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 종교에 상대되는 용어로 민족주의와 결합된 종교 나 민족주의적인 종교, 또는 신종교들 가운데 이러한 성 향을 지닌 종교를 가리킨다. 한국의 경우에는 동학 이후 자생한 종교들 가운데 일부가 외래 종교에 대해 스스로 를 지칭하는 경우에 사용되었으며, 1980년대 이후에는
민족 교회 · 민족 신학 · 민족 불교 · 민족 유교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보편 종교가 민족 종교를 지향하면서 스스로 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내 용〕 그리스도교 · 이슬람교 · 불교 등의 보편 종교 는 일반적으로 세계 종교라고도 한다. 이들 종교는 한 민 족이나 지역, 또는 국가에 한정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 라 어느 민족이나 지역에 속해 있는 사람들도 모두 신앙 할 수 있는 교리 체계를 지닌다. 따라서 이들 종교는 여 러 지역에 걸쳐서 존재할 뿐만 아니라 선교나 포교를 위 해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민족 종교는 기본 적으로 특정 민족이 신앙하는 종교이다. 이 경우에 민족 종교라는 용어는 다시 세 가지 맥락에서 사용된다.
첫째 그리스, 로마, 켈트족, 튜톤족, 슬라브족, 아즈텍 의 종교처럼 고대의 특정 국가나 민족이 신앙하던 종교 를 지칭한다. 이 경우 민족 종교는 현재 옛날 모습 그대 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 신앙이나 민속 신앙의 형 태로 존재한다. 하지만 민족 종교는 그 지역에 있는 보편 종교에 끊임없이 영향력을 행사한다. 같은 보편 종교라 고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그 성격에 차이가 있는 것은 바 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둘째 소위 현존하는 원시인들의 종교를 지칭한다. 아 메리카 인디언의 종교, 시베리아의 종교, 아프리카의 종 교, 그리고 태평양 일대 원주민들의 종교가 여기에 해당 한다. 이 경우의 민족 종교는 원시 종교(primal religion)와 같은 의미를 지니지만, 첫째 경우에 비해 체계를 갖춘 형 태로 존재한다. 다만 이것도 서유럽 문화와의 접변 과정 속에서 급속히 변모해 가고 있다.
셋째 유대교, 힌두교, 신도(神道)와 같이 특정 민족만 이 신앙할 수 있는 종교를 지칭한다. 첫째와 둘째 경우의 민족 종교는 대체로 경전을 가지고 있지 못하나 이 경우 의 민족 종교는 경전이나 그와 유사한 신화를 가지고 있 으며 현재에도 옛 모습 그대로 존재하면서 해당 민족에 게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또한 이들 민족 종교는 종 교 사상 안에 해당 민족의 민족주의를 포괄하고 있다. 따 라서 다른 민족 구성원들이 이러한 민족 종교를 믿는 것 은 근본적으로 어렵다. 다만 다른 민족 구성원들이 즈스 로 해당 민족의 구성원이 되거나 또는 국적을 바꾸는 경 우에는 이러한 민족 종교를 믿을 수도 있다.
〔종교와 민족주의〕 세계 종교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지역을 초월하여 전파될 수 있다. 하지만 세계 종 교도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양상을 보인다. 티베트 불교 와 중국 불교, 그리고 한국 불교와 일본 불교는 비록 같 은 경전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 다른 모습을 지닌다. 그리 고 이란의 이슬람교와 이집트의 이슬람교, 나아가서 아 프리카의 이슬람교는 같은 코란을 경전으로 사용하면서 도 각기 다른 신앙 양상을 보인다. 그것은 세계 종교들도 보편성과 함께 특수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종교가 특수성을 강조할 때는 민족주의와 결합하 는 양상을 보인다. 폴란드와 아일랜드의 가톨릭, 영국이 나 과거 영연방에 속해 있던 국가의 성공회, 스코틀랜드 의 장로교, 미얀마와 스리랑카의 불교, 러시아의 러시아 정교회, 그리고 서아시아 지역의 이슬람교 등이 그 예이 다. 이들은 그 지역의 민족주의와 결합하여 그 지역 민족 구성원들의 민족 의식 고취에 기여를 하고 있다. 동아시
