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알

〔히〕בַּעַל · 〔라·영〕Ba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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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의 신 바알(루브르 박물관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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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의 신 바알(루브르 박물관 소장) .

가나안의 풍요의 신. '주인' 이란 의미를 지닌 바알은 '번개의 신' 이라는 별명을 지니며 구약성서뿐만 아니라 고대 문서들, 특히 우가리트 서판에 잘 나타나 있다.
〔어원과 배경〕 셈어권에서 많이 쓰이는 바루(ba'lu)는 '주인' 이라는 뜻이지만, 아내의 주인인 '남편' , 백성의 주인인 '왕' 이라는 의미로도 쓰였고, 지역과 사물의 이
름을 첨가하거나 어미를 변형시켜 '···의 주인, 소유자' 라는 뜻으로도 폭 넓게 사용되었다. 이러한 의미가 점차 발전하여 '바알' 은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어떤 특정 지역의 신을 가리키는 단어로 메소포타미아에서 사용되었고, 장소나 속성의 설명을 붙이지 않은 절대적인 신의 칭호로 아시리아 · 바빌로니아 · 이집트의 문서들에서 사용되었다. 기원전 15세기 중엽에는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서부 셈족은 '바알' 을 신을 가리키는 고유 명사로 사용하였다.
〔고대 근동 문화권〕 오랫동안 고고학과 종교학계에서는 정체 및 기능에 대해서 알려져 있지 않은 단지 지역신의 이름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시리아 해안 가 라스샤므라에서 발견된 기원전 14세기와 그 이전 시대의 서판을 통하여 '바알' 에 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이때 발견된 우가리트 서판들은 바알 제의와 근동 지방 신화에 대해 가장 많이 알려 주지만 부분만 남아 있고, 파손된 부분도 많고 현재 발견된 것들의 순서도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통일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해석도 학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바알에 관한 공통된 견해는 다음과 같다.
신의 세계에서 주신(主神)인 엘(El) 신 아래에 속한 바알은 가나안 신들 가운데 가장 사랑받고 숭배 받는 신이다. '다간' (Dagan)의 아들인 바알은 풍요의 신으로 고대 근동 지방에서 풍요의 상징인 황소로 그려지거나 머리에 뿔이 달린 투구를 쓰고, 한 손에는 천등을 상징하는 몽둥이를, 다른 손에는 비의 신을 상징하는 번개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가 누이이면서 아내이기도 한 아낫(Anath)과 결합하면 세상에 풍요를 가져온다고 한다.그런데 문헌에 따라서는 그의 아내로 아낫 대신에 아스타르테(Astarte)나 아쉬타롯(Ashtaroth), 또는 흔히 엘의 아내로 간주되는 아세라(Asherah)가 등장하기도 한다.
바알 신화는 크게 세 가지이다. 먼저 바다의 신 '암'(Yam)이 거칠고 못되게 굴자 두려움에 빠진 신들이 암과 싸울 대표를 뽑았는데 이때 바알이 자원하였다. 바알 은 이 싸움에서 이기고 난 후 다른 신들처럼 신전을 세워줄 것을 요구하였다. 이때 엘 신의 허락이 필요했는데 엘신에게 바알의 처인 아낫이 가서 청하였지만 실패하고 결국 아티랏(Athirat)이 허락을 얻어냈다. 또 다른 이야기는 죽음의 신 '모트' (Mot)와의 대결이다. 이 싸움에서 바알이 패배하자 지상은 불모의 땅으로 변하고 아무것도 열매를 맺지 못하였다. 아낫이 모트를 죽여 땅 위에 흩뿌리자 지하 세계에 갇혔던 바알이 풀려 나고 땅 위에는 다시 풍요가 찾아왔다. 이 신화에서 나타나듯이 바알은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농경 사회에서 숭배되던 풍요의 신이다. 그래서 다산성(多産性)의 신이자 비 · 천등 · 번개의 신이면서 또한 그는 얌과의 싸움에서 보여 주듯이 전쟁신이기도 하다. 바알과 얌과의 싸움은, 농사에 필수적이지만 때로는 무서운 존재인 물을 풍요의 신이 제어해주기를 바라는 농경인들의 바람을 표현하였다. 아울러 바알과 모트의 싸움과 바알의 패배는 왜 세상에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계절이 있고 몇 년마다 한 번씩 가뭄이나 흉년이 오는가에 대한 농경인들의 해석으로 여겨진다.
〔구약성서〕 구약성서에는 히브리어 '바알' (בַּעַל)에 속하는 단어가 76번 나오는 데, 그중 관사가 붙은 단수로 58번, 복수로는 18번 나온다. 특히 장소와 결합되어 쓰 인 경우가 많고, 독립적으로 쓰인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가나안의 신들을 지칭하였는지 어떤 특정 지역의 신만을 지칭한 것인지 불확실하다. 이는 바알의 아내로 나오는 아스타르테, 아쉬타롯, 아세라 등도 마찬가지로 불분명하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우가리트 서판들에서는 엘 신의 짝인 아세라가 구약성서에서는 바알의 아내로 등장한다는 것이다(판관 3, 7 ; 6, 25-32 ; 1열왕 16, 32-33; 18, 19 : 2열왕 17, 16 : 21, 3).
