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세례자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세례를 받은 후 세례를 받지 않은 상대방이 평화로운 동거 생활을 거부할 경우, 비세례 때 이루어진 혼인을 해소할 수 있는 특별한 혜택.
〔기원 및 법제화〕 이 특전의 기원은 사도 바오로의 고
린토 전서 7장 11-15절에 근거를 둔다. 세례받지 않은 두 사람이 혼인한 후 그중 한 쪽이 그리스도교 신앙으로 세례를 받은 경우 신앙의 혜택을 위하여(m favorem fidei) 혼인 유대를 해소하는 것이다. 로마 제국에 의하여 박해 를 받은 초대 교회 때에는 한 쪽 배우자만 개종하여 세례 를 받고 다른 쪽 배우자는 개종을 거절하거나 개종자를 박해하는 경우가 자주 생기곤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종자는 신앙을 포기하거나, 신앙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 배우자의 박해를 견뎌야 하는 어려운 생활을 해야 만 하였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할 수만 있다면 개종한 신자들이 믿지 않는 상대방과 같이 살도록 하되,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황에서는 신앙의 보존이 혼인 결합보다 우선한다고 결정하였다. 바오로 사도는 "신자 아닌 사람 이 헤어지려 한다면 헤어지도록 버려 두시오. 이런 경우 에는 그 형제나 그 자매가 노예처럼 매인 몸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을 평화롭게 살라고 부르셨던 것입 니다"(1고린 7, 15)라고 하였다. 이 구절을 출발점으로 하여, 교회는 혼인 문제 그리고 혼인과 신앙 사이의 관련 성을 해결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바오로 특전 은 몇 가지 점에서 불투명하고 명백하지 않은 점들이 있 지만, 오랜 세월 동안 신학적이고 교회법적인 성찰을 통 하여 얻어진 결실인 교회 전통의 관점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사도 바오로의 사목 서간에는 혼인 해소에 관한 특수 한 경우들이 언급되어 있으나 오늘날처럼 바오로 특전이 이해되었다는 확실한 증거는 나타나지 않는다. 교황 글 레멘스 3세(1187~1191)와 인노천시오 3세(1198~1216)가 이 바오로 특전에 관하여 처음으로 교령으로써 법제화를 시도하였다. 중세의 그라시아노(Gratiau)와 롬바르도(P. Lombardus)는 비세례자가 헤어진 후 재혼했으면 영세자 도 재혼할 권리가 있다고 하였다. 바오로 특전이 교회법 으로 법제화된 것은 1199년이지만 혼인 유대의 해소 방 법과 그 시간은 1917년 법전에서 처음으로 명백하게 되 었다(구교회법 1126조).
〔조 건〕 바오로 특전을 유효하고 합법적으로 사용하기 위하여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요구된다(교회법 1143조).
세례받지 않은 남녀간의 혼인이어야 한다 : 혼인 당시
에 양쪽 당사자들 중 누구도 가톨릭 교회에서나 타교파 에서 유효한 세례를 받지 않았어야 한다. 만일 당사자들 중 한 쪽이라도 세례를 받았으면, 그 세례의 유효성이 의 심되는 경우라도 바오로 특전을 적용할 수 없다. 또 세례 후 신앙을 버린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유효한 혼인이어야 한다 : 비영세자 남녀 사이의 혼인 이 자연 혼인이어야 한다. 즉 하느님의 법과 자연법에 의 한 장애가 없이 국법에 따라 유효하게 맺은 혼인이어야 이 특전이 적용될 수 있다. 국법상 무효한 혼인인 경우에 는 그 혼인의 무효를 선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며, 그 혼인의 유효성이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신앙의 특전이 법 의 혜택을 받으므로 이 특전을 적용할 수 있다.
당사자 중 한 쪽만이 세례를 받아야 한다 : 바오로 특 전을 사용하려는 당사자만이 가톨릭 교회에 입교하여 이 미 세례를 받았거나 또는 가톨릭 교회 안에서 새로운 혼 인을 맺기 전에 세례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당사자들이 헤어지기 전이나 후에 모두 세례를 받았다면 바오로 특 전을 적용할 수 없다.
