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쟁, 르네 Bazin, Rene(1853~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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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바쟁.

르네 바쟁.

시골 생활을 묘사 한 프랑스의 영향력 있는 소설가. 프랑스 가톨릭 작가 그룹의 일원. 1853년 12월 26일에 프랑스의 앙 제(Angers)에서 태어 나 파리와 앙제에서 공부를 한 후 1875~ 1890년에는 앙제 가 톨릭 대학교(Univer- sité catholique d'Angers) 의 법학 교수로 재직 하였다. 학생들에게
법학을 가르치면서 작품 저술에도 관심이 많았던 바쟁 은, 1883년 <연합>(Union) 신문에 소설 <스테파네트> (Stéphanette)를 발표하면서 등단한 후, <양(兩)세계 평 론》(Revue des deux mondes)을 비롯한 여러 잡지와 정기 간행물 등에 기사들을 계속 기고하였다.
당시 여러 잡지에 발표된 그의 글들에는 앞으로 그가
관심을 기울이며 지속적으로 다루게 될 여러 분야의 관 심사들이 총망라되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1890년 <양세 계 평론》에 발표되었던 글은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 의 운명이 처하게 될 상황에 대한 우려와 근심을 다룬 내 용이었다. 또한 1893년에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발표한 <오늘의 이탈리아인들〉(Les Italiens d'aujourd'hui), 1895년 에 스페인을 여행한 후 발표한 <스페인의 대지>(La Terre d'Espagne)와 같은 여행 기록들은 작가가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작 가로서의 독특한 양식과 스타일은 1897년에 쓴 소설 《영혼에 관하여》(De toute son ame)에 명확하게 나타나 있 는데, 이 소설은 사랑을 찬양하며 그것을 실천할 것을 권 장하는 사회 소설로서 앞으로 그가 지향하게 될 바를 보 여 주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그가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 히고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프랑스 사회에서 열렬히 환영받기 시작한 것은 방데(Vendée) 지방에 사는 한 가 족의 이농 현상을 날카롭게 다룬 《죽어 가는 대지》(La Terre qui meurt)를 발표한 1899년부터였다. 그 후 벌목꾼 들을 타락시키는 노동 조합주의의 해로운 영향을 다룬 《싹트는 밀》(Leblé qui lève, 1907)을 비롯하여 잇달아 발표 된 소설들이 대중적인 인기를 기반으로 대성공을 거두었 다.
형식에 있어서 전통적인 소설 양식을 고집하면서도 자 신의 소설을 통해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프랑스의 전 통적인 가치들을 옹호하고 그것들을 계승하길 원하였던 바쟁은 1903년에 프랑스 학술원(Académie Française)의 회원이 되었다. 이미 소설가로서 큰 성공과 함께 대중적 명성을 얻은 바 있는 그는 소설뿐만 아니라 수필과 전기 등에도 착수하여 여러 작품들을 남겼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종교적인 저작 《샤를르 드 푸코 신부전》(Charles de Foucault, 1920)이며, 성직자로서의 소명에 대한 진술이 담긴 1931년에 발표된 그의 마지막 소설 《성모 마리아 의 찬가》(Magnifcat)에는 호교론적인 색채가 강하게 나 타나 있다. 바쟁은 1932년 7월 20일 79세의 나이로 파 리에서 사망하였다.
〔작품 경향〕 바쟁은 자신의 소설에서 사회적이며 윤리 적인 모든 주제들을 다루면서 종교적이고 애국적인 전통 을 환기시키려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소설에서는 많은 소설가들이 즐겨 사용하는 세속적인 내용의 줄거리 나 복잡한 작품 구성이 보이지 않으며, 과다한 감정의 분 출이나 지나치게 과장된 낭만적 요소가 나타나지 않는 다. 대신 그는 농촌과 지방의 현실을 소재로 선택하여 문 명의 발전에서 소외된 농촌 사람들의 고통과 그들 사이 에서 발생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소설 속에서 형상화시 켜 놓았다. 즉 그는 가난하며 보잘것없는 주인공들을 묘 사하면서 그들이 처한 삶의 원인이 된 사회적 요소들에 대해 다각적이고 심도 있는 탐구를 제시하였다.
독일의 침공과 병합으로 조국을 잃고 모국어의 사용을 금지당한 알자스-로렌(Alsace-Lorraine) 지방 사람들의 고 통과 삶의 애환, 혹은 국가 정책으로 오랫동안 기거하던 수도원에서 축출된 수도자들이나 종교인들이 겪은 비극
적인 이야기들을 소재로 다룬 점들이 그러한 예이다. 뿐 만 아니라 그의 소설에서는 도시 빈민이나 노동자 계층 의 빈곤한 처지를 환기시키고 있으며, 지속적인 이농 현 상으로 해체되고 있는 농촌의 모습과 날이 갈수록 피폐 해지는 농촌 현실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작가의 노력이 드러나 있다. 특히 농촌을 배경으로 하는 여러 주 제들은 바쟁이 여러 번에 걸쳐 묘사한 것으로 그의 대표 작 《싹트는 밀》과 《죽어 가는 대지》에서 가장 생생하게 묘사되었다. 이러한 소설들에서 그는 가정과 대지에 대 한 깊은 애착을 지닐 것과 그리스도교 전통을 존중할 것 을 주장하였으며, 그러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현대 문명 에서 비롯된 모든 위기들을 슬기롭게 극복하자고 강조하 였다.
〔평 가〕 바쟁의 소설들은 프랑스 문학사상 전원 소설 의 맥을 잇는다. 이는 분명 토지에 대한 작가의 깊은 애 정과 그 토지를 일구고 지키려는 농부들에 대한 한없는 연민에서 비롯된 필연적인 결과였다. 하지만 그는 농촌 의 모든 문제들을 오직 이농 현상으로 귀결시키는 오류 를 범하기도 하였다. 그에게 있어서 농부들의 삶을 위협 하는 요소는 향락적인 도시 생활에 대한 유혹이었고 과 거에 영주와 소작농 사이를 묶어 주던 끈이 이제는 더 이 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바쟁이 현대 사회의 위기를 극복해 줄 해결책으로 마련 한 대안은 토지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노동, 가정, 국가, 그리고 가톨릭 교리와 같은 전통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 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될 때 프랑스는 보다 나은 미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결국 그가 지닌 사회 의식은 철저한 사회학적 연구의 결과라기보다는 다소 심리적이고 정서적인 면에 근거한 것이었다. 그의 작품들은 현대에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는 당시의 영향력 있는 전통주의자였고 바레스(A.-M. Barrès), , 베르나노스(G. Bernanos), 모리아크 (F. Mauriac) 등과 함께 존경받는 작가였다. 당대의 가톨 릭 신자들 사이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던 바쟁은 20세기 초에 가톨릭 부흥의 일익을 담당하였다. 또한 그의 문체 는 명확하며 시정에 넘치고 평이하기 때문에 읽기에 무 리가 따르지 않는다. (→ 가톨릭 문학, 프랑스의)
※ 참고문헌  G. Lanson · P. Tuffrau, Manuel illustré d'histoires de la Litterature française, Classique Hachette, 1974/ J.-P. de Beaumarchais· Daniel Couty · Alain Rey, Dictionaire des littératures de Langue française, tome 1, Bordas, 1987/ Alain Rey, Le Petit Robert Ⅱ, Diction- naires Le Robert, 1985. [曺圭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