아의 경우에도 이러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의 유교 는 중국인들에게 중화 의식(中華意識)을 고취하여 중국 이 세계의 중심이며 중국 이외의 다른 지역은 야만인들 이 살고 있는 지역이라는 화이 관념(華夷觀念)을 심어 주었다. 다시 말해서 중국의 유교는 보편 종교이면서도 중국의 민족주의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일본은 유교, 불교, 그리스도교 등 보편 종교를 수용하 더라도 이들을 일본 민족주의와 결합시키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유교의 경우 일본에 들어가서 일본의 민족주의 와 결합되는데, 17세기 일본의 어느 유학자는 만약에 중 국이 공자와 맹자를 대장으로 하여 일본에 쳐들어온다면 일본의 유교인들이 이들과 싸워 공자와 맹자를 생포하여 국은(國恩)에 보답하는 것이 공자와 맹자의 가르침이라 고 말하였다. 일본의 불교는 12세기 초에 이미 일본의 신(神)이 불교의 부처와 보살의 화현(化現)이라는 본지 수적설(本地垂迹說)을 주창하였고, 14세기경에는 불교 의 부처와 보살이 오히려 일본 신의 화현이라고 주장하 기에 이르렀다. 그리스도교의 경우 일본 민족주의와 결 합한 양상은 우치무라(內村鑑三)의 무교회 운동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다. 우치무라는 일본(Japan)과 예수(Jesus) 라는 두 개의 'J' 가 모두 중요하다고 하면서 앞으로 세계 그리스도교사의 전개에 있어서 일본의 사명을 강조하였 다. 이러한 예들은 모두 보편성을 강조하는 세계 종교가 해당 지역에 들어가서 그 지역의 특수성을 수용하여 나 름대로 전개해 가는 독특한 양상을 보여 주는 것들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유교, 불교, 그리스도교 등 보편 종교 를 수용하더라도 대체로 한국의 민족주의와는 무관한 전 개 양상을 보여 왔다. 유교의 중화 의식과 화이 관념은 16세기 말~17세기 초에 조선에 확고한 뿌리를 내려 한 국인들로 하여금 우리 나라를 중국의 변방으로 생각하게 하였다. 한국 유교의 이러한 모습은 일본 유교와는 매우 상이하다. 19세기 후반 국가의 존망이 화급을 다투는 상 황에서, 조선의 한 유학자는 "동한(東韓) 천리(千里)의 풀 한 포기와 벌레 같은 미물(微物)도 어느 것 하나 (중
국) 황제의 덕을 입지 않은 것이 없 다" 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고, 나아가 서 국가의 존망은 이차적이고 유교의 도를 지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주장까 지 하기에 이르렀다. 불교는 신라의 불국토 사상(佛國土思想)이나 고려 의 팔성당(八聖堂)의 예에서와 같이 국토에 신성성을 부여하거나 또는 본 지 수적설을 이용하여 한국적 불교로 전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 었다. 그러나 고려 후기 이후의 불교 는 한국 민족주의와는 무관한 길을 걷고 있었다. 그리스도교의 경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가톨릭과 프 로테스탄트를 막론하고 우리 나라의 그리스도교는 '교회' 와 '민족' 가운 데 어디에 우선권을 두어야 할 것인
가라는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교회' 에 우선권을 두어 왔다.
한국에 수용된 보편 종교들이 한국적인 상황에 의해 왜곡되지 않고 본래의 '순수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1980 년대에 사회나 문화 각 방면에서 민족주의가 대두되면서 종교계 일각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제기되었다. 아무 리 보편성을 강조하는 세계 종교라고 할지라도 한국에 수용된 이상 '한국적인' 종교로 거듭나야 한다는 당위성 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종교계에 민족 불교, 민 족 유교, 민족 교회, 민족 신학 등 다소 생소한 용어들이 등장하였다. 이러한 용어들은 각 종교들이 이제 그야말 로 민족을 위한 종교로 변신하여야 한다는 문제 의식을 보여 준다. 그리하여 각 종교들은 한편으로는 앞을 다투 어 과거에 자신의 종교가 한국 민족주의에 기여한 사실 들을 발굴하여 사회에 알리는가 하면, 또 한편으로는 한 국 민족주의를 어떻게 자신의 교리 체계에 결합시킬 것 인가라는 교학적이고 신학적인 문제에 매달렸다.