세례받지 않은 쪽 배우자가 실제로 또는 윤리적으로 떠나갔어야 한다 : 당사자들이 이미 국법에 따라 이혼한 경우는 실제로(physice) 헤어진 것이며, 세례받지 않은 쪽 당사자가 세례받은 쪽 당사자와 동거하기를 원하지 않거나 욕하고 구타를 하거나 생활비를 주지 않는 등 화 목하게 동거하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 또는 낙태를 강요 하거나 신앙 생활을 방해하고 배교하도록 강요하는 경우 에는 창조주를 모욕하는 경우로 이는 윤리적(moraliter)으 로 떠나간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영세자인 당사자가 영세 후에 세례받지 않은 상대 쪽 당사자에게 갈라설 정 당한 원인을 주지 않았어야 한다. 즉 그가 혼인을 해소할 의향으로 세례를 받았거나 또는 영세 후에 간통죄를 범 하였거나 상대 쪽 배우자나 자녀들에게 정신적으로나 육 체적으로 중대한 위험을 가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부 부 공동 생활을 매우 어렵게 만들어 상대 쪽 배우자에게 합법적 별거의 원인을 준 경우에는 바오로 특전을 적용 할 수 없다.
〔질 문〕 바오로 특전은 세례받지 않은 쪽 배우자가 떠 나간 것이 합법적인 방법으로 확인되어야 적용될 수 있 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하여 세례받은 쪽 당사자는 세례받지 않은 쪽 배우자에게 반드시 질문 (interpellationes)을 하여야 한다. 질문의 내용은 상대방도 세례받기를 원하는지, 적어도 창조주께 대한 모욕 없이 세례받은 쪽 당사자와 평화롭게 동거하기를 원하는지에 관한 것이다(교회법 1144조 1항).
질문은 입교한 배우자가 영세한 후에 하여야 한다. 그 러나 교구 직권자는 중대한 이유가 있으면 입교자의 영 세 전에 질문하도록 허가할 수 있다. 한국 천주교회는 교 구 직권자의 이 허가권을 교구 사제들에게 위임하였다 (사제 특별 권한 18조). 입교자가 영세하기 전이라도 질문 할 수 있도록 허가한 중대한 이유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 해당한다. '입교자가 국가법상 이혼한 후 현재의 배우자 와 재혼하여 살고 있는 경우에 그가 영세 후에 먼젓번 혼
인의 배우자에게 질문하려면 그가 영세 후 새 혼인 거행 때까지 현재의 배우자와 잠정적으로 별거하여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가 곤란한 경우, 입교자가 국가법에 따라 이 혼하고 있는 상태에서 세례를 받는 즉시 새로운 혼인을 맺어야 하는 경우, 입교자가 영세 후에 질문하면 상대 쪽 때문에 신앙에 손해가 있을 것이 확실한 경우' 등이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만일 비세례자가 세례받기를 원하나 평화 롭게 동거할 수 없다고 대답하는 경우, 대답의 이중성으 로 세례받는다는 대답에 대한 진실성이 의심스러우므로 부정적인 대답으로 간주한다. 만일 비세례자가 세례받기 를 원하지는 않지만 평화롭게 동거하기를 원하는 경우에 는 몇 가지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즉 그들의 부부 생활 이 그대로 지속되거나 또는 상황에 따라서 영세자에게 별거가 허락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교구 직권자 는 (한국에서는 사제도) 비세례자가 평화롭게 동거하기 를 원하는 것에 대한 진실성이 의심스러우면 둘째 질문 에 대하여 관면하고 세례에 대해서만 질문을 요구할 수 있다. 비세례자가 질문을 받고 동시에 질문에 대답하기 를 거절하는 경우, 이때에는 두 가지 질문에 대하여 모두 부정적인 대답으로 간주한다. 만일 오래 전부터 별거하 고 있는 상태인데도 비세례자 쪽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하 여 모두 긍정적 회답을 하는 경우에는, 주변 상황을 참작 하여 그러한 대답의 동기와 성실성을 신중히 평가하여야 한다.
그러나 질문을 할 수 없거나 소용이 없다는 것이 적어 도 재판 외의 약식 절차(processus summarius extra-judicialis) 의 방식으로 확인되는 경우에는 질문을 관면할 수 있다 (교회법 1144조 2항).
질문을 관면할 수 있는 경우 : '세례받지 않은 배우자 를 찾을 수 없거나 접촉이 불가능한 경우, 질문의 대답이 부정적일 것을 미리 명백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질문이 무익한 경우, 질문을 함으로써 영세자에게 중대한 손해 가 온다는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 등이다.
