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다양한 언어와 온 땅으로 흩어지게 된 인류 확산의 원인으로 창세기 11장 1-9절에서 묘사된 건축물.
〔고고학적 증거〕 창세기 11장 2-4절에 보면 "시날 지방에 살던 사람들이 흙 벽돌을 만들어 꼭대기가 하늘까지 닿는 탑을 세웠다"는 내용이 나온다. 시날은 기원전 15세기 이후 바빌로니아를 지칭한 명칭으로 아카드어 '산아라' (šanhara)의 음역이다. 이 탑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여러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흙 벽돌로 쌓아 올린 높은 탑을 말하는데, 꼭대기에 신당과 정원이 있는 층계 탑이었다. 기원전 21세기에 남부 메소포타미아의 종교 도시 우르에 쌓았던 층계 탑의 높이는 약 20m 정도였고, 이런 층계 탑을 아카드어로 '지쿠라투'(ziqqurratu)라고 불렀으며 영어로 지구라트(ziggurat)로 번역되었다. 메소포타미아의 여러 중요한 도시에 지구라트가 있었고, 이 탑들은 층계가 있는 피라미드와 비슷한 모양이었지만 꼭대기에 작은 신전이 있어 그곳에서 중요한 종교 행사를 거행하였다. 창세기에 나오는 바벨탑은 바빌론 도시의 한복판에 우뚝 솟은 층계 탑을 가리키는데, 이 지구라트를 '에테맨카 (Etemenanki, 하늘과 땅의 기반인 집)라고 불렀으며 바빌론의 수호신 마르둑 신전인 '에사길라' (Esagila, 머리를 들어 높인 신전) 옆에 있었다.
신(新)아시리아의 에사르하돈(Esarhaddon) 왕(기원전 680~669)은 부왕(父王)인 산헤립 왕이 죽기 전에 이미 바빌로니아의 통치자로 8년 간 일하였으며, 산헤립 왕이 살해당하자 그는 아시리아와 바빌로니아의 왕이 되었다. 특히 에사르하돈 왕이 다시 짓기 시작한 지구라트는 가장 낮은 층이 넓이 약 90㎡, 높이 약 90m로 여겨지는데 그 당시 고대 근동에서 가장 큰 규모로 최소한 7~8년이 걸린 대공사였을 것이다. 그 후 신(新)바빌로니아 시대(기원전 625~539)에 칼데 왕조의 느부갓네살 2세(Nebu-chadnezzar II ) 때 바빌론은 고대 근동에서 가장 크며 가장 웅장하고 화려한 도시로 알려졌다. 느부갓네살 왕은 그의 비문에 '에테멘안키' 를 그의 통치 아래 있는 모든 지역에서 데려온 사람들을 고용하여 여러 해 걸려 지었다고 기록하였다. 창세기 11장 4절의 "꼭대기가 하늘까지 닿는 탑"은 마르둑의 신전 '에사길라' 옆의 층계 탑만큼 높다는 표현일 것이다.
〔구약성서〕 성서의 바벨탑 이야기는 "온 세상이 같은 말을 하고 같은 낱말을 쓰고 있었다"(창세 11, 1)로 시작한다. '같은 말과 같은 낱말' (שָׁוָה אַחַת וְדְּבָרִים אֲחֵרִים) 의 뜻은 언어는 하나인데 '사용하는 말' 이 여럿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하느님이 내려오시어 사람의 아들들이 세운 성읍과 탑을 보고 말씀하셨다. "보라, 그들은 한 겨 레이고 모두가 같은 말을 쓰고 있다. 이것은 그들이 하려는 일의 시작일 뿐, 그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못할 일이 없으리라. 자, 우리가 내려가서 그들의 말을 뒤섞어 놓아, 서로가 남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만들어버리자"(창세 11, 6-7). 이것은 태초에 사람들의 언어가 하나였지만 이유가 생겨 그들의 언어를 서로 다르게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누림무드(창조자)의 주문(呪文) : 이러한 이야기가 수메르어로 쓰여진 종교 제의에 사용되었던 '누딤무드의 주문' 에 나온다. 이것은 전체가 20행 정도인 짧은 이야 기로 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뱀이나 전갈이 없었던 먼 옛날에 사람들은 서로 원수지는 일이 없이 살았으며, 그때에 메소포타미아 남쪽의 수메르인, 중앙의 아카드 인, 북쪽의 슈부르인, 동쪽의 하마지인, 그리고 서쪽의 마르두인들이 서로 믿으면서 신(神)들의 왕인 엔릴(Enli)에게 한 언어로 예배하였다. 그러나 왕들과 통치자들이 서로 경쟁과 언쟁을 하기 시작하자, 지혜의 신 엔키(Enlil)가 그들의 말을 다르게 하였다. 그렇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언어는 하나였다." 다시 말하면 말이 서로 다
른 메소포타미아 사방(四方)의 민족들이 엔릴에게 예배할 때에는 수메르어로 쓰여진 기도문을 읽었다는 뜻이다. 성서의 바벨탑 이야기에서 "온 세상이 같은 말을 하고 같은 낱말을 쓰고 있었다" 는 내용도 이러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전승 안에서 이해할수 있다. 또는 바빌론(바벨)에 사방에서 모여 온 민족들이 집단 거주지를 이루고 그들의 말을 쓰고 살았지만, 그들의 공용어는 하나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바벨탑 이야기에서 사람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못할 일이 없기 때문에 하느님은 그들의 언어를 혼동시켰다는 내용을, 사람들에게 경쟁과 언쟁이 생기자 그들의 언어를 다르게 했다는 '누딤무드의 주문' 에 비추어 볼 때, '하고자 하는 일' 은 경쟁과 언쟁을 일으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바벨의 의미 : 바벨(בָּבֶל)은 메소포타미아인들에게 바빌론 도시의 아카드어 이름인 '바빌루' (babilu)의 음역으로 '신들의 문' 을 뜻한다. 그런데 창세기에서는 하느님이 온 땅의 언어를 혼동시켜 그곳의 이름이 바벨이 되었다고 설명한다(창세 11, 9). 또한 이 이름을 히브리어 동사 '발랄' (בָּלַל, 혼동시키다. 뒤섞다, 뒤죽박죽으로 하다)
과 연계시킨다. 적어도 기원전 7세기부터 바빌론의 지구라트를 재건하기 위해 바빌로니아의 모든 점령 지역에서 데려온 수많은 민족들이 모여 살았던 바빌론(바벨) 도시는 많은 언어들이 섞여 뒤죽박죽이라고 그곳에 유배되어 살았던 유대 학자들은 해석하였을 것이다. → 메소포타미아 ; 바빌론)
※ 참고문헌 F.A. Spina, 《ABD》 1, pp. 561~563/ M.J. Siff . I.M. Ta-Shma, 《EJ》4, pp. 22~261 안성림 · 조철수, 《사람이 없었다 神도 없었다》, 서운관, 1995, pp. 271~291. 〔曹哲秀〕
바벨탑
塔
〔히〕בָּבֶל · 〔라〕Trerris babylonica · 〔영〕 Tower of Bab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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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다양한 언어와 인류 확산의 원인이 된 바벨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