앞의 예는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의 경우에서 살필 수 있다.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는 교육, 의료, 그리고 민주 주의 등 한국의 근대화에 기여하였다는 점과 한국의 독 립 운동에 일정 부분 기여하였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뒤의 예는 특히 단군에 대한 신앙을 어떻게 이해할 것이 며 또한 그리스도교 전래 이전의 한국 역사를 어떻게 교 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신학적인 논쟁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보편 종교의 이러한 움직임은 '민족 종 교 운동' 이라고 부를 수 있다. 민족 종교 운동은 보편 종 교의 민족 지향적인 운동을 의미한다. 이러한 운동은 종 교학에서 '종교와 민족주의' 라는 연구 주제에 속하며, 이 주제는 최근에 동유럽, 구소련, 동남 아시아 지역의 종교를 연구할 때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로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민족 종교〕 보편 종교의 '민족 종교 운동' 과 는 별도로, 19세기 말에 발생한 동학(東學)과 그 이후에 자생한 종교(甑山系, 檀君系 등)를 민족 종교라고 칭하기 도 한다. 민족 종교를 그 나라에서 태동된 그 민족의 주 체적인 종교라고 한다면, 이러한 종교들이 오히려 민족 종교의 개념에 가까운 성격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그러 나 동학의 발생과 함께 본격화되었던 한국의 민족 종교 는 구한말과 일제의 탄압 속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 하였고, 해방 후에는 사회적인 편견 속에서 올바른 위치 를 확보하지 못한 채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한 국에서 사용되는 민족 종교라는 용어는 '신종교' 라는 용 어와 거의 같은 맥락에서 사용된다. 신종교를 지칭하는 용어로 민족 종교를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따 라서 이 경우에 민족 종교라는 용어의 의미를 살피기보 다는, 신종교인들이 스스로를 민족 종교로 지칭하게 된 배경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1981년 8월에 '한국 민족 종교인 친목회' 가 결성되었 고, 이듬해 11월 이 모임이 '한국 민족 종교 지도자 간 담회' 로 개칭되었다가 1985년 11월에 다시 '한국 민족 종교 협의회' 로 바뀌었고, 1991년 12월에 사단 법인 설 립 허가를 받았다. 이 협의회의 설립 취지문은 다음과 같 다. 첫째, 민족 종교는 조선조 말엽 국권이 기울어지고 정치가 극도로 타락해 민생이 도탄에 빠지게 되자 백성 들 스스로가 살 길을 되찾기 위해, 그리고 일제가 민족의 얼을 송두리째 말살하려고 할 때 항일 · 구국 · 자기 구 원 · 단합을 위해 일어났다. 둘째, 민족 종교는 항일 독립 운동과 3 · 1 운동 등에 선봉 · 선도자였고, 조국이 광복 된 이후에도 외래 종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민족혼의 배 양 · 민족 전통 문화의 창달 · 민족 자존 운동을 전개하였 다. 셋째, 한국 민족 종교 협의회는 교단간의 상호 이해 와 협력을 다지는 한편, 민족 고유의 전통 문화를 보급 · 선양하고 민족의 미풍 양속 및 윤리 도덕의 실천 운동을 전개한다.
현재 이 협의회의 교단 회원은 대종교(大倧敎), 천도 교(天道敎), 원불교(圓佛敎) 태극도(太極道), 갱정유도 (更定儒道), 증산교(甑山敎) 미륵 불교(彌勒佛敎) 등이 며, 이곳에서 펴낸 《한국 민족 종교 총람》(韓國民族宗教 總覽)에는 우리 나라에 현존하는 각종 신종교들이 망라 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로 보아 한국 민족 종교 협의회는 신종교 연합 단체의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나아가서 민족 종교라는 용어는 우리 나라의 신 종교들이 스스로의 세력을 확장해 나가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신종교들의 구심점을 확보하기 위해서, 그리고 한편으로는 전통 종교들과의 차별성을 획득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용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 민족주의)
※ 참고문헌 姜敦求, 《韓國 近代宗敎와 民族主義》, 集文堂, 1992/ 韓國民族宗教協議會, 《韓國民族宗教總覽》, 한누리, 1992/ P. Ramet ed., Religion and Nationalism in Soviet and East European Politics, Durham : Duke Univ. Press, 1984/ Fred von der Mehden, Religion and Nationalism in Southest Asia, Wisconsin : The Univ. ofWisconsin Press, 1969. 〔姜敦求〕
민족 종교 民族宗教 〔라〕religio nationalis 〔영〕national religion
글자 크기
5권

1 / 5
현존하는 원시인들의 종교인 아프리카 종교나 특정 민족만이 신앙할 수 있는 유대교, 힌두교 등이 민족 종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