질문은 입교자 쪽 당사자의 교구 직권자가 행하여야 한다. 한국 천주교회는 교구의 모든 사제들에게 일반적 인 권한으로 위임하였으므로 혼인을 주례하는 본당의 주 임 사제나 보좌가 이를 행한다(사제 특별 권한 18조). 질문 서를 보내는 경우에는 당사자가 생각할 여유를 갖고 대 답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정하여 보낸다. 한국 천주교 회는 우편으로 질문서를 보내는 경우 질문서에 일반적으 로 30일 간의 유예 기간을 준다고 명시하였다(혼인 양식 특 2호). 질문은 세례받는 당사자가 직접 대면하여 하든 지 아니면 우편으로도 할 수 있다(교회법 1145조 2항). 그 러나 대개의 경우 본당의 사제가 대신하여 이를 행한다. 한국 천주교회는 우편으로 질문서를 보낼 경우 사용할 양식을 규정하였다(혼인 양식 특 2호). 질문을 행한 사실 과 그 결과(대답)는 구두로 전달되어서는 안되며 반드시 외적 법정에서 2명의 증인이나 기타의 방법으로 합법적 으로 확인되어야 한다(교회법 1145조 3항). 그러나 한국 에서는 사제가 특별 권한 18조에 의거하여 규정된 양식
에 따라 직접 질문하는 경우에는 다른 증인은 필요 없다 (혼인 양식 특 2~3호). 질문 사항들의 대답에 비신자가 협 조하기를 거부하면 평화로운 동거 생활을 거부하는 의도 를 지닌 증거로 흔히 채택된다. 그런 문제들에 대한 의심 들은 영세받은 당사자의 이익을 의미하는 '신앙의 혜택' 으로 해결할 수 있으나, 새 영세자가 세례받지 않은 상대 쪽 배우자와의 평화로운 동거 생활을 거부하는 경우라면 바오로 특전의 사용은 허가되지 않는다.
그리스도교 신자가 적은 한국에서는 바오로 특전을 얻 고자 하는 사람이 매우 많은 편이다. 대부분의 경우 사목 자들은 이혼한 비신자들이 이혼 후에 다른 비신자와 재 혼하였거나 신자와 재혼하려는 경우에 세례받기 위하여 교리를 배우면서 자신의 과거 이혼 사실을 밝히게 됨으 로써 이런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런 경우 사목자들은 당사 자가 세례를 받기 전에 특전을 얻기 위한 모든 서류를 준 비하고 세례 후 즉시 그들의 혼인을 주례한다. 질문과 관 련하여 헤어진 당사자들은 이미 국가법으로 합의 이혼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질문을 하여도 대답이 부정적이거 나 무익하므로 질문서를 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고 질문 을 관면한다.
〔세례받은 신자의 새로운 혼인〕 세례받은 신자가 새로 운 혼인을 맺을 수 있는지의 여부는 질문의 결과에 따라 서 결정된다. 질문이 합법적으로 생략되는 경우에는 청 원자는 언제든지 새로운 혼인을 맺을 수 있다. 그리고 다 음과 같은 경우에는 부정적인 회답으로 간주되어 세례받 은 쪽 당사자가 다른 가톨릭 신자와 새로운 혼인을 맺을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교회법 1146조 1항).
① 세례받지 않은 쪽 당사자가 질문에 부정적 회답을 하였거나 또는 우편에 의한 질문서를 받고서도 정한 기 한 내에 회신을 보내 오지 않은 경우에는 부정적 회답으 로 간주한다.
② 세례받지 않은 쪽 당사자가 자기도 세례받기를 원 한다고 대답하지만 세례받은 쪽과 평화롭게 동거할 수 없다고 대답하는 경우에는 실제적 이별로 간주한다.
③ 세례받지 않은 쪽 당사자가 세례받기를 원하지는 않으나 창조주를 모욕하지 않고 세례받은 쪽 당사자와 평화롭게 동거하기를 원하다고 대답하는 경우에는 그 대 답의 성실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데, 만일 그 대답이 성실한 것으로 확인되면 실제적 · 윤리적으로 이별한 것 이라고 판단할 수 없으므로 이 특전을 적용할 수 없으나, 그 대답이 성실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되면 영세 자 쪽 당사자는 특전을 사용하여 새로운 혼인을 맺을 수 있다.
