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목요일의 주의 만찬 저녁 미사 중 강론을 한 후 곧바로 사제가 제자들의 발을 씻긴 예수의 모범을 본받아 신자 12명의 발을 씻어 주는 예식. 이 예식은 선택적인 것이기 때문에 사목적인 이유로 거행하지 않을수도 있지만, 성목요일의 정신인 사랑과 겸손을 가장 상징적으로 표현해주는 예식이다. 전에는 '세족례' (洗足禮)라고 일컬어졌다. 이 예식을 '만다툼' (mandatum)이라고도 하였는데, 이는 발씻김 예식 중 첫 번째로 불려지던 응송인 요한 복음 13장 34절의 라틴어 첫 단어에서 따온 것이다.
본래 이 예식은 고대 근동 지방에서 손님에게 행하여지던 관습이었다. 맨발에 샌들을 신고 먼지가 많은 길을 걸어 다닌 이가 집에 들어간 직후 발을 씻는 것은 필수적인 행동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집을 찾아온 손님에게 발씻을 물을 내놓는 것은 주인의 호의적인 행동이었다(창세 18, 4 ; 19, 2 ; 24, 32 ; 판관 19, 21). 모세의 법에 따르면, 사제들은 자신들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만남의 장막에 들어갈 때와 제단에 가까이 갈 때마다 손과 발을 씻어야 했다(출애 30, 19-20 : 40, 31). 이러한 관습은 후에 주로 종들이 맡아 하였으며(1사무 25, 41), 헬레니즘시대에는 종만이 행하는 봉사가 되었고, 그들은 주인집에 찾아온 손님들의 발을 씻겨 주었다.
예수 시대에도 발씻는 관습은 손님 환대의 행위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예수가 어느 바리사이파 사람의 초대를 받아 그 집에 갔을 때, 그는 예수에게 발씻을 물을 가져다 주지 않는 무례를 범하였다. 이때 어떤 죄 많은 여인이 예수의 발을 눈물로 적시며 씻어 주자, 예수는 그 여인의 행동을 들어 주인의 무례함을 탓하였다(루가 7, 44). 예수는 최후의 만찬 중에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었는데, 예수는 자신의 종이자 제자들의 발을 씻어 줌으로써 자신의 이러한 겸손한 행동을 본받아 실천하고, 자신이 행하였던 복음 전파가 제자들에 의해 계속 이어지기를 원하였다(요한 13, 4-20). 반면, 사도 바오로는 발을 씻어 주는 행동을 그리스도교 신자로서 행하는 착한 행실 가운데 하나라고 하였다(1디모 5, 10). 사실, 이러한 행동은 초대 교회에서 공통적으로 이루어졌던 사랑 실천의 한 방법이었다.
요한 복음서에 기록된 최후 만찬 때의 예수의 행동에 기원을 두고 있는 발씻김 예식은 두 가지 형태로 교회 전례에 도입되었다. 우선, 4세기 후반의 세례식 때 세례의 성사적인 행위가 모두 끝난 후 새로 세례성사를 받은 이들의 발을 씻겨 주는 예식이 도입되었으나, 이 예식은 중세 시대에 들어와서는 로마 전례에서 삭제되었다.
성목요일 전례에 발씻김 예식이 도입된 것은 6세기경으로 여겨진다. 《젤라시오 성무 집행집》(Gelasio Sacramen-tarium)은 성목요일에 세 번의 미사가 거행되었고, 주의 만찬 미사 중에 교황이 이 예식을 거행하였다고 전한다. 또한 694년 스페인 톨레도(Toledo) 교회 회의의 규정에도 발씻김 예식에 대한 언급이 발견된다. 그러나 11세기경부터 일반적으로 로마 전례에서 이 예식이 거행된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때 교황은 성목요일 저녁 미사 후에 차부제 12명의 발을 씻겨 주었다고 한다. 이러한 교회 예식을 본받아 몇몇 유럽 국가에서는 군주들과 왕가의 가족들이 가난한 사람들의 발을 씻어 주고 그들에게 선물을 주기도 하였다. 이러한 왕궁 행사는 종교 개혁 이후에도 한동안 계속되었다.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 성목요일 전례는 아침으로 옮겨졌으며 성체를 공경하는 날이 되었지만, 발씻김 예식만은 당일 전례와 분리되어 오후에 거행되었다. 이러한 형태의 전례는 한동안 유지되다가 1955년 교황 비오 12세(1939~1958)가 전례서를 개정하면서 주의 만찬 미사를 성목요일 저녁에 거행하도록 하였고, 발씻김 예식은 이날 말씀 전례 중에 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결정은 1970년에 개정된 예식서에서도 변함없이 유지됨으로써 1955년 이후 발씻김 예식은 본래의 위치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 예식에 선발되는 사람은 남자여야 하며(《성주간》, 주의 만찬 미사 11항), 제자 중 요한이 가장 어렸다는 전승에 근거하여 교회의 오랜 풍습에 따라 12명 중 한 명은 나이 어린 사람으로 할 수도 있다. (⇦ 세족례 ; → 파스카 삼일)
※ 참고문헌 I.H. Dalmais · P. Jounel, L'Église en prière, Introduction à la Iiturgie, Ⅳ la liturgie et le temps(김인영 역, 《전례 주년》, 가톨릭대학교 출판부, 1996)/ J.P. Lang, Dictionary of the Liturgy, Catholic Book Publishing Co., New York, 1989/ J.A. Fischer, Washing of the Feet, 《NCE》 14, pp. 817~818/ W.J. 0' shea, Mandatum, 《NCE》, p. 146. 〔편찬실〕
발씻김 예식 ― 禮式 〔라〕pedilavium 〔영〕washing of f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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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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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 줌으로써 그들이 자신의 이러한 겸손한 행동을 본받아 실천하기를 원하였다.
