 정복 전승(21 장 ; 31장 ; 32장 ; 34, 1-4)은 사제계 문헌과 관련이 없다 고 노트는 주장하였다. 최근에 와서는 관심이 집중된 민 수기의 개별 전승에 대하여 연구되고 있다. 노트는 열두 지파 제도, 쿠쉬케(A. Kuschke)는 진영(陣營)의 배치, 될 렌브린크(K. Möhlenbrink)와 군네백(A.H.J. Gunneweg)은 레위 지파의 전승, 코츠(G.W. Coats)와 프리츠(V. Fritz)는 불평 전승, 모빙켈(Mowinckel)과 그로스(Gross)는 발람 이야기, 알트(Alt)와 노트는 땅의 분배에 관해 연구하였 다. 바이퍼트(M. Weippert)와 밖스트(M. Wüst)는 네겝에 대한 공격과 동부 요르단의 점령에 관한 연구, 드 보(R.
deVaux)는 레위 지파의 도성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민수 기와 관련된 역사 연구를 시도하였다. 또 렌토르프(R. Rendtorff)는 이스라엘의 제의와 제사장 제도, 반케(G. Wanke)와 아휘스(F. Ahuis)는 코라와 다단과 아비람의 반 역(민수 16-17장), 멘덴홀(G. Mendenhall)은 인구 조사에 나타난 수에 대하여 연구하였다.
〔구조와 내용〕 민수기는 매우 다양한 자료들로 구성되 어 있으므로 전체를 개괄하기가 오경 중에서 가장 어렵 다. 지리적 특성에 근거하여 민수기를 세 부분으로 구분 할 수 있지만, 민수기 21장 9절의 구분이 모호하기 때문 에 지리적인 관점에서 구조를 나누는 것에도 문제가 있 다. 노트와 렌토르프는 민수기의 둘째 부분을 20장 13 절에서, 드 보는 22장 1절에서 끝맺고 있다.
시나이 체류 : 1, 1-10, 10
광야 유랑 : 10, 11-20, 13
동부 요르단 정복 : 20, 14-36, 13
시나이 체류 : 민수기 첫 부분은 출애굽기 19장 이후 로 레위기 전체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시나이 광야라는 동일한 지리적 배경을 지니고 있다. 주로 경신례의 규정 을 언급하고 있는 이 부분은 출애굽기와 레위기의 내용 과 상관 관계가 있다. 민수기 5장 5-10절은 레위기 5장 20-26절을 보완하고, 민수기 8장 1-4절은 출애굽기 25 장 31-40절을 반복하고 있으며, 민수기 9장 1-14절은 출애굽기 12장에 나오는 과월절 규정을 보충하고 있다. 민수기 1-4장은 병적 조사, 진영의 조직, 만남의 장막 안에서의 레위인의 의무들이 서술되어 있고, 5-7장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법령들과 규례들이, 7-10장에는 부가 적인 제의 규정들이 제시되어 있다.
광야 유랑 : 민수기의 두 번째 부분은 이스라엘의 광 야의 체류를 다루고 있는데, 출애굽기 15장 22절-18장 27절까지의 내용과 비슷하다. 특히 민수기 20장 1-13 절과 출애굽기 17장 1-7절은 이스라엘이 모세와 야훼를 거슬러 도전하는 내용을 묘사하고 있다. 민수기 10장 11절부터 20장 13절에 나타나는 야훼와 모세에 대한 도 전 및 원망은 굶주림과 갈등 때문이 아니라 약속된 땅으 로 가는 길이 위험하다든지(14, 2 이하) 모세의 특수한 위 치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16, 1-11 : 17, 6). 야훼를 거스
르는 내용에서는 야훼의 거룩함에 대한 개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11, 18 ; 16, 3. 5. 7 ; 17, 2 이하 ; 20, 12 이 하). 이런 견지에서 경신례 규정들이 이 부분에 첨가되었 다고 할 수 있다. 출발에 관한 기록은 행군의 명단(10, 13-28), 호밥의 인도(10, 29-32), 법궤(10, 33-36)로 이어 지고 있으며, 11-12장은 장로들의 임명과 미리암과 아 론의 반역에 관한 이야기이고, 13-14장은 정탐꾼과 땅 정복에 관한 이야기이다. 15장은 제사에 대한 보충 규정 인데 40절에서는 야훼의 계명을 지키도록 요청하고 있 고, 16-17장에서는 코라와 다단과 아비람의 반역을 보 도하고 있다. 18장 1-7절은 레위인의 직무, 18장 8-32 절은 사제의 몫에 관한 규정, 19장 1-22절은 정결 의식, 그리고 20장 1-13절은 모세와 아론이 불신 때문에 약속 의 땅으로 들어가지 못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동부 요르단 정복 : 민수기의 세 번째 부분은 약속의 땅으로 가는 길에서 겪는 위험을 다루고 있다. 이 가운데 에돔 왕(20, 14-21), 아랏 왕(21, 1-3), 아모리 왕 시혼 (21, 21-30), 바산 왕 옥(21, 33-35), 그리고 모압 왕 발 락(22-24장)과 충돌하는 내용이 두드러진다. 22-24장은 발락과의 만남이 계기가 되지만 발람의 활약이 크게 부 각되어 있어 발람 이야기로 이해하는데, 독립적으로 오 랜 전승을 거쳐 지금의 본문에 수록되었다. 특별히 24장 3-9절과 15-19절은 오랫동안 개별적으로 존재했던 찬 미의 노래이고 23장 7-10절과 18-24절은 발람 이야기 를 완성해 가면서 첨가된 것으로 여긴다. 이스라엘이 광 야에서 겪은 다른 위험은 불뱀을 통한 벌(21, 4-9)과 모 압족 출신의 부인들 때문에 이스라엘이 바알신을 섬길