④ 세례받지 않은 쪽 당사자가 처음에는 창조주께 대 한 모욕 없이 평화롭게 동거하다가, 영세자 쪽 배우자가 별거할 합법적 원인을 주지 않았는데도 자진하여 헤어져 떠나간 경우에는 다시 질문할 필요 없이 영세자 쪽 당사 자는 새로운 혼인을 맺을 수 있다. 그러나 세례받지 않은 쪽 당사자의 자진 이별이 재판 외의 약식 절차의 방식으 로 입증되어야만 한다(교회법 1146조 2항).
⑤ 바오로 특전을 사용하는 당사자는 자유스러운 신분
으로 다른 사람과 재혼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특전은 새 입교자의 신앙을 보호하자는 것이 본래의 취지이므로 특 전을 사용하는 자는 원칙적으로 가톨릭 신자와 새로운 혼인을 맺어야 한다.
⑥ 중대한 이유가 있으면 교구 직권자가 바오로 특전을 사용하는 세례받은 쪽 당사자에게 세례받은 자이든 아니 든 간에 비가톨릭 신자와의 혼인을 허가할 수 있다(교회법 1147조). 여기서 중대한 이유란 일반적으로 타교파 혼인 금지와 미신자 장애에 관한 관면을 얻기 위한 사유보다 더 엄격해야 한다. 그리고 가톨릭 신자가 아닌 배우자와 혼인할 때 가톨릭 신자가 해야 하는 서약(교회법 1125조) 과 혼종 혼인에 관한 교회법의 규정도 지켜야 한다.
⑦ 바오로 특전 적용으로 전 혼인이 해소되는 시기는 1917년 교회법전 1126조에서는 "신자가 새로운 혼인을 유효하게 맺을 때"⋯novas nuptias valide inivenit)라고 하였 으나 현행 교회법전에서는 이 점이 좀더 발전하여 세례 받은 쪽 당사자가 새로운 혼인을 맺는 그 사실 자체로써 (ipso facto quo novum matrimonium ⋯ contrahitur) 해소된다 고 명확히 규정하였다.
[바오로 특전을 적용할 수 있는 경우의 예] 바오로 특 전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의 예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① 불교 신자로 자란 두 사람이 혼인한 후 한 쪽은 세 례를 받아 가톨릭 신자가 되었고, 다른 한 쪽은 신앙을 비웃고 교회에 다니는 가톨릭 신자가 되기를 거부하였다 면, 민법상 이혼한 후에 세례받은 신자는 바오로 특전을 적용받을 수 있다.
② 비신자 두 사람이 혼인한 후 한 쪽이 세례를 받고 가톨릭 신자가 되었다. 그들은 결혼 생활에서 인공 산아 제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비신자인 상대편 배우자 는 그들의 이러한 방법 사용의 중지를 거부한다. 어쨌든 이 혼인은 위태하다가 결국 비신자가 다른 사람과 관계 를 맺고 동거하다가 민법상 이혼을 하게 된다. 이 경우 교회는 바오로 특전의 사용을 허락할 수 있다.
③ 프로테스탄트 신자인 여자와 비신자인 남자가 혼인 했다가 후에 이혼하였다. 그 여자는 가톨릭으로 개종해 서 세례를 받았다. 이전 남편은 협조하기를 거부하고 질 문서를 보내더라도 응답하지 않을 것이다. 부인과 친척 들은 그 남편이 결코 세례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 었으나 증거는 없다. 그러나 의문되는 사항에는 신앙의 특전이 법의 혜택을 받으므로(교회법 1150조), 이 경우에 도 바오로 특전을 적용할 수 있다. → 혼인)
※ 참고문헌 이찬우,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가톨릭대 학교 출판부, 1993, pp. 68~721 이찬우, 《하느님 백성의 전례와 성사 생활》, 가톨릭대학교 출판부, 1995/ 이찬우, <혼인>, 가톨릭대학교 출판부, 1993, pp. 249~2581 A. Abate, Il matrimonio nella nuova legislazione camonica, Roma, Pontificia Universitas Urbaniana, 1985, pp. 75~76/ P. Benoit, Christian Marriage According to St. Paul, 《CR》 65, 1980, pp. 309~321/ L. Chiappetta, Prontario di diritto canonico e concordatario, Roma, Dehoniane, ed. 1994, pp. 960~963/ H. Grenier, Can We Still Speak ofthe Pauline Privilege?, The Jurist 38(1978), pp. 158~162. [李讚雨]
바오로 특전
特典
[라]Privilegium Paulinum · [영]Pauline Privilege
글자 크기
5권

비세례 때 이루어진 혼인을 해소할 수 있는 특별 혜택이 바오로 특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