성서에서는 바알 숭배에 대해 신명기계 학파나 다른 저자들도 호의적이지 않다. 이 견해는 바빌론 유배 이후에 성서 편집을 한 신명기계 학파의 시각을 반영한 것이다. 고대 근동 지방에서는 새로운 지역에 이주한 이들은 이미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문화와 종교에 동화되었다. 성서에서 우상 숭배와 바알 숭배를 멀리하도록 한 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알 숭배에 동화되어 야훼께 대한 순수한 신앙을 잊었다는 것을 가리킨다. 이스라엘은 광야에서 우상 숭배에 빠져 들었고, 가나안 땅에 정착한 후에는 바알 숭배에 빠졌다(민수 25, 1-9 ; 신명 4, 3 ; 호세 9, 10). 판관 시대에도 바알 숭배 사례가 많았다(판관 2, 11. 13 ; 3, 7 ; 10, 6. 10; 1사무 7, 4 ; 12, 10). 왕정 시대 초기에 야훼 신앙과 바알 신앙은 표면적으로 대립하지 않으면서 비교적 평화롭
게 공존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사울에게 '에스바알' 이라는 아들이 있었고(1역대 8, 33), 다윗과 문화적 혼합주의를 표방하던 솔로몬 시대에 오면서 더욱 두드러진다.
그러나 바알 신앙이 야훼 신앙과 양립할 수 없다고 느끼며 순수하게 야훼 신앙으로 돌아가려는 이들이 있었고, 사회가 바알 숭배에 빠져 들수록 그에 저항하는 움직임도 커졌다. 이미 판관 시대에 바알 제단을 허물고 아세라 목상을 태운 기드온의 얘기가 전해지며(판관 6, 25-32), 이 대립이 본격적으로 표출된 때는 이스라엘의 오 므리 왕 시대이다(1열왕 16, 25-26). 이때 야훼 신앙을 지킨 대표적인 예언자가 엘리야이다. 특히 오므리의 아들 아합은 바알 숭배자인 이세벨과 결혼하여 바알 산당 (山堂)을 짓고 제단을 세웠으며, 아세라 목상을 세웠다(1열왕 16, 31-34). 이들에 맞서 바알 신앙 타파에 노력한 이들이 바로 엘리야와 그의 후계자인 엘리사, 북왕국의 왕 예후, 유배 이전의 예언자들, 남왕국의 왕 히즈키야와 요시아, 그리고 신명기계 학파 등이다. 그러나 바알 신앙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고 므나쎄 왕은 히즈키야가 무 너뜨린 바알 산당과 제단을 다시 쌓고 야훼의 성전 안에 아세라의 목상을 세우고 우상 숭배에 빠졌다(2열왕 21, 3이하). 그 후 요시아 왕의 개혁으로 유대 안에서는 바알 숭배가 사라졌으며, 이스라엘 백성이 유배 생활에 처하자 이스라엘이 바알 숭배에 빠진 죄로 유배 생활을 한다고 해석하게 되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진 신명기 학파는 우상 숭배와 바알 숭배를 격렬히 공격하는 어조를 띠게되었고, '바알' 이라는 단어를 경멸스러운 의미로 사용하거나 변형시켜 '보세트' (בֹּשֶׁת, 수치)라는 단어로 대체되기까지에 이른다.
〔신학적 의미〕 광야 생활을 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약속의 땅인 가나안에 정착하자 많은 이방신들과 함께 농경 사회에서 중요한 풍요의 신을 만나게 된다. 가나안 땅은 비가 곡물 생산을 좌우하였으므로 바알 제의는 이스라엘에게 큰 유혹이었다. 그 결과 일부 이스라엘 백성은 가나안 지방의 풍요의 신을 받아들이게 되었으며, 이를 경계한 순수한 야훼 신앙을 믿는 이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점차 동화되어 야훼와 바알을 동시에 섬기는 혼합주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그러나 예언자들은 야훼 신앙은 바알뿐만 아니라 다른 신을 믿는 것과 양립할 수 없다고 선포하였고, 이스라엘은 유배라는 고난을 통하여 야훼 신앙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 결과 유배 이후에는 바알에 관한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바알 제의는 오랫동안 이스라엘의 야훼 신앙을 위협하였는데, 야훼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는 과정에서 바알과 관련된 개념이 받아들여진 흔적이 있다. 그것은 야훼를 '구름을 타고오시는 분' (다니 7장), '바다 괴물과 싸우신 분' (시편 74, 12-15 ; 이사 27, 1), '번개를 내리고 천둥을 오게 하시는분' (시편 29편)이라는 묘사 속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 엘리야 ; 열왕기 ; 우가리트)
※ 참고문헌  Frank E. Eakin, Jr. The Religion and Culture of Israel : An Introduction to Old Testament Thought, Boston : Allyn and Bacon Inc., 1971/ J.C. de Moor · M.J. Mulder, בַּעַל 《TWAT》 1, pp. 706~7271 John Day, (ABD) 1, pp. 545~5491 Marvin H. Pope, Baal Worship, 《EJ》4, pp. 8~12. 〔李惠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