위험에 처한 것이다(25장). 26장에서의 두 번째 인구 조 사는 이집트에서 나온 세대는 죽고 27장 12-23절에서 여호수아가 후계자로 지목되어 이 세대가 끝났음을 알린 다. 27장 1-11절과 28-29장, 30장 2-17절, 36장에는 여러 가지 규정이 자세히 언급되어 있고, 32장은 동부 요르단 지역의 분배를, 33장 50절에서 34장 29절까지 는 서(西)요르단 지역의 분배를 다루고 있으며, 35장은 레위인의 거주지와 살인자의 도피 성(城)에 대해 기록하 고 있다.
〔신학과 의미〕 민수기는 그 주제의 다양성과 복잡한 문헌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거룩한 것과 속된 것 사이의 날카로운 대조를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하느님의 뜻을 묘사한다. 민수기에서 거룩한 것은 하느님의 현존,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축복, 정결에 관한 법령들, 레위 지파의 임무, 아론의 속죄, 정결한 땅의 분배로 서술되어 있으며, 이와 반대로 속된 것은 모든 종류의 부정(不淨) 하느님의 진노의 결과들, 재앙을 통한 하느님의 심판, 광 야에서 죽은 자들의 불순명, 땅의 더럽혀짐 등으로 서술 되어 있다.
진지의 거룩함과 야훼의 현존은 사제의 강복(6, 22- 27), 야훼의 말씀(7, 89), 그리고 성소(聖所)를 덮고 있는 구름(9, 15 이하) 때문에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구름은 출 애굽기 40장 2절과 34-38절에 나오는 내용을 다시 언 급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여기서 구름은 하느님의 영광 을 기리는 기능과 아울러 광야에서 이스라엘을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또 이스라엘이 광야에 오래 머무른 이유를 그들의 불신에 대한 벌과 보속이라고 보았다(14, 11. 33). 민수기의 레위 지파에 대한 관점은 독특한데, 레위 지파는 열두 지파를 셀 때 거론되지 않지만 아론의 후예 인 사제들을 도와 성소에서 봉사를 위해 선별(選別)되었 고(3, 6 이하 ; 4, 19-28. 33 ; 8, 22 ; 18, 2), 레위는 봉헌 해야 할 처음 태어나는 모든 맏아들의 대신으로 야훼께 소속된다(3, 12 이하 ; 3, 40-50 ; 8, 16). 모세의 권위는 다른 예언자 및 아론보다 뛰어나며(12, 7), 그는 여호수 아에게 지팡이를 주어 지도자로, 엘르아잘에게 사제권을 주어 사제로 그의 직분을 계승하게 하였다(27, 12-23).
민수기가 지니고 있는 특수하고 독자적인 의미에 대해 서 언급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 책은 오경의 다른 어떤 책들보다도 오경 전체의 큰 맥락과 틀 안에서 그 의 미를 갖는다. 출애굽기에서 시작된 "시나이 산에서의 하 느님의 계시" 라는 오경의 커다란 중심 주제는 민수기 10 장 10절에서 끝난다. 이어 고대 전승에서 유래한 광야 유랑이 나오고 약속된 땅 정복이라는 새로운 주제가 나 타난다. 약속의 땅 정복과 분배는 선조들에게 주어진 약 속의 완성으로서 오경의 맥락 안에서 구성되어 있다. (→ 구약성서 ; 레위 ; 레위기 ; 모세 오경 ; 발람 ; 출애 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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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기 民數記 〔히〕בַּמִּדְבָּר 〔라〕Liber Numeri 〔영〕Book of Numb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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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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쿰란에서 발견된 민수기 파편(왼쪽)과 민수구 첫 부분의 배경인 시나이 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